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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147화 (1,147/1,270)

프랜차이즈 갓 1147화

267장 청담이 마음으로 낳은 대스타 (1)

"로한."

"네, 교관님."

"요즘 어떠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배우 일은 할 만해?"

"재미있네요."

"스캔들 자주 터지던데, 문제 있는 건 아니지?"

"미혼 남녀가 연애 좀 하고 그럴 수 있는 거죠. 전부 다 좋은 관계 유지하고 있습니다. 친구들도 다 이해해 줍니다."

"나중에 공적으로 문제 될 일은 없겠지?"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한창 물어뜯던 로한이 포크질을 멈췄다.

"너 지금 한국 국적 있지? 이번에 국회의원 보궐 좀 나가줘야겠다. 우리 지역구에 자리 하나 났거든."

"여의도 접수를 위한 빌드업입니까? 아니면 숙청을 위한 빌드업입니까?"

"빌드업은 무슨.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고, 이왕 난 자리 남주기는 아까워서 그러지."

"그럼 교관님이 나가시면 되지 않습니까? 전 지구의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릅니다. 민주주의란 개념도 낯섭니다."

로한은 평생 왕정제 문명에서 살았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피를 흘리며 여러 왕들이 치열하게 서로 싸웠고, 로한 역시 왕을 섬기며 권력을 손에 넣는 게 익숙했다.

"야, 나도 전제군주제나 신정일치 제가 훨씬 익숙해. 뭐 별거 없어. 그냥 구성원이 좀 많은 조별과제라고 보면 돼."

"끔찍한데요."

"아무튼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국회에도 사람 하나 박아둬야겠어. 전쟁이라도 나면 개입할 여지는 있어야지."

"교관님은요?"

"나야 청담동을 지켜야지. 국회의원 배지 달면 사업체 제약이 너무 많다. 그나마 구의원이니까 이것저것 겸업이 가능한 거야."

"알겠습니다. 명령이시면 따라야 죠."

"아무튼, 여배우들 문제 생길 건 없지?"

"문제가 안 되도록 더 잘 관리해야 죠."

"그래. 이번에 보궐 나갈 준비해라. 지원은 내가 알아서…… 근데 뭐 너는 비주얼이 먹혀주니까 유세 몇 번만 해도 표는 쓸어 담겠네."

쓸어 담는 정도가 아니라 생계 교란종이나 마찬가지.

가물치를 미국 하천에 풀어놓는 것 이상이다.

식사를 마친 로한은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장검(개인 우주선)을 쓰다듬었다.

"흐, 전쟁이 곧 터지는군요. 갑자기 설렙니다."

"반격만 하는 거다, 반격만. 요즘문명 돌아가는 꼴이 심상치가 않아."

"저도 압니다. 여기저기 갈등과 증오, 격차가 넘쳐나는군요. 언제 대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당장 계속 침식해 오는 이상기후로 인한 식량문제가 임계점을 넘으면, 곧 세계적인 전쟁 위기로 불거질 수 있다.

"필요한 법안 같은 거 통과시키려면 아무래도 현역 국회의원이 있는 게 낫겠어. 근데 여의도에 들여보내면 꼭 나중 가서 뒤통수를 치더라고, 너밖에 없다."

"그런데 의원 업무는 어떻게 합니까?"

"프리덤이 알아서 해줄 거다. 넌 짜주는 플랜대로만 움직이면 돼."

***

로한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갔고, 매우 높은 득표율로 당당히 당선되었다.

보궐선거에서는 나올 수 없는 득표율을 보였기에 여의도에서는 젊은 용의 탄생이라며 바짝 긴장했다.

완벽한 비주얼과 신체 비율, 배우로 쌓은 폭발적인 입지.

프리덤,반도체, 반수성 금속처리, 메탄 포집 장치,핵융합,청담스코프, 레일건을 발명한, 지구에서 가장 뛰어난 두뇌.

그리고 하수영의 둘도 없는 지기라는 막강한 배경까지.

만약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그는 나이가 차는 즉시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다. 여의도의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사실이었다.

-하수영이 여의도에 에릭 로한을 풀었다!

-하수영 회장이 드디어 중앙권력을 접수하려고 한다!

