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0화 (1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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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교정프로그램

카앙!

크롭스의 외피는 상당히 단단한 편이다. 그래도 붉은색 외도는 셀럼에게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양손에 하나씩 쥐고 있는 그레이트 소드를 휘두를 때마다 크롭스의 커다란 덩치가 힘없이 튕겨나갔다.

‘실드는 얼추 다 깎은 것 같고. 단 번에 끝내주지.’

셀럼은 날개를 부르르 떨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크롭스를 향해 크게 도약했다. 십여미터를 순식간에 도약한 셀럼이 크게 외쳤다.

“리프어택!”

콰지직!

검에서 푸른빛이 어리는 듯싶더니 크롭스의 앞다리가 가차없이 파괴되었다. 단번에 마나를 폭발시켜 엄청난 도약을 한 후라, 약간의 경직시간이 있었지만 크롭스 역시 다리 하나를 잃은 상황, 그정도 데미지를 입고서 곧바로 반격한다는 것은 아무리 특이외도라고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뒈져라!”

콰드득!

셀럼은 크게 어깨를 젖히고는 그대로 검을 찔러넣었다. 탄환같은 빠르기의 찌르기가 크롭스의 가슴부분을 그대로 관통했고, 종잇장처럼 찢겨진 크롭스의 단단한 외피가 허공을 비산했다.

캐애액! 쿵!

크롭스가 뒷다리를 세우며 비명을 지르다 천장에 머리를 박고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쓰러지는 외도의 바로 밑에 있던 셀럼이 황급히 뒤로 물러서며 크롭스를 피하려 했으나 금방 큰 기술을 연달아 사용한 때문인지 움직임이 한발 늦었다.

쿠웅!

“윽!”

크롭스의 커다란 다리가 셀럼의 허리를 스쳤고, 혈흔이 튀었다. 강화수트의 복원기능으로 인해 외부와는 금방 차단되었지만, 상처는 작지 않았다.

“크으. 지독한 녀석이군.”

여러번 싸우면서 크롭스의 공격패턴을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대형몬스터와 싸울 때는 이런 재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크롭스가 목숨을 잃으며 아무렇게나 휘둘렀던 나머지 앞다리에 그만 옆구리가 스친 것이다. 강화수트만 멀쩡했다면 별 피해를 입지 않았을 테지만, 셀럼은 이것이 벌써 세 번째 전투였다.

연이은 전투로 약해진 강화수트를 뚫고 공격이 명중한 것이다.

푹!

“커헉?”

그리고 그 상처입은 부위로 정확히 화살하나가 박혀들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에 셀럼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라이트를 비추자, 아무것도 없던 어둠속에서 네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툴리오와 나머지 헌터들이었다.

셀럼은 차례로 라이트를 켜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툴리오 일행을 보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

[실수인 것 같지는 않군.]

[생각해보니까 따로 다니다가 외도라도 만나면 큰일나겠다 싶더라고. 보시다시피 우리는 크롭스 하나 잡는데 세 명이나 죽었으니까. 그에 비해 그쪽은 사냥솜씨가 좋잖아? 죽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겨우 그런 이유냐?]

[물론 겸사겸사 그쪽이 얻은 결정체도 회수할까 해서. 중급헌터님쯤 되면 그동안 행복한 인생을 살았을테니 이제 그만 살아도 억울하진 않겠지?]

칭!

툴리오는 그렇게 말하며 단검을 빼내들었다. 셀럼이 중급 헌터라는 사실을 알기에 조심스러운 태도였지만 몇 번의 전투를 거치며 마나도 바닥났을 테고, 특히 허리의 상처는 만만한 것이 아니다.

[멍청한 놈들. 너희들끼리 이곳을 빠져나갈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냐?]

[못할 건 뭐야. 게다가 아까부터 바깥에 있는 외도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미 확인하고 온 사실이니까 굳이 우리걱정까지 할 필요는 없어.]

툴리오는 이미 셀럼을 죽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평상시라면 불가능하지만 지금의 셀럼이라면 네 명이서 충분히 상대할만 했다.

아니, 조금 어렵더라도 했을 것이다. 저 녀석만 잡으면 결정체를 세 개나 얻을 수 있으니까. 현금으로 환산해도 천오백. 생각만으로도 한쪽 입꼬리가 슬며시 말려 올라간다.

툴리오는 헌터들을 향해 가볍게 손짓하며 입을 열었다.

[딜 시작.]

“흠. 왜 이렇게 늦지.”

셀럼과 통화한지 벌써 삼십 분 가량이 지났다. 우주선 안쪽이 넓다고 해도, 남아있는 부분은 선수부분이고, 그나마도 상당한 구역은 파손되어 돌아다닐 수 없는 지역이다. 예상대로라면 십분 안에 도착했어야 할 셀럼이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다는 것은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통신도 안되고. 아무래도 무슨일이 있는 것 같아.”

준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셀럼을 찾으러 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준은 가능한 한 라이트의 불빛을 낮추고는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녀석들과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준은 조그마한 발소리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귀를 기울였다. 우주선 내부는 다소 복잡했지만 우측상단에 미니맵이 있었기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꽤나 편리하군.’

처음 미니맵을 보았을때는 작은 사각형 모양이었다. 헌데 통로로 나오자 그 형태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한 준은 튜토리얼을 통해 그것이 인근지형을 알려주는 기능임을 알게 되었다. 불편하다 싶을 땐 간단한 조작을 통해 큰 지도를 불러올 수도 있었다.

