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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183화 (1,183/1,270)

프랜차이즈 갓 1183화

276장 긴급 대선 (3)

성대한 취임식이지만, 다들 비슷한 마음으로 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바로 하수영이다.

이 나라에서 하수영은 경제대통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막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으니까.

대통령은 겨우 5년만 하고 물러나지만, 하수영은 자손 대대로 이 나라의 경제를 쥐고 있을 것 아닌가.

하지만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거지? 초청장을 설마 안 보냈나?"

"그랬을 리가요. 재계 인사 중에서 하수영 회장님을 빼놓는다는 건 있을 수가 없습니다."

"분명 초청장은 보낸 것으로 아는데."

의전팀은 발바닥에 불이 난 것처럼 뛰어다니며 어떻게 된 건지를 조사했다.

"초청장은 분명히 전달되었습니다!"

"입구 쪽 알아봐! 하수영 회장님이 정말 입장하셨는지 체크하면 될 거 아냐!"

"예!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확인을 해본 결과 하수영이 초대장을 제시하고 입구를 통과한 것까지는 밝혀졌다.

하지만 그 이후 행방이 오리무중이었다.

누구도 하수영을 봤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고, 의전팀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

하수영은 로한의 전용무기이자 개인우주선인 스텔락을 빌려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가시광선을 속이는 불가시 기능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의 모습을 완벽하게 감춰 주었다.

프리덤은 한참 전부터 난리였고.

「정말 놀라운 기술입니다. 로한님이 살던 행성은 어마어마하게 과학이 발달한 문명이었군요. 이걸 지구에서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중세시대에 핵융합로 던져주고 똑같이 만들라고 하면 가능하겠냐? 안되는 건 안 돼. 야, 그리고 이 정도는 한 10년 정도 내가 작정하고 테크트리 올리면 만들어낼 수 있어."

「하지만 안 하시는 거군요.」

"이게 농사하는 데 뭐가 필요하냐? 그냥 휴대용 개인 우주선이야, 이거."

하수영은 박부성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지근거리에서 관찰했다.

혹시나 수상한 말을 주고받지 않는지, 혼자만 있는 공간에서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박부성 대통령은 혼자 있는 동안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타인과 통화를 할 때에도 겸손을 잃지 않고, 시커먼 속내 따위를 드러내는 일도 없었다.

그는 지금 서해그룹 이현덕 부회장과 통화하는 중이었다.

"재벌들도 이제는 변해야 합니다. 언제까지나 구시대적 마인드로 운영해서는 안 됩니다. 수영그룹은 제가 보기에는 나무랄 데가 없이 좋은, 모범이 되는 재벌그룹입니다."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자 하수영은 흥미가 생겼다.

"그 어떤 불법성 없이 깨끗하게, 그리고 자수성가로 일군 이 같은 기업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전대 정권에서 그토록 샅샅이 털었지만, 단 1원의 횡령이나 배임, 탈세조차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부회장, 아닌 척하면서 뒤로는 열심히 호박씨 까고 있었네. 내 그럴줄 알았다.'

"유감입니다만, 귀 그룹의 상속 문제는 민법의 원칙에 맞게 해결하는 게 조리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수영은 실소가 나왔다.

이현덕은 이복남동생과의 후계 다 툼에서 우위를 다지려고 새 정권에 손을 뻗은 모양이다.

'하여튼 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

반도체가 박살 난 뒤 강제로 수영그룹과 협력관계를 맺고 화해를 이뤘다.

그러나 마음에서 우러나온 화해가 아닌, 필요와 생존을 위한 비즈니스적 화해는 이현덕의 탐욕을 완전히 짓누르지 못한 모양이다.

'그래도 새 대통령이 최소한의 판단은 있는 모양이네.'

통화를 마치고, 비서실장이 누군가를 대통령 앞으로 데리고 왔다.

"한전 부사장 장민기입니다, 대통령님."

