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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군도는 제국 동부와 동방 대륙 사이에 있는 수십 개의 섬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었다.
거꾸로 뒤집힌 ‘T’ 모양으로 늘어진 섬들이 꼭 닻 같은 모양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했고, 그로부터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간 곳에 있는 ‘배들의 무덤’ 군도에서 내려온 닻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했다.
좌우로 길게 뻗어 날개를 이루는 섬들은 대부분 흙조차 부족한 척박한 바위섬이었다.
적을 막는 요새로 쓰기는 좋았지만, 사람이 정착할 만한 곳은 아니었고, 따라서 새로운 삶을 꿈꾸며 옮겨온 소수의 개척자와 새 땅에 버려진 다수의 죄수, 그리고 민간 사략선 선장으로 임명받은 해적들은 위아래로 뻗은 닻의 몸통 부분에 자리를 잡았다.
가장 거대한 항구는 당연히 닻 날개와 닻 몸통이 만나는 부분의 거대한 만이었다.
만은 우묵한 지형과 크고 작은 암초 덕에 비교적 파도가 약했고, 닻 날개 섬이 방패 역할을 해주는 덕에 어인족의 공세도 덜했으며, 결정적으로 카리오사의 거대한 전함은 수심 얕은 그곳까지 들어올 수 없었다.
그러나 ‘해적왕’ 아퀼라는 ‘백상아리’ 카리오사가 절대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 정치적 계산의 결과물이 아니라, 뱃사람의 본능이었다.
그녀는 바다를 지배하던 괴물의 먼 후예였고, 다시 이 바다가 제 손에 들어올 때까지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그는 섬에서 새 삶을 살고자 넘어온 죄수들에게 약간의 거짓말을 했다.
“일단 요새부터 쌓도록 하지.”
농토를 개간하기 전에 다소의 노역을 지시한 것이다.
그 ‘다소의 노역’이란, 길게 뻗은 닻의 날개에 쭉 이어지는 발리스타 포대, 항만 전체를 방어하는 거대한 방벽, 높이 수십 m에 ‘힘의 창’ 백 발도 막아낼 수 있을 듯한 뚱뚱한 탑들을 의미했다.
따라서.
“으아아악!”
“완전히 속았어!”
“새 삶을 살게 해준다고 했잖아!”
“내 농토는 어디 있어? 부드러운 바닷바람 불어오는 초지는? 그을린 미녀는? 왜 다시 쇠사슬과 채찍인 거냐고!”
수천수만의 죄수들은 닻의 날개 쪽 섬에서 바위를 채취해서, 적당한 크기로 잘라 항만을 포장하고 방벽과 요새를 쌓아야 했다.
도망을 막고자 다리에는 족쇄가 채워졌고, 날카로운 굴과 바위에 베인 상처에서 따개비가 자라났으며, 녹슨 쇠 탓에 독이 오른 자리에서 끝없이 진물과 피고름이 흘렀다.
해적들은 ‘아홉 꼬리 고양이’라고 불리는 무시무시한 채찍을 휘두르며 죄수들을 독촉했고, 많은 죄수가 그 피로 바다를 붉게 물들였다.
하지만 결국 항구 뒤로 요새와 삼중 방벽이 섰고, 만 바깥쪽으로 방파제가 쌓였으며, 닻의 날개를 따라서 발리스타 포대가 준비되었다.
* * *
‘해적왕’ 아퀼라는 항구마을 제일 높은 언덕에 세워진 저택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는 동방 대륙 신민과 제국 신민의 혼혈이었고, 어느 쪽에서든 뭇사람의 시선을 받을 법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인상은 날카롭고도 진중했고, 눈동자는 밝은 갈색이었으며, 눈 밑에 짙은 흑륜(黑輪)이 인상적이었다.
검은 머리를 단정히 정리했으며, 잘 때도 벗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는 챙 넓은 푸른 모자를 썼다.
단단한 마도구 흉갑을 입고 마법검을 찼으며, 푸른 바탕에 금실로 수놓은 코트를 입고, 상아 파이프에 습기 찬 연초를 꾹꾹 채워 넣고 마도구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해적왕보다는 항구 도시의 귀족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는 두어 번 연기를 빨아들이며 생각을 정리했고, 테이블 끝 상석으로 돌아가 앉았다.
“그래. 이제 머리가 조금 정리되는군. 자. 위대한 제독들이여, 난 들을 준비가 되었네. 부디 짐을 위해 지혜를 나눠 주게나.”
긴 테이블에 모여 있던 민간 사략선 선장들이 왕의 눈치를 살폈다.
