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224화
283장 화성에서 농사짓기 (6)
힘든 테라포밍의 길을 택할 것이냐, CTW2022이 있는 포인트를 찾아 나설 것이냐.
쌀먹을 노리는 유저들은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이제는 하나를 골라야만 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둘 다 동시에 하면 좋지.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과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
"프라임팜 상점 오픈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쌀먹으로 벌 수 있는 돈은 줄어든다."
"최대한 빨리 프라임팜 상점을 오픈해서 전 세계에 생선을 갖다 팔아야 한다. 그래야 초기에 돈을 왕창땡길 수 있어."
"CTW2022은 벌써부터 10억 달러이상 돈을 땡겼다고 하더라."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떠돌아다녔지만, 사람들은 CTW2022 이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을 거라는 것만큼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프라임팜을 오픈한 유저가 천명, 만명, 10만명 이렇게 늘어날수록 파이가 줄어든다."
"최대한 빨리 프라임팜을 오픈해야 돼!"
"그게 어렵다면 CTW2022을 찾아서 교역을 해야 해! 그에게 지금 절실한 것은 HA다."
"몇조 HA만 얻고 나면 CTW2022도 그때부터는 아쉬울 게 없어진다."
"어느 쪽이든 간에 무조건 빨리 치고 나가는 극소수만 떼돈을 벌 수 있다!"
"가보자! 우리도 CTW2022처럼 큰 부자가 될 수 있다!"
'쌀먹'을 향한 팜버스 유저들의 광기는 이제 무엇으로도 끌 수 없는 불꽃으로 바뀌었다.
***
화성유인탐사를 당당히 성공한 이후, 나로우주센터의 위상이 바뀌었다.
이제는 누구도 나로우주센터가 지구 최강의 우주기관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나사조차도 그 사실을 공공연하게 인정했다.
나사는 공식 홈페이지 및 SNS를 통해서 나로우주센터의 최초 화성유인탐사의 성공을 대대적으로 축하해 주었다.
[KARI is the Best of Best! We just follow suit.]
나사난 항우연(나로센터 상위기관)을 공식적으로 최고라 인정했으며, 나사의 한국지부 설립 계획을 정식으로 밝혔다.
대변인이 아닌, 나사 국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했다.
"우리는 나로우주센터로 가야 합니다. 그곳에 우주개척을 위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휴스턴은 이제 우주개척을 선도할 능력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청담동이 우리 미합중국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운명에, 그저 신께 감사드릴 뿐입니다."
나사국장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청담동'을 정확히 콕 집어서 언급했다.
단순한 지명을 말하는 게 아니라 하수영을 상징하는 표현이라는 것은, 대한민국의 지식인과 대중들이 모두 알고 있었다.
세계정세에 어두운 대다수의 미국인, 그리고 전 세계 시민들만 '청담동이 뭔데?' 라는 반응을 보이며 어리둥절해했다.
"나사가 한국에 간다고? 달에 처음으로 우주인을 보낸 그 나사가?"
"대체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임? 맨날 핵 가지고 지랄지랄하는 그 깡패 국가 말하는 거?"
"이번에 한국에서 화성에 사람 보냈잖아. 나사가 이제 자기들은 시대에 뒤처졌다고 굽히고 인정한 거지."
"잉? 나사에서 화성에 사람 보낸 거 아니었어? 우주 왕복선만 3대가 있던데?"
"아님. 한국에서 퇴역한 우주왕복선 구매하고 수리 다 해서 화성에 보낸 거임. 나사는 이것저것 심부름만 하고 아무것도 주도한 게 없음."
화성 탐사 방송을 생중계로 봐놓고도 한국이 아니라 나사가 주도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30% 이상이 되었다.
한국어 음성에 현지어 자막으로 나온 생방송이었는데도 이럴 정도였다.
그만큼 세계에서 한국의 인지도는 낮았고, 나사의 인지도가 절대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
청담 2호는 화성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가득 실었다.
식량, 물, 탐사 및 연구설비, 기타 생필품들을 꽉꽉 채우고는 다시 화성을 향해 출발했다.
