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173화 (1,173/1,270)

프랜차이즈 갓 1173화

273 장 펜션 델루나(2)

펜션 델루나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자, 핵융합 연구기관들의 상황이 많이 불편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이 대륙 머니 효과로 모든 헬륨-3를 쓸어가 버렸기에, 다른 기관들은 달에서 캐온 헬륨-3를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달 관광보다는 헬륨-3를 쉴 새 없이 캐와서 경매에 파는 게 훨씬 돈이 되는 일인데, 왜 저러는지 이해를 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로한은 국회에서 의원들과 마주칠 때마다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그때마다 로한은 같은 대답을 해줬다.

"청담 1호는 애초에 개발 중이던 누리호를 개조한 거라서 스펙이 낮았습니다. 헬륨-3 수송 전용 우주화물선 설계가 끝났으니, 제작이 되는 대로 수송 작업을 재개할 겁니다."

"그렇군요. 알려주셔 감사합니다. 그런데 우주 화물선은 언제쯤 건조가 될까요?"

"공장은 지금 여유가 없으니, 일단 화성탐사선이 완공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 화상탐사선 완공 이후란 말입니까?"

"당연하지요. 지금 돌아가는 건조라인이라고는 1개뿐인데요."

화성탐사선이 건조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그런데 그게 다 끝난 후에야 헬륨전용 우주화물선 건조를 시작한다고?

국회의원들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저기, 로한 의원님.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세요. 실은 내가 북경에 친하게 지내는 몇몇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오해하지 않습니다."

"물론 오해는 안 합니다. 지금까지 헬륨 경매를 두 번 했고, 두 번 다 중국에서 쓸어갔잖아요? 그리고 또 3차 경매는 언제 열리나 노심초사고대하는 모양입니다."

"음, 그런가요?"

"중국뿐만이 아니에요. 온갖 나라들이 지금 헬륨-3를 입수하려고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는 중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중국이 거래를 하고 싶답니다."

"거래요?"

"자기들이 만든 우주선을 주겠으니, 그걸 헬륨-3 전용 수송선으로 써달라는 겁니다. 임대도 아니고 판매도 아니고 그냥 주는 겁니다. 경매에서 어떤 우선권을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헬륨 수송선으로 써주기만 하면, 그냥 우주선을 공짜로 줄게. 다른건 필요 없어.

중국 정부가 헬륨-3 추가 확보에 얼마나 미쳐 있는지 알 수 있는 제안이었다.

"이게 우리나라에 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수영스페이스에도 무조건적인 이익 아닙니까?"

"음, 손해 볼 건 없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우주선을 보내라고 하세요."

"아이고, 시원시원하십니다."

그리하여 그날 바로 중국 대사와 미팅이 잡혔다.

로한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수영스페이스의 대리인 자격으로서 미팅에 나갔다.

겸직 불가 문제로 정식 이사로 등 재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실질적인 수영스페이스 대표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수영그룹에서 로한의 친필서명은, 그가 이사등기부에 이름을 올렸든 아니든, 하수영에 준하는 공신력이 있었다.

***

"서명하는 즉시 우리 선저우-16 가한국으로 수송될 겁니다."

서류의 내용은 간단했다.

중국이 무상으로 제공하는 선저우-16를 수명이 다할 때까지 헬륨-3수송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을것.

헬륨-3의 불하에 관해서 중국에 특별한 배려를 해줄 필요는 전혀 없었다. 그런 조항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서명을 마친 로한이 물었다.

"핵융합 연구는 잘 되어 갑니까?"

"예. 헬륨-3로 바꾼 이후에 꽤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최대 10년 안에 상온핵융합로 건조에 성공할 거 같습니다."

"다행입니다. 중국 역시 전기 소비량이 엄청난 국가인데, 모든 전기를 핵융합으로 돌리면 대기오염과 온실 효과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중국 대사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 거래로 인해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것은 바로 수영그룹이다.

1, 2회차 헬륨 경매에서 쓸어 담은 돈만 5,600억 달러였으니까.

모처럼 어렵게 만든 자리, 중국 대사는 넌지시 한 번 찔러 보았다.

"수영조명은 수소 융합을 하지 않습니까? 그럼 부산물로 헬륨이 나오지 않나요?"

