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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망나니 오빠로 사는 법-32화 (32/340)

폭군의 망나니 오빠로 사는 법 32화

(32)

마법사의 하루는 빠르게 시작된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아침, 관사를 나온 세레라지에는 본궁 동쪽의 궁정 마도 공방으로 향했다.

궁정 마도 공방은 마탑으로부터 독립된 마법 전력을 육성하기 위해 설립한 것인데, 휘하 기관으로는 재능 있는 어린 마법사들을 육성하는 황립 마도 학당이 있다.

정작 세레라지에는 그곳이 아니라 마탑 출신이었다.

그래서 그곳에는 동문이나 지인이 한 명도 없다.

오히려…… 과거 그녀 자신과 사형제들의 경쟁자라 들었던 마법사들만 가득하다.

그걸 느낄 때면 새삼 아득해지면서도, 행복한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하.”

그녀는 피식, 하고 웃었다.

약과 술과 도박에 젖어 살던 게 까마득한 옛날 일 같았다.

오늘 긴 남색 머리카락은 윤기가 흐르고, 노란 눈과 남색 눈 모두 희망으로 반짝이는 총기가 감돌았다.

겉감이 새벽하늘처럼 남색이고 안감이 포도주 같은 붉은색인 망토를 두르고, 마찬가지로 챙 위쪽이 남색이고 챙 아래쪽이 붉은 고깔모자를 쓴 세레라지에는 누가 봐도 한 사람의 마법사 같았다.

그 가슴팍에는 황궁 소속임을 증명하는 금은 장식의 배지가 해도 없는 하늘 아래서 번쩍번쩍 빛났다.

“고맙구나.”

오늘따라 말을 잘 몰았던 마부에게 팁으로 구리 동전 하나를 건네주며 그녀는 마차에서 내렸다.

궁정 마도 공방은 한 그루의 거대한 나무로 이루어져 있었다.

높이는 약 100m인데, 지름만 300m이 넘어서 나무가 아니라 덩굴 다발을 얽어놓은 거 같기도 했다.

입구 역시 자연스럽게 갈라진 거대한 틈새를 살려 만든 것이었다.

그녀는 차분한 걸음걸이로 홀에 들어섰다.

“세레라지에, 오셨습니까?”

단정한 인상의 미남이나, 고깔모자는 잘 어울리지 않는 마법사가 그녀에게 정중히 허리를 굽혔다.

그의 손에는 양손 가득 짐이 들려 있었다.

그녀의 하루만 빠르게 시작되는 건 아니었다.

세레라지에는 내심 묘한 기분으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는 황립 마도 학당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5서클 궁정 마법사의 공방에 제자로 들어간 사내였다.

요즘은 퇴근하지 못하는 날이 더 많을 정도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묘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그가 마탑 시절의 자신과 여러 학회에서 경쟁을 벌였던 촉망받는 수재였기 때문이다.

제이릴리스의 즉위 이후 세레라지에가 홍등가로 굴러떨어질 때 그는 졸업하고 궁정 마법사의 제자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가 남의 공방에서 시약이나 정리하고 있는 지금, 세레라지에는 자기 공방을 하사받은 어엿한 궁정 마법사가 되었다.

황제나 수석 궁정 마법사가 던져 준 연구만 꼬박꼬박 처리하면, 남은 예산과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궁정 마법사.

“같이 가자. 옆 공방이잖아. 들어줄게.”

여유가 생기자 인정도 생겼다.

“공방주님의 은혜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사내는 과장된 감사를 표했고, 세레라지에는 사내가 들고 있던 시약 가방을 건네받았다.

둘은 홀 중심부에 설치된 커다란 새장에 들어가서 레버를 아래쪽으로 당겼다.

새장은 총 여덟 개가 팔각형으로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 공방을 오르내리는 승강기였다.

끼이익, 소리를 내며 새장이 수직 통로를 천천히 하강했다.

“여기 지하 구조는 드워프들이 만들었다고 했나?”

“예. 미리 갱도와 복도를 파서 나무가 뿌리를 어떤 방향 어떤 모습으로 내릴지 유도했습니다.”

“이 나무는 엘프들이 나눠 준 씨앗이고?”

“세계수 다음으로 신성한 나무의 씨앗이라고 합니다. 대공 전하 앞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사실 나눠 준 게 아니라 빼앗은, 아닙니다. 대공 전하 앞에서 할 말이 아니었습니다.”

“됐어. 괜찮아.”

“그, 마탑은 사람이 지었다고 들었습니다.”