이번에는 하수영이 타지 않고 안드로이드 프리덤 3기를 태워서 파일럿을 대체했다.
1기만 보내도 충분하지만 고장을 대비한다는 안전성 측면에서 3기를 태운 것이다.
항공우주연구원이 바야흐로 세계에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지만, 실제 주인공은 수영스페이스였다.
최근 항우연의 모든 업적은 수영스페이스와 협업을 한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다.
재벌들은 항우연의 가치에 군침을 흘리며 달려들었고, 사유화(민영화)를 위한 밑작업을 차근차근 개시하기 시작했다.
"지금 항우연이 가진 기술과 자산을 팔아치우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어차피 우주 개척은 수영스페이스가 항우연 없이도 알아서 진행할 거다."
"지금이야말로 항우연이 가진 자산을 가장 비싸게 팔아치울 절호의 타이밍이다."
항우연의 사유화는 예전부터 정·재계에서 줄곧 거론되어온 이슈였다.
특히 모 통신사가 전략물자인 인공위성 3대를 정부 몰래 외국에 팔아치워서 짭짤하게 돈을 벌어들인 그 과거를, 재벌들은 아직도 기억하고 부러워하고 있었다.
***
로한은 나로우주센터에서 항우연원장과 독대하는 중이었다.
"요즘 안팎으로 이런저런 유혹들이 많이 몰린다고 들었습니다."
"의원님, 그것이……."
"원장님도 그런 접근을 받았습니까?"
원장은 잔뜩 난처한 웃음을 흘리면서 굽실거리듯이 말했다.
"저 따위가 항우연에서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유혹이라기보다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물밑에서 진행되는 암거래를 모른 척 조용히 넘어가라는 내용입니까?"
"대체로 그렇습니다."
"외부에서 탐내는 자산이 뭡니까?"
"우리가 개발한 발사체 제조와 통신, 관제 기술 같은 것들입니다. 원천기술은 과거 러시아에서 많이 들여왔지만, 그동안 우리 항우연에서도 열심히 축적한 기술들이 있습니다."
원장은 땀을 닦으면서 열심히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항우연을 주목하는 지금이야말로 자산을 팔아치울 가장 적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 거 같습니다."
"해외 판매입니까?"
"해외 판매 중개도 있지만, 대부분은 재계에서 자회사를 여럿 세워서 빨대를 꽂는 식으로 우리 항우연을 잠식하려는 거 같습니다. 특허를 넘기면 앞으로 우리 항우연은 재계 자회사들에 로열티를 줘가면서 우주 개척을 해야 합니다."
"기술 목록을 한 번 봅시다."
"아, 예."
로한은 국회의원이자 우주개발 관련 위원회에 깊이 관여하기에, 정식으로 열람을 할 권한이 있었다.
원장이 보여준 방대한 자료들을 한번 주르륵 훑고 난 뒤 로한이 말했다.
"제가 오늘 안으로 체크를 해서 자료를 드리겠습니다. 체크된 기술들은 외부 압력에 굴복하는 척 팔아치우십시오."
"의원님? 그것은 엄연한 배임입니다."
"배임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 기술들은 이제 쓸모가 없어질 것들이라서요."
"설마……?"
"가격을 좋게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최대한 밀리는 척하면서 헐값이 넘기시되, 대신 헐값에 넘겼다는 증거는 최대한 확보해 두시기 바랍니다."
원장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눈알을 굴리면서 망설였다.
로한은 차분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 다른 생각을 하고 계셨습니까?"
"아니, 아닙니다!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 부디 믿어 주십시오!"
"이 정보를 그들에게 역으로 흘려서 뒷돈을 챙기셔도 좋습니다. 그 대신, 청담동은 원장님과 그 핏줄을 영원히 기억할 겁니다."
영원히 기억한다는 말이 이렇게 섬뜩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창백해진 원장은 사시나무 떨듯이 경련하다가 겨우 물었다.
"영원히 기억하신다는 것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서 상상하고, 알아서 선택하십시오. 선택은 원장님의 몫이며, 결과는 원장님 본인과 비속 핏줄들이 공동으로 짊어지게 될 겁니다."
