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234화
285 장 열도의 여름, 겨울 (4)
수산물마트 외부출입금지 어창에는 남은 6일 동안 판매하기 위한, 살아있는 수산물들이 있었다.
이걸 오늘 다 팔아버리면, 다음 수산물이 들어올 때까지 6일 동안 장사를 하지 못하고 마트 문을 닫아야 한다.
마트 부지점장은 이게 얼마나 안좋은지 잘 알고 있었다.
6일 동안 문을 한 번도 열지 않는 대형 마트라니.
아마도 지나가는 사람들은 저 마트가 망했나 보다 하고 오해할 수 있을 것이다.
B2C 대형마트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에게 '상시 영업 중' 이라는 것을 어필하는 것이니까.
"어창 다 개방하랍니다!"
"남은 수산물, 오늘 다 팔아버린답니다! 바로바로 매장으로 올리세요!"
"고등어 한 마리도 남기 말고 전부 다 어창에서 꺼내십시오!"
그래 봤자 겨우 360kg의 수산물.
저 많은 소비자들의 갈증을 채워주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애초에 마트의 규모에 비해서 들여 오는 물량이 너무나도 적다.
적어도 이 수십 배는 들여와야 할 것이다.
'아니지. 지금 일본의 생선 사정이라면 수십 배가 아니라 수백 배를 들여와도 모자랄 거다.'
하루에 겨우 60kg. 너무 터무니없이 적은 물량이 아닌가.
어창에서 나가는 수산물을 바라보는 부지점장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다.
"생선이다! 생선이야!"
"저리 비켜! 난 아직까지 한 마리도 못 샀다고! 당신은 한 봉지나 샀으니까 이제 그만 썩 꺼져!"
"무슨 소리야! 내가 밤새도록 얼마나 고생해서 줄을 서서 들어왔는데! 사고 싶은 만큼 산 다음에 나갈 거라고!"
"아니, 만족할 만큼 생선 구매했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좀 양보할 줄을 알라고요! 질서와 양보의 민족 일본인이라면 그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너, 비국민이지? 일본인이 아니지?"
아비규환 속에서, 힘들게 꺼내온 생선들은 순식간에 동이 나고 말았다.
당연히 손님들은 만족을 하지 못했다.
총 420kg의 생선이라고 해봐야 한 사람당 돌아가는 양이 얼마나 되겠는가.
아직도 훨씬 많은 수의 손님들이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떠나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내 말씀드립니다.
경쾌한 하수영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저희 마트가 준비해 놓은 수산물이 모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지금 저희 마트의 모든 어창은 텅텅 비었습니다. 그러니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신 고객님께는 대단히 죄송하지만, 일주일 후에 다시 찾아와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일주일 후라고! 그때까지 어떻게 참으라고!"
-일주일 후부터는 하루에 120kg씩 판매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물량조달을 조율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결국 손님들은 아쉬움과 허탈함을 씹으면서 돌아가야 했다.
수산물마트는 문을 닫았지만, 생선 맛을 본 손님들은 자주 수산물마트를 지나가면서 혹시 문을 열지 않나 갸웃거리는 일이 생겼다.
그와 같은 일은 도쿄지점 외의 다른 수산물마트 11곳에도 똑같이 벌어졌다.
일주일 후,
도쿄 마트에서는 120kg의 물량을 내놓았지만, 오픈하자마자 전부 다 팔려 버렸다.
이미 한 번 학습을 한 경험을 토대로, 손님들은 집단항의를 시작했다.
"아, 새벽부터 기다렸단 말입니다! 그런 사람을 생선 한 마리 안 팔고 이대로 돌려보내는 법이 세상천지 어디에 있습니까!"
"어창에 생선 많은 거 다 압니다! 그거 그냥 오늘 풀어 주십시오!"
"지난 6일 동안 기다리느라고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는지 알아요?"
이번에도 하수영은 흔쾌히 어창에 저장 중인 수산물을 모조리 팔라고 시켰다. 물론 이번에는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대신 도쿄 마트에는 로봇 하수영을 두었다.
다시 일주일 치 생선이 전부 팔렸고, 구매자들은 희희낙락해서 돌아갔으며,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의 구매 실패자들은 쓰린 가슴을 쥐어 잡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또다시 찾아온 생선 입고일.