"오, 어서와요.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고, 별 말씀을요. 저야말로 보잘 것 없는 일개 공사 직원을 초청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한전 사장과 대통령의 직급 차이는 까마득한 수준.

그의 입장에서는 일개 대령이 참모총장을 대면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리라.

"다름이 아니라 내가 이번에 대통령직에 오르고 나서 한전에 관해서 이상한 소문을 좀 들어서 말입니다."

"이상한 소문이라 하시면……?"

장민기 부사장의 얼굴에 흠칫 하는 기색이 떠올랐다가 지워졌다.

"발전소 쿼터제 말입니다. 핵피아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 밀어붙인 말도 안 되는 법안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그, 그렇지 않습니다."

"나, 대통령입니다. 이제 막 취임했어요."

"……."

"이 나라에서 내가 모르는 게 있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특히 전력사업 같은 국가 기간사업 말입니다. 어서 말하세요."

장민기는 식은땀을 흘렸다.

현재 한국에서 무선 전기의 존재를 아는 것은 30명이 채 안 된다. 어쩌면 20명 미만일 수도 있다.

그들은 대부분 무선 전기에 관해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사망한 전대 대통령도 포함이었다.

전 정권에서도 무선 전기를 아는 이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그들이 후임 정권에 인수인계해 주기가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대통령님은 그…… 어디까지 알고 계십니까? 아이고,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제가 불필요한 설명은 건너뛰고 핵심부터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흠. 일리 있군요. 좋습니다. 내가 아는 건 수영그룹에서 초고성능 배터리와 고효율의 안전한 수소발전기를 개발했다는 겁니다."

"……?"

"아닙니까? 표정이 왜 그렇습니까?"

"그, 그게 아니라……."

장민기는 당황한 감정을 숨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무선 전기에 관해서 무언가 정보를 입수한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배터리라니.

"뭐죠, 전혀 모르는 이야기입니까? 처음 듣는다는 반응인데요?"

"저어, 왜 그런 정보가 대통령님에게 들어갔는지 궁금합니다만, 감히 여쭤도 될지……."

"음."

박부성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설명했다.

"나를 돕는 참모진의 오랜 분석 결과입니다. 로한 의원은 상온 핵융합로를 간단히 성공시켰어요. 이동식 수소발전기의 설비용량을 늘리는 것 쯤이야 손쉬운 일이었겠죠."

"……."

"그리고 초고용량 배터리를 만들어서 전력 소모가 적은 시간대에 잉여 전력을 비축해 둔다면, 수영그룹이 운영하는 모든 사업체에 자력 전기를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그게 내 참모진의 조언이었습니다. 어떤가요?"

듣고 있는 하수영은 하마터면 실소를 터뜨릴 뻔했다.

프리덤도 끼어들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한지 귓속 이어폰으로 자꾸만 떠들어댔다.

「마스터, 도대체 참모진들은 얼마나 상상력이 빈약하면 무선 전기를 떠올리지 못하고, 한다는 게 고작 수소발전기와 배터리의 고급화란 말입니까.」

'가만있어. 새어 나가겠다. 소리는 또 이렇게 크냐.'

「윽, 죄송합니다.」

장민기는 일생일대의 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서 말 한 번 잘못 실수하면 현 정권에서 완전히 엇나간다.

이 자리를 회피할 수도 없다.

대통령 임기는 아직 5년이나 남았고, 나중에 회피했다는 걸 알게 되면 자신의 공직 인생은 끝이라고 봐도 좋다.

아니, 나아가서 대한민국에서 생계 그 자체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님, 그건 전혀 아닙니다. 제가 확신을 걸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니라고요?"

"예, 수영그룹은 배터리…… 같은 것에 굳이 투자할 이유가 없습니다."

"의외로군요. 당연히 배터리 사업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당장 프리덤폰만 해도 사용 시간이 파격적이지 않습니까?"

"수영그룹은 배터리에 그렇게 큰 투자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이유가 대체 뭡니까?"