죽인다거나 좌천을 시킨다거나 밥줄을 끊겠다는 식의 압박은 많이 들어봤다.
물론 대놓고 말하진 않고 대부분 돌려서 그 뜻을 전달한다.
그러나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라는 식의 경고는 원장으로서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기억을 하고, 보복을 하겠다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감이 잡히지 않으니 미지로 인한 공포가 더 몸을 휘어 감는다.
"원장님?"
"아, 예! 의원님, 죄송합니다!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잘 알아들었으니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걱정을 할 게 뭐가 있습니까? 개개인의 일탈로 대계가 흐트러지는 일은 없습니다. 중간이든 나중이든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으니까요."
로한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쐐기를 박듯이 말했다.
"그러니 앞으로 원장님이 알아서 하시면 됩니다. 저는 길 하나를 알려드렸을 뿐, 반드시 그곳으로 가라고 강요한 건 아닙니다."
원장은 죽는 한이 있어도 로한이 말한 대로 해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로한이 계속해서 말했다.
"지금 항우연에 남은 우주 관련 기술들은 사실 너무 뒤처져 있습니다. 우리 수영스페이스와 호환이 안 됩니다."
"그렇습니까?"
"네. 개인적으로는 전부 다 싹 폐기하고 깔끔하게 새로 시작하는 게 낫습니다. 하다못해 나로우주센터에서 사용하는 모든 컴퓨터의 OS도 전부 프리덤OS로 교체해야 합니다. 컴퓨터 하드웨어도 마찬가지죠."
"수영스페이스 입장에서는 그 정도로 나로우주센터가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겁니까?"
"가치 있는 건 인적 자원뿐입니다. 물적 자원은…… 주변에 사람이 없는 발사시설과 연구원들이 거주하고 근무할 수 있는 시설들 정도뿐이겠군요."
"……."
"사실 나로우주센터는 이제 굳이 전남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나로센터가 전남지역에 세워진 것은, 한반도에서 육지와 연결된 최남지역이기 때문이다.
원래 우주발사기지는 지리적으로 적도에 가까워야 유리하다.
여기에 연구인력 확보, 발사체 설비 수송 등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 하여 입지가 결정된다.
"핵융합 로켓과 입집명 탱크를 보시면서 느끼신 게 없습니까? 이제 발사기지가 굳이 적도에 가까워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연료를 아끼고자, 조금이라도 추진력을 쌓아보자 했던 그 노력들은 충분하고도 넘치는 추진력이 확보된 지금, 이제는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원장은 그제야 깨달았다.
나로우주센터는 더 이상 최남단 지역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지금 나로섬에 접근하는 것은 여러모로 교통이 불편합니다. 아무래도 작은 섬들을 다리로 연결했으니 어쩔 수 없지요. 저는 제주도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제주도……."
"강원도나 경기도 북부 지역도 인구밀도가 낮아서 괜찮긴 한데, 아무 래도 북한의 공격 위협이 있다 보니 비싼 기지를 놓기는 그렇죠. 수영스페이스는 제주도에 우주발사기지를 세울 계획입니다."
지금 나로우주센터가 수영스페이스에 가지는 가치는 발사기지 및 수리 보관 시설 등을 갖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수영스페이스는 나로우주센터를 활용하는 한편, 독자적인 우주센터를 제주도에 건설할 예정입니다."
"그때가 되면 나로우주센터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겠군요."
"필요하지 않은 건 아니죠. 여분의 발사기지가 있다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되니까요."
로한은 시간을 흘긋 확인하고는 다시 말했다.
"아무튼 정·재계에서 팔아치우자고 하는 건 죄다 팔아치우십시오. 자료만 확실하게 챙기시고요."
"그 다음에 수영스페이스 우주센터설립을 공포하실 겁니까?"
"아닙니다. 먼저 우주연구원 공개 채용이 먼저죠."
로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센터에 있는 우수한 연구원들을 전부 다 긁어오려고요. 그게 먼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