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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149화 (1,149/1,270)

프랜차이즈 갓 1149화

267장 청담이 마음으로 낳은 대스타 (3)

박지효.

로한 의원 사무실 9급 비서로 출근하게 된 그녀는 첫날부터 싱글벙글 가슴이 들떴다.

로한의 보좌관이 되기 위한 경쟁은 매우 치열했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9급 비서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나도 어디 가서 꿇리진 않지.'

거울 속의 화장한 자신의 모습에, 박지효는 강한 자신감을 품었다.

그녀의 부친은 여당의 당 대표를 지낸 원로이며, 지금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계에 끼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대학에서부터 여의도 진출을 위해 탄탄하게 미래를 관리해왔다.

국회의원 보좌관으로서 충분한 경험을 쌓고, 아버지의 휘광을 토대로 지역구 공천을 받아 당당한 초선 의원이 된다는 전개를 차근차근 밟아왔다.

이제는 한 가지 중대한 목표가 추가되었다.

로한 의원과 좋은 사이를 유지해서 미래로 향한 길을 더욱 탄탄하게 다지는 것이다.

잘만 하면 혼인이라는 동맹으로 묶일 수도 있고……

'그래. 우리 집안 정도면 절대로 꿇리지 않아.'

돈은 사실 로한에 비할 바가 안된다.

하지만 대를 이어 쌓아온 정치적 자산은 막대한 가치가 있다.

그녀의 집안은 로한과 하수영한테 결핍된 것을 정치적 영향력이라고 보았다.

'그러니까 로한이 직접 국회까지 들어온 거겠지.'

재력 차이가 어마어마하지만, 꼭 재력이 비슷해야만 결합을 하던가?

아니다. 서로에게 부족한 것으로 채워줄 수 있으면 그게 바로 궁합이요, 천생연분 라는 것이다.

박지효는 국회에서 슬쩍 봤던 로한의 얼굴을 떠올리자 가슴이 쿵쿵쿵 뛰었다.

그런 미남과 결혼을 할 수만 있다면…….

출근을 하기 전, 부친이 찾아와서 당부했다.

"지효야. 내가 한 말은 잘 기억하고 있지?"

"그럼요. 아빠."

"로한이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을, 우리 집안은 안겨줄 수 있다. 그 점을 넌지시 흘리되, 절대로 노골적이거나 강압적이어서는 안 된다."

"아빠는 참. 어떻게 그런 사기적인 얼굴 앞에서 강압적이 될 수 있겠어요?"

"너무 노골적으로 굴까 봐 걱정이지."

"아이 참……."

"지금 국회에 있는 여자란 여자들은 모두 상사병에 빠졌어. 나이, 결혼 유무를 떠나서 하나같이 로한앓이를 하고 있으니. 네가 그 앞에서 제정신을 유지 못 할까 봐 난 그게 걱정이다."

"걱정 마시라고요."

로한이 가질 수 없지만, 자신들의 집안이 줄 수 있는 것.

바로 대통령 자리다.

아직 20대인 로한한테 만40세는 까마득한 미래로 보일 것이다.

그가 빨리 대통령이 되려면 개헌과 공직선거법 개정을 해야 하고, 박지 효 가문은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이 충분했다.

그리고 법만 바꾼다고 대통령이 되나?

결국 로한은 정치 거물들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자신의 가문이 그 파트너가 될 것이다.

"하수영 의원이 겨우 국회의원이나 하라고 로한을 여의도로 보내지 않았을 거야. 분명히 대통령까지 기획하고 있을 거다."

십수 년을 앞당길 수 있다면, 하수영도 이쪽을 달리 보게 될 것이다.

"만약 우리 집안과 맺어지지 않으려 하면 어떡해요?"

"알려줘야지. 우리를 선택하지 않고서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걸."

박지효는 자부심을 가졌다.

그래, 다른 건 몰라도 여의도에서만큼은 하수영도 어쩔 수 없다.