그들은 모두 동방 대륙의 왕공 귀족에게 사략 활동을 인가받은 해적 제독들이었다.
제일 먼저 입을 연 건 동방 대륙의 몰락 귀족, 타르티였다.
“전하. 반드시 빠르게 기습해서 해치워야 합니다.”
그는 화려한 붉은 갑옷을 입고 사슴뿔 투구를 쓰는 검객이었으며, 서른 척도 넘는 배를 이끄는 강력한 제독이었다.
“이제 곧 봄이 오면 본격적인 식량난이 시작될 겁니다. 대영주인 그 백상아리는 아무 문제도 없겠지만, 우리는 머릿수가 많고 정예병 비율이 떨어지는 만큼 치명적이겠지요. 우리의 장점이 단점으로 변하기 전에 승부를 봅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붉은 머리에 갈색 피부를 가진, 건강미 넘치는 여인이 앙칼지게 말을 끊었다.
“카리오사가 정찰병을 얼마나 신경질적으로 굴리는지 알아? 와이번 정도는 기본이고, 아예 드루이드 마법사를 시켜서 온종일 물수리를 띄워 놔. 대양으로 나가서 거대 전함이랑 붙으면 답도 없는 거 몰라?”
그녀는 오랫동안 아퀼라를 따라온 해적 제독, 페이진이었다.
빼어난 저주술사이며, 아퀼라의 애인이기도 했다.
물론 타르티는 그런 배경 따위를 신경 쓰지 않는 포악한 해적이었다.
“여기 숨어서 벌벌 떨고 있자는 말인가? 겁쟁이처럼? 정말 사략선 선장이 맞나? 한번 부딪혀 보자고.”
“난 겁쟁이가 아니라 신중한 거야. 넌 바다 위의 꼴통으로 죽고 싶겠지만, 난 이 섬의 지주로 살고 싶거든.”
“그 땅이 피로 물든 다음에는 이미 늦었지.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해라.’ 정녕 모르는 것인가?”
“누가 안 싸우겠데? 기껏 요새 지어 놓고 왜 기어나가는 건데? 상륙선을 보내올 때마다 요격해서 막으면 되잖아. 그렇게 시간 끌다가 적당히 협상해서 땅을 지키자고. 그럼 우린 진짜 귀족이 되는 거야.”
타르티와 페이진의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졌고, 한 선장이 천천히 손을 들었다.
“저…….”
아린스는 활의 달인이었고, 후드 달린 망토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는데, 드러난 눈만 보고도 희대의 미남임을 알 수 있을 만큼 잘생겼다.
“둘 다 하면 안 되는 겁니까? 최대한 끌어들인 다음에 상륙선을 기습하고, 그렇게 전투 병력이 소모되면 전함에 우회 병력을 보내는 겁니다.”
어느 지방 출신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목소리가 나긋나긋하고 기품이 있어서, 모두 그가 제국의 귀족 출신이리라 짐작했다.
꽤 괜찮은 타협안이었기에, 타르티와 페이진은 서로의 머리채를 슬며시 놓았다.
* * *
아퀼라는 고개를 주억였고, 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텐예. 귀공의 생각은 어떻지?”
텐예는 머리를 밀고 뒷머리만 길러 땋은 변발의 장한이었는데, 의자 두 개를 붙여 써야 할 만큼 덩치가 컸고, 외모답게 성격도 호탕했다.
그가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항만 수비대는 준비되었소. 제국 동부의 상어 놈들은 결코 뭍을 밟지 못할 거요. 공격에 관하여 묻는다면…… 한번은 시도해 봐도 괜찮을 듯하오.”
“그런가?”
“카리오사는 제 신민들과 동맹 영주들을 지켜줘야 할 책임이 있소. 우리가 사방으로 손을 뻗어나가면, 막기에 급급할 수밖에.”
“음.”
“우리는 해적이오. 언제나 공세적인 입장에 설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 땅과 항구에 연연하지 맙시다. 저 바다로 나가는 거요.”
텐예 옆, 매화가 그려진 옷을 입은 검객 선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퀼라는 흡족하니 웃으며 말했다.
“귀공들의 의견 아주 잘 들었어. 짐이 기분이 아주 흡족해.”
그는 연기를 두 번 더 마셨고, 호탕하게 웃었다.
“좋아. 이렇게 하자고. 텐예가 항만의 수비를, 페이진은 카리오사에 대한 공격을, 타르티는 제국 동부에 대한 공격을 맡는다. 다른 선장들은 원하는 영주 아래 합류한다. 다들 동의하겠지?”
