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163화
270장 통신보안 수영농장 (3)
KST통신은 즉시 화산텔레콤이 빌린 통신망을 정지시켰다.
대놓고 정지시키면 분쟁거리를 안겨주는 셈이니, 설비사고인 척 교묘하게 위장을 했다.
당연히 화산텔레콤의 모든 가입자들은 즉시 통신불능 상태에 빠져야 한다.
하지만 KTS 사장은 전혀 예상치 않은 보고를 받고 패닉에 빠졌다.
"뭐야, 놈들 회선이 멀쩡하다고?"
"네. 가입자들도 정상적으로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럴 수가 없는데. 제대로 통신망을 건드린 거 맞아?"
"예. 저희 쪽에서 임대한 라인은 현재 트래픽 발생량이 0입니다."
"대체 이게 무슨……."
아랫집 논으로 흘러 들어가는 수로를 틀어막았다.
당연히 아랫집 논은 이제 물이 말라붙어서 바닥을 드러내야 하는데, 여전히 물이 철철 넘치고 있다.
땅바닥에서 다른 물이 솟구치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혹시 놈들이 다른 회사에서 통신망을 임대한 건 아닌가?"
"알아봤는데 그건 절대 아닙니다. 다른 회사들 역시 화산텔레콤이 가입자를 뺏긴 건 우리와 같은 처지니까요. 감정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놈들 가입자 수가 얼마지?"
"90만 명이 조금 넘습니다."
원래 화산텔레콤을 쓰던 가입자가 30만 명 정도 된다는 뜻.
아마도 싼값에 요금제를 쓰던 사람 들일 것이다.
여기에 현역 군인 60만이 추가되었으니, 이제는 무턱대고 무시하지는 못할 숫자가 되었다.
"놈들이 하루아침에 어디서 광역통신망을 얻은 것도 아닐 텐데. 제대로 알아봐. 이거 해결 못 하면 우리가 회장님한테 줄줄이 깨진다."
"예, 사장님."
***
KST 통신 홍상영 CTO는 화산텔레콤을 조사하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놈들이 백본 상호 접속기를 설치했다고?"
"예.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백본 그룹과도 연결을 했습니다. 심지어 미국과 유럽에도 직통 연결고리를 갖췄습니다."
"말이 안 되는데……."
유선통신을 하려면 케이블을 전국에 촘촘하게 깔아야 하고, 무선통신을 하려면 주파수를 낙찰받아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기존 3대 통신사들의 통신망 일부를 빌리든가.
화산텔레콤은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당연히 통신불능 상태에 빠져야 하는데, 오히려 KTS통신과 다른 통신사들과 인터넷 백본망 교류까지 갖췄다.
"상무님. 아무리 생각해도 화산텔레콤이 자체 광역통신망을 갖춘 게 틀림없습니다."
"그럴 리가. 우리도 전국에 그 많은 케이블을 매설하느라고 얼마나 긴 세월과 돈을 갈아 넣었는데……."
입은 부정하지만, 눈동자는 쉬지 않고 흔들린다.
'양자 얽힘 통신 기술이다. 틀림없어.'
그게 아니고서는 이 현상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
달의 반대편과 지구 사이를 딜레이 없이 깨끗하게 연결했던 바로 그 무선통신기술.
"아무래도 상무님 말씀대로 달 탐사선이 사용했던 그 무선통신기술을 적용한 게 아닐까요?"
"큭……."
홍상영은 주먹을 세게 쥐었다.
고도로 발달한 무선은 유선과 구분할 수 없다.
광케이블도, WDM도, 무선증폭기도, 중계기도, 다 필요 없다.
다른 백본망과 연결할 수 있는 레거시 장비만 조금 필요할 것이다.
해저케이블을 이용할 필요도 없다.
해외 백본망에 직접 접촉망을 깔아버리면 그만이니까. 즉 자체적으로 해저케이블을 갖춘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
"해저케이블 회사들은 지금 어떻지? 혹시 알아봤나?"
"예. 해저케이블 생산 예정이던 물량을 모조리 취소했습니다."
"모조리 취소해?"
과연, 놈들도 바보는 아닌 모양이다.
아마도 달 탐사를 보면서 자신과 같은 충격을 받고, 또 비슷한 생각을 떠올렸겠지.
저건 양자통신 기술이 틀림없다고.
케이블과 그 부속품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관건은 기술이 어디까지 올라왔느냐다.'