"너 정도면 외모도 상당히 괜찮은 편이니, 로한 의원도 진지하게 저울질을 할 거다."

"그럼요. 국회에서는 제가 제일 낫죠."

근거 없는 자부심이 아니라, 박지효는 국회에서 제일 예쁘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예쁘지, 학벌 좋지, 집안도 튼튼하지, 그래서 그녀를 노리는 야심 가득한 젊은 정치 꿈나무들도 득실거렸다.

"다녀오겠습니다."

"언제나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네."

***

꾸민 듯 안 꾸민 듯 빡센 메이크업 무장을 한 그녀는 당당히 의원 사무실에 들어섰다.

로한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웬 여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뒤태가 왠지 예사롭지 않다.

정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늘씬한 여리여리함이 반듯한 옷태를 뚫고 나온다.

박지효는 묘한 경계심을 품은 채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9급 비서로 일하게 된 박지효입니다."

순간 여자가 등을 돌렸고, 박지효는 머리에 돌이 쿵 하고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너, 너무 예쁘잖아!'

여자는 말도 안 되게 예뻤다.

연예인인가 싶을 정도, 아니 저건 분명히 연예인이어야 했다.

오늘 자신감 넘쳤던 자신의 비주얼을 한순간에 오징어로 만들어버리는 사기적인 외모에, 박지효는 가슴이 세게 쿵쿵 뛰었다.

저런 여자가 왜 의원사무실에 있지?

"어머, 안녕하세요. 저는 인턴으로 일하게 된 윤희주라고 해요."

"인턴…… 이요?"

"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박지효비서님."

여자가 일어나서 생긋 웃으며 목례했다.

가까이에서 맞닥뜨리니 키가 무척 컸다.

자신은 굽 6㎝짜리 힐을 신었는데도, 편한 신발을 신은 그녀를 올려다봐야 했다.

박지효는 정신 바짝 차리라는 부친의 당부를 순간 까먹어버렸다.

"저기 혹시…… 키가 어떻게 되시나요?"

"173㎝인데요."

싱긋 웃으며 대답을 해준다.

왜 그런 걸 묻느냐는 의아함도 없이, 그저 딱 키만 대답해 준다.

이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듯한, 강자만이 품을 수 있는 노련한 여유가 느껴진다.

'미쳤어. 나보다 10cm 가까이 크잖아? 근데 얼굴은 또 왜 저리 작은 거야…….'

"아, 하하, 그런데 미모가 장난 아니시네요. 연예인을 하셔도 될거같은데."

"연예인, 잘 안 되더라고요. 만년 지망생만 하다가 결국 포기했거든요. 하아……."

"네? 정말 지망생이었어요? 그럼 로한 의원님과는 어떤 사이……?"

"같은 소속사인데 제가 존경하고 따르는 분이에요. 데뷔 무산되고 방출될 상황이라 앞으로 막막했는데, 취직시켜 주신다고 하셔서 왔어요. 근데 국회의원 인턴 비서인 줄은 몰랐네요."

그때였다.

"희주 왔구나."

"어머, 오빠."

"여기서는 의원님이라고 불러야지. 아니면 영감님이라고 하던가."

"아, 너무 어색해요. 호칭이 입에 안 붙을 거 같은데. 제가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구요."

"인턴은 잔심부름 위주로 하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연예계 활동 하면서 눈치는 많이 단련했잖아. 잘할 거야."

"눈치는 자신 있죠! 그런데 활동을 한 건 없고 준비와 연습만 했는데요."

분위기를 보니까 하루 이틀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다.

박지효는 온몸에 힘이 쫙 빠지는 걸 느꼈다.

'둘이 잤을까? 안 잤겠지? 설마 그렇고 그런 사이인데 인턴으로 들일리가 없잖아?'

둘이 안 잤을 거다. 아니, 안 잤어야만 한다!

박지효는 어지러움이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가 가장 분했던 것은, 마주 보고 웃는 로한과 윤희주의 비주얼이 무척 잘 어울려 보였다는 것이다.

