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225화
284장 자본가를 위한 실험 (1)
수영스페이스는 나로우주센터의 우수한 연구원 및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스카우트 작업을 시작했다.
특이하게도 협상에 나선 것은 사람이 아니라 안드로이드 프리덤이었다.
「지금 연봉으로 얼마를 받고 계시죠?」
항공우주연구원 직원들한테 안드로이드 프리덤은 이미 익숙한 존재였다.
하지만 이직 협상장에서 상대할 줄은 그들도 상상을 못 했다.
공대를 해야 할지 평대를 해야 할 지조차도 벌써 헷갈렸다.
"어, 그게…… 1억 2,250만 원을 받고 있습니다. 세전으로요."
「그 연봉은 보전해 드리겠습니다.」
수영스페이스는 굳이 연봉을 더 높여서 이직을 권유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수 연구원들 입장에서도 현재 연봉을 맞춰주기만 해도 감지 덕지할 노릇이었다.
「우주센터 사내 분위기는 요즘 어떻습니까?」
"슬슬 이런저런 말이 나와서 다들 걱정하고 있습니다. 정·재계에서 항우연의 자산을 탐내서 손을 뻗치고 있어요. 상업용 우주 시대가 열렸으니 항우연이 가진 기술들이 앞으로 가치가 크게 뛸 거라 예측하고, 이리저리 빨대를 꽂으려 하고 있습니다."
연구원은 말을 하다 말고 살짝 분개했다.
"빨대를 꽂는 정도면 차라리 양반이죠. 항우연의 핵심 자산을 헐값으로 민간에 팔아치우라는 압박이 매일 쏟아집니다."
「이직계약은 문제없습니까?」
"사실 그게 가장 큰 걱정입니다.
퇴사 후 2년간 동종업계 취직 금지 조항이 발목을 붙잡고 있어서요."
「차라리 잘됐군요.」
"예? 이게 잘됐다고요?"
안드로이드 프리덤한테 공대를 하는 게 처음에야 어색하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아이언맨 코스프레를 한 전문 스카우터와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독소조항이나 악법이 있어야지 우리 쪽이 명분을 탄탄하게 쌓을 수 있어서입니다.」
"하지만……."
「우리 직원들을 대상으로 고소를 한다는 것은 우리 회사 전체에 고소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그룹이 직원들을 얼마나 철통같이 보호하는지는 아시겠죠?」
"물론입니다. 저도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그 112 신고 사건 누명이 감명 깊었습니다."
프라임컴퍼니 직원 한 명이 집에 도둑이 든 것 같아서 112 신고를 했다가 자신이 잘못 알았다는 것을 알고 다시 오지 말라고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이미 집에 도착을 했고, 허위 신고를 했다며 크게 분개를 터뜨렸다.
직원은 오해가 있었을 뿐 고의 허위 신고가 아니었다고 계속 해명했으나, 경찰은 결국 공무집행방해죄로 사건을 진행시켰다.
해당 건은 혐의없음으로 결정이 났지만 경찰대 출신의 20대 초반의 젊은 엘리트 경찰은 재정 신청까지 접수했다.
끝까지 괴롭혀주겠다는 노골적인 의도가 묻어나는 행동이었다.
그러자 즉시 수영그룹에서 박호진 로펌을 움직여 직원을 대신해서 모든 법적 대응에 나섰다.
회사 변호사들이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해 주자 직원은 극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업무에 정상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평범한 공장 직원 한 명을 위해서 그 비싼 로펌까지 움직일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을 못 했죠. 저도 그 이야기 듣고 무척 감명받았습니다."
「우리 그룹의 직원법률 복지가 바로 이 정도입니다. 취업금지 조항이 걱정되십니까? 시비가 크게 걸리면 크게 걸릴수록 박호진 로펌은 기뻐합니다. 회장님께 실적을 증명할 수 있으니까요.」
경찰대 출신 20대 엘리트는 박호진 로펌이 나서자 결국 모든 보복조치를 멈췄다.
그러나 수영그룹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네가 허탕을 쳤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우리 직원을 먼저 괴롭혔으니, 우리도 그 이상으로 너를 괴롭혀주겠다.'
'너 같은 인성파탄자는 민중의 지팡이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박호진 로펌은 젊은 엘리트 경찰의 모든 과거를 SNS에 적은 한 마디까지 탈탈 털었다.
가능한 모든 민원 신청을 접수시켰고, 경찰로서 품위를 손상시킨 점, 개인적인 악의로 시민을 괴롭힌 점등을 끊임없이 부각시켰다.
