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157화 (1,157/1,270)

프랜차이즈 갓 1157화

269장 호미에서 우주까지 (1)

갑작스럽게 공표된 발사 결정에,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일순간 멈췄다.

평범한 로켓 발사가 아니었다.

달에 착륙하는 우주선이다.

이 탐사가 안전하게 성공하면, 그 다음에는 사람이 타고 달에 내린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달에 사람의 발자국을 남기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이런 중대한 발표를 왜 갑자기 2시간 전에 하는 거지?

-몰라. 그냥 즐기기나 해. 봉황의 뜻을 파리가 어찌 알리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달 탐사 발사였다.

심지어 러시아도 잠시나마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느슨히 할 정도였다.

일본과 중국 언론은 침묵했고, 유럽은 겉으로는 축하를 보냈으며, 미국은 절대로 실패할 리가 없는 발사라며 확성기를 떠들어댔다.

-달 탐사선치고는 발사체의 크기가 지나치게 작은데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입자집합명령 연료탱크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훨씬 더 많은 연료를 겨우 직경 1미터짜리 탱크 안에 욱여넣을 수 있죠.

-연료 저장 공간은 직경 20㎝ 정도지만, 무게를 버티기 위해 나머지 탱크 외벽을 아주 두껍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인류 최초의 핵추진 로켓, 아니, 핵융합 추진 로켓을 단 탐사선이 이제 발사까지 겨우 10분을 앞두고 있습니다.

-핵융합 로켓이 재래식 로켓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일단 속도죠. 핵융합 로켓은 재래식 로켓보다 3배에서 7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지금 기술로는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데 7개 월이 걸리지만, 핵융합 로켓은 1개 월까지 단축할 수 있어요.

-그리고요?

-재래식 발사체들은 등유를 연소시켜서 추진력을 얻습니다. 하지만 핵융합 로켓은 수소가스를 뜨겁게 팽창시켜 배출하면서 추진력을 얻죠. 그래서 산소가 필요 없습니다.

-그럼 저 작은 연료탱크 안에는 많은 수소가 들어 있겠네요?

-놀라운 소식을 알려드리죠. 청담 1호는 연료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냥 우주센터 앞바다에서 물을 퍼온 다음 수소만 쏙 빼먹어서 채웠다고 하네요.

-연료값이 들지 않다니. 정말 꿈의 로켓인데요?

-만약 나사가 핵융합 로켓을 얻는다 해도 당장 활용할 순 없을 겁니다. 수소 연료를 충전하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안전을 담보할 수 없어요.

-핵융합 로켓과 입집명 연료탱크는 세트로 있을 때 더 빛이 난다는 거군요.

-다행히 연방정부가 협상을 잘한 덕분에, 우리도 이제 저 우주 세트아이템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갓 블레스 아메리카, 갓 블레스청담!

***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실.

통제실 분위기는 매우 고요했다.

로한의 표정에는 일말의 긴장감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이 중요한 순간에 컵라면을 세 개나 끓여서 먹고 있는 중이었다.

연구원들 눈에는 그게 더욱 대단해 보였다.

'우리는 너무 긴장해서 숨도 제대로 못 쉬겠는데, 라면을 3개나 드시는구나…….'

'이 세기의 로켓 발사가 로한 교수님한테는 그냥 쉽고 간단한 컴퓨터게임밖에 안 된다는 거겠지?'

마치 게임을 자동으로 돌려놓고 잠시 쉬면서 라면을 먹는 모습 같았다고 할까.

발사 절차는 매우 간소했다.

체크리스트는 프리덤이 하나부터 백까지 일괄적으로 처리했고, 연구원들은 편안히 확인하면서 교차 검증만 하면 되었다.

낭랑한 프리덤의 목소리가 울렸다.

-발사 카운트합니다. 3, 2, 1, 발사.

'뭐? 카운트를 3초밖에 안 세? '

이 역사적인 순간을 이렇게 짧게 넘기다니!

발사체 고정대가 떨어져 나가며 로켓 하부로 팽창된 수소가스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재래식 로켓이 뿜는 화염보다는 훨씬 작고 빈약해 보였다.

팽창된 수소가스를 추진력으로 삼는 열핵 로켓의 특징이지만, 시청중인 일반인들 눈에는 불량인 것처럼 보였다.

-뭐임? 열 뿜는 거 왜 저리 빈약해?

-그동안 봐왔던 발사체들에 비하면 불꽃 너무 빈약한데? 핵융합 로켓이니까 당연히 기지를 날려 버릴 정도로 큰 화염…… 으악! 날았다! 이렇게 갑자기?

-뭐냐? 저렇게 순식간에 솟구치는 게 말이 돼?

조용히 추진력을 쌓던 우주선이 순식간에 수직으로 솟구쳤다.