냉정하게 보면, 윤희주도 로한에 비하면 비주얼이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박지효에 비하면 월등히 우월한 비주얼이다 보니, 그녀는 둘이 잘 어울린다는 분함에 끝없는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연예 지망생 출신을 대체 왜 의원 사무실에 끌어들인 걸까?

그 이유에 대한 자문자답이 상상속에서 끝없는 추락을 반복했다.

박지효는 그래도 혼자가 아니었다.

줄줄이 의원 사무실에 출근한 여성보좌관들은 윤희주 앞에서 사정없는 맹폭격을 당했다.

그 어떤 빈정거림도, 고의적인 말찌검도 없지만, 그것은 분명한 폭력이었다.

4명의 남자 보좌관들도 윤희주 앞에서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 연예인 지망생이셨구나. 어쩐지 포스가 장난 아니었어요. 아이돌이었나요?"

"네. 근데 전 아이돌하고 안 맞다고 생각해서 배우 하려고 했는데, 회사에서 강제로 아이돌 시켰어요. 모델돌 컨셉으로 가자나 뭐라나. 그거 안 먹힌다는 거 다 아는데."

"아, 안 먹힙니까?"

"여자 아이돌은 너무 키가 크면 위압감 느껴진다고 남성 팬들이 부담스러워 해요. 결국 데뷔도 못 하고 묻혔죠, 뭐."

여배우급 비주얼에 173이라는 늘씬한 키와 환상적인 비율 덕분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윤희주 인턴을 만나러 오는 남성 의원, 남성 보좌관들이 줄을 이었다.

나름 외모에 자신 있고, 또 정치적 배경으로 로한의 마음을 손에 넣어 보려던 여성 보좌관들은 한없이 위축되었다.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윤희주와 나란히 있으니 거울 속의 자신이 너무나 못나 보였다.

윤희주는 배경 좋은 여성 보좌관들이 감히 끼를 부리지 못하게 하는 절대결계로 작용했다.

***

윤희주는 사실 아이돌 지망생이 아니라 신인 여배우였다.

데뷔를 못 했으니 정확히는 지망생.

스펙도 좋고 연기력도 괜찮았지만, 카메라 공포증 때문에 번번이 실패했다.

연습할 때에는 감정이 잘 잡히는 데, 카메라만 들이대면 굳어버리는 것이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꿈을 포기하려던 그녀에게 프리덤이 손을 내밀었다.

「수영그룹에서 주인님을 원합니다. 고액알바 한 번 하시지 않겠습니까?」

고액알바라고 해서 스폰서나 그런걸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로한의 의원사무실 인턴으로 취직하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남자로 손꼽히는 그 로한 말이다.

그녀는 뛸 듯이 기뻐서 거래를 받아들였고, 로한과 자연스럽게 합을 맞췄다.

촬영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곳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불여우들을 탱킹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로한 앞에서 부끄러워지고 무방비로 해제되려는 자신을 억누르는 것이었다.

"오늘 잘했어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주면 됩니다."

의원 식당에서 단둘이 마주 보고 식사를 할 때, 로한이 작게 말했다.

어떻게든 합석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주저한다.

선남선녀 의원과 인턴이 나란히 식사하고 있으니, 평소처럼 용기를 내는 인물이 없다.

"그런데 정말 이 정도로 연봉 5억을 주시는 건가요?"

"출연료라고 생각하세요."

"출연료라니……."

뭔가 진짜 배우로 데뷔한 것만 같은 느낌에 기분이 좋았다.

괜한 망상이 뭉게뭉게 솟아오른다.

이렇게 매일 가깝게 붙어 있다가, 로한과 정이 들어버리면 어떡하지하는.

이미 하루 만에 자신은 그에게 푹빠져버렸다.

어째서 내로라하는 톱스타 여배우들이 로한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지 알 듯했다.