마트에는 이틀 전부터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무리가 생겨났다.
"생선을 놓칠 순 없다."
"칙쇼! 그동안 한 마리도 못 샀다고! 이번엔 반드시 왕창 사서 돌아가고 말 테다!"
"더 이상 뺏길 순 없어."
생선을 사기 위한 쟁탈전은 구매자들 간의 제살 깎아 먹기식 경쟁으로 변질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만 마트가 열리다 보니 그 깎아 먹는 정도가 더 심했다.
차라리 매일 조금씩 파는 식이었다면 이렇게 이틀 전부터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타지점에서는 3일 전부터 텐트를 치는 이들마저 생겨났다.
***
상황이 이리 되자, 일본 정부는 토요쿠니를 통해서 하수영한테 정중하게 요청을 해오기까지 했다.
-생선을 첫날에 몰아서 팔지 말고, 일주일 동안 나눠서 팔았으면 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조심스러운 부탁입니다.
"음,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생선을 나눠서 팔려고 해도 매장을 장악한 고객들이 돈 줄 테니 몽땅 다 가져오라고 난동을 부려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지금 생선 구매 줄을 서기 위해 수산물마트마다 이삼일 전부터 텐트를 치고 줄을 서는 이들 때문에 사회적인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수산물마트는 꽤 번화가에 자리를 잡았다.
그 앞에서 이삼일씩 길게 줄을 서서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니, 보도를 돌아다니는 일반 행인들이 크게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여러모로 불필요한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혹시 생선 공급량을 더 늘려주실수는 없는가 하는 게 일본 정부의 또 다른 부탁이었습니다.
"양식장 출하량이라는 게 그렇게 단기간에 급격하게 늘릴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생선은 공장에서 만드는 제품이 아니라 양식장에 가둬서 알부터 부화시켜 길러내는 생명체입니다. 출하량을 늘리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판매 가격을 굳이 한국 시세에 맞추는 배려를 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수영양식장이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진을 누려도 무방합니다. 그게 바로 자본주의 시장질서 아니겠습니까?
"정말 일본 정부가 그렇게 말을 했나요? 자국 국민들 밥상에 올라가는 생선이 수십, 수백 배의 가격으로 팔려도 상관이 없다고요?"
-일본 정부는 이미 생선 암시장도 손을 놓고 관리감독을 포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공개유통라인에서 생선가격이 폭등해 버리면 나중에 바다가 살아나도 다시 내려앉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일본은 세상에서 가장 생선 요리를 사랑하는, 생선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가 아닙니까?"
-일본 정부는 그 이상으로 지금의 줄서기 상황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게 자칫 소요로 번지지 않을까 두려워합니다.
줄을 서기 위해서 매일 많은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모여든다.
그들은 물론 경쟁자이지만, 동시에 똑같은 답답함을 안고 있는 동료이기도 하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그들은 대체 세상이 왜 이렇게 돌아가나 한탄을 하게 될 것이고, 그 불만은 자칫 정부에 대한 소요나 시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본 정부는 그런 점을 걱정하는 것이다.
"흐음, 그럼 대신 조건이 있어요."
-말씀하십시오. 저야 전달하기만 하는 역할이니까요.
하수영과 일본 정부를 이어지는 교각 역할은 히사타로 전 총리의 것.
토요쿠니는 히사타로의 오른팔로서 그 역할을 대행할 뿐이다.
그저 말만 전하면 된다. 판단을 내리는 것은 바로 일본 정부다.
"물량을 최대한 늘려보겠습니다. 대신 그만큼 가격이 폭등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익을 생각해야 하니까요."
애초에 수산물마트는 하수영이 히사타로 총리를 위해 준비한 사소한 선물이었다.
적은 양의 생선을 일본에 공급하고, 그 칭송을 히사타로 총리가 얻을 수 있게 하는 것.
일본 정부는 이렇게 알고 있었다.
-그거야 당연한 결과입니다.
"근데 그렇게 돈을 많이 벌면 뭐합니까? 상당 부분이 세금으로 나갈 텐데요."
-알겠습니다. 일본 정부에 그 말을 분명하게 전달하겠습니다. 혹시 추가하고 싶으신 말씀은 없으십니까?
