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134화 (1,134/1,270)

프랜차이즈 갓 1134화

263장 로동당 컬렉션 (3)

사실 핵은 클럽에 두고 싶었다.

그래야 로동당 컬렉션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딱 들어가니까.

하지만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방사능 유출의 우려가 있는 한, 서울 한복판 주거구역에 핵을 전시할 순없었다.

정부는 물론이고 미국도 기겁을 할 테니까.

두 번째로, 아무리 하수영이라 해도 핵을 개인적으로 소유할 순 없었다.

백악관이 그렇게 해주고 싶어도 절대 못한다.

핵안보에 관해서만큼은 CIA도 절대 타협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백악관이 하수영에 대한 핵 판매를 묵인했다?

곧장 CIA의 강경파는 이 사실을 상대 정당에 넘길 것이고,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몰릴 것이다.

현실적으로 하수영이 로동당 핵탄두 컬렉션을 전시하기 위해서는, 줌왈트 배치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적지 않은 설득과 노력이 필요했다.

일단 한국 정부를 설득하는 것은 쉬웠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우리나라 땅에 핵탄두를 두겠습니까? 이게 마지막 기회입니다."

"하지만 30여 년 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해버렸기 때문에 그게 발목을……."

"김가왕이 한참 전에 먼저 어겼는데 무슨 상관이에요. 이미 오래전에 파기된 거나 마찬가지인 선언인데."

"……그러나 세계 열강들이 비핵화선언을 뒤집는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가만히 있지 않으면, 뭐요?"

"……."

"2차 반도체 전쟁 개전해 보고 싶으면 제발 가만히 있지 말라고 해요. 아니다. 너희 나라에 들어가는 물량만 끊어버릴 거라고 하면 되죠."

1차 반도체 전쟁에서 대승을 거둔 서진파운드리는 반도체 생산 점유율 100%를 바라보고 다시금 열심히 확장을 하는 중이었다.

반도체가 없으면 산업시장 자체가 돌아가지 않으니, 반도체생산 독점자인 서진파운드리 앞에서 다들 쩔쩔맬 수밖에 없다.

그게 러시아든, 프랑스든, 미국이든.

천문학적인 낭비를 통해 반도체 독자 노선을 구축 중인 중국이 그나마 자유롭다.

하지만 충분한 반도체 원천기술을 갈고닦지 못한 터라, 중국은 시스템반도체의 대부분을 윈텔과 ADM 제품에 의존한다.

"수석님, 우리나라도 이제 꽤 큰 소리 내도 될 만큼 체급이 됩니다. 올해 미국 농사 망한 거 아시죠?"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망한 걸로……."

"근데 미국이 왜 조용한지 아세요? 우리 수영농장에서 농사 망한 것 이상으로 커버쳐 주고 있거든요."

"예?"

대통령실 수석보좌관은 놀라서 눈을 깜빡거렸다.

하수영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세계 식량 정세에 시야가 어두워서야.

"미국에서 수영레스토랑 매출만 1,000억 달러가 나와요. 냉동 같은 다른 마트 식품들도 많이 나오는데, 거긴 거기서 나오는 식재료를 주로 활용하고 우리는 향신료(엘릭서 고춧가루)만 제공하니까 제외하고. 아무튼."

하수영은 숨 쉴 틈도 없이 설명을 쏟아냈다.

"미국에서는 일 년에 80억 인분의 끼니를 우리 수영라면으로 해결하고 있죠. 그만큼 커버를 쳐주니까 미국식량 상태가 안정적인 거예요."

"그 말씀은……?"

"제가 라면 식재료 공급을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미국 식료품값이 폭등합니다. 지금 수영라면 덕분에 오히려 미국 식료품 가격 폭주가 억제되고 있는 거예요. 미국도 그걸 알고요."

"……아!"

수석보좌관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냈다.

수영라면이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것은 알고 있지만, 연간 80억 그릇이상이 팔린다는 것은 경악스러웠다.

"미국인 열에 한 명은 매일 점심을 수영라면으로 해결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의원님 말씀은, 미국의 식량안보를 수영농장이 쥐고 있다는 뜻입니까?"

"반쯤은 그렇습니다. 제가 미국이 굶주리게 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식료품값을 미쳐 날뛰게 만들 수는 있습니다."

