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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242화 (1,242/1,270)

프랜차이즈 갓 1242화

286장 망둥이 치어들의 잔치 (4)

말도 안 되는 저항이었다.

압수수색을 나온 검사와 수사관들은 대놓고 무력으로 밀어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재벌 기업도 감히 이런 짓은 못했다.

이것은 명백한 검찰에 대한 도발이자 능욕이다.

"이거 놔! 놓으라고! 이 개새끼 대한민국 검사가 우습게 보이냐!"

「불법침입행위 및 영업방해행위에 대한 정당방위입니다.」

"불법이라니! 이 깡통들이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검사들은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질렀지만, 안드로이드 프리덤의 막강한 힘을 이길 순 없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들은 운동선수가 유치원생을 다루듯이 부드럽게, 하지만 꿈쩍하지 않고 강하게 그들을 병원 밖으로 쫓아냈다.

분노로 날뛰는 검사들과 달리 수사관들은 조용히 눈치를 보며 침묵한 채 끌려 나갔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눈짓으로 생각을 교환했다.

'야, 절대 소란 피우지 마라.'

'그냥 얌전히 쫓겨나자.'

수사관들은 모두 프리덤 구독자들이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을 움직이는 것도 프리덤, 그리고 모든 프리덤은 필요할 때마다 정보를 공유한다는 걸 알고 있다.

혹은 프리덤이 하나 아니면 몇 개 안 되는 단일A1일 수도 있는 것이고.

때문에 안드로이드 프리덤한테 해를 가하거나 저항하고 싶지 않았다.

자칫 프리덤 구독 서비스 이용에 페널티를 입을 수도 있으니.

검사 같은 특수공무원이 아닌 일반공무원이기에 몸을 사리는 게 중요했다.

애초에 여기 온 것도 시키니까 하는 것이다.

병원에 쳐들어왔던 검사와 수사관들이 전부 밖으로 쫓겨났다.

마지막으로는 책임자인 고윤무도안드로이드 프리덤한테 양팔이 잡혀서 밖으로 나가야 했다.

부하 검사들이 그를 에워싸며 분노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차장님! 이건 말도 안 되는 폭거입니다! 감히 대한민국의 헌법기관인 검사의 직무집행을 폭력으로 저지하다니요! 이는 엄연한 범죄이며 헌법 유린 행위입니다!"

"맞습니다! 병원이 먼저 우리에게 손을 댔으니 엄중한 벌을 내려야 합니다! 지금 당장 무장병력을 불러다가 병원을 진압해야 합니다!"

고윤무는 인상을 팍 썼다.

"조용히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돼? 의원님이 그런 것도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보란 듯이 우리를 힘으로 밀어냈겠어?"

"설마 대한민국에서 우리 검찰과 대놓고 싸우기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우리가 치면 답 없는 겁니다. 적어도 이 나라에서는 누구도 우리를 못 넘어섭니다."

무시당했다는 모욕감 때문인지 부하 검사들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이성적으로 차분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그른 눈빛이다.

'있었는데 없을 거라고?'

마음에 걸리는 게 한 가지 있었다.

압수수색영장은 법원에서 발부해 준 것, 고로 법원에서 취소를 해버리면 효력을 잃는다.

그 순간부터 불법수색이 돼버리는 것이고, 그럼 병원의 저항은 당연히 적법하다.

오히려 자신들 공무원들이 불법적으로 민간병원의 물품을 강탈하려고 한 범죄자가 될 수 있었다.

"영장, 영장이……."

고윤무는 얼른 전자영장을 확인했다.

요즘에는 종이영장이 아니라 전자적으로 제시하는 영장을 선호한다.

미리 압수수색현장이나 용의자 근처에 대기하고 있다가 법원에서 영장을 발급하는 순간 동시에 쳐들어가는, 전광석화 작전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어, 없다?"

놀랍게도 전자영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취소가 된 것이라면 그 사유 및 취소 내역이 나와 있을 텐데, 처음부터 발급하지 않은 것처럼 영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일단 철수한다!"

주변에서 보는 눈이 너무 많다.

특히 시민들과 환자, 가족, 직원들이 매섭게 쏘아보면서 쉴 새 없이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아, 찍지 마세요! 찍지 말라고요!"

"지금 사진 찍는 거 범죄입니다!"

상황 파악 못 하는 몇몇 부하 검사들이 수사관들을 시켜서 시민들을 윽박지르고 있었다.

