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의 망나니 오빠로 사는 법 40화
(40)
아무리 노력하고 주의를 기울여도 부수적인 피해가 생긴다.
피난 권고를 내리고 벽보를 붙이고 포고꾼을 고용해 외치고 다니게 해도 철거 지역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다.
약탈은 금지라고 점호 시간마다 이야기해도, 꼭 안 걸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며 점령지에서 아랫도리와 손을 함부로 놀리다 둘 다 잘리는 놈들이 있다.
전장이 된 도시에서 끝까지 신전을 떠나지 않는 성직자들이, 배와 함께 최후를 맞이하는 선장들이 있다.
아무리 노력하고 주의를 기울여도 부수적인 피해가 생긴다.
이건 그저 결과론이기에, 노력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핑곗거리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세 명 중 한 명은 미래의 대마법사고 한 명은 회귀한 자고 한 명은 미래의 성자다.
인적자원을 최대로 활용해야 할 제국 대공은 이 셋을 우선 대피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계단을 오르며 뻔뻔하게 내뱉었다.
“그는 황족과 성직자를 위한 죽음이니 사후 반드시 주의 품에 안길 거다.”
당연하지만, 이런 말로 마테오스가 설득되리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빈민가에서 구호소까지 설립한 신실하고 자비심 넘치는 신학생이 이런 논리에 납득할 리가 없다.
단지 나는 왼손으로 마테오스를 질질 끌어당기며 계단을 오를 뿐이었다.
검에 마나 블레이드를 두를 수 있는 소드 엑스퍼드의 근력은 어마어마한 것이라서, 다리 부상을 입은 채로도 사제 한 명 정도는 가볍게 잡아끌 수 있었다.
저 아래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빨리 나오려무나! 이 게으름뱅이야!”
환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세레라지에가 지하수로 계단 문을 활짝 열고 손짓했다.
그때 마테오스가 내 손을 놓았다.
“전하. 가십시오.”
나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게.”
결국 했다.
마테오스는 빙긋이 웃으며 양손을 모았다.
태양광 같은 금빛이 피어오르고 내 허벅지의 상처가 반 정도 아물었다.
“저는 치유보다 정화에 능해서 이 이상은 힘들 거 같습니다.”
내가 더 뭐라 하려 하자, 마테오스는 눈치 빠르게 말을 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세상이 뒤집혀도 황족의 목숨과 빈민들의 목숨이 같을 수는 없겠지요. 이 위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전하께서 목숨을 거실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저는 신학생입니다.”
그가 품속에서 태양을 상징하는 원십자가를 꺼내 들었다.
“빛의 주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다 배웠던 제가, 저 하나 살겠다고 저 괴물들을 지상으로 끌어낼 수는 없습니다.”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으로 그의 손목을 잡았다.
“네 친구는 못 돌아온다.”
“예. 제 손으로 보내 줄 생각입니다.”
“어보미네이션은 학생 수준에서 상대할 언데드가 아니야.”
루디의 마총이 엄청나게 대단한 거지, 어보미네이션이 약한 게 아니었다.
“대공 전하 앞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저도 평범한 신학생은 아닙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때부터 성자의 전조가 있었을 수도 있었다.
“빛께서 저와 함께하실 때 저는 수백 명을 구하고 수천 명이 사는 거리를 정화했습니다. 그분이 제 곁에 있다고 생각하면 두렵지 않습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회귀 전의 검은 성자 마테오스가 할 만한 말은 아니었다.
“너도 같이 간다.”
“저분도 대공 전하시지요? 대공 전하가 아니라 마법사로 대해 심한 무례를 범했습니다. 가십시오. 대공 전하와 마법사와 사제 서품도 못 받은 일개 신학생의 목숨값이 똑같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두렵지 않나?”
“제가 왜 두려워해야 합니까? 저는 황족과 사람들을 위해 죽으니, 사후 반드시 주의 품에 안길 텐데요.”
“!”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받은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테오스가 여기서 죽게 놔둘 수는 없었다.
대륙 전체에 퍼진 광명교의 성자.
그가 제국 수도에 머문다는 사실만으로 주변 왕국과 공화국, 대귀족들은 제이릴리스를 상대로 군사적 행동을 벌이기 어려워졌고, 그가 침식자들을 상대로 성전을 선포해준 덕에 제이릴리스는 전쟁과 정치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나는 참담한 목소리로 세레라지에에게 말했다.