우주선 몇 척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수준인지, 아니면 수십억 인구의 통신망을 하나로 묶어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인지.
어디까지 발달했느냐에 따라서 기존 통신사들의 도산 비율이 결정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 회사가 임대망을 정지시켜도 멀쩡히 장사를 할 수 있었던 거로군."
"예. 화산텔레콤은 이미 유선이 필요 없는 자체 백본망을 갖췄습니다."
"데이터 송수신 처리는? 그 많은 패킷을 처리하려면 당연히…… 아!"
홍상영은 순간 생각났다.
얼마 전, 하수영은 어마어마한 양의 서버 및 네트워크 장비를 주문해서 데이터센터를 갖췄다.
단순한 데이터 저장용 센터가 아니라, 세계적 광역네트워크망 구축을 위한 시설이기도 한 게 틀림없었다.
타이밍이 공교롭게 맞아떨어진다.
"이건 독점이잖아……."
절로 신음이 나왔다.
정부는 오래전, 기간통신사업과 폰제조업을 분리시켰다.
3대 통신사 중에서 폰 제조가 가능한 것은 점유율이 떨어지는 최약체뿐이었고, 이제는 그마저도 모바일사업을 매각했다.
통신사가 폰 단말기 제조를 거느리게 둘 순 없다는 것.
대한민국의 불문율이었고,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놈들은 프리덤폰으로 단말기 점유율 1위를 차지해 놓고, 이제는 기간통신망까지 슬금슬금 집어삼키려 한다.
홍상영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CVN케이블!'
케이블 방송국 1위인 CVN케이블은 하수영이 뿌리는 달콤한 광고료에 중독이 되어 있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하수영개인이 주는 광고료였으니까.
핸드폰, 광역통신망, 이제는 미디어 컨텐츠까지 집어삼킨다?
말도 안 되는 통신괴물이 탄생하게 생겼다.
***
파프리카TV는 화산텔레콤에서 나온 영업본부장을 상대하고 있었다.
"귀사의 인터넷망을 사용하면, 망사용료를 지금 3대 통신사에 내는 것보다 1/15 수준으로 낮춰주시겠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국내 인터넷 가입자들은 대부분 3대 이통사입니다. 그 이통사들이 굳이 접속자들을 귀사로 몰아주지는 않을 텐데요."
소비자는 인터넷망에 접속하기 위해서 1차로 3대 이통사를 거치게 된다.
3대 이통사들은 당연히 화산텔레콤의 인터넷망으로 연결해 주지 않을 것이다.
화산텔레콤 전용망을 거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 한은 영업본부장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 또 뭐라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우리나라 모바일 가입자가 7,000만 명이 넘습니다."
가입자 숫자가 전체 인구보다 많은 것은 외국인 가입 때문이다.
"현재 프리덤폰 이용자가 1,900만 명입니다. 그리고 2,200만 명이 약정 종료 즉시 프리덤폰으로 갈아타려고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도 더 늘어나겠지요."
"그…… 런데요?"
"저희는 프리덤폰 사용자의 모든 고객들에게 최고의 모바일 인터넷 상품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음,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파프리 카TV는 컴퓨터로 방송을 시청하는 고객들이 상당합니다. 모바일만으로는 조금……."
"무제한 테더링 서비스를 제공할 겁니다."
순간 파프리카TV 상무는 머릿속에 돌이 떨어진 듯한 충격을 받았다.
"무제한 테더링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무제한. 월 데이터 총용량 제한 없는 순수한 무제한입니다. 사용자는 데이터를 얼마를 쓰든 간에 10GB/s의 속도를 체험하게 될 겁니다."
"10Gbp/s가 아니라 10GB/s입니까?"
"저희는 사용자의 착각을 유도해서 이익을 취하는 그런 상술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10기가라고 하면 대부분 기가바이트를 생각하지, 기가비트를 떠올리지 않잖습니까."
"요금은 어떻게 됩니까?"
"부가세 포함해서 19,000원입니다."
말도 안 되게 좋다.
지금 KST 등 다른 통신사에서 밀어붙이는 프리미엄 요금제보다도 압도적이다.
용량 제한, 속도 제한이 없으며 요금까지도 파격적으로 저렴하다.
그나마 홈 인터넷은 모바일에 비해서 싸기라도 하지.
완전 무제한 모바일 요금제는 월 8, 9만 원씩 뽑아가지 않는가.