-여야가 똘똘 뭉쳐서 대응해야 한다!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고 로한의 여의도 데뷔에 바짝 긴장했다.

청담동과 울릉도, 그리고 부산에서만 활동하던 하수영 계파가 드디어 국회에 성큼 발을 집어넣었다.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대권 지지율설문조사에 로한의 이름을 슬쩍 끼워 넣었다가 기함했다.

전국 표본을 대상으로 무려 75%의 지지율이 나온 것이다.

"아니, 어차피 대선 출마도 못 하는 사람인데 무슨 지지율이 이래?"

"초절정 미남 배우인데 세계를 선도하는 과학자라서 그렇습니다. 청담 스코프와 입자집합명령 장치 덕분에 전국의 환자와 환자 가족들 사이에서도 지지율이 막강하고요."

"하수영 회장은 그래도 싫어하는 유권자층이 있는 반면, 에릭 로한 의원은 싫어하는 티라도 냈다가는 몰매 맞습니다."

"팬덤이 장난 아닙니다. 다른 의원들하고는 비교가 안 돼요."

"대체 청담동에서 또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건지……."

국회의원들은 로한의 첫 출근일부터 막강한 인기를 실감했다.

그의 팬들이 국회의사당 정문에 몰려들어 격렬한 환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영화제 레드카펫에 전날부터 죽치고 앉아 기다리던 팬들이 그대로 몰려온 것이다.

팬들 중에는 특히 10대부터 50대 여성 팬들이 가장 많았다.

아무래도 최강 비주얼로 스크린을 점령한 폭군 배우라서 그런 모양이다.

국회의원은 국가에 관용차가 따로 주어지지 않고, 전부 개인차량이다. 공무 이동 시 기름값을 지원받긴 한다.

하지만 아무리 돈이 많은 국회의원이라 해도 국산 차종을 선택한다.

사치스러운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 유권자들 눈에 좋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한은 달랐다.

"꺅! 로한 오빠!"

"로한! 로한!"

"사랑해요, 로한!"

"에릭 로한! 얼굴 한 번 보여주세요!"

미드쉽 W16 쿼드 터보 병렬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1,520마력의 우렁찬 배기음이 멀리서부터 하늘을 뒤흔들었다.

진한 검은색의 부가티, 통칭 블랙스완이란 별칭으로 유명한, 전 세계에 딱 한 대만 존재하는 주문 제작차량.

280억 원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차로 유명한 하이퍼카가 정문앞에서 잠시 멈췄다.

스페이스 포뮬러(하수영이 비밀리에 운영하는 온라인 F1 레이싱 커뮤니티)에서 나온 회원들은 충격에 빠졌다.

"검은 백조? 저게 우리나라에 있었어?"

"아랍 왕족이 프랑스에서 전용기로 직접 공수해갔다는 설만 들었는데……."

"설마 또 안살린 왕자야?"

"국회의원 당선 기념으로 선물해 줬나 보네……."

"국회의원이 수백억짜리 슈퍼카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고? 이거 첫날부터 제대로 찍히는 거 아니야?"

"찍히긴 개뿔. 이젠 얼굴이 권력이야. 로한 앞에서 싹 다 짜져야지."

로한이 차에서 내려 팬들을 향해 다가가자 다들 기절할 것처럼 자지러지게 좋아했다.

아니, 실제로 몇 명이 너무 좋아서 기절을 하는 바람에 약간의 소란이 일기도 했다.

팬클럽 모임이라도 되는 것처럼, 곳곳에서 플래카드가 보인다.

대구, 울산, 대전, 부산, 전남, 심지어 제주도에서 온 팬들도 보였다.

-로한! 로한! 로한!

-로한을 대통령으로! 로한을 대통령으로!

-사랑해요, 에릭!

마침 출근 중이던 국회의원들은 차마 그 열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에서 멀찌감치 멈춰선 채 대기했다.

분위기를 살피러 온 보좌관들은 자기들끼리 단톡방에서 상황을 공유했다.

[로한 의원님 출근했는데 분위기 장난 아닙니다. 무슨 할리우드 대스타가 내한한 거 같아요.]

