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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 119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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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일본이 미 의회 로비로 무역전쟁을 걸자 수영그룹은 반도체 보복으로 즉각 대응했다.

서진파운드리의 눈치를 보는 윈텔, ADM, 엔도비 등의 반도체 회사들이 일본 수출 중지 조치를 때린 것이다.

덕분에 일본의 전자제품 업계는 기흉 환자처럼 숨이 넘어갈 지경에 처했다.

그 틈을 타서 수영투자에서 한국산전자제품을 일본에 수입해서 점유율을 착실하게 늘려가고 있었고.

하지만 닌텐도는 그런 태풍에서도 영향을 받지 않고 웃고 있었다.

주력 기종인 닌텐도 스위치의 생산공장이 베트남에 있기 때문이다.

스위치의 CPU, GPU 등 주력 부품을 생산하는 엔도비는 베트남 공장에 대한 판매까지는 막지 않았다.

애초에 장기 대량 구매 계약이 체결되어 있기에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중단할 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윈텔 등 반도체 회사들이 일본 수출을 중지한 것도 기계약의 효력 범위 밖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하수영이 청천벽력 같은 선언을 던지고는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저게 무슨 소리야? 지가 뭔데 우리 닌텐도에 반도체를 파니 안 파니 하는 거지?"

후루카 순타로 사장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고, 한 임원이 얼른 대답했다.

"엔도비가 우리한테 제공하는 CPU와 GPU 부품은 상당수가 서진파운 드리에서 위탁생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음, 어느 정도지?"

"적어도 50% 이상은 될 거라고…… 마지막으로 확인한 게 그 정도였습니다."

"그럼 엔도비를 압박해서 우리 물량을 쥐고 흔들어보겠다는 말인가? 근데 엔도비하고 맺은 계약이 있을 텐데 그렇게 막무가내로 나올 수 있나?"

"다음 위탁생산계약을 거부하겠다는 식으로 압박을 가하면 엔도비도 서진파운드리 눈치를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50%라……. 이거 그럼 마이크론에도 물량을 넘겨줘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군."

후루카 순타로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도 전 세계 반도체 판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파악하고 있었다.

서진파운드리 공장 이전을 놓고 미의회에서 그렇게 개난리를 쳤는데, 모를 리가 있을까.

다만 닌텐도 입장에서 서진파운드리는 직접 거래를 할 일이 없었다.

닌텐도는 엔도비 등 반도체 회사에 주문을 넣고, 반도체 회사가 자기 공장을 돌리든 서진파운드리 공장을 돌리든 알 바 아니다.

닌텐도는 최상위층에 위치한 갑이었으니까.

서진파운드리가 아무리 반도체 업계에서 대단하다고 해봐야, 을도 못되는 정일 뿐이다.

슈퍼갑이 어떻게 정 따위를 신경쓰겠는가.

그때 다른 임원이 살짝 질린 얼굴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사장님. 방금 준이치 상무가한 말에는 다소 시장과 차이 나는 점이 있습니다."

"지금 준이치 상무가 시장 돌아가는 상황도 모르고 잘못된 사실을, 사장인 내 앞에서 무책임하게 꺼냈다는 뜻인가?"

후루카 순타로가 눈알을 부라리며 압박했고, 준이치 상무도 불쾌한 듯 노려보았다.

말을 꺼낸 임원은 조금 기가 죽었지만, 그래도 지금 이 말은 반드시 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꼈다.

"엔도비가 우리 회사에 공급하는 부품의 절반을 서진파운드리에 맡겼다는 것은 좀 지난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예."

"위탁 비율이 어느 정도인데? 자네 표정 보니까 더 줄지는 않은 거 같은데."

"100%입니다."

"……."

"……."

"뭐라고? 다시 말해보게."

후루카 순타로 사장이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준이치 상무의 표정은 언제 노려봤냐는 듯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우리 스위치에 들어가는 CPU와 GPU, 전부 서진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것들입니다."

"……그럼, 하수영 회장 그 친구가 한 말이……."

"예. 이미 다 알고 내지른 엄포입니다. 그리고……."

"말해! 주저하지 말고 어서!"

후루카 순타로는 답답한 나머지 호통을 쳤고, 임원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 속에서 어렵게 입을 열었다.