그의 겉모습은 섹시하다.

하지만 속은 훨씬 더 섹시하다.

눈빛으로 스크린을 찾는 관객들을 휘어잡고, 명석한 두뇌로 전 세계 경제를 휘어잡는 인물.

도무지 빠져들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저어, 의원님. 의원님은 취미가 뭐예요?"

"취미라. 요즘에는 우주선을 설계하고 있어요."

"우, 우주선 설계요?"

"네."

"와아, 그럼 다음에는 우리나라가 막 혼자 힘으로 인공위성도 쏘아 올리고 그렇게 되는 거예요?"

"그건 이미 항우연에서 해냈죠."

"항우연이 뭐예요?"

그녀는 괜히 부끄러워하면서 물었다.

우주선은 전혀 모르지만, 오늘부터 당장 집중공부를 해야겠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를 관리하는 우주연구소입니다."

"아아! 나로우주센터! 들어봤어요!"

진짜 들어만 봤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고 데뷔만 열심히 준비했던 그녀는 우주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일단은 화성탐사선을 설계 중인데, 지금 마무리 단계라서 곧 끝납니다."

"아! 화성! 그럼 영화 마션처럼 이제 우리나라도 화성에 기지 세우고 그러는 거예요?"

"할 순 있죠. 필요도 있을진 모르지만."

취미가 우주선 설계인 미남 배우겸 국회의원이라니!

윤희주는 이 말도 안 되는 매력 희소성에 정신이 아득해질 것만 같았다.

***

윤희주는 의원사무실 업무는 전혀 몰랐다.

애초에 단 한 번도 국회의사당에서 일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새 인생을 찾은 그녀는 짝사랑하는 젊고 잘생긴 톱배우 겸 국회의원인 로한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열심히 궁리했다.

계획을 세운 그녀는 로한의 허락을 받고, 알고 있는 CVN케이블 피디를 찾아갔다.

"피디님, 오늘은 윤희주가 아니라 로한 의원 사무실 인턴 자격으로 온 거예요."

"야, 그렇게 말하니까 왠지 긴장되잖아."

"우리 로한 의원님 모시고 인터뷰하나 찍어볼까 해서요."

"아, 그런 거면 우리도 당연히 환영이지."

"잊지 마세요. 포인트는 '톱배우 로한'이 아니라 '취미로 배우와 정치를 하는 천재 과학자' 예요."

"오. 그거 꽤 괜찮은데?"

"촬영은 의원사무실에서 할 수 있죠? 국회의원이라는 느낌도 좀 집어넣고 싶은데. 제가 기획은 대략 짜왔어요."

그리하여 최초의 로한 단독 인터뷰 20분짜리 컨텐츠가 만들어졌고, CVN 영화 채널에 방영일이 잡혔다.

-로한 님은 요즘 공직 수행 중이잖아요. 그럼 당분간 스크린에서는 못 보는 건가요?

-회의 출석은 아무래도 직접 움직여야 해서요. 하지만 출연 비중이 낮다면 주말이나 여가 시간을 이용해서 촬영이 가능할 거 같습니다.

-여기저기서 로한 님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시리즈를 기획한다는 말이 있던데, 투자자와 감독들이 아쉬워하겠어요. 그나저나 공직 수행을 하면서 스트레스는 받지 않나요?

-스트레스는 누구나 받죠. 적절한 취미로 해소하고 있습니다.

-취미가 뭔지 궁금한데요. 말해줄 수 있나요?

-우주선 설계입니다. 이제 다 끝나서 만들기만 하면 되는데,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설계도는 방치 중이네요.

본방 사수 중이던 팬덤은 난리가 났다.

취미가 우주선 설계인 꽃미남 배우겸 국회의원이라니!

도저히 중첩이 될 수 없는 것들이 한 사람에게 집중돼버리니, 팬심이 더욱 폭발했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도 난리가 났다.

"이번에는 우주선이라고? 설계 끝나서 만들기만 하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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