“응. 마법사들이 노예를 부려 지었지. 마나를 안 써도 탑이 지어지니 그게 진짜 마법이라고 했어. 거기도 좋았지만, 여기가 더 멋있는 거 같아. 더 마법사 같은 느낌이잖아?”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궁정 마법 공방은 속이 빈 거대한 나무를 통째로 사용했다.

곳곳에 색색으로 발광하는 꽃이 피어 있어 지하임에도 잘 보였고, 여기저기 뚫린 환기구 덕에 깊은 지하임에서도 상쾌했다.

덜커덩, 새장이 강하를 멈췄다.

세레라지에는 레버를 한 번 더 아래로 당겼다.

둘의 공방이 있는 층은 중간 깊이에 있었는데, 이 층은 실력이나 직위가 아니라, 연구 종류에 따라 달리 배정받았다.

침식이나 마경과 관련된 연구개발은 깊은 하층부에서, 마도구 관련 연구개발은 얕은 상층부에서, 일반 마법 연구개발은 중층부에서 이루어졌다.

“우리 층 배정받는 거 있잖아.”

“네.”

“기재와 시약이 얼마나 많이 드느냐로 나누는 거 맞지?”

“네. 침식이나 마경 연구는 문헌이나 고대 신의 힘이 깃든 마도구를 연구하니까 장비도 시약도 별로 안 듭니다. 반대로 마도구 쪽 연구하는 애들은 거의 회로 그리는 부품입니다. 설비도 자재도 시약도 미친 듯 나르더군요. 화물용 승강기를 하나 더 만들어달라고 하는 거 같았습니다.”

“그럴 만도 하지. 요새 더 바빠진 거 같더라. 방금 내려오는 동안 보니까 아직도 공방에 불이 안 꺼져있던데?”

사내가 혀를 내둘렀다.

“말도 마십시오. 황제 폐하가 수도에 집광식 가로등을 설치하신다고 말 그대로 쥐어 짜내고 있으십니다.”

“예산은 넉넉히 받나?”

“다들 넉넉히 받습니다. 최근에 증액받지 않으셨습니까?”

세레라지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덕분에 지팡이 맞출 수 있을 거 같아.”

“폐하가 증세해서 거둔 금화를 다 우리에게 뿌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그럼 위층 애들도 월급은 넉넉하게 받겠네.”

“그건 아닙니다.”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왜?”

“예산은 공방 단위로 받고, 그 배분은 공방주의 재량입니다. 예산이 남으면 자신의 지팡이를 사거나 하고 싶던 연구를 시작하지, 월급을 올려 주지는 않습니다.”

세레라지에는 안타까운 눈길을 보냈다.

“너도?”

사내가 잠시 침묵했다.

은은한 어둠 속에서 어깨만 위아래로 들썩였다.

세레라지에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내 공방으로 올래? 나도 제자 한 명은 들여야 할 거 같은데. 귀찮은 일이야 많겠지만, 귀찮은 일과 어려운 일을 다 시키지는 않을 거야.”

잠시 혹하는 표정을 짓던 사내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 지도 마법사님은 학당 시절부터 존경하던 분입니다. 힘들지만 하고 싶던 일입니다. 괜찮습니다.”

“그래. 알았어. 사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안 올 걸 알지만, 언제나 한 명 자리는 남겨 놓을게.”

그들은 마법사, 자신만의 신비를 다룬다는 특별함을 즐기는 자들이었다.

세레라지에는 조금 더 그와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이내 둘은 각자의 공방으로 향했다.

덩굴 문이 스르르 열리고, 세레라지에의 손짓에 따라 천장의 꽃들이 피며 은은한 빛으로 공방을 밝혔다.

“야옹.”

볼이 통통한 뿔난 고양이 한 마리가 그녀의 발밑에서 애교를 부렸다.

그녀는 흡족하니 웃으며 어제 펼친 채로 돌아갔던 마도서를 확인했다.

숲속 집은 아니지만, 나무 속 공방이었고, 고양이도 한 마리 기르고 있었다.

나중에 거물이 되면 꼭 묘인족을 한 명 조수로 쓰고 싶었다.

“애용!”

고양이가 이쪽을 봐달라는 듯 울었다.

“왜, 어?”

이내 그녀는 잊어서는 안 될 얼굴을 발견했다.

눈부신 백금발의 훨칠한 사내, 발렌시아누스가 공방 한가운데 누워 있었다.

