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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 1191화

277장 달콤한 독점 전기(1)

은밀히 모인 늙은 언론 사주들은 각자 젊은 미녀들을 옆에 낀 채축배를 들었다.

"다들 수고했어요. 고생이 많았습니다."

"결국 이렇게 순리대로 흘러갈 것을. 그동안 너무 돌아갔습니다."

"이제야 이 나라의 정기가 올바르고 굳게 서는구려. 드디어 돌아가신 선친을 볼 면목이 생겼어요."

"제 말이 바로 그겁니다. 뭐 되지도 않는 퍼주기니 뭐니 하는 거 때문에 국고는 바닥나고, 어리석은 국민들은 자꾸만 더 해달라고 보채고, 기업들은 국가경쟁력에 밀려 죽어나가고."

"이제 제도가 똑바로 섰으니 이 나라가 쭉쭉 발전할 일만 남았습니다."

늙은 언론 재벌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젊은 여자들과 비싼 술을 즐겼다.

"근데 조금 의외였어요. 프리덤 그놈이 방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물어보기만 하면 이게 맞는지 아닌지 척척 구분해서 설명해 주지 않습니까?"

"하수영이 그놈이 지시했을 겁니다. 개헌을 막지 말라고요."

"그럼요. 하수영이 그놈도 이번 개헌으로 계산을 했을 겁니다. 로한 그 친구를 총리로 넣으면 되겠다고 말입니다. 그러니 아무 말도 안 한 게지요."

"뭐, 겉으로는 국민을 위하니 약자를 위하니 하며 위선을 떨지만, 그놈의 본질도 결국은 기업가 아니겠습니까? 이익이 나지 않는 일에 왜 투자를 하겠어요?"

반도일보 회장이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그건 아닐 겁니다. 내가 알아봤는 데, 하수영이 그 친구는 이번 개헌안에 별 관심이 없었대요."

"정말입니까?"

"네. 로한 그 친구도 총리에는 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의원들 말로는 국가과학발전에만 관심이 있답니다."

그러자 늙은 언론 회장들이 저마다 반색했다.

"오, 그거 잘된 일이군요. 그럼 총리 가지고 힘들게 싸울 필요가 없겠어요."

"뭐, 나중에 적당히 과학 쪽 장관 자리 하나 던져주면 얌전히 다룰 수 있겠군요."

"그럼 프리덤은 왜 방해를 안 한 겁니까? 사실 그거 때문에 우리 애들이 걱정 많이 하던데. 요즘 것들은 기사보다는 프리덤이 하는 말을 더 잘 믿는다고요."

"내가 그래서 프리덤한테 물어봤는 데, 정치와 종교, 젠더 관련 가치판단 질문은 대답하지 않고 중립을 지킨답니다."

"오, 그래요? 처음 듣는 이야깁니다."

"우리 입장에선 잘됐군요. 어쩐지, 그래서 프리덤이 방해가 안 됐던 거군."

한 가닥 의문이 해소된 늙은 회장들은 더욱 기분이 좋아 보였다.

어떤 이는 벌써부터 성급하게 옆에 앉은 여자 연예인의 옷을 벗기고 있었다.

늙은 욕망이 추잡하게 흘러가는 가운데에서도, 노인들의 대화는 계속 되었다.

"박부성이가 그래도 별 셋까지 단친구라 그런지 눈치가 빠르고 일머리가 좋습니다."

"맞아요. 나도 이번에 보면서 감탄 했습니다."

"혹시 박부성이한테 뭐 들은 거 있습니까? 그놈도 이제 청구서를 준비하고 있을 텐데."

"별거 있습니까? 대통령 마치고 나면 국무총리 한 번 시켜주면 되죠."

"한 번으로 만족할까요? 두 번 세번 계속 해먹으려고 할 텐데."

"허허. 한 번이면 됐지, 두 번 세번은 너무 큰 욕심이에요. 대통령 임기까지 포함하면 거의 9년 동안이 나라를 주물럭거리는 거 아닙니까?"

***

개헌이 이뤄졌지만, 당장 크게 변화하는 것은 없었다.

개헌 조항 대부분은 국민투표가 끝난 시점에서 즉시 발효하지만, 이원정부제에 관한 조항은 현 대통령 자리가 빈 시점부터 발효한다.

즉 박부성의 임기가 끝나거나, 사망하거나, 사임하거나, 탄핵을 당해서 그 자리가 비어야만 비로소 개헌의 모든 조항이 완벽한 효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그때까지는 이 나라는 대통령 5년 단임제 체제를 유지한다.