"무선 전기를 쓰기 때문입니다."

"……뭐라고요?"

대통령은 물론이고 비서실장도 눈을 크게 뜬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나마 육군 장성 출신이라서인지, 건설 코스 출신의 전대 대통령보다는 말귀를 빠르게 이해했다.

"무선 전기라면, 주파수 같은 것을 통해서 전기를 보낸다, 이겁니까?"

"원리는 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매우 안전하고 사정거리가 넓다는 것은 확인했습니다."

"사정거리가 어느 정도입니까?"

"강릉 수영발전소에서 최남단섬인 마라도섬까지 닿습니다. "

"……."

대통령은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시 얼마 동안 굳어 있던 그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아무도 내게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겁니까?"

"전 정권 내각인사 중 일부는 알고 있을 겁니다. 왜 인수인계를 안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추측되는 건 있습니다."

"말해보세요."

"서거하신 전대 대통령은 무선 전기의 존재를 매우 부담스러워하셨던 거 같습니다. 아시겠지만 전대 대통령은 건설 사업가 출신이시고, 원자력 사업가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음…… 그래서 발전소 쿼터제가……."

다행히 대통령은 한 번에 알아들었다.

발전소 쿼터제는 무선 전기가 시장을 폭격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화려하게 뽑아먹을 만큼 뽑아먹기 위한, 카르텔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법안이었다는 것을.

"전 정권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수영그룹은 전력 사업 진출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는 겁니다."

"전력 사업 진출에 관심이 없었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앉은 자리에서 돈을 쓸어 담을 수 있는 데도 말입니까?"

"저도 그게 이상합니다만, 관심이 있었다면 진작 무선 전기의 존재를 밝히고 온 세상에 자랑을 하면서 먹이를 흔들었을 겁니다."

"아, 그렇군요. 수영그룹은 무선 전기의 존재를 숨기고 있어요. 왜죠?"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확실한건, 수영그룹은 무선 전기를 자기사업체 전기공급 수단으로 쓰기 위해서 만들었다는 겁니다. 핵융합 발전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침음성을 흘렸다.

"으음, 확실히 수영그룹이 핵융합발전소를 만들고도 전력사업 진출은 이상하게 의욕이 없어 보이긴 했어요."

"저는 당연히 대통령님도 인수인계를 받으셨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장민기는 그렇게 은근슬쩍 전대 정권 인사들한테 책임을 돌려놓았다.

적어도 대통령의 분노가 자신을 향하는 일은, 이제 없을 것이다.

오히려 첫 타자로 불려 나와서 얻어맞는 게 훨씬 이익 아닌가?

"이걸 부사장님 말고 또 누가 알고 있습니까?"

"은근히 있습니다.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적어도 스물 이상은 될 겁니다. 아니, 어쩌면 더 될 수도 있고요."

"장민기 부사장님은 다른 누구에게 발설한 적이 있습니까?"

"아닙니다. 저도 이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하고만 이야기했지, 모르는 사람에게 정보를 흘린 적은 없습니다. 좋을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요. 그건 매우 잘했습니다. 앞으로도 주의해 주십시오."

"예, 대통령님."

"그리고 이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 명단을, 부사장님이 아는 대로 적어서 비서실장한테 제출해 주세요."

대통령이 눈짓을 하자 비서실장은 명함을 꺼내 장민기에게 건넸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공손히 명함을 받아들었다.

***

대통령은 무선 전기에 관해서 비서실장과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

마치 듣는 귀라도 어디 있을까 두려워하는 것처럼, 철저하게 자기 생각 유출을 신경 썼다.

얼마쯤 더 관찰한 뒤 하수영은 몰래 지켜봤자 그의 깊은 생각을 알수는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CCTV를 피해 화장실로 들어간 하수영은 투명화 기능을 끄고 나와서 연회장으로 향했다.

"새 대통령은 무선 전기로 어떻게 나오려나."

「기대됩니다.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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