* * *

“아니. 대체 이 시간에 여기는 어떻게 온 거니? 하마터면 전격부터 쏠 뻔했잖아.”

“오늘 누나 찾아간다니까 재무대신이 그쪽에 칙서 하나 전해달라고 하더라고.”

“재무대신이?”

“대충 읽어 보니까 투자 넉넉히 해줄 거니까 기한을 더 단축할 수는 없느냐? 이 소리던데.”

세레라지에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예산으로 시간을 줄일 수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거 위층 공방주들에게 전해주고 여기 내려왔지. 위층에서 전투마법사들이랑 같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데?”

발렌시아누스는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가 아는 회귀 전의 세레라지에는 전투마법사 중의 전투마법사였기 때문이다.

빗자루를 타고 새처럼 하늘을 날며 벼락을 떨구는 워록.

검술도 소드 유저 수준까지 익혔으니, 마검사라 불릴 수도 있을 빼어난 전투마법사였다.

“폐하가 원하면 바로 그쪽으로 배정 내주시겠다고 하셨는데, 앞으로 몇 년은 연구개발만 하게. 그동안 손이랑 혀가 굳어서 영창 속도가 너무 떨어졌어.”

“연구도 하고 싶고?”

“그래. 1년간 쳐다보지도 못했으니.”

세레라지에가 회한이 어린 눈길로 마도서들을 쓰다듬었다.

발렌시아누스는 그녀의 책상 위를 훑어보다 말했다.

“그럼 같이 지팡이 사러 안 갈래? 나도 마탑에서 사야 할 게 있는데, 누나랑 같이 가야 걔들이 꺼내주기라도 할 거 같아서.”

“지팡이? 그래. 안 그래도 시약이랑 이것저것 살 생각이기는 했지. 같이 가자.”

* * *

제국 수도 솔레타리온을 빙 둘러싼 성벽은 거의 완벽한 원형이었다.

하지만 하늘에서 수도를 내려다본다면 서쪽 성문 옆에 넓은 반원형의 돌출부가 하나 붙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곳은 제국이 세워진 이레부터 마탑의 자치구였다.

수도의 고관대작들도, 홍등가의 거물들도, 상경한 영주들도, 호사스러운 궁정 귀족들도 그곳에 발을 들일 때는 모자를 벗거나 말에서 내리며 예의를 표했다.

언데드 말이 끄는 마차가 거리를 다니고, 골렘이 자기 몸을 이어 붙이며 새 석조주택을 짓고, 호랑이보다 커다란 고양이가 인파 사이로 뛰어들어 도망치면 원뿔 모자를 쓴 마녀가 주변 사람들에게 사과하며 방울 소리를 쫓아 달리는 곳.

“우와……!”

분수에서 색색의 물이 솟고, 알록달록한 종이 새들이 하늘을 나고, 거리에서 악기들이 스스로 움직이며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는 걸 보며 루디는 넋 놓은 표정을 지었다.

대귀족들도 물건을 못 구해 안달인 마법사들의 도시는 몰락한 하급 귀족 출신인 그녀가 오기에 너무 비싼 곳이었다.

‘오랜만이네.’

발렌시아누스는 아직 침식자 하나 없는 자치구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진리를 탐구하는 괴짜들이 모두 마경과 이계에서 그 진리를 찾았노라 선언하며 수십 가지 고대 악신들을 현신시켰던 순간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세레라지에는 어느 때보다도 환하게 웃으며 풍경에 녹아들었다.

“돌아왔어.”

술과 약과 도박에 젖어 들었던 그녀는 그곳에 없었다.

마치 지난 1년을 통째로 잘라내 붙인 듯했다.

“발렌시아누스. 빨리 가자. 잘 아는 시약 상점이 있어.”

“거기부터? 지팡이 사고 돌아가는 길에 들리는 게 낫지 않아?”

“아, 빨리!”

“발렌 님. 가요. 가고 싶으시다잖아요.”

루디는 발렌시아누스의 등을 슬며시 떠밀었다.

그녀는 세레라지에가 잔뜩 즐거워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눈치 없이 동선 효율을 따지는 도련님에게 그게 아니라고 알려줘야 했다.

“그래, 가자!”

그가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활기찬 출발이 무색하게도 세레라지에가 향한 곳은 탑과 벽에 가려 온종일 빛이 들지 않는 상아탑의 북서쪽이었다.

노랫소리는 멀어지고, 공기는 서늘하고, 거리에는 로브 후드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바닥에 떨어진 종이새를 본 루디는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앞에 예쁜 가게 많지 않았나요?”

