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193화 (1,193/1,270)

프랜차이즈 갓 1193화

277 장 달콤한 독점 전기 (3)

수영조명은 거의 모든 이들에게 공정하게 전기를 공급했다.

수영그룹과 사업이 겹치거나, 이빨을 드러냈던 경쟁 회사들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유 없이 하수영을 싫어하고 불매운동을 추진했던 진상 고객의 가정집에도 전기는 문제없이 공급되었다.

하수영을 견제하는 보도를 수차례 내보냈던 방송국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딱 한 곳만큼은 철저히 제외했다.

바로 선동과 날조 기사로 수영그룹을 공격했던 신문사들과, 그 언론사들이 거느리고 있는 종편 채널이었다.

부패한 언론 재벌들은 수영조명과 전력공급계약을 맺지 못해서 기존 발전회사에서 전기를 끌어와야만 했다.

공기업 발전소들은 정부 정책에 의해 모두 시장에서 물러났고, 남은 것은 민간자본으로 세워진 발전소들 뿐이었다.

민간 발전소들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조금이라도 손해를 덜 보기 위해 발전소를 가동했고, 그 때문에 소비자들은 잦은 블랙아웃에 시달려야만 했다.

"아무래도 수영조명에서 일부러 계약을 누락시키고 있는 거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오랫동안 진행이 안 될 수가 없습니다."

마침내 언론 재벌사는 수영조명에서 일부러 전기공급계약을 수락하지 않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다.

다른 가정, 회사, 업체들은 전력공급 계약이 잘만 되는데, 자신들을 포함한 대형 신문사들만 콕 집어서 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으니.

"공정위에 제소하고 검찰에도 고발해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이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폭거입니다. 필수재인 전기를 가지고 이렇게 언론을 핍박하다니요!"

"맞습니다. 예전에 우리가 건전한 비판을 좀 했다고 이런 식으로 치졸하게 보복을 하다니."

"하수영 그 인간 겉으로는 호탕한 척하면서 아주 음흉한 구석이 있어요."

"이걸 노리고 그동안 아무 소리도 안 하고 꾹 참았던 거라면…… 진짜 음습하고 음흉한 인간이라고밖에는 할 수가 없습니다."

언론사들은 과거 자신들이 내놓았던 기사들 때문에 하수영이 앙금을 품었다가 이번에 보복을 한 거라고 단정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펜촉의 지엄함을 보여주었을 뿐이거늘, 그걸 가지고 이제 와서 이렇게 협박하다니.

"큰일이에요. 전기 문제 때문에 일을 제대로 못 해서 우리의 포털 영향력이 지금 너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포털에 올리는 기사들의 숫자가 예전의 30%도 채 되지 않습니다."

"전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으니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해요."

"자가발전기라도 설치를 하면 어떻게 해결이 되지 않을까요?"

"발전기 정도로는 어림도 없어요. 그리고 그 비용은 또 어떻게 부담합니까? 사옥 전체에 발전기를 달아서 돌리면 유지비용을 감당하지 못해서 파산할 겁니다."

"정부에 지원금을 더 달라고 요청하면……."

"일단은 당장 그 방법 말고는 고비를 넘길 도리가 없는 거 같습니다."

"이거 장기전으로 넘어갈 게 분명 하니까 일단 발전 장치는 자체적으로 갖춰야 합니다."

언론사들은 정부에 자가발전 시스템 유지를 위한 지원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공정위에 제소를 하고, 검찰에도 고발을 했다.

수영조명이 시장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서 소비자를 가린다는 내용이었다.

"전기 같은 사회 기간망 필수재를 기업이 자의적인 감정만으로 소비자를 고른다는 것은 심각한 범법 행위입니다."

"따라서 우리 언론사 일동은 수영조명을 검찰에 고발합니다."

신문사들은 그런 취지를 담은 공동고발장을 검찰에 접수시켰다.

동시에 수영조명이 소비자를 골라서 전기 공급 계약을 맺는다는 내용의 기사를 일제히 쏟아내면서 집단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수영조명은 건조하게 반응했다.

-회사가 최근 들어 급격히 커진 터라 내부적으로 업무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점을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 합니다.

-조속히 업무 시스템을 딩하고 재검토하여 향후에는 이런 업무적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검찰의 조사에는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짤막한 입장을 발표한 뒤 변호사를 고용해서 검찰의 수사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언론사 집단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자 당황했다.

