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의 망나니 오빠로 사는 법 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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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불의와 악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신실한 교회의 어린 종을 지키려 피를 흘리시니, 실로 정정당당하여 만민의 추앙을 받아 마땅하십니다.”
전신 판금 갑옷을 입은 텐티아 경이 큰일 날 소리를 하며 계단을 달려 내려왔다.
“만민의 추앙 따위 받을 생각 없네! 그랬다가는 폐하께서 나를 잡아먹을 거야!”
그녀가 내 바지 허벅지 쪽을 북 찢더니, 허리춤에서 붉은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꺼내 마개를 열고 상처에 천천히 부었다.
우리 중 제일 안정된 직장을 가진 텐티아 경만이 가져올 수 있는 고효율 소모품, 회복 포션이었다.
상처에서 연기와 거품이 피어오르며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더니, 언제 다쳤냐는 듯 깔끔하게 아물었다.
“이물에 당하셨으니 꼭 교회에 가셔서 정화 받으셔야 합니다.”
“괜찮네. 여기 있는 신학생 마테오스가 깔끔하게 정화해 주었어.”
시녀복 차림의 루디가 마테오스를 흘깃 바라보았다.
위험하게 왜 여기를 따라왔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녀의 눈빛을 본 나는 입을 다물었다.
녹색 안광이 어둠 속에서 귀신처럼 빛나고 있었다.
“네가, 이곳에 남겠다고 고집을 피워 발렌 님을 다치게 한 거야? 저분의 피 값은 네 목숨으로 받아 가겠다.”
그녀가 어린 시절 내게 동화를 읽어주던 발랄한 목소리로 사형선고 같은 말을 내뱉었다.
철커덕, 6연발식 마총의 공이치기를 당기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렸다.
마테오스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듯 갈색 눈을 떨며 물러섰고, 나는 기겁하며 그녀를 말렸다.
“루디, 참아!”
“발렌 님. 어쩌면 발렌 님께 도움을 청하는 척 발렌 님을 죽이려던 자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니야! 기껏 살려 놨는데 내 고생을 무용지물로 만들지 마!”
루디가 해맑게 웃으며 마총을 거두었다.
“알겠습니다.”
세레라지에가 지팡이를 짚으며 마지막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딱, 딱, 따악!
검은 칠을 한 대추나무에 주먹만 한 엘로우 사파이어를 단 지팡이가 바닥에 부딪힐 때마다 푸른 전격이 튀었다.
남색과 금색의 금은요동과 남색의 긴 생머리가 유유히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폐하께서 흑철 기사단을 보내 지하수로를 탐색하게 하셨단다. 네가 큰 사고를 쳤다고 표현하신 걸 보니, 돌아가서 목을 길게 내밀도록 하려무나.”
나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릴리스는 침식자들이 수도에서 난동을 피우면, 그걸 수습하는 과정에서 존재감을 드러내 권력을 강화하고, 수도의 빈민들을 위협적인 대귀족들에게 떠넘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동시에 내가 미리 침식자 제물들을 탐색하는 걸 허락해 주었다.
내가 정말로 침식자 제물 더미를 발견할 줄은 몰랐던 걸까?
아니면 효율적인 권력 강화를 위해 사고가 터지기를 기다리는 자신이, 효율을 등한시하고 움직일 명분을 만들어주기를 바랐던 걸까?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저었다.
사람은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나는 그녀가 위악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가자. 감히 발을 들이밀려는 옛 것들에게 알려주자고. 이 세상이 누구의 것인지.”
“그래.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넋을 놓고 있었지만, 나도 새 마법을 시험해보고 싶었잖니. 아, 네게 쓸 생각은 없으니 편히 진격하렴. 정말이란다.”
나는 마테오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선량한 인상의 젊은 신학자는 안도감으로 반쯤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테오스. 마지막으로 확인한다. 지금 우리는 네 친구를 찢고 불태워서 흔적도 남기지 않으려고 가는 거다. 우리를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나?”
머리로는 이해해도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게 있다.
나는 미래의 성자님에게 억하심정을 사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그러나 마테오스는 정을 끊어내듯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곱슬기 있는 갈색 머리카락 사이에서 식은땀이 흐르는가 싶더니,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배교자는 화형으로 다스려야 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서늘해진 목소리였다.