테이블에 모인 해적 영주들은 잠시 머리를 굴렸다.
‘텐예 밑으로 붙으면 땅을 얻기는 수월하겠지.’
‘타르티 밑에서는 약탈할 기회가 생긴다.’
‘손익만 따지면 페이진은 낙제야. 하지만 카리오사가 진짜 오면 다들 전장으로 밀려날 거고, 그때 조금이라도 높은 입지를 가지고 있어야 조금이라도 후방에 머물 수 있겠지. 만약의 상황에는 도망도 치고.’
그리고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아주 좋습니다.”
“역시 전하이십니다.”
뱃사람들은 여러모로 공평하고 민주적인 구석이 있었다.
그렇게 세 가지 대전략이 결정지어지려던 순간, 테이블 한 자리를 차지한 괴인이 고개를 저었다.
“아퀼라 전하. 카리오사에 대한 대책으로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보입니다.”
그는 푸른 덩굴무늬가 들어간 로브로 몸을 감싸고 있었는데, 로브 후드 안에는 기이한 어둠이 소용돌이치고 있어, 아린스와 달리 눈조차 보이지 않았다.
신성력 비슷한 힘을 다뤘기에, 해적 영주들은 그를 쪽빛 사제라고 불렀고, 내심 침식자라 의심했다.
그는 아퀼라의 깊은 신뢰를 받는 실세였지만, 일이 마무리되려던 순간 새로운 말을 꺼내는 자는 어디서는 좋게 대접받지 못했고,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를 수상한 자라면 더더욱 그랬다.
따라서 해적 영주들은 그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쯧!”
“눈치도 없는 게.”
“진작 말할 것이지.”
쪽빛 사제가 그 반응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
“우리는 결코 그 마검사를 상대할 수 없습니다.”
타르티가 눈을 부라렸고.
“그럼 도망이라도 가자는 말인가 보군?”
사제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도움을 청하시지요. 배들의 무덤 군도와 바다뱀 군도 어인족을 부르는 겁니다.”
“……!”
그 말이 나오자마자 해적 영주들이 쌍욕을 퍼부었다.
“이 개 같은 자식이! 뚫린 입이라고 개소리를-.”
식인을 일삼는 어인족은 해적들에게도 공포와 분노를 사는 존재들이었다.
쾅! 쾅!
여기저기서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나는 소리가 요란했다.
금니 드러난 아가리에서 침이 튀고, 갈고리 낀 손이 위협적으로 휘둘러졌으며, 안대 반대편 눈이 희번덕거렸다.
사악!
그 자리에서 칼과 단검을 뽑은 자도 여럿이었다.
샹들리에와 은촛대가 흔들리고, 정중하고 고귀하던 그림자 역시 흔들렸다.
제독, 민간 사략선 선장이라는 이명으로 가리고 있던 진정한 모습이었다.
“누가 저 X 같은 로브에 불 좀 붙여 봐. 면상 좀 보게.”
“X미도 없는 게 아주-.”
“물에 던져지고 싶소이까?”
“놔, 놔! 내가 오늘 저 새끼를 죽여버리지 못하면 성을 간다.”
쾅!
“닥쳐!”
그때 아퀼라가 테이블을 내리치며 고함쳤다.
짐을 자칭하던 정중한 가면이 갈라지고, 바다 깡패의 본성이 드러났다.
“조용히 해! 이 X발 새끼들아! 다 토막 쳐서 젓갈을 담가버리기 전에!”
그 역시 그런 자들의 두목이었다.
해적 제독들이 이를 악물며 몸을 떨었고, 아퀼라가 쪽빛 사제를 노려보았다.
“왜 안 된다는 거지? 약탈로 신경을 분산시킨 상태에서 기습하다 보면 그 백상아리도 물러날 수밖에 없을 텐데?”
쪽빛 사제가 담담히 말을 이었다.
“황실에서 용혈 황족이 왔다고 합니다. 그가 얼마나 강할지 모릅니다.”
타르티가 분노에 차 말을 더듬었다.
“고, 고작 한 놈 때문에 어인족을 부르자는 개소리를-.”
쪽빛 사제가 고개를 저었다.
“한 명이 문제가 아닙니다. 얼마나 강한지도 문제가 아닙니다. 얼마나 강한지 모르는 게 문제입니다. 약하면 잡으면 되고, 강하면 피하면 되지만, 모르면 안 됩니다.”
퍽!
타르티가 쪽빛 사제에게 찻잔을 던졌다.