적어도 도둑이 제 발 저리는 식의 반응은 보일 줄 알았는데, 정말 그런 줄 몰랐다는 듯이 천연덕스럽게 넘어가다니.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변호사까지 고용해 검찰 대응을 모조리 맡겨 버리다니.

"이거, 이놈들이 대체 뭐 하자는 겁니까?"

"우리랑 싸우자는 건가? 근데 죄송하다는 말은 왜 하는 거고?"

"자세히 보면 우리한테 죄송하다는 게 아니라 국민들 앞에서 죄송하다는 말로 해석되는데요?"

"합의 요구 같은 건 온 거 없어?"

"없습니다."

언론사 집단이 제일 바라는 것은 돈이 아니었다.

애초에 큰돈을 뜯어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전력공급계약을 맺고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받아 회사 운영을 문제없이 돌리는 것.

그게 궁극적인 목표인데, 상대는 전력공급 계약을 맺어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거 민사까지 넣어야 할 거 같습니다. 형사소송만으로는 안 되겠습니다."

"진행해."

언론사 집단은 결국 민사 소송까지 진행했다.

이 부분에서 그들은 변호사 선임에 꽤나 애를 먹어야 했다.

내로라하는 법무법인들이 수영그룹을 상대로 싸우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제아무리 웃돈을 준다고 해도 거절하기 바빴다.

"이 나라에서 수영그룹을 상대로 싸우느니 차라리 서해그룹이나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는 게 나을 겁니다."

"전기 공급 소송이요? 이거 제기했다가는 수영그룹이 당장 우리 로펌전기부터 끊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게 말이 되냐고요? 말이 됩니다. 아, 전기 끊어버리고서는 내부적으로 고장이 생겼다고 둘러대면 그걸 무슨 재주로 입증합니까?"

언론사 집단은 반 애걸, 반 협박을 통해 겨우겨우 사건을 수임한다는 중견 로펌을 찾아낼 수 있었다.

"잊지 마세요. 우리 목적은 승소나 손해배상이 아니라 원활히 전기를 공급받는 겁니다. 지금 전기가 들쑥날쑥해서 회사가 아주 찜통이에요. 언제 블랙아웃 될지 몰라 불안해서 데스크톱도 사용 못 하고 전부 노트북을 쓰고 있단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소송 목적이 분명하시니까 그래도 가능성은 있을 거 같습니다."

전기공급계약 체결 및 전기공급 안정화.

로펌 변호사들은 머릿속에 그 사실을 분명히 집어넣은 채 사건에 임했다.

공정위와 검찰에서도 따로 조사를 하고 있으니까 난이도가 극악은 아닐 것이다.

민사를 제기한 뒤, 재판부 주재하에 먼저 화해조정 절차가 시작되었다.

본재판으로 들어가기 전에 당사자들을 불러놓고 합의할 생각은 없냐고 법원에서 화해조정을 중재하는 자리다.

화해조정 자리에 수영조명 대리인으로 박호진 로펌 변호인단이 나왔다.

"원고, 피고, 합의할 생각들은 없습니까?"

박호진 변호인단 측이 기다렸다는듯이 대답했다.

"재판장님, 저희 수영조명 측은 현재 과도한 업무로 인해 모든 청약건을 제때 해결하지 못하고 쌓여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요?"

"원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결코 고의로 청약 건을 누락시킨 게 아닙니다. 실제로 지금도 직원들이 청약요청서가 어디에 있는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고 있는 중입니다."

"흐음."

"업무 시스템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해서 생긴 서비스 공백이오니, 당연히 저희는 원만하게 합의할 생각이 있습니다. 원고가 소를 취하하는 즉시 청약 건이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렇다는데, 원고 생각은 어떻습니까?"

언론 집단 쪽 로펌은 당연히 저 말을 순순히 믿지 않았다.

의뢰인은 수영조명이 전기 공급 계약을 맺지 않기 위해서 뻗대는 게 틀림없다고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피고가 먼저 완전한 조치를 취한다는 가정하에 화해에 응하겠습니다. 그 전에는 소를 취하할 수 없다는 게 저희 입장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유예기간을 최대한 줄 테니 그 안에 피고가 누락된 청약 건을 해결하세요. 그것을 조건으로 화해조정을 성립시키겠습니다."

"예, 재판장님."

재판 전 화해조정 단계는 그렇게 싱거우리만치 빠르게 끝났다.

언론 집단 측 변호사들은 느긋하게 빠져나가는 박호진 변호인단 측을 보며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이렇게 쉽게 끝날까요?"

"그럴 리가 있겠어. 어떻게든 전기 공급 안 해주려고 최대한 질질 끌려고 할 거다."