[부가티 타고 왔는데 280억짜리래요. 소유주가 그동안 아랍 왕족인 거 말고는 비공개였는데, 아무래도 안살린 왕자였나 봅니다. 당선 선물로 준 거 같아요.]

[근데 이거 금품수수 위반으로 걸리지 않을까요? 당선 취소되면 어떡해요? ㅠㅠ 매일 로한 의원님 얼굴 볼 생각에 설?는데.]

[여성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앞장서서 실드쳐 줄 걸요.]

[근데 로한은 돈도 많으니까 안살린 왕자한테 돈 주고 샀다고 퉁치면 그만이긴 한데. 와, 근데 진짜 잘생겼다.]

[지금 여직원들 난리 났습니다. 다들 창문에 우르르 몰려들어서 로한 의원님 구경한다고 장난 아니에요.]

[영감님들이 슈퍼카 타고 출근했다고 뭐라고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걱정입니다. 우리 로한 의원님, 오래오래 7선, 8선 하셔야 할 텐데요.]

[8선이라뇨. 10선은 하셔야죠.]

[10선 해도 60대 중반인데 로한 의원님이라면 전혀 안 늙을 듯합니다.]

팬 중에는 강남구에서 온 지지자들도 많이 포함돼 있었다.

로한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다들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한차례 소란이 끝나고, 로한은 드디어 의사당 로비에 들어섰다.

그의 뒤로 안드로이드 프리덤 5기가 차분하게 뒤따랐고, 직원들은 사진을 찍는다고 난리였다.

몇몇 나이 들고 배 나온 남성의원들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혀를 찼다.

"말세다, 말세. 신성한 국회에서 대체 이 무슨 소란인지."

"여기가 입법부인지 부산 영화제인지 참나 구별이 안 가네."

"초선 의원이 겁도 없이 슈퍼카를 끌고 와? 참 개념이 없구먼."

"저, 의원님. 근데 저 차가 280억원짜리라고 합니다. 주문제작이라 딱 한 대뿐이라고……."

"뭐야? 280억?"

어디 초선 따위가 외제차를 타고 출근하느냐! 라고 마음으로 호통을 치던 의원들은 깜짝 놀랐다.

기껏해야 수억 원 정도인 줄 알았는데, 280억 원짜리 자동차라니.

갑작스럽게 겸손해지고 싶은 욕구가 찾아왔다.

'그, 그래 봐야 국회에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우리 당에서 끌어들여야 할 텐데. 당 지도부가 잘 할 수 있을지.'

'입당시키기만 하면 대박인데. 근데 입당 안 하려고 하겠지?'

'설마 본인이 직접 창당하는 거 아니야?'

창당.

충분히 가능성 있다.

로한의 인기는 다른 299명을 다 합친 것보다 훨씬 압도한다. 대통령 설문조사에서 75%가 나온 것만 해도 파괴적이다.

대선 출마가 가능했다면 80% 이상도 충분히 찍었을 것이다.

출마가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팬심으로 찍은 사람들이 압도적일 테니까.

여성 의원, 여성 보좌관은 물론이고 비교적 젊은 남성 의원과 보좌관, 그리고 일반행정 직원들은 이미 로한한테 완전히 빠져버린 표정들이었다.

보좌관 단톡방은 여전히 폭발 중이었다.

[아, 로한 의원님 보좌관으로 들어가고 싶다.]

[경쟁률 치열하겠죠? 여성 보좌관은 아무래도 안 받아주시려나?]

[구설수에 오를까 봐 오히려 여성보좌관은 안 받아주지 않을까요?]

[그것보다는 넋 빠져서 얼굴만 보느라고 업무 못 해낼까 봐 안 받아 줄 거 같은데요.]

[글쎄요. 안드로이드 프리덤 5기나 끌고 온 걸 보면 굳이 보좌관이 필요 없을 수도 있죠.]

[그나저나 로한 의원님, 상임위원회는 어디에 들어갈까요?]

[천재 과학자이시니까 과방위에 들어가시지 않을까요?]

[문체위도 겸직하실 거 같은데. 청담이 가슴으로 낳은 톱스타잖아요.]