결국 당사자는 경찰을 그만두고 나서야 보복 절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니 법적인 문제는 전혀 고민하지 마십시오. 모든 공방 절차는 그룹에서 알아서 처리합니다. 만약 패소해서 징역형이 떨어진다면 회장님이 대신 징역살이를 할 겁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한 번 울타리 안에 들인 이는 그 정도로 철저히 보호한다는 의미로 해석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실제로 근로계약서에 보호조항도 있었다.
'취업금지 조항이나 법률 등을 이유로 전 직장 혹은 국가에서 공격(법적, 물리적, 사회적 등 일체 형태를 구분하지 않음)이 들어올 경우, 수영그룹은 회사 전체를 팔아서라도 끝까지 근로자를 보호한다.'
무한책임을 진다는 조항만 봐도 수영스페이스가 얼마나 진심인지 알수 있었다.
「농부의 특징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갑작스러운 물음에 연구원은 의아했지만,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적당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
"잘 모르겠습니다. 음, 인내심이 강하고 자연에 순응한다, 뭐 그런 거 밖에 안 떠오르네요."
「농사란 남의 것을 뺏지 않고 자연의 힘을 빌려 내 것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과정이지요.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평화주의자로 보일겁니다.」
"그런 이미지가 강하죠."
「하지만 농사의 존재를 잘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외부 위협과 끊임없이 투쟁을 벌입니다. 가뭄, 홍수, 태풍, 추위, 해충, 수많은 농작물 전염병 등등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필사적으로 싸우는 것, 그게 바로 농사입니다.」
연구원은 안드로이드 프리덤이아직도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감을 잡지 못했다.
「농부야말로 그 누구보다도 뛰어나고 호전적인 투사라는 의미입니다.」
"아!"
「하수영 회장님은 남에게 먼저 싸움을 걸진 않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시작한 싸움은 하수영 회장님이 원할 때 비로소 끝날 수 있습니다. 국내 통신사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전설이었지요. 그 엄청난 이통사카르텔이 한순간에 박살 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러니 염려하지 말고 사인하시죠.」
"알겠습니다."
연구원은 주저 없이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센터 업무 정리되는 대로 바로 수영스페이스에 출근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이제 근로계약을 맺었으니, 지금 이 순간부터 누릴 수 있는 직원복지를 간단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정식 출근일은 아직 멀었는데요?"
「출근 개시와는 무관한, 현 시간 부로 이용 가능한 직원복지 서비스입니다. 먼저 온라인 수영몰 이용권한을 누릴 수 있습니다.」
"온라인 수영몰?"
「외부에서는 접근이 불가능한, 사내 직원들만 이용 가능한 온라인 마트입니다.」
매달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는 포인트 50만이 주어지며, 그 달 안에 소비하지 못하면 소멸한다는 내용.
「가족 구성원 머릿수에 따라 50만씩 증가하며, 최대 250만까지 늘어납니다. 쌀, 밀, 육류, 생선, 계란을 포함하여 수영마트에서 취급하는 모든 식료품을 산지직송 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죠.」
연구원은 눈알이 팽팽 돌아갔다.
"제가 아내와 자녀 둘이 있으니까 그럼……."
「매달 200만 원에 상당하는 식료품을 수영몰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한 달에 식비가 200만 원씩 세이브된다.
회사에서 매년 2,400만 원씩 세금 안 붙는 현찰을 꽂아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수영몰에서는 식료품 외에도 대형마트, 백화점에서 취급하는 모든 종류의 물품을 취급합니다. 직원할 인가에 구매할 수 있죠.」
대기업들은 자사 물품을 직원할인가에 제공하는 복지정책을 쓴다.
자세히 뜯어보면 직원들을 상대로 물건을 강매하는 것을 보기 좋게 포장했을 뿐이다.
그러나 수영몰은 전혀 달랐다.
자사 생산품 외에도 일반적인 대형 마트, 백화점, 온라인 오픈마켓 등에서 판매하는 물건들까지 모조리 취급하고 있었다.
"이렇게 싼 가격에 팔아도 마진이 남습니까?"
「당연히 마이너스입니다. 대량매입한 가격에서 1원도 마진을 붙이지 않고 판매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외부인에게는 팔지 않습니다.」
밑지고 판다는 것은 장사꾼의 거짓말이지만, 수영몰은 직원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게 아니기에 정말 밑지고 팔고 있었다.
연구원은 깨달았다.