여의도 정치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동일한 예측을 내놓았다.

"박부성 대통령이 여기서 끝날 사람이 아니다. 그랬다면 애초에 이 개헌을 밀어붙이지도 않았어."

"박부성 대통령은 이제 남은 임기 동안 다음 국무총리가 되기 위해서 전력을 다할 거다. 5년 내내 총리 취임을 위한 빌드업에 공을 들이겠지."

"이거 어쩌면 선례가 될 수 있겠는데요? 대통령직 연임을 거듭하다가 국무총리가 은퇴하면 대통령이 국무총리 자리로 들어가는 식으로 말입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관습이 자리 잡을 수도 있겠는데."

***

로한은 자신의 저택에서 조용히 정무수석을 만나고 있었다.

"이 만남이 외부에 알려지면 의원님 주변이 꽤 시끄러워질 겁니다. 물론 제안을 승낙하신다면 얼마든지 알려도 괜찮을 겁니다."

"입각하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대통령님께서 강력하게 바라고 계십니다."

로한은 감정 없는 눈으로 신임 정무수석을 훑다가 물었다.

"직위는요?"

"당연히 로한 의원님께서 원하시는 곳이라면 어디든지입니다."

"만약 국무총리 자리를 원하신다면 5년 내내 현 정부와 함께 가실 수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명예만 갖는 유명무실한 국무총리가 아닙니다. 책임총리가 되실 겁니다."

"……."

대한민국에서 국무총리는 보통 얼굴 마담용이라는 표현이 많이 쓰인다.

유사시 대통령을 대행한다는 보험적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국무총리에게 권한을 주지 않은 것도 있고.

"국무총리는 제게 너무 과합니다. 지금 의원직 업무만 해도 제 본업에 지장이 큽니다."

"예, 과학자로서 본업에 지장이 크신 것은 알고 있습니다. 국무총리가 되면 부담은 더 커지겠죠. 하지만 그만큼 대통령께서 로한 의원님을 입각시키고 싶은 의지가 강렬하다는 뜻으로 받아주십시오."

"오해가 있으신 거 같은데, 제 본업은 과학자가 아니라 배우입니다."

"……?"

정무수석은 처음으로 당황해서 표정이 깨졌다.

로한은 옅은 미소로 덧붙였다.

"과학은 그냥 취미로 하는 겁니다. 생계용이지요. 배우만으로는 아무래도 먹고살기 힘들어서 말이죠."

"저, 보통은 생계용으로 하는 걸 본업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아니죠. 본업이란 내가 본래 했어야 할, 가야 할 길을 업이라고 하는 거죠. 그저 지금 이 순간 먹고 살기 위해서 잠시 몸을 담은 것을 본업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

정무수석은 문득 생각했다.

예술 하는 사람의 두뇌, 그리고 과학의 정점을 찍은 사람의 두뇌는 일반인과 다르지 않은가.

그런데 그 둘을 한 몸에 몰아넣었으니…….

"그럼 이제 배우 개런티만으로도 충분히 큰돈을 버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과학자 일을 하면서 정치판까지 들어오신 겁니까?"

"영화 찍는 데는 돈이 많이 듭니다. 블록버스터 규모가 커질수록 천문학적인 돈이 들지요. 그 돈을 충당하려면 아무래도 과학자 일로 돈을 많이 벌어야 해서요."

"……."

"언젠가는 달, 그리고 화성에서도 영화나 드라마를 찍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산업을 지금보다 더욱 발달시켜야 하죠. 우주전쟁 영화도 출연하고 싶은데, 지금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죠."

정무수석은 로한도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히 깨달았다.

자신을 안심시키거나 속이기 위해서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혹시 국방위원직을 수락하신 것은……."

"블록버스터에는 군의 도움이 필요하죠. 군이 영화 촬영에 느긋하게 협조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체급을 키우고, 더 많은 첨단 무기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

"항공모함이 나오는 탑건 같은 영화가 꼭 미국만 제작한다는 법은 없죠.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영화가 나올 겁니다."

정무수석은 로한이 국무총리직에 관심이 없다는 게 빈말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럼 혹시 국방부 장관직은 어떠십니까?"

"음, 그러면 국방위에서 나와야 하는데요. 농해수위에서도요."

의원직과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상임위원회 직을 수행할 수는 없다. 아무래도 시간적 충돌 문제때문이다.

