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167화 (1,167/1,270)

프랜차이즈 갓 1167화

271 장 의원님은 못 말려 (3)

"월 19,000원이면 모든 인터넷이 한 번에 해결. 집이든 폰이든 OK."

"해외에 나가도 변함없는 화산텔레콤 인터넷 서비스."

"이 모든 게 에릭 로한 의원 덕분이다."

"로한을 대통령으로! 대통령으로!"

안 그래도 전국구 스타 의원이었던 로한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또 뛰었다.

전 국민의 통신요금을 파격적으로 깎아준 덕분이다.

당장 내는 통신요금이 전화, 모바일, 홈인터넷을 포함해서 19,000원밖에 되지 않으니, 국민들은 그에게 어마어마한 감사를 느꼈다.

폭주하는 한정판 페라리에 아예 제트 엔진까지 달아준 분위기다.

다른 레이싱카들(대권주자)은 뒷모습조차도 볼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차이.

능구렁이 정치인들은 이런 상황에서 보통 견제를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로한은 아직 나이 때문에 대통령 출마 자격이 없었다.

개헌을 하지 않는 한, 십수 년은 대권 출마를 인내해야 한다.

게다가 무소속.

때문에 대권주자들은 로한을 견제하기보다는, 그를 끌어들이기 위해 안달이 났다.

'로한을 내 옆에 두기만 하면 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로한 의원이 지지 선언 한 마디만 해주면 다음 대권은 그냥 게임 끝이다.'

'로한과 손을 잡아야 해.'

대권주자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품었다.

그러나 인의 장벽으로 둘러싸인 로한한테 다가가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의 주변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에워싸여 있었다.

팬뿐만 아니라 여성의원, 여성보좌관들이 항상 그의 곁에 우글거렸다.

야심을 숨긴 남성의원이나 남성보좌관들 역시 틈만 나면 로한을 만나기 위해 들락거렸다.

대권 잠룡들이 남의 눈을 피해서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어쩌다가 겨우 자리를 만들어도,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렇게 빙빙 돌려 말씀하시니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제가 과학자 출신이다 보니 명료하게 소통하는 걸 선호합니다."

정치인은 녹취 등을 대비해서 항상 빙빙 돌려서 말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진의원이라면 자신의 모든 발언이 녹취되고 있을 거라고 가정하고 행동한다.

"정말 내 의도를 몰라서 그러는 겁니까, 아니면 모르는 체하는 겁니까?"

"제가 알아듣지 못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의원님. 전 우회화법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

대권 잠룡 6은 순간 멈칫했다.

문득 로한의 평소 화법과 기자 회견 등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항상 직설적이었지…….'

정말 못 알아듣는 것이든, 모르는 체하는 것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자신 역시 그의 앞에서는 직설적으로 말을 해야 한다는 걸.

"로한 의원, 다음 대선에서 날 도와주시오."

"거절합니다."

"……!"

생각할 틈도 없이 곧바로 거절이 날아오자 잠룡은 당황했다.

"같은 제안이 여러 번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습니다. 저는 무소속이고 대선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정치인이 대선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물고기가 물 알러지가 있다는거나 마찬가지 아니오? 로한 의원도 언젠가는 대통령이 된다는 꿈을……."

"대통령이 되면 최소 5년간 연기, 연구를 하지 못합니다."

"……!"

"저의 본질은 과학자이며, 연기는 제 유일한 활력입니다. 전 몇 년만이라도 그 둘을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남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주는 것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고요."

"그런……."

잠룡6은 납득하고야 말았다.

의심의 여지를 품을 수가 없는, 아주 정당한 이유였다.

***

화산텔레콤이 한국 무선통신 기간 망의 황제가 된 이후, 로한은 다시 공식 인터뷰를 가졌다.

"로한 의원님은 화산텔레콤에 지분 1주도 없지만, 긴밀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화산텔레콤은 100% 수영그룹 소유이니까요. 수영그룹은 제 친정이자 본가입니다. 통신기술도 제가 만들었고요."

"통신요금을 파격적으로 저렴하게 한 것에 어떤 이유가 있습니까? 조금은 더 이익을 취해도 괜찮지 않았을까요?"