진짜 싫다.
“누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따라 올라오려무나.”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가서 텐티아 경 좀 불러줘. 황제 폐하랑. 지하에 어보미네이션이 우글거리고 있다고 하면 폐하께서 직접 오실 거야.”
“너는 그 신학생이랑 같이 죽고? 내가 욕 좀 했다고 이렇게 복수하는 거니?”
“죽을 생각 없어. 정화 잘한다고 하니까 버티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야.”
실제로 다리 안에 들어왔던 옛것의 기운은 남김없이 사라졌다.
“차라리 그 신학생을 보내고 너랑 내가 버티는 건 어떠니?”
“정화 능력이 필요해.”
“생각을 바꾸렴. 나와 신학생이 남으면 되지 않겠니?”
“다리 병신이 된 나보고 황궁으로 뛰어가라고?”
“그럼 신학생을 올려보내면……!”
“그러지 않겠다고 해서 내가 남는 거잖아.”
세레라지에가 죽일 듯한 눈빛으로 나와 마테오스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내가 번개로 저 신학생을 기절시킬 테니까…….”
“다리가 멀쩡했으면 이미 내가 기절시켰어. 누나가 마법사가 아니라 기사였어도 찬성했을 거고. 그런데 누나가 기절한 신학생이랑 다리 다친 나까지 부축할 수는 없잖아.”
세레라지에가 이를 악물었다.
“네가 밉구나.”
“왜?”
“넌 나를 내 집과 멀어지게 했고, 내 두 번째 집을 구해준 사람을 버리고 가게 하고 있잖니.”
나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어찌 된게 내가 하는 건 죄다 못할 짓이었다.
“미워할 만도 하네.”
“……검 뽑아 보렴.”
내가 발검하자, 세레라지에가 주문을 외웠다.
“깃들어, 적을 불태워라.”
내 검에서 푸른 전격이 치지직 소리를 내며 튀었다.
인첸트 마법이었다.
“절대 죽지 말아 주겠니? 앞으로도 내게 면박을 당해야 하니까.”
그녀가 문밖으로 달려 나갔다.
나는 소매를 북 찢어 상처 위에 감아 압박하고, 신성력을 끌어올리는 마테오스를 불렀다.
“아래에서 네 계단 정도 위에 서라. 그 정도 높이가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기 좋은 높이야.”
“전하.”
“내 뒤로 붙도록. 네가 정화로 놈들을 지지면 내가 목을 벤다.”
“왜 저 같은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거십니까?”
“부상 조심해. 네가 나를 도와줘야지, 네가 네 상처를 관리하게 되는 상황이 오면 안 돼.”
“전하께서는 수도 제일의 망나니…….”
나는 수도 제일의 망나니답게 발작적으로 일갈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마테오스를 끌고 나가고 싶었다.
“입 닥쳐! 입 닥치라고! 나도 남고 싶어서 남은 게 아니야. 네가 죽으면 안 되니까 남는 거지!”
나는 회귀 전의 경험으로 얻은 마나 제어력 덕에 빠르게 소드 엑스퍼드가 되었고, 황족의 피를 타고난 덕에 또래를 가볍게 뛰어넘는 양의 마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지금 내 마나는 소드 엑스퍼드의 것이라 보기에는 매우 협소하다.
마도구 하나 없이, 이 정도 마나로 어보미네이션과 맞서는 건 미친 짓이었다.
“왜 제가 죽으면 안…….”
“온다!”
비대한 인간형의 흉물이 질퍽거리는 소리를 내며 지하수로를 걸어왔다.
내 뒤에 선 마테오스가 신성력을 끌어모으는 걸 느끼며, 나는 검을 쳐들었다.
* * *
어보미네이션은 둘 이상의 좀비를 하나로 융합해 만드는 괴물이었다.
일정 크기 이상부터는 사족보행을 하거나, 목에 갈기처럼 머리와 팔다리가 돋아나거나, 아예 인간형을 벗어나기도 하지만, 지하수로 안을 돌아다니는 놈들은 그 정도 크기는 아니었다.
창백한 회색 또는 담황색 피부가 얼룩덜룩한 무늬처럼 나뉘어 있었는데, 그 부분이 일종의 접합부였다.
“이제 그대들도 빛의 품에 안기라!”
마테오스는 그들조차 끌어안으며, 어쩌면 한때 자기 손으로 구했을지 모를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안식을 주었다.