"메인 부품뿐만 아니라 기기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반도체가 전부 서진파운드리에서 생산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

짧은 정적이 싸늘하게 내려앉았다.

한참 동안 아무도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겨우 말문을 뗀 것은 후루카 순타로 사장이었다.

"방법 찾아. 빨리!"

***

스위치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을 끊어버릴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렇게 하면 이쪽의 손해만 더 커진다.

필수 부품 하나만 딱 끊어버리면, 어차피 하드웨어는 온전한 작동을 하지 못한다.

컴퓨터를 못 하게 하려면 CPU나 파워 둘 중 아무거나 하나만 빼버려도 무방한 것처럼.

하수영은 곧바로 엔비도 사장에게 연락했다.

"닌텐도 스위치에 들어가는 CPU 있죠? 앞으로 그거 생산을 못 해드릴거 같습니다."

밑도 끝도 없는 통보였지만 엔비도 사장은 당황하지 않은 채 침착히 물었다.

-혹시 닌텐도와 악연이 있으십니까?

"일본과는 언제나 악연이 깊죠. 식민지 수탈도 그렇고, 한국전쟁에 빨대 꽂은 것도 그렇고, 현대 무역관계에서도 온갖 협작질을 해서 이 나라 경제가 아직도 요 모양 요 꼴이거든요. 나라가 가난하니 돈 벌기가 쉽지가 않네요."

-하하, 금전적인 손해야말로 가장 큰 원한이지요.

"근데 뭐 원한 때문에 닌텐도를 치려는 것은 아닙니다. 순수한 비즈니스 목적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을 진행 중입니다."

-적대적 인수합병. 자본주의에서 법으로 인정하는 경영 방침이죠.

"네. 저는 닌텐도가 필요합니다. 갖고 싶어졌고요. 그래서 가져야겠는데, 그러려면 먼저 돈줄부터 끊어놔야죠."

-쉽지 않을 겁니다. 최대주주인 교토은행도 온 힘을 다해서 지원할 테니까요.

"하드웨어를 못 만드는데 돈으로 백날 천날 지원한다고 뭐 달라지겠습니까? 이제 와서 지들이 반도체 공장을 다시 만들 것도 아니고요."

아무리 일본이 부유하다 해도, 이제와서 반도체 생산라인에 다시 뛰어드는 것은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다.

어렵사리 도전에 성공한다 해도, 입자집합명령 장치로 반도체를 찍어내는 서진파운드리와 성능, 가격 면에서 비교조차 못 된다.

"엔도비가 지불해야 할 위약금은 제가 당연히 부담하겠습니다. 그리고 3년간 엔도비가 주문하는 모든 반도체의 납품 가격을 일괄적으로 10% 깎아드리겠습니다."

-일방적 계약파기로 인한 이미지 실추에 대한 위자료입니까.

"그렇게 생각해 주세요."

엔도비 사장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건 만약, 어디까지나 만약입니다. 가능성이 아주 희박한 if죠.

"편하게 물어보세요."

-만약 엔도비가 이 적대적 인수합병에 흑기사 참전을 망설인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하수영은 유쾌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제가 설마 소중한 고객사가 비즈니스 요청을 거절했다고 해서 불이 익이라도 주겠습니까? 제가 미국 파트너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데요."

-하하, 그냥 혹시나 해서 확인한 거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진 마시지요. 제가 사장이라고 해도 제 독단으로 모든 걸 처리할 수만은 없어서, 모든 걸 체크해 두고 싶은 겁니다.

"엔도비가 절 도와주길 원하지만, 닌텐도 편을 들으신다고 해서 엔도 비와 싸울 생각은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엔도비 사장은 속으로 작게 신음했다.

이쪽을 적대하지는 않겠지만, 아마 차후 파운드리 계약 갱신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이사회를 설득하기 좋은 미끼를 하나 더 드리죠."

-이사회 대부분은 하수영 회장님과의 우호를 원하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습니다.

"그래도 좋은 미끼가 있으면 더 열의가 날 겁니다. 닌텐도를 인수하면 저는 가장 먼저 하드웨어 기기 스펙업부터 할 겁니다."

-……!

이쯤이면 엔도비 사장의 눈이 번쩍 떠졌을 것이다.