뼈 있는 질문에 로한은 픽 웃었다.

"리포터님. 현대 사회에서 통신이란 것은 물과 같은 거예요. 사람의 생존에 직결되는 필수재죠."

"어째서 그런가요?"

"요즘 폰이나 컴퓨터 없으면 일상생활 안 되죠? 근데 폰과 컴퓨터는 결국 타인과 끊임없는 소통을 해야 하고, 여기에 데이터가 소모되는 겁니다."

"그건 그렇습니다."

"그 데이터에 터무니없는 요금을 물려받으면 어떻게 될까요? IT산업이 죽거나 저해됩니다. 해외인터넷서비스 업체들이 왜 한국에 서버를 두지 않는지 아십니까? 통신사들이 부당한 요금을 물렸기 때문입니다."

"……."

"통신사들은 데이터란 필수재에 빨대를 꽂고 IT산업의 발전을 저해시켰습니다. 화산텔레콤은 그걸 퇴치한 거고요."

리포터는 조금 당황해하다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통신 요금은 올리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물가 상승은 반영되겠죠. 하지만 지금처럼 누구든지 부담 없이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생태계를 영구적으로 유지할 생각입니다. 그게 더욱더 큰 이익으로 사회에 돌아올 겁니다."

누구든지 부담 없는 무제한.

영구적 유지.

촬영을 하던 스태프들은 속으로 감탄했다.

그저 톱배우 출신 스타의원을 인터뷰하러 온 마음이었는데, 그의 사상에 감명되었다.

"데이터 프리 월드가 열려야 IT산업이 더욱 크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트래픽으로 돈 벌겠다는 건 전체의 성장을 무너뜨리는, 지엽적인 이기주의일 뿐입니다."

"의원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그게 더 좋은 세상이 될 거 같습니다. 그런데 실행에 옮기게 된 결정적인 동기가 따로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네, 해군 수병들 상당수가 비싼요금제 때문에 개인 시간에도 인터넷을 마음껏 하지 못하는 것에 해군 원수님이 분노하셨었죠."

"역시 그렇군요."

"이 부조리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타고 올라가다가 그 위에 이통사들의 담합과 빨대질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거침없는 표현에 리포터가 당황했다.

"아, 의원님. 지금 그 말씀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맞는 말을 하는 건데요."

확실히 로한은 일반적인 정치인과는 화법이 달랐다.

거친 듯 하면서도 세련된 직설법을 사용한다.

악마의 일부 발췌와 짜깁기로 인한 발언 왜곡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그 큰 팬덤을 생각하면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만하기도 해.'

리포터는 그렇게 생각하며 인터뷰를 이어 나갔다.

"결국 통신사들이 군 장병들을 상대로까지 장사질을 한 게 몰락의 원인이군요."

"트리거가 된 건 사실입니다."

"이 사실을 알면 통신사 경영진이 몹시 허탈해하겠어요. 그럼 앞으로 우리나라 통신 인프라 생태계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의원님이 그리 신 비전이 궁금합니다."

"생존 필수재를 가지고 가격 장난을 치는 기업들은 이제부터 두려움에 떨어야 할 겁니다."

"데이터가 필수재라.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개념이지만 가슴에 와 닿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이상, CVN이었습니다."

***

서해전자는 일찌감치 반도체 공장을 모두 정리하면서 팹리스로 돌아 섰다.

비메모리 개발에 사활을 다하고는 있지만, 윈텔과 ADM의 아성은 드높았다.

서해반도체의 규모는 이전에 비해서 1/10 이하로 축소된 상태.

그리고 반도체, 정유에서 크게 한방씩 얻어맞고 통신사업마저 정리당한 SC그룹은 재계 2위에서 10위권 훨씬 밖으로 밀려났다.

재계 1, 2위 기업들이 로한한테 사이좋게 KO 당한 것을 본 다른 재벌들도 바짝 긴장했다.

그들끼리 잘 살고 있는 리그에 느닷없이 나타난 외래종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었으니, 발바닥에 땀이마를 날이 없었다.