회귀 전의 검은 성자가 떠올랐다.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검을 앞으로 겨누었다.
어쩌면 각성이 몇 년쯤 앞당겨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 *
세레라지에는 가열차게 웃으며 마법을 펼쳤다.
“전격의 밀물이여, 내 적들에게로 가라!”
파지지지지지직!
그녀가 지팡이를 바닥에 내리칠 때마다 인면견 무리가 바닥을 굴렀다.
“깨갱! 깽!”
“왜 사람 얼굴인데 개처럼 짖니? 그럴 거면 그냥 개 머리에 사람 몸인 게 낫지 않겠니? 성대를 뜯어서 연구해보고 싶구나.”
푸른 전격은 동심을 그리며 번졌고, 간격을 두고 순차 공격을 퍼붓는 인면견들은 효율적으로 토벌되었다.
“도대체 저게 무슨 끔찍한 괴물인가요? 악몽에 나올 거 같아요!”
구토색 슬라임들이 수로와 앞뒤 길을 막고 몰려들었다.
덜퍽진 몸에서 성게 같은 가시까지 뽑아내거나 쏘아낼 수 있어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루디의 손놀림은 바람처럼 빨랐고, 사점 안경을 쓴 녹색 눈은 희미한 발광 이끼의 빛 아래서도 정확히 변이 슬라임들의 핵을 포착했다.
타아앙! 타아앙! 타아앙! 타아앙!
마총이 불을 뿜을 때마다 변이 슬라임들은 핵을 잃고, 엎어진 죽그릇처럼 터져나갔다.
“시녀치고는 조준이 정말 대단하구나. 아니, 너 정도면 시녀치고 대단한 게 아니라 그냥 대단한 거다.”
“역시 우리 최고의 걸작이자 최악의 실수.”
텐티아와 세레라지에가 찬사를 건네면 루디는 겸연쩍게 웃으며 총구에서 피어오르는 미약한 잔여 마나 연기를 훅 불어 날렸다.
웃옷을 벗고 근육질 상체를 드러낸 거구의 하급 침식자들이 텐티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기사, 기사다!”
“부러워. 부러워. 부러워. 부러워.”
“나도 너를 먹으면, 너처럼 될 수 있을까?”
얼굴에는 가시 돋은 철 가면을 쓰고 있었고, 양팔은 게나 전갈을 떠올리게 하는 거대한 갑각 집게발로 변해 있었다.
발렌시아누스 옆에 서도 큰 차이가 안 날 만큼 키가 큰 텐티아지만, 그 괴물들 앞에서는 꼭 어린아이 같았다.
“기사가 되고 싶었다면, 쉽게 강해질 생각은 말았어야지!”
텐티아가 우렁차게 외치며 장검을 뽑아 들었다.
촤악! 츠카아악! 사-악!
하급 침식자들의 팔다리, 몸통, 머리가 기름에 튀긴 얇은 감자처럼 부서져 나갔다.
“어, 어?”
“어째서!”
“제 공물이 부족했단 말씀이십니까?”
그들은 힘을 바라고 스스로 옛것들이 몸을 내밀 창문이 되어준 자들이었다.
보통 인간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 있었지만, 마나 블레이드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기사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정정당당한 발렌시아누스 대공 전하의 앞에서 비키거라!”
텐티아는 막 튀어나온 어보미네이션을 강철 건틀릿 낀 주먹으로 때려 잡았다.
퍼억!
그녀가 먹이를 노리는 붉은 늑대처럼 웃으며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흉물의 몸에서 충격파가 튀었다.
늠름한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사내와 여인을 모두 홀릴 만큼 기사다웠다.
“정정당당 같은 소리 집어치우게! 비겁해도 이기고 돌아가 공을 세웠노라 보고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
막 하급 침식자의 아랫도리를 찌른 칼날을 비튼 발렌시아누스가 발작하듯 답했다.
그들의 틈에서 보호받은 마테오스는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고 다시 옛 친구 앞까지 나아갔다.
수로 교차로 앞에는 이미 하급 침식자들이 바글바글했다.
그들 너머 옛 친구를 바라보며 마테오스는 맑은 눈을 가늘게 떴다.
“전하. 저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알아보실 수 있으십니까?”