기기의 스펙업이란 곧 좋은 부품으로 대체한다는 걸 뜻하고, 부품 공급업자인 엔도비의 매출이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닌텐도가 하드웨어 판매로 많이 남겨 먹는 것으로 아는데, 저는 그렇게까지 쥐어짜 내 마음이 없어요. 최대한 많은 소비자들이 우리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누렸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크거든요."

-예. 알고 있습니다.

"스펙은 올리고, 닌텐도의 하드웨어 마진은 대폭 낮출 겁니다. 마이너스 마진까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기기는 게임을 구동시켜주는 도구일 뿐이니까요. 돈은 게임으로 벌면 됩니다."

닌텐도가 버릇처럼 하는 말.

게임기 팔아서 남는 건 없다, 우리는 게임 타이틀 판매로 돈을 번다.

하지만 업계 종사자들인 그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 닌텐도 게임들이 꼭 필요합니다. 도와주세요."

-돕겠습니다.

***

닌텐도에서 뭔가를 준비하기도 전에, 상대가 기민하게 움직였다.

하수영이 닌텐도를 방문한 다음 날, 곧바로 닌텐도는 엔도비로부터 더 이상 CPU를 공급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계약을 파기한다는 겁니까? 위약금을 감당하실 수 있습니까?"

"위약금은 이미 입금되었을 겁니다. 법인 계좌를 확인해 보십시오."

"뭐라고요!"

부랴부랴 법인계좌를 확인해 보니 정말로 엔도비로부터 천문학적인 수치의 위약금이 입금되어 있는 상태였다.

"지금까지 우호적으로 함께해 왔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 겁니까? 혹시 수영그룹에서 엔도비에 압박을 넣은 겁니까? 우리 닌텐도에 부품을 공급하면 더 이상 파운드리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 뭐 그렇게 협박이라도 했습니까?"

"저희 내부 사정일 뿐입니다. 아무튼 심심한 유감을 표합니다."

"이익! CPU 제조사가 어디 엔도비 하나뿐인 줄 아시오!"

닌텐도는 큰소리를 쳤지만, 스위치 하드웨어에 적합한 성능과 가격의 표준을 충족시킬 만한 회사는 엔도비뿐이었다.

윈텔과 ADM은 PC와 서버용 CPU에 최적화되어 있었고, 그것을 스위치에 넣는 것은 지나친 성능 과잉이었다.

불필요한 성능 향상은 당연히 불필요한 가격 향상을 야기하는 법이다.

닌텐도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이리 저리 반도체 회사들과 미팅을 했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유는 대체로 비슷했다.

스위치에 적합한 성능의 CPU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것부터가 시간이 걸리는 큰 프로젝트이며, 굳이 회사의 동력을 분산할 순 없다는 것이었다.

"거짓말 아닙니까? 수영그룹에서 압박을 넣었으니까 우리와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거 아니오?"

"절대로 아닙니다."

미국의 반도체 회사들은 모두 거절했고, 유럽 회사들은 닌텐도의 기준을 맞추기에 모든 면에서 한참이나 부족했다.

수영그룹의 본진인 한국은 말할 것도 없었다.

닌텐도는 한국 기업에는 아예 미팅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닌텐도 본사가 위치한 교토에서는 한국이 일본의 게임 시장을 침공했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혐한 감정이 다시금 스멀스멀 수면 위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조센징이 닌텐도에 독을 풀었다!

-조센징이 과거 은혜도 모르고 일본의 자랑을 집어삼키려 한다!

-열도에서 모든 조센징을 추방하라!

닌텐도 입장에서는 오히려 전혀 달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제는 좋게좋게 넘어갈 최후의 다리마저 끊어진 셈이었으니까.

당장 베트남 공장은 CPU 공급이 끊겨서 생산라인이 조만간 가동 중지될 상황이었다. 남은 재고는 불과 4개월 치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사 이후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위기가 닌텐도를 덮쳤으나, 닌텐도는 그 모든 위기를 극복해냈다. 이번에도 우리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임직원이 뜨거운 애사심에 불타 올랐으나, 속속들이 줄어가는 CPU 재고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

중국의 국영반도체회사 임원이 은밀히 닌텐도 본사를 방문했다.

"엔도비 대신 우리 회사 제품을 한번 써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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