어떤 철없는 재벌 3세는 자신이 물려받을 그룹의 가치가 줄어들까 신경 쓰여서 이런 말까지도 했다.

"그냥 쟤들이 사업체 전부 들고 미국으로 가버리면 안 되나? 우리한테는 차라리 그게 나을 거 같은데."

최측근은 '그랬다가는 국가가 파산할 수도 있습니다.' 라는 말은 차마 올리지 못했다.

'철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줄이야. 도대체 생각이란 건 하고 사는 건가?'

수영그룹이 빠져나가면, 식량과 에너지, 금융이 박살 난다는 것을 뜻한다.

경제지표는 순식간에 마이너스를 찍을 것이고, 재벌들도 끝나지 않는 겨울에 진입하게 된다.

"그래도 우리 그룹은 수영그룹과 크게 겹치는 사업 영역이 없어서 안심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첨단산업에 발을 걸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재계는 로한의 '과학칼'이 언제 자신들을 노릴지 두려워하는 한편, 떨어지는 낙숫물을 받아먹기 위해 아등바등 움직였다.

모든 기득권 카르텔이 수영그룹에 붙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조업 재벌 다수는, 적대하는 게 손해만 낳는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물론 제조업 재벌이라고 해서, 오너 구성원 전부가 현실을 인지한 것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재벌 3세, 4세의 마이너스 경영이니, 망나니니 하는 말은 없었을 것이다.

***

델지그룹 국회 대관팀이 로한의 의원사무실을 방문했다.

"어서 오세요. 무슨 민원입니까?"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민원의 내용부터 묻는다.

이게 로한이 다른 정치인과 차별화된 점이다.

정치나 파벌 싸움에 전혀 눈치를 보지 않는 과학자라서인지, 대화가 매번 간결하고 직설적이다.

'하수영 회장님하고 비슷하군. 그분을 닮은 건가.'

대관팀장은 하수영의 평판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이통사 실업자 구제를 위한 만능랩팩토리 프로젝트에 저희 그룹도 참여를 하고 싶습니다. 부디 의원님의 높은 뜻을 바로 세우도록 돕게 해주십시오."

"이통사 실업자만을 구제하기 위한건 아닙니다. 일자리를 늘리고 기초경제 체력을 탄탄하게 만들어보고자한 겁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는 아니고요."

"부디 저희 그룹도 미력하나마 도움을 보태게 해주십시오."

"델지그룹이야 교관님이 좋은 마음을 갖고 계시니 어렵진 않을 겁니다."

소문대로 로한은 하수영을 교관님이라고 부른다.

무슨 뜻인지 궁금했지만, 그것을 캐묻는 이는 거의 없었다.

"주주로서는 참여할 수 없습니다. 협력업체로만 들어와야 합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투자금이 부족하지는 않으십니까? 2조 달러는 아무리 수영그룹이라 해도……."

"괜찮습니다. 미국이 주기로 했으니까요."

"하지만 미국의 투자를 받으면 그만큼 경영을 간섭받지 않겠습니까? 저희 그룹은 의결권은 전혀 필요하지 않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만 있으면 됩니다."

미 정부가 1조 9,500억 달러에 달하는 '차관'을 제공할 거라는 것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에는 지분 투자일 것이다.

성공이 보장된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그만한 거액으로 지분을 얻어내지 못하면, 백악관은 바로 탄핵을 당할 테니까.

"음, 제가 전에 발표한 그대로입니다. 미국은 저희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1조 9,500억 달러를 빌려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거래를 진행하면 의회에서……."

"이미 의회와도 전부 이야기가 된 상황입니다. 변수는 없습니다."

대관팀장은 믿을 수 없어서 동공이 흔들렸다.

"협력업체로 참여하는 거라면 어떤 업체이든지 환영입니다. 만능 랩팩토리를 세우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중요하거든요. 보고하시고 충분히 생각해 보라고 하세요. 저는 바빠서 이만."

"앗, 일정이 있으십니까?"

"오늘 보라매 전투기 초도비행이 있어서요. 국방위원으로서 참관해야죠."

로한은 옅은 미소로 덧붙였다.

"게다가 저도 막판에 한 손 보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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