방송국 원격 카메라들이 부랴부랴 초점을 옮겼지만, 이미 우주선은 가시권을 벗어난 뒤였다.

-뭐 저리 빨라? 와, 제대로 보지도 못했네.

-그냥 지표면에서 살짝 뜨자마자 순식간에 풀액셀 밟고 우주로 날아가 버리네…….

-이것이…… 핵융합 로켓?

-미국이 갖고 싶어서 미쳐 날뛸만하구나.

-심지어 연료는 공짜임. 바다에서 물 퍼다가 만들었다고 함.

-그래도 물 끌어오는 전기료 정도는 들었을 듯. 한 1만 원 나왔으려나?

-ㅋㅋㅋ 벌써 대기권 이탈했다고 함. 우주정거장 고도 지나치고 이제 아리랑 위성 고도 찍음.

-소식 들어왔다. 달까지 바로 직진 중ㅋㅋㅋㅋ

-?? 그럼 직진하지 후진을 해?

-보통은 바로 안 가고 지구를 계속 빙글빙글 돌면서 고도를 올리다가 달 궤도에 진입한다. 그래서 며칠씩 걸리는 거.

-왜 그렇게 함? 시간 아깝게.

-연료 아끼려고 지구 중력을 이용하는 거지. 안 그래도 보통 우주발사체들은 대부분이 연료다. 연료 무게도 장난 아니고. 암튼 비효율.

-핵융합 로켓은 연료 아낄 거 없으니까 그냥 바로 직선 궤도로 가버리는구나…….

-스윙 바이 없이 직선 풀액셀로 초속 50km 돌파하는 거 실화임?

-이것이…… 핵융합…… 로켓……?

-잘하면 달까지 1시간 30분 찍겠는데?

-오, 영상 공개됐다!

탐사선이 보내오는 영상이 공개되었다.

발사기지를 내려다보다가 둥실 떠오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구름이 나타났고, 지구가 한눈에 들어왔으며, 어느덧 지구가 작은 점처럼 사라지기 시작했다.

타이머 표시가 아니었으면 영상을 십수 배 빠르게 재생한 게 아닌가 오해를 했을 것이다.

청담 1호는 34만㎞의 거리를 약 1시간 만에 돌파했다.

나사는 물론이고 우주 전문가들은 엄청난 대기록에 경악하고 부르짖고 괴성을 토해냈다.

-근데 이거 괜찮은 거임? 지금 보니까 연료 잔량이 6.1% 밖에 안 남았어…….

-ㅋㅋㅋ 괜찮. 애초에 출발할 때부터 6.12% 싣고 출발했다고 함. 지금까지 겨우 0.02% 쓴 거지.

-엥? 아니 왜?

-입집명 출력 범위가 20cm 라잖아. 그래서 연료를 채우는 건 무제한인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함. 한 달을 꼬박 모았는데 겨우 그 정도 모았다니 말 다 했지.

-가정용 호스로 캐리비안베이 수영장 채운다고 생각해 봐라. 한세월 걸리지.

-직경 20㎝ 공간에 물 채우고, 수소로 분해하고, 다시 또 물 채우고…… 청담 1호 가장 큰 문제가 연료 충전 시간이라는데?

-뭔가 이상한 데서 인간적이다. 휴, 로한 교수님이 그래도 신은 아니었구나.

-입집명 출력 범위가 진짜 미터급으로 확 늘어나면 엄청 좋을 텐데.

-연산 능력하고 제어 범위 때문에 지금은 무리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지, 뭐.

-하긴, 온몸의 암세포 다 제거하는데도 7시간은 꼬박 걸린다니까. 연료 충전 시간이 정말 가장 큰 문제네.

드디어 탐사선은 달 앞면, 고요의 바다에 착륙했다.

인류가 최초로 발을 디뎠던 역사적인 장소.

안드로이드 프리덤 3기는 차례차례 내려서 태극기와 하수영 가문기를 꽂았다.

그 장면은 모두 실시간으로 선명한 8k 영상으로 지구에 전송되고 있었다.

-태극기 옆에 저건 무슨 깃발이냐?

-우리 농민회장님 가문 문양기라고 함.

-어쩐지…… 웬 볍씨 세 개가 나란히 그려져 있나 싶었다.

-왼쪽부터 쌀, 밀, 옥수수를 형상화한 거라고 하네.

-아니. 근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 유럽 축구 볼 때도 중간중간 노이즈 섞이고 그러는데, 무슨 케이블 방송보는 것처럼 너무 깨끗해.

-화질도 장난 아닌데? 달에서 이렇게 초고화질 영상을 끊김 없이 전송하는 게 가능하냐?

-로한 교수님, 제발 우리나라 통신사업에 진출해 주십시오! 엎드려 비나이다!

-뭐야? 벌써 출발해?