[농해수위, 산자중기위도 가능성있죠. 둘 다 로한 의원님과 관련성이 매우 깊습니다.]

[복지위, 환노위도 가능하죠. 최신 의료기술과 메탄 포집 기술을 만드신 분인데.]

[해상교량 근본기술을 만드신 분입니다. 국토위도 가능성 높아요.]

[하수영 의원님이 해군원수이시니까 국방위를 우선하지 않을까요?]

[그냥 여가위 빼고 모든 위원회에 들어가셔도 될 거 같은데. 전부 관련성이 깊잖아요.]

[상임위마다 로한 의원님 끌어들이려고 지금 눈치 싸움이 치열하대요.]

[대박. 보통은 어떻게든 자리싸움하려고 치고받고 싸우는데 자리를 내주지 못해 안달이군요.]

***

로한은 출근 첫날부터 국회에 신선한 대폭발을 일으켰다.

나이 먹은 남자 의원들은 원래 그를 꺼려 하는 쪽이었고, 그 외에는 하나같이 그를 반기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로한의 실물을 바로 코앞에서 본 국회의원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하나같이 큰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생길수가 있는 거지?"

"그냥 우리와는 종 자체가 다른 거 같은데."

"TV로만 봤을 때는 몰랐는데 기럭지가 말도 안 되는구나……."

"저렇게 잘생길 수 있다는 게 가능해요?"

"얼굴과 몸만 섹시한 게 아니에요. 진짜 섹시한 건 바로 뇌라구요, 뇌."

톱스타 여배우들도 안달이 나서 먼저 달려드는 인물이다.

비주얼도 비주얼이지만, 자타공인 세계 최강의 천재 과학자라는 타이틀까지 들고 있으니, 그 희소성은 무지막지하다.

로한이 입성하기 전까지만 해도 다소 권력 구도에 떨떠름했던 이들은, 실제로 로한의 실물을 접하게 되자 그런 마음이 싸그리 없어지며 한없이 공손해졌다.

국회 제1회의장.

주로 본회의장이라 불리며, TV에서 국회의원 전원이 법안 통과를 가지고 본회의를 여는 곳이다.

보통 고참 의원들이 주로 앉고, 초선이나 2선들이 주로 앞쪽에 앉는다.

즉 앞쪽 라인은 짬이 찰수록 기피하게 되는 자리였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다들 맨 앞줄에 앉은 로한과 어떻게든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선수가 높은 의원들이 오히려 앞쪽에 앉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통상 0.1%의 시청률을 찍는 국회방송이 실시간 시청률 1위를 찍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국회 생중계 UCC 채널들도 시청자들이 몰려들었다. 심지어 해외 시청자들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 됐고 로한 얼굴이나 비추라고!

-회의에 집중하는 모습도 너무 섹시해. 아아!

-로한이 있으니까 다른 의원들이 왜 이렇게 찐따 오징어처럼 보이냐…… 나만 그럼?

-로한 의원은 무조건 결근 없이 본회의장에 출석하도록 법을 만들어야 해요.ㅜㅜ

-그럼 영화는 언제 찍으라고?

국회의장은 느꼈다.

의원 대부분이 회의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모든 이들의 신경이 로한 의원에게만 쏠리고 있었다.

심지어 발언석에서 차례차례 발언하는 의원들도 틈나는 대로 로한의 얼굴을 훔쳐본다.

어떤 40대 여성 의원은 원고를 읽다 말고 로한을 훔쳐보다가, 로한이 싱긋 웃어주자 그만 온몸이 굳어지며 30초 넘게 말을 잇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차라리 애들 동네 야구에 사이영상투수가 끼어들어도 이보다는 낫지 않을까?

'초선 한 명 때문에 299명이 전부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역시 외모가 깡패라는 걸, 7선의 경험을 가진 의장은 다시 한번 느꼈다.

정치인에게 있어 깔끔한 외모는 좋은 이미지 구축에 매우 중요하다.

무능하고 부패해도 외모가 반듯하면 정치 저관여층은 쉽게 끌리게 된다.

'저런 얼굴 가진 배우가 국회:원을 한다는 건 너무 반칙인 거 같은데…….'

점심시간.