발렌시아누스는 막 달려드는 하급 침식자 하나를 수로에 걷어차고 교차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구토색 슬라임이 복잡한 다면체처럼 촉수와 점액질을 드리우고 있었다.
디스마스는 거미처럼 촉수에 매달린 채로 그 가운데에 붕 떠서 사로잡힌 사람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저들이 뭘 하겠는가? 숨만 쉬어도 음모를 꾸밀 놈들이니 바로 치게!”
맞은편 수로에서는 검은 옷을 입고 강철 가면을 쓴 침식자들이 몇 명 더 보였다.
발렌시아누스는 그들은 이성이 남아있는 제대로 된 침식자들이라는 걸 알아챘다.
실제로 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외우거나 손목을 그어 디스마스에게 피를 뿌리며 의식을 돕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발렌시아누스. 들리니?”
“아니. 나도 저건 이해 못 하겠어.”
세레라지에가 얼굴을 흙빛으로 물들였다.
“저것들 지금 소환의식을 펼치고 있단다. 제물이 양이 많이 줄어든 만큼 소환되는 옛것은 훨씬 약해지겠지만, 우리를 다 죽이고 도망치기에는 충분할 거야.”
“어떻게 막아야 합니까?”
마테오스가 다급하게 물었다.
세레라지에는 침식자들의 장벽과 디스마스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디스마스가 없어도 발동되는 진이야.”
“예?”
“저 다면체 같은 게 마법진이잖니. 그런데 소환물이 술사에게 귀속되는 형태가 아니란다. 저 뒤의 다른 침식자들이 가져갈 수도 있다는 말이잖니. 디스마스만 죽여서는 모자라다고.”
“누나. 그래서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만 빨리 말해 줄래?”
세레라지에는 눈을 질끈 감으며 내뱉었다.
“바로 진을 무력화시킬 방법이 있단다.”
“뭔데.”
“제물을 죽이렴.”
텐티아, 루디, 마테오스, 발렌시아누스의 시선이 세레라지에에게 모여들었다.
진리를 추구하는 마법사는 담담하게 사실만을 입에 담았다.
“저 다면체에는 60개의 꼭짓점이 있고, 꼭짓점마다 사람이 한 명은 필요하단다. 제물이 넉넉해 보이지만, 중간중간 더 넣거나 처음에 문을 열 제물까지 포함하면 꽤 빠듯해. 열 명만 죽여도 의식은 못 치르지.”
사실에 대한 가치 판단은 마법사의 일이 아니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발렌시아누스에게 옮겨갔다.
우웅-!
그와 동시에 동시에 다면체를 이룬 구토색 슬라임 안에서 기이한 붉은 빛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 아.”
한쪽 꼭짓점에 매달린 아이가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뒤틀었다.
발렌시아누스는 마총을 쥔 루디를 바라보았다.
마테오스와 텐티아가 기겁하며 그 앞을 가로막았다.
“발렌 대공 전하! 그건 기사답지 못한 짓입니다. 제가 저 사이를 뚫고 들어가 침식자의 목을 베고 제물들을 구해 오겠습니다.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발렌 대공 전하. 부디 인륜을 저버리지는 말아 주십시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이란 말입니까?”
마테오스는 일순 그 수많은 잔혹한 소문이 모두 옳았다고 생각했다.
경쾌하면서도 무심한 인상을 주는 올린 백금발과 비인간적인 분위기의 샛노란 눈동자, 벽을 치는 듯한 하얀 제복까지.
그는 그 황금색 눈을 물려주었다는 고룡 같은 기이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속을 도저히 알 수 없었서, 너무나 위태롭고 위험해 보여서 도저히 눈을 땔 수가 없었다.
발렌시아누스는 아주아주 잠시 고민했고, 자신이 고민했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부끄러워했다.
‘빌어먹을’
전생에서부터 그랬다.
피를 조금만 더 흘리면, 검을 한 번만 더 뽑으면, 훨씬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그렇게 선을 넘으며 살아간 결과가 지키고 싶던 모든 걸 잃어버린 망나니의 삶이었다.
선을 넘어야 한다면 넘을 수밖에 없었지만, 적어도 넘지 않고 해결할 시도는 해 봐야 했다.
회귀 전과 다른 결과를 원한다면 다른 행동을 해야 했다.
