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148화 (1,148/1,270)

프랜차이즈 갓 1148화

267장 청담이 마음으로 낳은 대스타 (2)

로한은 여의도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자, 동시에 모든 이슈를 폭발시키는 빅뱅으로 자리 잡았다.

국회 정문에는 평소에도 로한을 보기 위한 팬들이 수천 명 이상이 몰려들어 있었다.

팬들은 젊은 여성이 제일 많긴 했지만, 남성 팬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외국에서 온 팬들도 상당수 있었다.

로한은 출퇴근을 할 때마다 한 번씩 차에서 내려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그럴 때마다 팬들은 자지러지게 비명을 질러댔다.

지구에서 가장 섹시한 외모와 두뇌를 가진 남자.

로한은 국회에서 드높은 인기를 누렸으며, 특히 중년 여성 의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드높았다.

장성한 자녀까지 있는 중년 여성의원들이 로한과 법안회의 자리를 갖기 위해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곤 했다.

로한 개인이 가지는 가치 외에도 하수영이라는 뒷배경을 바라보고 접근하는 의원들도 상당했다.

그리고 팬들이 기어코 해냈다.

[로한의 빠른 대통령 출마를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통령 피선거권 변경을 위한 개헌과 공직선거법 개정 요구, 서명에 500만명 동의!]

[청와대와 국회 사이트는 넘쳐나는 입법 청원으로 몸살 중.]

현재 헌법과 공직선거법 때문에 로한은 만40세까지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또한 대통령은 5년 단임제로 시행되고 있다.

팬들은 나이를 낮추고 중임제를 요구하는 개헌의 500만 동의를 기어코 만들어내고야 말았다.

-우리는 단일 유권자다. 신성한 로한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법 개정을 진행하지 않을 시, 반대하거나 찬성하지 않은 의원들의 명단을 모조리 추려내서 영원토록낙선 운동을 벌일 것이다.

-에릭 로한이 지금까지 한국에 기여한 것은 그 어떤 정치인이나 기업과도 비교할 수 없다. 로한은 현대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운 국부나 마찬가지다.

-로한이 대한민국 경제와 위상 부흥에 기여한 가치는? 적어도 10조달러 이상으로 잡아야.

-로한이 하루빨리 대통령이 돼서 4년 4연임 16년 정도를 해줘야 나라가 부강해질 거 같다. 국회의원에 썩히기에는 너무 아깝다.

-로한 다음에는 그럼 하수영 원수님이 대통령이 되는 건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웅장해졌어…….

처음 시청률 1위를 찍은 이후에도, 국회방송은 꾸준히 10%대를 달성하고 있었다.

물론 24시간 찍는 시청률은 아니고, 본회의 등 로한이 등장할 때 보이는 시청률이었다.

이렇게 되자 황금시간대를 노린 광고주들이 돈을 싸들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전과는 말도 안 되게 광고료 수익이 올라가자 국회사무처는 당황했다.

"기업들이 지금 제정신인지 모르겠습니다. 국회방송에 광고료를 이렇게나 주겠다고요?"

"0이 2, 3개는 더 붙었어요…….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광고료…."

"이러면 로한 의원님한테 수익 배분이라도 해드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하다못해 로열티라도 지급을 하는게……."

광고료가 폭증한 것은 100% 로한 덕분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나저나 로한 의원님, 정말 창당을 할까요?"

"아직은 그런 낌새는 없던데."

"초선인데 벌써부터 그렇게 움직이 지는 않을 거예요. 일단은 자기 존재감을 국회 안에 널리 퍼뜨리는 데 주력하겠죠."

"이미 더 이상 퍼뜨릴 존재감도 없는 거 같던데. 지금 당장 창당해도 80석 이상은 끌고 갈 거 같던데."

로한이 창당을 한다면, 당장 그를 따라 당적을 옮길 현역 지역구 의원들의 숫자만 80명 이상이었다.

이것도 대놓고 확실한 숫자만 따진 것.

대세를 잘 살리면 100석 이상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재벌 기업들이 그렇게 여의도를 장악하려고 애를 썼어도 번번이 실패했는데, 수영그룹은 그냥 로한 카드로 한 방에 해치울 기세네요."