안드로이드 1기만 남고, 2기가 다시 우주선에 탑승했다.

깃발과 우주선의 거리가 상당했기에, 분사풍 때문에 쓰러질 염려는 없어 보인다.

지구인들은 달에 남은 안드로이드 1기의 시야를 통해서, 탐사선이 떠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달에 남은 안드로이드가 보는 탐사선.

탐사선이 내려다보는 안드로이드.

떠나는 것과 남는 것.

그 대조적인 장면이 이분할 되어 화면에 잡혔고, 시청자들은 벅찬 감정에 사로잡혔다.

-아, 갑자기 눈물 날라 그러네. 찡한데…….

-묘하게 슬프다. 왜 1기는 남긴 거야?

-아마도 탐사 목적으로 남겨둔 거 같은데.

-힝, 같이 데리고 오지. 왜 남겼어ㅠㅠㅠㅠ

안드로이드 1기는 혼자 남은 게 아니었다.

6개의 바퀴가 달린 소형탐사봇도 함께 남았다.

소형탐사봇이 지구를 바라보는 안드로이드의 뒷모습을 찍어서 전송했고, 차가운 달표면 위에 걸린 지구를 바라보는 안드로이드의 뒷모습이 전 세계의 심금을 울렸다.

-잠깐? 우주선 가는 방향이 이상한데?

-지구로 오는 게 아닌데? 달 뒷면으로 돌아가고 있잖아?

-헐 이게 된다고?

발사보조장치도 없는 울퉁불퉁한 달 표면에서 가볍게 상승한 우주선은 달의 뒷면으로 돌아갔다.

거기에도 착륙해서 태극기와 하씨가문기를 꽂고 기념촬영을 했다.

이번에도 소형탐사봇과 안드로이드 1기가 남고, 남은 안드로이드 1기가 우주선을 조종했다.

우주선은 안드로이드 프리덤의 완벽한 조종을 받아 대기권에 진입했다.

나로센터 발사대 주변에 모여든 인파는 거대한 유성처럼 쇄도하듯이 떨어지는 청담 1호를 볼 수 있었다.

"떠, 떨어진다!"

"으아악! 여기로 오는데?"

"저러다가 바다에 처박겠어!"

그러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하강하듯이 내리꽂히듯 청담 1호가 높은 고도에서 수평을 그리듯이 궤적을 바꾼 것이다.

그렇게 아주 큰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던 청담 1호가 머리를 살짝들었다.

로켓 하부가 아래로 내려오며, 발사 때처럼 정확하게 하늘을 수직으로 보고 선 자세로, 천천히 출력을 낮추며 내려앉기 시작했다.

"저건 스페이스Y 로켓들이나 하던 건데?"

"와, 저걸 나로기지에서 볼 줄이야……."

"대박, 대박."

우주선은 사뿐히 속도를 줄이며, 처음 발사되었던 그 장소에 정확하게 내려앉았다. 그리고 완전히 로켓을 껐다.

발사대에서 유일하게 철수하지 않았던 CVN케이블 현장팀은 엄청난 횡재를 했다.

우주선에서 내려 발사타워로 넘어간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온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다.

안드로이드 프리덤은 헤드디스플레이에 웃는 표정을 만들며 이쪽을 향해 한 손을 흔들었고, 순간 시청률은 70% 이상을 찍었다.

피디는 가슴이 벅찬 나머지 호흡마저 힘들었다.

'대박이다.'

그는 떨리는 마음으로 CVN채널을 확인했다.

3분할 된 화면 좌측에는 고요의 바다에 남은 안드로이드가.

중앙에는 지구에 귀환한 안드로이드가.

우측에는 달의 뒷면의 안드로이드가.

똑같이 웃는 표정을 디스플레이에 만든 채, 가볍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설명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

-네, 그럼 잠시 여기서 광고 보고 오겠습니다.

"이 개 같은! 여기서 무슨 광고야!"

아무리 우리 회사라지만 이건 너무 하잖아!

피디는 분개했지만, 곧바로 나온 광고에 급격히 분노가 겸손해졌다.

-하루 한 병으로 당신의 건강을 케어하세요. 엘릭서 드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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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민항기 파일럿이 대세! 수영비행교육원이 여러분들을 기다 립니다!

광고는 20분 넘게 나왔지만, 피디는 차마 채널을 돌리지 못했다.

그는 다른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채널 채팅창에 타이핑했다.

-장효주 배우 너무 예쁘다. 하수영회장님은 좋겠다.

대충 시청자들도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칭찬과 아부 릴레이 댓글을 달리고 있었다.

-언니, 해군 정복 너무 잘 어울려요. 진짜 해군 여신 같아요.

-구단주님, 달 무인탐사 성공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혹시 구단에서 1선발로 뛰실 계획은 없으십니까? 호크스 선수들이 구단주 미만 잡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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