'19,000원짜리 10GB 테더링 무제한 모바일 요금제라고?'
다른 통신사들이 비명을 지를 게 벌써부터 눈에 보인다.
"일단 그게 프리미엄 서비스라는 것은 알겠고, 그럼 하위 요금제는 어떻게 됩니까? 적어도 300Mbp/s의 속도는 나와 줘야 합니다."
상무는 질문을 하면서도 웃기다고 생각했다.
10GB 요금제만 해도 다른 통신사들의 모바일, 홈 인터넷의 장점만 골라서 합친 것보다 압도적으로 좋은데.
'프리미엄 요금제가 이 정도면 하위 요금제는 대체 얼마나 싼 거지? 아니, 굳이 하위 요금제를 쓸 필요가 있나?'
"하위 요금제는 없습니다."
"없다니요? 그게 무슨…… 아! 설마?"
"우리는 어디 개잡종 회사들처럼 머리 아프고 복잡하게 구분하지 않습니다. 저것보다 더 빠르게 인터넷을 쓰고 싶다면 월 29,000원짜리 기업용 상품을 쓰면 됩니다."
파프리카 상무는 마른침을 삼켰다.
말도 안 되게 좋은 조건이다.
너무 충격이 크다 보니, 뒤늦게 그런 통신망을 갖췄는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저희 화산텔레콤이 예전에 수영그룹에 인수된 거 아시죠? 로한 교수님과 하수영 회장님이 이번에 전격적으로 통신사업을 밀어주기로 하셨습니다."
"통신망은 이미 완성이 됐군요."
"네. 언제든지 스위치를 누르기만 하면 모든 게 동시다발적으로 작동할 겁니다."
고민하고 자시고 할 게 없이,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거래.
"계약서에 아예 명시를 해드리죠. 망 사용료는 무조건 유럽과 미국을 기준으로 해서 가장 저렴한 가격대로 맞춰드립니다."
"절차상 상부에 결재는 받아야겠지만, 무조건 하게 될 겁니다."
"하하, 참고로 저희는 개인당 회선 제한도 두지 않습니다. 한 가정 내에서 사용하는 PC에도 제한을 두지 않죠."
상무는 생각했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집 인터넷 따로, 모바일 인터넷 따로 해서 이중으로 돈을 낸다.
하지만 모바일 10GB/s의 테더링 무제한이라면, 많은 이들이 집 인터넷을 해제해서 폰을 PC에 연결해서 쓰지 않을까?
월 몇만 원의 생돈이 나가는 걸 참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무선 인터넷이 이렇게 좋아지면, 앞으로는 유무선을 구별할 필요가 없겠군요."
"우리 회장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고도로 발달한 무선은 유선과 구분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말입니다."
"가슴을 울리는 멋진 말입니다."
"참, 실비아앱 서비스도 앞으로는 3대 이통사의 망을 이용하지 않을 겁니다. 동시다발적으로 시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아! 이통사들이 정신을 못 차리도록 한날 한꺼번에 시행하는 거군요."
"네. 해지 공격은 원래 한꺼번에 청구를 해야 상대가 정신을 못 차립니다."
"아유, 어음이 갑자기 한날한시에 몰려드는 건데 당연히 부도나죠. 혹시 저희 말고 다른 웹서비스 업체에도?"
"국내 트래픽 상위 20개 업체는 모두 끌어들일 겁니다. 거절하지 않을 겁니다."
"이 좋은 제안을 거절하는 게 바보죠. 앉은 자리에서 수십,수백억을 절약할 수 있는 건데 말입니다."
파프리카 상무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이통사들, 제대로 곤욕을 치르겠는데요. 저는 5년 안에 사업체 매각한다에 걸겠습니다."
***
홍상영은 수척해진 얼굴로 부하 직원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렇게나 오래 걸릴 거라고? 자네 바보인가?"
"상무님. 그래도 우리가 쌓아온 저력이 있는데……."
"쌓아 올리는 건 어렵고 오래 걸리지만, 망하는 건 한순간이야. 도미노를 생각해 보게."
"……."
"난 두 달도 길다고 생각하네. 그리고 매각? 자네라면 양자통신 기술을 완성했는데 그 많은 케이블과 중계기를 굳이 사겠나? 다 고철이라고, 고철!"
홍상영은 절망감에 술을 퍼마시다가 의식을 잃고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