"그나저나 수영조명 측 임원들은 단 한 명도 안 나왔군요. 그래도 한 명 정도는 동석해서 상황을 볼 줄 알았는데."

"아마 재판 내내 수영조명 사람들은 코빼기도 안 비출 거다. 아니, 이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신경도 안쓸 거야."

선임 변호사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거 쉽지 않아. 차라리 손해배상을 받아내는 쪽이 더 나을 수도 있어."

"저쪽이 죽어도 전기 안 주겠다고 버티면 우리가 뭐 할 수 있는 게 없을 거 같습니다. 강제집행으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강제집행은 패소한 측의 재산을 처분하는 것에는 강력한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전기를 주지 않겠다고 버티는 걸 어찌할 수는 없으리라.

집행관들이 무슨 전기 기술자들도 아니고, 발전소에 쳐들어가거나 송전망을 조작할 것도 아닌데.

"돈 받았으니까 일단 최선을 다해 보자고."

언론사 변호인단은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에 타려는데 갑자기 낯선 인기척이 가까이 다가왔다.

수영조명 측 시니어 변호사가 웃음을 머금은 채 앞에 서 있었다.

"이제 들어가십니까?"

"네. 들어가서 정리하고 또 의뢰인한테 보고해야지요."

"이 사건 앞으로 어떻게 될 거 같습니까?"

"그걸 왜 저에게 물어보시는지……. 순리대로 흘러갈 거라고 생각 합니다. 저희야 최선을 다해서 의뢰인의 요구에 부응할 뿐이죠."

"언론사들은 그동안 회장님 욕을 너무 많이 했죠. 그룹은 절대로 언론사들에 전기를 팔지 않을 겁니다."

언론사측 시니어 변호사도 안색이 착 가라앉아서 반문했다.

"판사 앞에서 성실히 화해에 응하겠다는 말은 거짓이었습니까?"

"어차피 그쪽도 진실이라고 않았잖습니까."

"……."

"결과는 바뀌지 않습니다. 그 어떤 판결이 나와도 전기를 공급할 일은 없을 겁니다. 언론사들은 기존 발전소 전기를 쓰든가, 아니면 자가발전을 하든가 해야 할 겁니다."

"기간망 서비스 관련법을 현저히 위반하는 행동입니다. 천문학적인 과태료가 부과될 수도 있습니다."

"과연 지금 행정부에서 그렇게 할까요?"

"……."

"그리고 뭐,수영조명에서는 과태료를 내는 한이 있더라도 언론사에는 전기 안 줍니다. 그동안 감면받은 세금 조금 돌려준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라서요. 과태료를 백억, 천억을 내봤자 어차피 국고로 들어가는 거지, 언론사에 들어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왜 제게 이 말을 하는 겁니까?"

"우리 한 번 같이 잘해보자고요."

같이 잘해보자고?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우리는 패소해도 3심까지 끝까지 갈 겁니다. 끝없이 파기환송해서 2심과 3심을 왔다 갔다 할 거고, 3심확정 판결이 나도 재심을 계속 요구할 겁니다."

"……."

"적어도 5년에서 10년 이상도 내다보고 있습니다. 수영조명은 그만한 돈이 있거든요. 그러니 귀사도 괜한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언론사로부터 수임료 긁어낸다는 생각으로 임하세요. 그래도 동종업계 종사자라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언론사측 시니어 변호사는 그만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상대의 말에 악의는 없었다. 오히려 자신에 대한 개인적인 호의까지 느껴졌다.

이 일에 너무 얽매여서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배려해 주는 꼴이라니.

"조만간 일거리가 더 늘어날 겁니다."

"무슨 말씀이시죠?"

"언론 재벌들 오너 일가 가정전기에도 문제가 생길 예정이거든요. 아, 일부러 해를 가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그쪽은 아직 가정전기 공급계약을 맺지 않았거든요. 앞으로도 맺을 일이 없을 테고 말입니다."

"너무하다는 말을 하기에는, 몇 년 동안 회장님에 대한 선동날조비방 기사가 너무 심하긴 했습니다."

"맞아요. 불구대천 원수라도 그렇게까지 물고 늘어지진 않았을 겁니다.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죠."

시니어 변호사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머릿속에 훤히 그려졌다.

전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언론사들은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장은 폐업을 하지 않은 민간발전소들이 남아 있지만, 그들이 모두 사업을 정리하면 그때는 어떻게 될지 불을 보듯 훤하다.

그 어떤 회사도 전기 없이는 못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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