"제가 만든 핵융합로는 부산물이 아무것도 나오지 않습니다. 폐기할 때까지는 말입니다. 더 자세한 건 비밀입니다."

"참 신기하군요. 그렇다면 부산물로 나오는 헬륨 역시도 재차 핵융합반응에 활용한다는……?"

로한은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고, 대사는 말을 살짝 돌렸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기술을 특허를 내지 않으셔도 괜찮은 겁니까? 만에 하나 유출, 도난이라도 당하게 된다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유출되어도 해석을 할 사람이 없습니다. 유출되지 않도록 충분한 보안장치를 갖춰 놓았고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전 인류와 지적 정보를 교류하고 후손들을 위해서는 자세한 정보를 남기는 게 좋지 않을까요? 어느 날 갑자기 유실되기라도 하면 인류 전체적으로 얼마나 큰 손해입니까?"

"그럴 일 없도록 충분한 안전장치를 갖춰 놨습니다."

"……."

"그리고 특허를 내지 않는 이유는 자산 보호를 위해서입니다. 겨우 20년만 독점하고, 그 이후에는 모두가 마음껏 쓰라고 풀어놓을 순 없죠."

기술을 특허로 내는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 결국 모두가 알게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남에게 뺏기느니, 20년 만이라도 철저히 보호받아서 지키겠다는 전략으로 특허를 내는 것.

하지만 남이 이해할 수 없고, 베낄수도 없고, 훔칠 수도 없다면 특허를 낼 필요가 없다.

20년이 아니라 100년, 200년 이상 우려먹는 게 낫다.

"대단한 자신감이로군요. 100년이 지나도 기술을 훔치기는커녕 이해하지도 못할 거라니……."

"입자집합명령 기술 하나만 봐도 그렇게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대사님?"

"으음. 인정합니다. 그럼 미국 말고 타국에 핵융합 발전소를 수출하지는 않으시겠군요."

"네. 미국은 안전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을 우리에게 일임했고, 또 신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는 아니죠. 당장 그렇게 호형호제하던 러시아만 해도 쿠데타가 일어나자마자 뒤통수를 치지 않았습니까?"

"영국이나 프랑스는 어떻습니까?"

"영국은 한때 전 세계를 상대로 해적질하던 나라로 유명하고, 프랑스는 약탈한 문화재를 지금까지도 돌려주지 않았죠."

"독일은……."

"미국만큼 발전소의 통제권을 보장해줄 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안전 때문에라도 어떻게든 시설정보 공개를 요구할 겁니다. 독일 정부는 그런 시민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합니다."

중국 대사는 다시 한번 수영그룹의 뜻을 확인했다.

핵융합 기술은 물론이거니와, 핵융합 발전소 수출도 없을 것이라는 것을.

"혹시 발전소를 원하십니까?"

"당연합니다. 모든 나라들이 핵융합 발전소의 수입을 원하고 있습니다."

"기술이나 발전소 수출은 곤란하지만, '핵융합 전기' 수출이라면 가능합니다."

"……송전 과정에서 엄청난 전력 손실이 있을 텐데요."

"그것은 저희 부담으로 하죠. 필요하시다면 한 번 논의해 보십시오. 우리 발전소는 아직 발전량이 넘칩니다."

로한은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카르텔과 발전소 쿼터제 때문에 민간시장에 제대로 전기를 판매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대사는 그 뒤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최대한 많은 정보를 끌어내려고 애썼다.

로한은 비싼 우주선을 공짜로 받은 터라 순순히 시간을 베풀어 주었다.

대사는 담소를 나누는 도중, 단 한번도 핵융합탄두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

달 관광은 이제 정기적인 행사가 되었고, 예전처럼 큰 관심을 갖지는 않았다.

수영스페이스는 주 1회 일정으로 달 관광 코스를 진행했다.

체류 일정도 1박에서 2박 3박으로 다양하게 늘어났다.

경매 낙찰가는 여전히 1억 달러부터 시작이었고, 이제는 3억 달러를 넘기지 않는 선에서 낙찰이 되기 시작했다.

물론 달 숙박은 해외 명소의 7성급 특급호텔에 비하면 빈약할 수 있다.