재벌 기업은 정치인 개개인은 단단히 단속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정당, 나아가서 국회 자체를 장악할 수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국회라는 조직 자체는 자본권력에게 순순히 정치권력을 넘겨주지 않는다.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으면서 이용하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일찍이 모 재벌 회장이 더러워서 직접 정치를 하겠다고 출마했었다가, 차후 극심한 정치 보복을 받은 것만 해도 여의도의 생리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들도 로한이라는 카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안녕하신가요, 로한 의원님."

"정희태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지금 식사하러 가는데 같이 가시겠습니까?"

"그래요. 나도 마침 배고픈데 같이 갑시다."

로한은 국회 내에서 언제나 사람들을 이끌고 다녔다.

그것은 핏이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광경이었다.

현역 의원, 행정직원, 보좌관 등등 직종을 가리지 않고 많은 이들이 그를 따랐다.

뿜어내는 포스만 보면 마치 제1정당의 당대표라도 되는 듯했다.

무소속 초선의원이 국회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는 게 당연한 상식이었다.

하지만 로한은 그런 상식을 아주 가볍게 깨뜨렸다.

그는 취임한 지 일주일도 안 돼서 법안을 제출했다.

발의에 필요한 현역의원 동의를 단숨에 얻어낸 것이다.

그리고 그가 제출한 법안은 농해수위 상임위원회의 심사대에 올랐다.

로한은 위원 중 일인으로서 자신의 법안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앞으로 수출 식품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소득세 일체를 면제해야 합니다."

현재 농축수산물 판매는 얼마를 벌든 소득세를 물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가공해서 유통할 경우에는 소득세는 물론이고 부가세도 당연히 붙는다.

쌀이나 고기, 생선은 1조 원어치를 팔아도 일체의 세금이 면제지만.

그것으로 인스턴트 식품이나 도시락 판매, 식당에서 조리를 할 경우에는 소득세와 부가세 모두가 붙는다.

수출의 경우도 마찬가지.

수영양식장에서 참다랑어를 수출할 경우에는 소득세와 부가세가 면제지만, 통조림으로 가공해서 유통하거나 수출할 경우에는 소득세는 내야 한다.

"앞으로 현대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식량 결핍 사태가 올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미 그 조짐은 시작되었고,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근거는 있습니까?"

"있습니다. 여기 화면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복잡한 그래프와 수식, 논문 등의 자료들이 빔 스크린에 휘리릭 떠올랐다.

"온실가스 농도와 지구 평균 기온 상승, 그에 따른 식량 생산율 감소를 지난 20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입니다."

"……."

솔직히 말해서, 의원들은 봐도 뭐가 뭔지 전혀 몰랐다.

다만 모른다는 티를 내면 안 될 것 같아서 필사적으로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다.

"지난 5년 동안, 식량 생산 효율은 급격하게 감소했습니다. 미국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여기에는 기후 변화뿐만 아니라, 변한 기후로 인해 이상 해충들의 출현 역시 크게 기여했습니다."

다음으로 장수말벌로 인한 꿀벌 개체 수의 감소율, 붉은불개미의 서식지 확장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증가율 등이 나타났다.

"꿀벌 감소로 인해 미국의 아몬드농가는 처참할 지경으로 몰락했습니다. 지금 시중의 아몬드 가격은 예전에 비해서 최소 5배 이상으로 증가했습니다. 아몬드 농가들이 나무를 베어내고 작물을 바꾸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의원들은 조금 심각한 표정이 되어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작년, 일본의 벼 농가들은 쌀 생산율이 전년도의 15%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허어. 그 정도입니까?"

"용케 아무 문제가 터지지 않았군요."

"수영농장에서 쌀 수입을 한 덕분입니다. 그리고 일본은 올해 쌀농사도 슈퍼 붉은불개미 때문에 큰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로한은 대략적으로 전 세계적인 식량 생산 추이 감소를 보여주었고, 그 수치는 충격적이었다.

"이대로 가면 미국 내에서도 10년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올 만큼 식량 상황이 처참해지게 됩니다. 우리 역시 그런 미래를 대비해야 합니다."

"수출 식품에 대한 완전 면세가 적절한 대비책이 되어줄 수 있겠어요?"

위원장이 물었고, 로한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이미 프랑스는 같은 취지의 법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오, 프랑스도 이미."

"역시."