세레라지에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관광 온 귀족 나리들 상대로 장사하는 곳에서는 바가지만 쓰고 원하는 물건은 못 구하는 법이란다. 게다가 나는 번개 마법 다루기 때문에 시약이 귀하고 비싸.”

발렌시아누스가 물었다.

“그러면 여기는 누나가 옛날부터 오던 곳인가?”

“응. 이쪽 부근이 상아탑 생도들 상대로 장사하는 곳이거든. 생도나 하급 마법사들이 심사 끝난 과제 결과물이나 실험 결과물을 몰래 팔기도 해서 가끔 좋은 마도구도 매물로 나오지.”

“방금 그거 상아탑 높으신 분들은 몰라?”

“권장한단다. 한 사람의 마법사로서 스승 몰래 자기 앞가림을 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하시지.”

“스승 몰래요?”

루디는 도대체 무슨 사고방식을 거치면 저런 결론이 나오는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발렌시아누스와 세레라지에는 마주 고개를 끄덕이고 가게 주인을 불렀다.

“이리 오너라!”

세레라지에가 그녀를 알아본 듯한 가게 주인에게 남색 눈 쪽으로 윙크를 날리며 입술 앞에 검지를 세웠다.

“쉿.”

그녀는 그곳에서 거미줄, 수정 가루, 최상급 부싯돌, 맑게 정제된 기름, 소와 악어와 오크의 가죽, 은가루, 얇게 실처럼 뽑아서 실패에 감아놓은 은을 샀다.

“그것도.”

“그건 지금 없습니다. 요새 매물이 하도 안 들어와서.”

“내가 상아탑에 생도로 다닐 때부터 그 말을 지금까지 당신에게 열 번은 들었는데, 결국 늘 있었잖니?”

“중간고사 대비용으로 다들 많이 사가서…….”

세레라지에가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주인이 비명을 내지르며 안쪽 창고로 달려가 고무와 향초로 칭칭 감은 무언가를 들고 왔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본 루디는 기겁하며 물었다.

“그게 뭔가요?”

“블루 드레이크의 뿔입니다.”

“번개 마법 최고의 시약이지. 다해서 얼마니? 폐하 돈으로 사는 거라서 영수증 적어주렴.”

주인이 종이에 가격을 쭉 적으며 말했다.

“총합 금화 43닢에 은화 세 닢, 구리 동전 여덟 닢입니다. 구리 동전은 빼 드리겠습니다.”

금화 43닢이라는 액수를 들은 루디는 기절할 듯 눈을 부릅떴다.

그녀의 4년치 연봉에 달하는 액수였다.

그러나 세레라지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값을 치렀다.

루디는 경탄하며 중얼거렸다.

“돈 많은 멋진 누님.”

세레라지에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루디보다 고작 한 살 연상이었다.

“발렌시아누스. 너는 뭘 사려고? 혹시 여기 있나 물어봐.”

“나는 나오는 길에 다시 들리려고. 실패하면 그 마도구는 필요가 없어져서.”

“실패? 훔치기라도 하게?”

“아니. 협박하게.”

루디는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며 눈을 깜빡였다.

“네? 발렌 님. 방금 뭐라고 하셨나요?”

“협박? 아니. 내가 있는데 왜 협박을 하니? 어지간한 건 다 팔아줄걸.”

세레라지에는 농담이라 생각하고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럴 거 같은데, 지금 찾는 건 좀 특별해서.”

“뭘 찾는데?”

“마총.”

“미친.”

세레라지에가 얼굴을 굳혔다.

마총은 황궁에도 공급하지 않는, 오로지 상아탑 내부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이었다.

애초에 존재를 아는 사람부터 드물었다.

“그래, 그건 좀 어렵겠구나. 그래서 뭘 재료로 협박할 생각이니? 들어나 보고 싶구나.”

가게를 나서 상아탑 서문으로 향하며 세레라지에가 물었다.

발렌시아누스가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루디가 들을 수 있을 만한 크기였다.

들으라고 하는 게 분명했다.

“얼마 전에 울그림의 펜촉 없어졌다가 텐티아 경이 찾아온 거 알아?”

“들어는 봤어. 나 아직 카지노에 있을 때 일이잖아.”

“그거 훔치려던 배후가 상아탑이야.”

루디는 발렌 님이 대체 어떻게 저런 걸 알고 있는지, 자신이 왜 이런 걸 들어야 하는지 고민하다, 끝내 고민하기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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