미국은 큰 나라다.

아무리 대흉년이 들어도 나라가 굶어 죽을 일은 없다.

다만 서민 물가가 미쳐 날뛸 수는 있다.

대흉년의 와중에도 미국 식품회사들이 가격을 함부로 올리지 못하는 것은, 수영농장이라는 배수진이 있기 때문이다.

가격을 슬쩍 올려 버리면 그냥 수영라면으로 해결하자, 이런 마인드가 직장인들 사이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수석은 멍청해진 눈으로 하수영을 바라봤다.

'언제 수영농장이 그렇게까지……?'

단순히 미국에서 돈을 많이 버는 줄만 알았는데, 그 이상이었던가?

미국의 식량안보에 타격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이라니.

"대한민국 해군 원수에게 한 번 맡겨 보시죠. 제가 책임지고 잘 협상해보겠습니다. 안 되더라도 정부는 잃을 게 없잖아요?"

"그건 그렇습니다. 제가 VIP께 보고 올리고 잘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최종 승인이 떨어지고, 하수영은 곧바로 백악관과 접촉했다.

국무부 장관은 처음에는 난색을 표했다.

"장관님, 지금 어느 때보다 한반도 핵위기가 크다는 건 공감하실 겁니다."

-네, 그것은 공감합니다.

내전으로 영토의 절반 이상을 잃고 평안 함경도로 쫓겨난 북한 정권은 그 어느 때보다 궁지에 몰려 있었다.

그들이 잃은 것은 영토뿐만이 아니었다.

노동력을 공급할 인구의 상당수도 잃었고, 재래식 무기도 다수 잃었으며, 돈도 잃었고 식량은 또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훼까닥 돌아버린 짓은 하지 말라고 신두를 넣어주고 있는 상황이지만, 언제 폭주할지 모른다.

"이런 상황이니만큼 즉시 북한에 맞핵공격을 할 수 있는 수단은 갖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한국 핵배치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설마 핵탄두를 해체해서 그 핵물질로 새로운 핵탄두를 만드실 계획입니까?

지금 핵탄두는 한국 정부도 사용할 수 없다.

암호코드 때문에 발동을 시키지 못한다. 애초에 북한이 만든 것이니.

-그건 우리 미국도 절대로 묵인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양해고 이해고를 떠나서, 현 정권 자체가 무너질 수 있는 일입니다.

"중요한 건 북한 김가네가 자기들 핵을 우리가 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겁니다."

-착각이라고요?

"네. 핵탄두 다시 제조할 마음은 없고요. 그냥 이대로 줌왈트 탄약고에 넣어두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북한에 그 사실을 슬쩍 알리고요."

-…….

"놈들은 우리가 탄두를 해체해서 핵을 다시 제조했다고 생각하겠죠. 없으면서 있는 척하자는 겁니다."

-…….

"어차피 지금 미국도 핵탄두를 어디에 둬야 할지 난감하잖아요?"

북한이 과연 핵을 제대로 만들었을까?

혹시 5년, 10년이 지나면 공정 미숙으로 핵물질이 흘러나오거나 하지는 않을까?

그리고 지금 그 시기가 거의 도래하진 않았을까?

북한의 핵을 보는 미국의 시선이 그러했다.

차라리 잘 만들었으면 안심하고 가져와서 해체를 하든 뭘 하든 할 텐데, 믿을 구석이 하나도 없으니.

미국에 들어오면 원격이든 뭐든 폭발할 수 있는 장치가 갖춰져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북한에 대한 미국의 불신은 신경질적인 것을 넘어서 거의 조현병 수준의 광기였다.

-……일단 논의는 해보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그리하여 백악관 내에서도 온갖 난상토론이 오고 간 끝에, 줌왈트 2번 함 탄약고 배치가 허락이 된 것이었다.

당연히 미국 장교단이 감시자로서 줌왈트 2번함에 상시 머무르는 조건이었다.

한국 정부는 하수영이 아니었으면 절대로 끌어내지 못했을 양해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렇죠. 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미국에 저한테 묶여 있는 게 좀 많아서요. 반도체도 있고, F22도 있고, F35도 있고, 식량도 있고, 메탄 가스 포집도 있고…… 전 미국 없어도 잘살 수 있는데 미국은 이제 저 없으면 엄청 고달프거든요."