“이 시X! 어디서 약을 팔아!”
짝!
“네가 감히!”
아퀼라가 타르티의 뺨을 쳤다.
타르티가 그대로 의자에서 떨어져 기절했고, 아퀼라가 씹어먹을 듯한 어조로 말했다.
“고려해보지. 쪽빛 사제.”
해적 영주들은 이를 악물며 아퀼라와 쪽빛 사제를 바라보았다.
그들에게도 쪽빛 사제 같은 자는 눈엣가시였다.
‘해적도 아닌 게.’
* * *
깊은 밤.
케투시온 군항에 분주한 발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동부에서 제일 위험한 선원들과 병사들이 비늘 같은 철편 갑옷을 입고 이곳저곳으로 일사불란하게 뛰어다녔다.
장교기사가 하급장교들과 부사관들을 불러 놓고 마지막으로 물품을 점검했다.
“비스킷.”
“적재 끝났습니다!”
“염장 고기.”
“적재 끝났습니다!”
“럼과 물.”
‘적재 끝났습니다!’
“정수 마도구 두 가지. 알약, 대형 수통형.”
“적재 끝났습니다!”
나는 회귀 전에도 들어보지 못했던 단어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공작. 알약 정수 마도구라는 게 뭐지?”
카리오사가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듯 답했다.
“바닷물을 민물로 바꿔 주고, 노폐물을 아래쪽으로 가라앉혀 주는 마도구. 개인 수통에 하나씩 넣는 형태지. 방수포에 넣고 개개인에게 지급한다. 주로 표류 시에 사용하지.”
나는 조제법을 얼마에 사 갈 수 있을지 고민하며 말했다.
“병사들 목숨을 아끼는군.”
“해군과 선원은 하루아침에 기를 수 없으니까.”
각종 약이 수송선 짐칸으로 옮겨지고, 치유 사제들이 내키지 않는 얼굴로 상륙선에 탑승하고, 동부의 전투 마법사들이 시약을 챙기고, 와이번 탄 비룡 기사들이 케투시온의 와이번핏에서 비상하는 걸 바라보았다.
카리오사가 설레서 못 참겠다는 듯 말했다.
“그럼, 우리도 가볼까?”
길이 50m의 호화로운 쾌속선이 우리 몫이었다.
항구를 벗어날 때까지는 선원들이 아래층에서 노를 저었다.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아서, 이래서 원양항해가 가능할지 의심하기도 했다.
“선장님?”
“그래. 지금이다!”
그런 걱정도 잠시, 배가 항구를 벗어난 순간 선원들이 돛을 폈고, 간판에 서 있던 카리오사가 마법검 ‘순풍’을 뽑아 들었다.
그 검을 상대해 본 텐티아 경이 순간 어깨를 움찔했고, 카리오사가 돛을 가리키며 노래하듯 외쳤다.
“내가, 불러온, 바람에!”
수송선, 상륙선, 쾌속선, 호위선에 탄 모든 전투 마법사들도 동시에 자기가 탄 배의 돛을 향해 외쳤다.
“내가, 불러온, 바람에!”
다음 순간, 등 뒤에서 거인의 입김 같은 바람이 불어왔다.
후우우욱!
돛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그때 난 이 배가 왜 쾌속선인지 알 수 있었다.
체감상으로 말만큼은 빠른 듯했다.
촤아아아-!
파도가 뱃머리에서 갈라지고, 저 뒤에서 빛나는 항구가 순식간에 멀어졌다.
50m도 넘는 배가 이 속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신기했다.
“발렌 대공. 어떤가?”
카리오사가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그녀의 물색 머리가 앞으로 나부꼈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최고로군.”
30분 정도 나아가자, 저 앞에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뱃머리와 꼬리, 돛대 등에 붙은 마도구 등잔의 불빛이었다.
카리오사가 마법을 거두었고, 텐티아 경이 꿈이라도 꾸는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전하. 저게 지금 배 몇 대가 늘어서 있는 겁니까?”
나로서는 회귀 전에도 본 적이 있던 배들이지만, 다시 봐도 똑같이 압도되는 기분이었다.
“말했잖는가? 경. 진짜 전함은 마커스의 니벨룽겐과 비슷한 크기라네.”
거대수로 만들어 전장 150m에 달하는 전함은 떠다니는 섬이라는 수식어가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
카리오사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날 돌아보았다.
“폭풍함대와 함께하게 된 걸 환영하지. 대공.”
바다가 좁아 보일 정도로 거대한 군선들.
동쪽 바다에서 제일 강력한 함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