"소득세뿐만 아니라 수산물마트에서 수산물 판매에 부과되는 일체의 세금을 없애주세요. 소비세도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어차피 일본 정부도 수긍할 거라고 봅니다. 안 그래도 비싼 물품에 소비세까지 붙으면 일본인들이 감당을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 답답한 관료체제라고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회신이 왔다.
총리의 긴급행정명령을 통해 수산물에 부과되는 모든 세금을 면제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곡물 시장에 근로 시장에, 이제는 생선 시장까지 그냥 활짝 열어주네. 좋아, 한 번 본격적으로 들어가 보자."
면세특혜라는 합법적인 무기를 쟁취한 하수영은 준비해 놓았던 초대 형 생선 수송선을 출발시켰다.
「일본은 절대 내줘선 안 될 세가지 시장을 모두 붙잡혔군요.」
"장군 나리, 보고 있나요? 장군 나리가 12척의 배로 전설의 승전을 만든 그 투혼을 이어받은 수송선이 일본 전체의 안방 식탁을 점령하러 지금 출발하고 있습니다."
「공급량은 어느 정도로 유지하실 겁니까?」
"일본인들 원래 생선 먹던 양의 딱 5%만 충족할 수 있게 공급한다. 그래야 비싸게 팔아도 자랑스럽게 사먹는 사람들이 나오지."
누구나 원하지만 아무도 가질 수 없는 것을 당당히 비싸게 치르고 소유하는 것은, 남보다 우위에 서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준다.
평년 소비량의 5%밖에 안 되는 물량은, 수십 배로 뛰어오른 가격을 오히려 자랑스럽고 동경의 대상으로 여기게 해줄 것이다.
"이제 암시장이 양지로 나와 버렸구나."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이렇게 되었군요.」
***
대한민국 국군의 영토 최북방어선은 휴전선이 아니라 평양 북쪽에 존재한다.
북한과 중한 사이에 놓인 사실상의 국경지대가 바로 한국 국군의 최북방어선이다.
휴전선은 모두 철거되었고, DMZ는 지뢰 수색작업이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지뢰 수색작업에는 병사가 일절 투입되지 않았다.
수백 기에 달하는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24시간 쉬지 않고 지뢰 탐지 작업을 펼쳤다. 덕분에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위험한 수색에 인간을 아예 투입하지 않았으니.
이와 같은 조치 덕분에 육군 장병들은 해군인 하수영한테 큰 고마움과 존경을 품었다.
육군 장교들도 그 부분은 크게 동의했다.
"해군원수님 아니었으면 인명 사고는 벌써 수십 이상 났다. 물에 떠내려간 나무 지뢰들이 셀 수도 없이 수두룩하다던데."
"그런데 안드로이드 녀석들은 어떻게 지뢰를 그렇게 잘 찾아내는 걸까요? 금속탐지기에는 안 걸리는 나무 지뢰들도 재깍재깍 찾아내는 거 보면 보통 신통한 게 아닙니다."
"글쎄, 로한 의원님이 또 뭔가 엄청난 스캐닝 시스템 같은 걸 만들었나 보지, 화성도 20일이면 가는 시대인데 그깟 지뢰 수색이 뭐가 어렵겠어?"
북한-중한 가상 국경선 부근에서는 육군 야전군이 진을 치고 있었고, 개성 인근에서는 농사와 농지, 목축지 개척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프라임건설그룹은 평양과 개성의 모든 도시 인프라를 아예 바닥부터 뜯어내고 기초부터 새로 만들고 있었다.
프라임건설은 속도와 효율, 고용 효과를 동시에 잡기 위해 비싼 중장 비를 아낌없이 다수 투입하고, 현지인 인부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고용했다.
우습게도 중한 주민들은 생선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
배식을 할 때마다 언제나 생선은 대량으로 남아서 버려진다. 일본인들이 봤으면 피눈물을 흘렸을 광경이다.
중한 주민들은 프라임건설에서 나온 직원들, 그리고 치안유지를 위해 파견된 군인들을 위해 일하면서 그들과 함께 어울렸고, 평생 누려보지 못한 사치스러운 남한의 음식 문화를 폭발적인 기세로 흡수했다.
바로 삼겹살에 상추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