그가 찬란한 태양 같은 신성력을 방사하면 어보미네이션의 관절과 눈이 불타올랐다.
치이이이익!
고기 익는 소리, 강산을 끼얹은 소리를 내며 어보미네이션이 몸을 떨었다.
그 때 발렌시아누스가 움직였다.
“이, 죽지도 살지도 못한 괴물 새끼가! 감히 누구 앞에서 고개를 빳빳하게 드느냐!”
서걱-!
자기 최면을 위한 폭언과 함께, 전격을 두른 검이 단호하게 휘둘러졌다.
어보미네이션이 목이 절반 정도 잘려 나갔다.
발렌시아누스는 평소 목이나 허벅지 등의 굵은 혈관을 정확하게 노려 무력화시키는 검술을 사용했다.
그러나 그건 피가 흐르지 않는 언데드를 상대할 때는 썩 좋지 않은 검술이었다.
게다가 머리가 지하수로 천장에 닿을 만큼 큰 어보미네이션은 목이 어지간한 사람 몸통보다 두꺼웠고, 코르셋보다 단단하고 질긴 근육으로 꽉꽉 들어차 있었다.
따라서 발렌시아누스는 거의 매 검격마다 제국 검술 1단계 일체개고를 사용해야 했다.
“날 다 나가겠네!”
욕지거리를 한 번 더 퍼부은 발렌시아누스가 이를 악물었다.
“제가 한 번 더 정화하겠습니다.”
“됐어, 아껴놔. 다른 놈들도 올 거 같으니까.”
도움을 거절한 그는 다시 팔을 들어 올리려는 어보미네이션의 아래턱을 밀 듯 찼다.
“지옥에나 떨어져라! 시체를 엮어 만들어진 끔찍한 괴물아!”
으직, 끔찍한 소리를 내며 목이 꺾이고 2m을 넘는 거구가 그대로 지하수로에 떨어졌다.
풍덩!
슬라임들이 우우 몰려드는 게 희미하게 보였다.
“저걸 먹어도 되는 겁니까?”
“몇 놈은 변이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 봐야 저 슬라임들은 수명 짧아서 괜찮아.”
“그 부분이 변할 가능성은 없는 겁니까?”
“수천만 마리가 변하다 보면 한 놈쯤은 나올 수도 있겠지. 언제 한 번 어떤 미친 연금술사들이 유독성 실험 시약을 몽땅 버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변한 놈이 있었다고 하고.”
“그럼 저렇게 빠트리면 안 되는…….”
“그 변한 놈은 온 지하수로 슬라임에게 먹혀서 죽었어.”
“아.”
“정신 차려. 다른 놈들도 온다.”
다닥, 다닥, 다닥, 다닥!
저 멀리서 빠른 발소리가 들렸다.
발렌시아누스는 특유의 경험으로 그것이 개와 비슷한 크기의 사족보행 언데드라는 걸 알아챘다.
“윽!”
“신이시여!”
하지만 그도 사람 얼굴에 개의 몸뚱이를 가진 이물이 튀어나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어찌 이리도 모욕적일 수 있단 말입니까! 이것이 정녕 사람이 한 일이 맞습니까?”
우웅!
마테오스는 기겁하며 정화의 빛을 방사했다.
띄엄띄엄 달려오는 만큼 넓은 면적에 비춰야 했고, 그만큼 위력은 약해졌다.
발렌시아누스는 밉상으로 웃었다.
회귀 전의 마테오스가 좋아하던 논리를 꺼내들면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병으로 죽은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 옛 것에게 공물로 무고한 어린아이 열 명쯤은 바칠 수 있는 법이지.”
“아아.”
“그러다가 자기 몸도 끔찍하게 변화하고, 제국과 교회에 쫓기다 보면 그걸 뿌리치려 힘을 더 찾게 되고, 결국 왜 그 짓을 시작했는지도 잊어버리게 돼. 저걸 토해냈을 네 친구처럼!”
“광명이시여!”
‘아닌 모양이다.’
“컹, 컹, 컹!”
인면견들이 달려들며 잽싸게 뛰어올랐다.
“이 추잡한 누더기들이 감히!”
끔찍한 기합을 넣으며 발렌시아누스는 검을 휘둘렀다.
치지직! 치지지지직! 파지지직!
순간 가속한 그가 나비의 날개짓처럼 검을 휘둘러 인면견들의 팔다리를 자르고 그 몸뚱이를 걷어차 물속에 던져 넣었다.