하지만 호화로운 만찬과 달이라는 장소, 그리고 로버 탐사관광 등, 지구에서는 절대로 누릴 수 없는 강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수영펜션에서는 아예 달에 상주할 지배인과 셰프, 호텔리어를 지원받기 시작했다.

물론 사내 선발이었다.

연봉 2배를 약속하자 앞을 다투어 펜션 델루나 근무를 희망하는 자들이 지원했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서 뽑힌 12인의 펜션 델루나 근무자들이 청담 1호를 타고 달로 향했다.

최소 1년 이상의 장기 근무, 하지만 일주일에 최소 3일은 지구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었다.

덕분에 달 근무자로 뽑힌 이들은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달에서 자기들끼리 외롭게 보내는 게 아니라, 방문객이 없을 때는 지구로 내려올 수 있었으니까.

***

중국의 유인우주선 선저우-16호의 핵심 모듈이 화물선에 실려 한국에 입항했다.

중국은 부피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연료탱크는 모조리 제거한 채, 파일럿이 탑승, 거주하는 본체 모듈만 뚝 떼어내서 한국으로 보냈다.

어차피 핵융합 로켓을 장착할 것이기에, 연료탱크는 거추장스럽기만 할 뿐이다.

골리앗 크레인이 모듈을 들어서 하역하는 장면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하수영은 로한과 함께 독도함 함교에서 하역 장면을 내려다봤다.

"함장님."

"소장 원대식! 듣고 있습니다!"

"편하게 하세요. 관등성명은 됐습니다. 우리 내기 하나 할까요?"

"무슨 내기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선저우 16호에 해킹모듈이 있다, 없다? 함장님은 어디에 거시겠어요?"

"자, 잘못들었습니다?"

상상을 벗어난 대답에 함장은 당황했고, 하수영은 고개를 잠시 흔들다가 손뼉을 가볍게 쳤다.

"아아. 내기를 너무 뻔하게 했구나. 좋아요. 해킹모듈이 50개보다 많다, 적다? 어디에 거시겠어요?"

"저, 적다에 걸겠습니다!"

함장은 당황해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대답을 해버렸고, 하수영은 끄덕이며 등을 돌렸다.

"좋아요. 자, 갑시다. 로한 의원님."

"예, 하수영 의원님."

커다란 우주선 본체 모듈은 특수화물차량에 실려서 나로우주센터로 향했다.

조립공장 격납고로 들어온 본체 모듈을 올려다보던 하수영이 팔을 걷어붙였다.

"그럼 수색을 해보실까? 엔지니어 여러분, 해킹 모듈 하나 찾을 때마다 100만 원씩 포상금을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 바로요."

포상금을 약속받은 기술자들은 눈을 부릅뜨고 우주선을 수색했다.

하지만 2시간이 지나도록 모두 허탕이었다.

"의원님, 해킹 모듈 같은 게 전혀 나오지 않는데 아무래도 없는 게 아닐까요? 중국도 설마 로한 의원님한테 보내는 선물에 감히 그런 걸 달았을 거 같지 않습니다."

중국을 신뢰해서가 아니라, 로한의 천재성이 무서워서라도 함부로 그런 짓은 못 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측이었다.

그러나 하수영은 고개를 저었다.

"정상인은 자기를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심연을 이해하지 못해요. 심연은 말이에요. 정상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기준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심연이라고 하는 겁니다."

"……예?"

"그 심연이 이런 절호의 기회를, 겨우 들킬 게 무서워서 포기했겠어요? 그렇다면 그건 애초에 심연이 아닙니다."

결국 하수영이 직접 탐지 장비를 들고 우주선체를 샅샅이 수색했다.

그는 1시간도 안 돼서 132개나 되는 해킹모듈을 모조리 찾아냈다.

어찌나 깊숙한 곳에 교묘하게 위장해서 숨겨놓았는지, 기술자들이 찾아내지 못한 게 전혀 무리가 아니었다.

"클리어 끝. 이제 완벽하게 클린해졌습니다."

"이, 이 많은 걸 어떻게……."

"원래 도둑질도 많이 해봐야 방범을 어떻게 할지 노하우가 생기죠. 우주선은 깨끗해졌으니 이제 개조하면 됩니다."

하수영은 만족스럽게 우주선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돈은 넘치는데 시간과 라인이 없어서 곤란했는데, 공짜 우주선이 생겨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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