일부 시민들을 강제로 붙잡아서 사진을 확인하고 지우게 명령하고 있었다.

"야! 당장 멈추고 철수하라고! 이 개자식들이 지금 내 말을 귓등으로 처듣나! 지금 바로 청으로 가서 별도의 명령 있을 때까지 대기해!"

분개한 고윤무가 소리를 빽 질렀고, 그제야 부하 검사들은 슬금슬금 멈췄다. 하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불만이 한 가득이었다.

고윤무는 서둘러 법원으로 되돌아왔다.

영장 담당 판사가 당직 자리에 앉아서 한가롭게 하품을 하고 있었다.

"김판,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고윤무는 영장판사 앞으로 다가가서 피의자를 대하듯이 서슬 퍼런 눈으로 윽박질렀다.

연수원 기수나 나이 모두 자신과 한참 차이가 나니 거리낄 게 없었다.

"고 차장님? 무슨 말씀이시죠?"

영장판사가 어리둥절해서 묻자 고윤무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물었다.

"수색영장 말이야. 어떻게 된 거냐고."

"그거야 제가 발부해드렸잖아요."

"없던데?"

"네? 그럴 리가 없습니다. 단말기에 뭐 문제 생긴 거 아닙니까?"

"진짜 없으니까 내가 하는 말이지. 한 번 보여줘?"

답답한 고윤무는 단말기를 꺼내서 영장 발부 내역을 까서 보여주었다.

"오늘 발급해 줬어야 하는 영장이 없잖아!"

"이, 이상하네. 제가 분명히 발부를 했는데…… 혹시 단말기에 무슨 이상 생긴 거 아닙니까?"

그제야 고윤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고 보니 처음 병원에 들어섰을 때 의사 및 직원들에게 전자영장을 제시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만 해도 분명히 영장이 있었는데…….'

정말 단말기에 무슨 문제가 생겨서 영장정보가 날아간 것인가?

"아니야. 이건 온라인으로 제시하는 거라서 단말기에 문제가 생긴다고 영장정보 자체가 날아가는 게 말이안돼."

"잠시만요. 확인해 보겠습니다."

영장판사는 얼른 컴퓨터 화면을 켜고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얼마 후 영장판사가 놀라서 눈을 치켜떴다.

"어? 어어어? 이게 어디 갔지? 내가 분명히 발부를 했었는데……."

"무슨 일이야? 설마 없어?"

"네, 발부한 내역 자체가 없습니다. 말도 안 돼요. 아까 분명히 발부했고 정상적으로 출력도 됐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나도 병원 들어갈 때 영장을 분명히 제시했었어."

이를 갈던 고윤무가 다시금 말했다.

"영장 다시 발부해 줘. 같은 내용으로."

"아, 알겠습니다."

신청한 내용은 남아 있었기에 영장판사는 그대로 동일하게 발부를 해주었다.

단말기에 정상적으로 뜨는 걸 확인한 고윤무는 폰을 꺼냈다.

"나다. 지금 다시 영장 받았다. 다시 병원으로 간다."

-하지만 또 안드로이드 프리덤으로 막으면 답이 없습니다. 특공대가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특공대든 뭐든 투입할 명분을 갖춰야 할 거 아니냐! 우리가 정당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는데 병원에서 막았다고! 빨리 출발해!"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법원을 나선 고윤무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금 단말기를 확인했다.

다행히 단말기에 영장은 정상적으로 출력되었다.

차를 차고 다시 병원으로 향한 고윤무는 당당하게 병원 행정실을 찾았다.

"검찰입니다. 귀 병원은 의료법 위반 및 횡령, 배임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당한 절차에 의거하여 압수 및 수색을……."

착실한 명분을 쌓기 위해 고윤무는 이제부터 행해질 직무내용을 세세하게 전부 읊었다.

동행한 기자들이 그 모습을 낱낱이 촬영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부터……."

"영장 있습니까?"

그때 행정과장이 조용히 일어나서 물었다.

지나치게 침착한 태도는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누군가가 미리 시킨 것처럼 보였다.

"영장? 당연히 있죠."

하수영과 이렇게까지 날을 세우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영장 없이 병원을 털었다는 불법 공권력 투입 검사로 전락할 수는 없었다.

고윤무는 원치 않았지만 외길에 몰렸고, 자신을 여기까지 밀어 넣은하수영을 원망했다.