“텐티아 경과 내가 길을 뚫는다. 루디와 누나는 후방 견제, 마테오스는 바싹 붙어 따라오도록. 저 빌어먹을 침식자 놈을 찢어 죽이고 사람들을 구한다.”
* * *
붉은빛이 지하수로 안을 불길하게 비췄다.
나는 검을 휘둘러 하급 침식자 하나의 목을 베고, 갈고리 같이 만든 손가락을 뻗어 한 놈의 눈알을 파내고 뇌를 헤집었다.
“전하! 극의를!”
“알고 있네!”
제국 검술 2단계, 불망.
의식을 잃어도 발동된다는 반격 검기.
몸속의 마나가 근육을 팽팽하게 당기고, 사방에서 날아드는 검과 손톱과 변이한 촉수 따위에 맞서 검을 움직였다.
“이 더럽고 추잡한 놈들아! 황실의 백금 검이 여기 있다!”
텐티아 경은 판금 갑옷으로 모든 공격을 흘려내며 전진하고 있었다.
파지지지지직!
타아앙! 타아앙! 타아앙!
등 뒤에서 세레라지에와 루디가 주문을 쏘고 방아쇠를 당겼다.
잔뜩 몰려 있던 하급 침식자들과 어보미네이션이 몸을 떨며 쓰러지고 머리통이 두, 세 개씩 터져 나갔다.
디스마스를 둘러싼 붉은 빛은 점점 더 달아오르고 있었다.
“전하!”
“알고 있네! 마테오스!”
그렇게 나와 텐티아는 끝끝내 수로 끝에 서는 데 성공했다.
우리 사이에서 마테오스가 몸을 드러냈다.
미래에 성자가 될 신학생이 정화의 빛을 뿜어낼 준비를 했다.
“주여! 제게 저들을 구할 힘을 주소서!”
애달픈 표정으로 마테오스가 외쳤다.
약간 곱슬기가 있는 밝은 갈색 머리에 깊고 선한 인상의 갈색 눈동자.
나와 비슷할 정도로 큰 키에, 신실하고 선량한 산비둘기를 떠올리게 하는 인상의 소년미 넘치는 사내.
그 사내가 뻗은 손에서 태양광 같은 빛이 뿜어져 나가려 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화의 빛을 처맞고 일순 무력화된 디스마스를 마법과 마총과 검으로 찢으면 되리라.
그러나 이 세상은 잔혹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지옥의 비명 같은 귀곡성이 지하수로 안을 뒤흔들었다.
일순 달리던 몸이 굳어버릴 정도로 섬뜩했다.
디스마스의 앞으로 붉은빛이 모여들었다.
까득, 까드드득, 까드드드득!
무언가 비틀어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전생의 경험에서, 공간 그 자체가 비틀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빛 안에서 홍옥같이 붉은, 심장을 닮은 작은 호각이 보기만 해도 다리가 떨리는 기괴한 벌레들의 등에 업혀 나왔다.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텐티아 경이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나 역시 검을 늘어트렸으며, 루디와 세레라지에도 손을 멈추었다.
“허억-!”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깊은 물 속에 들어온 거 같았다.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옛것들 앞에서, 우리는 가혹한 장난에 놀아나는 미물에 불과할 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정도 마도구에서 힘을 끌어낸다면, 병사 1만 명 정도는 가뿐히 상대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나는 눈을 감지도 돌리지도 않았다.
검을 떨어트린 떨리는 손으로 마테오스의 등을 밀었다.
“전하?”
그 역시 이를 덜덜 떨며 두려워하고 있었다.
나는 그 선해 보이는 갈색 눈동자 안에 깃들었던 서늘한 기운을 기억했다.
이해할 수 없는 힘을 휘두르는 건 저들뿐만이 아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남아있지 않았나?”
마테오스가 뒤통수를 얻어맞은 표정으로 다시 앞을 보았다.
소년미 넘치는 얼굴에 청년의 강건함이 어리는 걸 보며, 나는 그를 노리는 침식자의 촉수를 몸으로 막아냈다.
“주여! 제게 저 죄인을 불태울 힘을 주소서!”
가슴 속에서 터져 나오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피를 철철 흘리는 와중에도 웃었다.
빛께서 듣고 싶은 기도는 분명 그것이었을 거다.
쾅!
머리 위 도로를 산산조각으로 부수며, 하늘에서 빛기둥이 내리꽂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