국정감사 때 장관으로서 국방위에 출석한 상태에서는, 다른 위원회에 참석을 못 할 테니까.

"전 그냥 지금이 딱 좋습니다. 청와대의 배려에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아쉽습니다. 그래도 나중에라도 마음이 바뀌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현직 장관을 경질하는 한이 있더라도 꼭 원하시는 자리를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생각이 바뀌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정무수석은 로한의 집을 떠나면서 속으로 안도했다.

로한의 태도로 미루어 볼 때, 수영그룹은 현 정부와 반목할 생각이 전혀 없다.

오히려 현 정부가 대놓고 안겨준 선물도 사양하지 않고 모두 받았다.

'임기 동안 수영그룹과 최대한 친하게 지낸다. '

대통령의 큰 목적은 무리 없이 이뤄질 듯하다.

***

수영조명은 곧바로 가정전력시장에 진출했다.

1차 대상은 바로 전국의 무수히 많은 아파트단지였다.

아파트 입대위나 관리소는 수영조명에 감히 그 어떤 갑질이나 뒷돈을 요구하지 못한 채, 얌전히 전력공급 계약에 사인했다.

"축하합니다. 이제 내일 0시부터 한전과의 계약은 해지되고, 즉시 우리 수영조명에서 공급하는 전기를 사용하시게 될 겁니다."

"그렇게 빨리요?"

"네. 아파트 단지에 들어오는 중앙송전망에는 이미 연결이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정말로 누진제가 없는 게 확실하지요?"

"그렇습니다. 월 2,000kWh 기준으로 전기 요금은 99,000원입니다. 1,000kWh당 49,500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정말 저렴하군요. 이젠 뭐 에어컨 틀 때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틀어도 되겠어요."

수영조명은 바쁘게 활동하면서 전국의 아파트단지와 계약을 맺었다.

전국의 아파트단지는 수영조명과 서둘러 계약을 하기 위해 대전 (수영조명 본사 위치)까지 찾아왔다.

전자계약에 익숙한 관리소에서는 아예 전자계약으로 간편하게 전력공급계약을 맺었다.

수영조명산 전기는 많이 쓰면 쓸수록 소비자가 더욱 유리해지는 구조였기에 너도 나도 서둘러 계약을 맺으려고 애썼다.

계약을 늦게 맺으면 그만큼 오랫동안 한전에서 전기를 공급받아야 한다는 손해 때문이었다.

다행히 그들의 불안감은 우려에 지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강릉 발전소는 무선전기 수신칩을 아파트단지 중앙전력망에 부착함으로써, 무선으로 전기를 보내기 때문이다.

즉 전력공급망을 갖추는 게 매우 간단하다.

외부 위장용으로 사전에 설치된 지 하케이블에 연결된 것처럼 속였기에, 아파트 관리소에서는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빌라는 언제 해줘요? 빌라라고 차별합니까? 아파트만 주지 말고 우리 빌라에도 해줘요!"

"지금 한전과 협의해서 전봇대망임대를 추진 중입니다. 임대가 끝나는 대로 빌라를 포함한 전국의 모든 가정집에 전기를 공급할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혹시 한전이 전봇대망을 안 내놓는 겁니까?"

"뭐야, 한전이 훼방 놓고 있었던 거네."

"가자! 한전으로! 한전 놈들 다 때 려잡아서 우리도 값싸고 깨끗한 핵융합 전기 한 번 써보자!"

다른 전력회사들은 이미 두 손을 든 채 폐업 수순을 밟고 있었다.

경쟁력에서도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현 정부가 노골적으로 수영조명 편을 들어주고 있는 현실 때문이었다.

박부성 대통령이 5년 임기를 마친 후에는 내각제 총리로 다시 들어간다는 소문이 파다한 마당에, 그가 챙겨주는 수영조명에 반기를 들 엄두를 낼 순 없었다.

***

한전은 결국 전국의 전봇대 등 전력망을 수영조명에 임대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임대료는 0원으로, 유지보수만 수영조명에서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수영조명이 전국의 전봇대와 지하케이블을 임대한 후 가장 먼저한 것은, 바로 송전계약을 맺은 지역의 송전망을 셧다운하는 것이었다.

지역 중앙전력망에는 무선전기 수신장치가 부착되었고, 지하케이블과 전봇대망을 통해서 각 가정에 들어갔다.

그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들은 강릉에서 여기까지 송전탑을 타고 전기가 오는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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