"사실 프랑스 농부들 입장에서 당장은 의미가 없는 법안입니다. 왜냐면 프랑스는 지금 적극적으로 식량수출을 통제하고 있으니까요."

"으음."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식량 수출을 통제 중입니다. 미국과 남미 국가 정도만 열심히 식량을 수출하고 있지요."

식량이 남아도는 것도 있지만, 식량을 판매하지 않으면 경제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작정 비축한답시고 그 많은 식량을 정부가 모두 수매해 줄 순 없는 노릇이니.

"젊은 청년들이 농업과 축산업, 양식업을 하겠다고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들을 지원하는 게 바로 식량강국이 되는 길입니다."

취지는 좋다.

하지만 이 법안으로 인해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것은 수영식품그룹이 될 것이다.

평소 꼬장꼬장한 성격의 부위원장이 삐죽이듯이 태클을 걸었다.

"거, 로한 의원. 너무 대놓고 수영그룹을 밀어주는 거 아니오?"

그러자 로한은 그를 빤히 바라봤다.

조금 차가운 그 눈빛을 국회방송카메라맨은 놓치지 않고 잡아냈다.

UCC 생중계 채널에서는 시청자들의 환호로 댓글이 폭발했다.

"아무리 수영그룹 사람이라지만, 이런 식으로 노골적으로 밀어주는 것은 정치적으로 금기시된 일이다, 이 말입니다."

"수영식품그룹이 가공식품 수출로 올리는 매출은, 전체 식품 매출의 1%도 채 되지 않습니다."

"……뭐, 뭐요?"

"이 법안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것은 바로 국내 중소형 식품가공 업체들이 될 겁니다. 수영그룹은 이런 법안으로 이익을 보느니, 차라리 F-22 전투기 구매를 취소하는 게 10만 배는 더 나을 겁니다."

생중계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댓글이 폭발했다.

-꼰대 아저씨 되도 않는 소리 했다가 시원하게 격-침.

-ㅋㅋㅋ 로한 의원님 말이 맞지. 하수영 원수님이 돈만 생각했으면 전투기 기부를 애초에 안 했다.

-수영 병원선 3척 돌리면 매년 적자가 조 단위야. 돈만 생각하면 이런 얼척없는 법안보다는 그냥 자선 활동 줄이는 게 나음.

-하여튼 국개놈들은 꼭 자기 기준으로만 생각한다니까.

로한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아무 말도 못 하는 부위원장을 똑바로 쳐다보다가, 다른 위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의원님들,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공급 대비는 이미 늦었습니다. 늦은 만큼 더 처절하고 과감하게 나서야 합니다. 이는 포퓰리즘성 정책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식량패권국이 되기 위한 위대한 첫걸음이 될 겁니다."

농해수위는 별다른 진통 없이 심사를 마쳤고, 로한의 1호 법안은 본회의 상정을 앞두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열린 본회의에서, 로한의 1호 법안은 찬성 250, 반대 0, 기권 39, 불참 11로 통과되었다.

***

로한이 동료 의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부탁은 바로 보좌관 꽂기였다.

법으로 정해진 9개의 보좌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동료 의원들의 눈치 싸움은 실로 치열했다.

"로한 의원님. 내 딸이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임상기 캠프에서 행정 업무도 잘 해냈는데, 혹시 9급 비서로 쓸 생각 없나요?"

"우리 5급 선임 보좌관 하나가 짬이 찼는데 만년 5급에만 머무르고 있어요. 올려주고 싶은데 지금 있는 4급 친구들을 자를 순 없고. 혹시 4급 수석으로 데려다가 쓸 생각이 없나요?"

"로한 의원님. 보좌관 안 필요하십니까?"

"제가 일 잘하고 싹싹한 친구들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6급에서 인턴까지 소개가 들어오는 보좌관 희망자들이 대부분 여자들이었다.

희망자 대부분은 그 배경이 심상치 않았다.

대부분 중진 의원을 가족으로 두고 있는 등 정치적인 배경이 상당했다.

"프리덤, 교관님의 지시는?"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 보좌관 추천을 받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십니다. 어차피 의원 업무는 모두 투명하게 진행하니, 감출 것도 없지요.」

"그런데 이거 의도가 너무 뻔한데. 보좌관 소개가 아니고 중매 강요나 마찬가지다."

「그건 해결 방법이 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