'이거 수영몰 혜택만 해도 내가 연봉 수천만 원은 이미 인상받은 거나 마찬가지구나.'
같은 날, 수십 명의 나로우주센터연구원들이 똑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받아보고 있었다.
다른 날도, 그 다른 날도 똑같은 일이 반복해서 일어났다.
***
항우연이 지닌 기술자들이 여기저기 민간에 불하되거나, 재벌들이 만든 법인이 빨대를 꽂고 들어왔다.
정부에서는 새 원장으로 회계 출신 인물을 내려 꽂았지만, 기이할 정도로 큰 반발은 없었다.
과학자 출신이 아니라서 크게 저항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던 새 원장도 떨떠름한 기분을 안은 채 취임식을 치렀다.
"아니, 새 원장 취임식인데 왜 이렇게 빈자리가 많은 건가?"
수백 개가 넘는 의자는 거의 8할 이상이 텅텅 비어 있었고, 새 원장은 당황하는 한편 분노가 치밀었다.
'어째 조용하다 했더니, 이것들이 이런 식으로 반항을 한다 이거지?'
"부원장 어디 갔습니까? 당장 내 사무실로 오라고 하세요!"
취임사를 마치고 내려온 새 원장은 분노를 머금은 채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이 가관이었다.
"부원장 자리는 현재 공석입니다."
"뭐? 공석?"
"네. 오늘 사직서를 제출하셨거든요."
"사직을 했다고?"
새 원장은 그제야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설마 그럼 저 많은 자리가 다 비어있던 것도……?"
"그동안에도 이직률이 적지 않은 편이었는데, 새 원장님이 취임한다는 말을 듣고 남은 연구원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출근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수인계는? 인수인계는 어쩌고!"
"그거야 법적의무는 아니라서요."
"그럼 지금 항우연에 전문 연구원이 단 한 명도 없단 말입니까?"
"네. 우주 관련 연구원과 엔지니어들은 전부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이들은 일반 시설관리나 행정, 재무 쪽 업무 담당자들입니다."
우주 관련 과학자, 공학자, 기술자들이 모조리 사직서를 내고 떠났다니.
이래서야 빈 깡통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벌통에 빨대를 꽂아서 꿀을 쪽쪽 빨아먹으려 했더니, 벌들이 모두 이사를 가버렸다.
"설마 그 많은 연구원들이 전부 백수를 하진 않을 테고, 모두 수영스페이스로 갔단 말입니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이익……!"
이건 수영스페이스의 음모다.
새 원장은 분한 나머지 치를 떨다가 곧바로 청와대 수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석님, 큰일입니다."
-뭔가?
현지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자 수석도 당황해서 뭐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700명이 넘는 연구원들을 모조리 빼내갔다고? 허참,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는데.
"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지금 상태로는 항우연의 현 상황을 파악하는 것조차 불가능합니다."
벌통에 벌이 한 마리도 없는 상황이니, 꿀이고 뭐고 따져볼 수조차 없다.
떠나간 벌들을 잡아오던가, 아니면 새 벌을 구해다가 투입해야 한다.
-알았네. 내가 좀 알아보지. 자네도 최대한 항우연 상황을 파악하는데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걸로는 안 돼. 지금 항우연 확장사업에 기대를 거는 분들이 한둘이 아니셔.
새 원장은 욕이 나올 뻔했다.
회계 출신인 자신이 항공우주에 관해서 뭘 알 수 있다고, 연구원 한 명 없이 상황을 파악하라는 것인지.
답답한 마음에 TV를 켠 그는 'TV 울릉'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속보에 속이 뒤집어졌다.
[수영스페이스, 1만 명 이상 상주가능한 달 기지 프로젝트, 본격 착공 선언!]
[나사와 손잡고 합동추진한다! 항공우주연구원은 글쎄?]
[수영스페이스 대표, "항우연은 이미 정·재계가 빨대를 꽂아서 권리관계가 매우 복잡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을 것."]
새 원장은 재떨이를 그만 TV에 던져버렸다.
※작가의 말
청담 2호 관련 내용 수정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신형 우주선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설정입니다.
로한이 설계한 차세대 우주선은 아직 열심히 건조 중입니다. 청담 0호기가 될 예정입니다.
청담 1호 : 나로센터 신형 로켓을 개조, 달 관광버스로 투입.
강남 1호 : 무상으로 받은 중국 선저우를 개조, 달 헬륨 채굴에만 투입.
우주왕복선 3척 : 고유의 이름 유지, 현재 모두 화성에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