마테오스가 몇 박자 늦게 반박했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습니까?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맞아. 문제는 그런 사람 하나가 그렇지 않은 사람 천 명쯤은 죽여버릴 수 있다는 거야. 참담하게도, 한쪽이 싸우고 싶어 하면 반대쪽은 싫어도 싸울 수밖에 없지. 그리고 싸움은 더 나쁜 쪽이 이겨.”
“예?”
“한 번 더 회복시켜줄 수 있냐?”
발렌시아누스가 뒤를 돌아보자 마테오스는 그의 얼굴이 상당히 창백해져 있다는 걸 알아챘다.
꿰뚫린 왼쪽 다리 전체가 피에 젖어 있었다.
하얀 제복 바지가 붉게 물들어 섬뜩했고, 발밑에는 작은 피웅덩이가 생겨 있었다.
“어보미네이션을 벨 때 무리하게 힘을 쓰게 했고, 인면견들을 벨 때는 무리하게 빠르게 움직이게 했다. 네 친구는 내 소모를 유도하고 있어. 네가 도망가지 않을 것도 알고 있다.”
“예?”
“변해도 기억은 남는다. 달라지는 건 관점이야.”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정화와 회복의 빛으로 상처를 쓸며 마테오스가 물었다.
발렌시아누스는 다시 허벅지를 묶은 옷자락을 조이며 답했다.
“놈은 너까지 침식으로 끌어들일 생각이다. 그러려면 네가 도망치지 못하게 막아야 하고, 내가 너를 챙겨 도망치지 못하게 막아야 해.”
“예.”
“놈은 네가 도망칠 성격이 아니라는 걸 안다. 전자는 해결됐어. 그런데 강한 놈들이 몰려오면 내가 너를 챙겨서 도망쳐버릴 테니, 강한 놈들을 한 번에 보내면 안 돼.”
마테오스의 눈빛이 흔들렸다.
발렌시아누스는 잔혹하고 치열한 심리전의 결과를 내놓았다.
“내가 너와 함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해야 도망치지 않을 테니까. 우리가 지칠 때쯤에 진짜 강한 녀석들을 보낼 거다. 어쩌면 본인이 직접 올 수도 있고.”
“그럼 저희 지금…….”
“그래. 큰일 난 거다. 당장 위로 도망쳐야 해. 여기서 더 버티려 하면 놈에게 말려드는 거다.”
“가십시오. 저는 이 주변 사람들을 말려들게 할 수……!”
발렌시아누스는 말을 끊었다.
답답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저런 강박이야말로 성인의 조건이었다.
“네가 침식되면 끝이다. 다시 말한다. 놈은 너를 죽이려는 게 아니라 침식시키려는 거야.”
“제 신앙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마법사, 주술사, 정령술사, 침식자, 사제는 다르면서도 비슷하지. 보통 사람들은 못 느끼는 것과 교감할 수 있어.”
“!”
“네 신앙이 굳건하기에 더욱 두렵구나.”
“그럼 이제 저는 뭘 할 수 있는 겁니까?”
마테오스가 한층 음울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선의로 시작한 구호소는 인간 사냥이라는 끝을 맺었고. 친구를 찾아온 곳에서는 배교하고 변이한 친구를 찾았고, 사람들을 걱정해 도망치지 않았으나, 자신이 사람들의 걱정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말을 한 건,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안다는 소문의 주인공, 수도 제일의 망나니라고 알고 있던 사내였다.
흔들리는 신학생에게 발렌시아누스는 말했다.
“후퇴하거나, 아니면 적을 향해 전진하거나.”
“예?”
“이기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위험한 법이지. 지고 있다고 생각할 때 반격의 실마리가 보이고.”
저 계단 위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전하.”
“적의 심장부로 들어가, 그 역겨운 구토색 슬라임을 정화해버리는 거다.”
“방금.”
“네 친구에게도 안온한 죽음을. 네가 하지 않는다면 내가 끔찍한 죽음을 내리겠다.”
계단 위에서 문이 벌컥 열리고 판금 갑옷 철컥거리는 소리가 났다.
“발렌! 무사히 살아있었니?”
“전하!”
“발렌 님!”
세 사람이 바람같이 달려 내려왔다.
“가서 언데드 놈들을 다 불태우고 갈기갈기 찢어 슬라임 밥으로 주자. 시체는 움직이지 않을 때 비로소 추모받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