"하하……."

미국 없어도 자기는 잘산다는 말에, 수석보좌관은 식은땀을 흘리며 웃었다.

물론 하수영도 미국이라는 시장을 잃으면 손해가 클 것이다. 매출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작아지겠지.

하지만 미국이 입는 손해가 압도적으로 더 크다니.

"그리고 이제는 핵융합 발전소도 있죠."

"아! 벌써 캘리포니아 핵융합 발전소가 가동 중입니까?"

"진작 가동 중이었습니다. 그냥 내부 시설만 핵융합로로 개조한 거라서 별로 안 걸렸어요."

사실은 핵융합로를 들이지도 않았고, 위장 핵융합 발전소에 무선 전기를 공급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은 한국 정부에도 말할 수 없는, 미국과의 비밀거래.

고객의 비즈니스 정보는 당연히 지켜줘야 한다.

***

이리하여 18기의 전술핵탄두와 1기의 전략핵탄두는 줌왈트 2번함에 배치되었다.

물론 북한이 만든 그대로 집어넣은 것은 아니다.

하수영이 '통찰안'으로 직접 살펴도 보고, 미흡한 부분은 안전하게 개조도 했다.

"함장님."

"네, 원수님."

장강필 대령은 왠지 티타늄 기계의 족이 짜릿짜릿한 듯한 착각을 느꼈다.

"로한 박사가 핵탄두 손을 좀 봤습니다. 미국 최신 핵탄두 이상으로 매우 안전한 상태이니, 방사능 유출같은 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에릭 로한 박사의 손을 거쳤다면 믿음이 갑니다."

"그리고 이건 두 분만 아셔야 하는 대외비입니다. 보안유지 해제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참모총장이나 합참의장 앞에서도 함구하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번엔 또 무슨 큰 비밀을 말해주려고?

장강필 함장과 부함장은 바짝 긴장해서 귀를 기울였다.

"로한 박사가 핵탄두 기폭 권한을 획득하고 기폭 코드를 변경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예?"

두 지휘관의 눈이 휘둥그렇게 변했다.

북한의 원격폭발만 불가능하게 처리한 게 아니었다고?

"새 기폭 코드는 제가 국방부 장관에게 결재 올렸습니다. 핵공격 위기 시에만 열리는 노트북에 담아서요. 그 전에는 못 열어요."

두 지휘관은 이게 무슨 말뜻인지 알아차리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단순한 전시용 핵이 아니라, 실전에서 활용 가능한 무기가 되었다는 셈이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줌왈트에 배치된 함대지 미사일에 장착 가능합니다."

"설마 그 함대지 미사일이 들어온 이유가……."

장강필 함장은 딱 19기의 함대지 미사일이 새로 들어온 걸 떠올리고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다.

"조립법은 프리덤이 알려줄 테니, 긴급 상황에서는 지체 없이 조립하세요."

"설마 미국도 알고 있습니까? 기폭권한을 손에 넣은 것을요?"

"모르죠. 말을 안 했는데 어떻게 알겠어요."

"국방부 장관님께 결재가 올라갔다면……."

"아, 장관님도 몰라요. 제가 그냥 북한이 핵자폭을 하려고 하는 위기 상황에 열어보라고 했거든요. 그 전에는 안 열린다고."

"……."

"열어보고 그게 뭔지 알게 되면 대통령한테 바로 보고 들어가겠죠."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세상에서 저와 로한, 그리고 두분까지 해서 이렇게 네 명만 압니다."

"……."

"……."

커다란 중압감이 어깨를 마구 짓누른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하수영이 심사숙고해서 고르고 고른, 진정한 참 군인.

곧 얼굴 표정에 중압감 대신 단단한 책임감이 자리 잡았다.

"원수님이 내리신 임무, 훌륭히 완수해내겠습니다."

"그래요. 미국이 이거 알면 단단히 삐질 테니까 비밀 잘 지키자고요. 그래서 국방부 장관한테도 사실대로 말 안 해줬습니다."

핵탄두를 꼭 사용하게 될 때가 된다면, 미국이 지랄을 하든 말든 고려할 의미가 없을 테니까.

'미국이 삐지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 텐데.'

"부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글쎄요. 전 왠지 북한이 언젠가 핵자폭을 할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원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정말 현실이 될까 봐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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