평소 의원식당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는 의원들까지 우르르 몰려들었다.

로한을 보기 위해서였다.

다만 본회의장 때와는 달리, 로한의 일정 범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는 게 오히려 부담스러워서 암묵적으로 합의가 된 것이다.

그런데 로한은 1인분이 아니라 10인은 족히 되어 보이는 양을 먹고 있었다.

'어쩜 저렇게 식욕도 왕성하신지…….'

'역시 뇌 활동이 왕성하신 분이라서 식사량도 대단하시구나.'

'아, 미칠 거 같아. 국 드시는 모습도 어쩜 저렇게 섹시한 거지?'

그때였다.

국회의장이 보란 듯이 무리를 헤치고 나가서 로한의 맞은편에 식판을 내리며 앉았다.

"로한 의원님. 어때요, 밥은 먹을 만합니까?"

"네. 딱 먹을 만한 수준이군요. 그래도 에너지를 채워야 하니까 먹습니다."

"하하, 로한 의원이라면 삼시 세끼호텔 풀코스만 먹을 테니 의원식당수준은 눈에 차지 않겠습니다 그려."

"호텔 풀코스도 별로입니다. 저는 하수영 교관님 가게에서 먹는 게 가장 맛있습니다. 그래서 식사를 주로 거기서 해결합니다."

"오, 그래요? 언제 나도 한 번 방문을 해야겠군요."

뒤에서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바로 코앞에서 보고 있으니까, 정말 말도 안 되게 잘생겼다.

오래 정치 활동을 하면서, 무수한 연예인들을 코앞에서 봐왔었다.

하지만 로한은 그들과는 전혀 다른 위압감을 갖고 있었다.

'프리덤, 반도체, 반수성 금속처리, 메탄 포집 장치, 핵융합, 청담스코프, 레일건…….'

그 모든 게 이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는 사실 때문일까.

"혹시 들어가고 싶은 상임위가 있습니까? 보통은 소속당에서 그런 걸 챙겨주는데, 아무래도 무소속 초선이다 보니 의장인 내가 나서줘야 할 거 같아서요."

"국방위와 농해수위를 원합니다."

국방위원회, 그리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이름만 봐도 하수영과 연관이 매우 깊은 상임위다.

의장은 직감했다.

이것은 로한이 아니라, 하수영의 의지일 것이라고.

'거참, 도대체…….'

그래서 이해가 안 갔다.

로한은 혼자서도 얼마든지 하수영의 위치를 누릴 수 있을 텐데, 그 모든 것을 하수영한테 양보하고 있지 않은가.

신고재산 내역을 보면 참으로 간단하다.

지금 거주하는 청담동 집도 월세이며, 몇 대의 차량이 전부다. 현금도 출연료로 받은 수억 원 정도가 전부.

하다못해 서진파운드리 지분 1좌도 없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편안하게 이야기하십시오. 내 의원실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의장님, 살짝 양해를 구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요."

"편히 말해요. 편히."

성별을 떠나서 폭력적인 비주얼을 가진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너그러워지게 되는 것이 진리.

"국회의원들은 국산 차를 선택하는 게 관례라고 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관례지요. 법으로 정해둔 건 아닙니다. 유권자 눈치가 보이니 다들 그러는 거지요. 그런데 로한 의원은 유권자 눈치를 볼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유권자가 오히려 눈치를 보는 대스타인데.

막말로 로한이 미국으로 돌아가 버리면 그 자체로 막대한 국부 유출이다.

"감사합니다. 저도 그런 법은 없는 걸로 알아서 편히 생각을 했는데, 혹시라도 문제가 될까 봐 걱정했습니다. 안살린 교수님이 당선 선물로 주신 건데, 출퇴근할 때 다른 차를 이용하면 모욕이 되지 않겠습니까?"

세계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유가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안살린 덕분.

의장은 자기 멋대로 로한의 말에 담긴 정치적 의도를 해석했다.

'슈퍼카 타고 출퇴근한다고 손가락질하는 건, 6조 달러의 자산가를 모욕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뜻이군.'

안살린이 변덕이라도 부리면, 한국의 유가는 한순간에 세계화된다.

망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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