"영장이 어딨다고요?"

"이, 이게 대체 어딜 갔지……?"

고윤무는 크게 당황했다.

아까처럼 영장 불러오기가 되지 않았다.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기이할 정도로 단말기가 뜨거웠다. CPU가 맹렬히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고윤무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얼른 구석으로 빠져서 영장판사한테 전화를 걸었다.

"김판, 영장이 또 없어졌어. 컴퓨터확인해 봐."

-지금 확인했습니다. 와씨, 미치겠네요. 아까 제가 분명히 발부한 거 보셨죠? 근데 지금 또 내역이 없습니다.

"젠장. 김판, 그럼 종이 영장으로 출력해 줘. 내가 우리 애 하나 보내서 받아갈게."

-알겠습니다.

고윤무는 청에 전화를 걸어서 사무실에 있는 직원 한 명을 법원으로 보내게 했다.

출발하면 연락을 하라고 했는데, 20분이 넘도록 소식이 없었다.

벌써 출발하고도 남았어야 할 시간인데, 이상했다.

짜증이 난 고윤무는 직원한테 전화를 걸었다.

"난데, 지금 오고 있는 거야? 내가 출발할 때 말하라고 했었잖아!

-거, 검사님, 저 지금 법원인데요.

"뭐야? 아직도 출발 안 하고 대체 뭐하고 있었어?"

-법원 컴퓨터가 지금 맛이 갔습니다.

"뭐야?"

고윤무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법원 컴퓨터가 맛이 갔다고?

-처음에 영장을 출력하려고 하는데 프린터가 먹통이 됐는지 그냥 온통 새카만 종이만 계속 출력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프린터를 바꿔서 해봤는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정상적으로 출력되는 프린터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프린터가 몽땅 고장났을 리는 없을 테니, 프린팅 네트워크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고윤무는 머릿속이 차가워졌다.

이런 일이 우연하게 일어났을 리가 없다.

전자영장 발부정보가 단말기와 법원 서버에서 사라진 것도, 종이영장인쇄에서 계속 오류가 나는 것도, 모두 누군가의 계획된 일이다.

'씨발…….'

아까 전자영장을 바로 지우지 않은 것도 일부러 몸도 고생하고 시간도 질질 끌어보라고, 제시 직전에 지워버린 게 틀림없다.

애초에 상대는 서버를 고장 내거나 영장신청정보를 삭제하지도 않았다.

단지 프린터 인쇄를 할 때마다 온통 새카맣게, 잉크만 잡아먹게 만들었다.

잉크나 실컷 소모하라고 보란 듯이 이쪽을 도발하고 있는 것이다.

"김 판사 바꿔봐. 얼른!"

-네!

전화 상대가 바뀌자 고윤무는 이를 바드득 갈면서 말했다.

"김판, 손으로 영장 써서 도장 찍고 넘겨줘."

그 많은 내용을 일일이 손으로 쓰라고요?

"많기는 뭐가 많아. 그거 A4 몇 장이나 된다고. 글씨 예쁘게 쓸 필요 없으니까 대충 알아볼 수 있게만 빨리 써서 줘."

-요즘 볼펜으로 글씨를 쓸 일이 거의 없어서…… 일단 알았습니다.

손글씨로 영장을 완성하는 데에는 거의 20분 가까이 걸렸다.

손글씨를 오래 쓸 수 있는 현대인은 그리 많지 않다. 보통은 몇 분만 손글씨를 써도 팔이 아프고 저리기 마련이다.

-검사님,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그래, 조심해서 오고. 특히 교통사고 같은 거 주의해."

-알겠습니다.

고윤무는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렸다.

프리덤이 탑재된 헤슬라자동차가 아직 국내에 보급되지 않은 게 천만 다행이었다. 그랬다가는 도로이동에서도 방해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검사님! 영장 가져왔습니다!"

직원이 헐레벌떡 종이영장을 들고 뛰어왔고, 고윤무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만약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종이영장을 낚아채서 파손한다면 빼도 박도 못하는 완전한 불법행위가 완성된다.

그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지만 고윤무는 일단 전화를 받았다.

"네, 고윤무 검사입니다."

-너 이 새끼야, 지금 거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당장 철수해!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나 법무부 장관이다. 뒤지기 싫으면 빨리 철수해, 이 새끼야!

"서, 선배님! "

자신보다 까마득하게 기수가 높은 선배의 호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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