‘하나같이 원리가 궁금한 것들 투성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초음파 탐사나, 탄성파 탐사를 이용하면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도 주변 지형의 형태, 구조물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준은 초음파를 쏘아보낸 적이 없다. 탄성파 같은 경우는 더했다. 최소한 망치 같은 것으로 바닥을 때리던가 해야 지형을 타고 돌아오는 충격파를 감지할 수 있다.

자신이 바닥에 주고 있는 충격이라고 해봐야 걸음걸이 정도. 겨우 그 정도로 충격파를 검출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것들 대체 원리가 뭐야? 무슨 기술이 들어가 있는 거지?’

신체교정프로그램 델타.

처음에는 하얀색 결정체 형태로 있던 것이지만 지금은 자신의 몸 어딘가에 들어와 있다. 딱히 몸안에 이물감이 없는 것으로 봐선 그 형태 그대로 흡수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문제는 뚜렷한 형태가 없기 때문에 연구를 하기에 마땅치 않다는 것. 일단 손에 잡히는 게 있어야 뜯어보든 현미경으로 살펴보든 할 텐데 지금 상황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그렇다고 자신의 몸을 스캔한다거나 하는 일은 사양하고 싶었다. 그런 일은 결국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시스템 체크 중... 성공. 끊임없는 호기심과 철저한 연역적 사고가 인간을 한계로부터 자유롭게 만듭니다. 이를 통해 기술, 엔지니어링(초급)이 생성됩니다.

“응?”

준은 갑작스레 들려온 시스템 음성에 깜짝 놀라며 정보창을 열었다.

사용자 ; 준 알스버그

레벨   ; 1

클래스 ; 초보자

칭호   ; 델타의 소유자(모든 능력치 +10)

능력치

체력 121/121  마나 0/0 경험치 14

힘 5(+10)  민첩성 8(+10)  지능 21(+10)  정신력 19(+10)

기술

엔지니어링(초급) ; 오랜 숙련과정을 통해 사용자의 뇌에 공학적 사고가 자리 잡았습니다. 기본적인 물품을 손쉽게 제작, 수리 할 수 있습니다.

그곳에는 처음에 아무것도 없었던 기술 란에 뚜렷이 ‘엔지니어링(초급)’이라는 단어가 써 있었다.

‘공학적 사고? 설마 내가 델타의 원리를 생각한 것만으로 기술이 생겼단 말이야?’

준은 셀럼을 찾으러 가야한다는 생각도 잠시 잊고 상세설명을 읽었다.

현재 제작가능한 물품.

만능 공구세트, 초기 내연기관, 1세대 통신모듈.

만들 수 있는 것은 위의 세 가지가 전부였다. 각 목록마다 상세정보를 확인해 보니 하위 목록이 있었는데, 내연기관의 경우 디젤엔진이나 가솔린 엔진 같은 것으로 세분화 되어 있었다.

대부분 기본적으로 경험치를 1, 마나를 10이상 소모하는 것들이었다. 가솔린 엔진 같은 구닥다리 물건을 만드는데 경험치가 소모된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아까워졌다,

게다가 이 물건들을 만드는 데는 재료가 필요했다. 간단한 물건이야 강철바 몇 개만 있으면 되겠지만 통신모듈과 같은 다소 복잡한 물건들은 희토류와 같은 쉽게 구할 수 없는 재료들이 필요하다.

다행히 그런 재료는 외도의 부산물로 대체되었다. 실제로 몇몇 외도의 사체는 여러 정밀 기계에 쓰이기도 했고, 곤충형 외도 같은 녀석들의 사체는 강화수트의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기도 했으니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없는 것보단 낫겠지. 당장은 마나가 없으니 그게 문제인데...’

어차피 마나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레벨을 올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결정체가 필요하고, 결정체를 얻기 위해선 특이외도를 잡아야 했다. 특이외도를 잡기 위해선 마나가 있어야 했다. 그리고 마나를 사용하기 위해선 레벨을 올려야 했다.

준은 한숨을 푹 쉬었다.

‘결국 처음으로 돌아오는 군. 결정체를 어디서 구한다... 돈 주고 산다는 건 확실히 무리지.’

결정도가 10일 때, 대략 오백만원에 팔리는 것이 결정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무역연합 레이드산업체에서 쳐주는 가격이었고, 자신 같은 개인은 음지로 돌아다니는 물건을 살수밖에 없다.

그런 것들은 최소 두 배에서 세 배가량 가격이 올라간다. 심한 경우는 열배가까이 뛰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결정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무역연합에서 결정체의 사적인 매매를 엄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등록되지 않는 불법결정체를 소유하기만 해도 그 자리에서 체포된다. 심하면 현장에서 사살되는 경우도 있었다. 때문에 그만큼 구하기 어렵고 비쌀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구해보는 수밖에.’

일단 생각을 정리한 준은 조심스럽게 이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왔던 길은 모두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한 십여분 쯤 걸었을까.

차앙-

완전밀폐된 우주복을 뚫고 날카로운 금속성이 들려왔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뛰어가보니, 여러개의 불빛이 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법으로 보이는 불꽃이 날아다니고, 화살을 쏘는 자도 보였다.

반쯤 자세가 무너져 있는, 셀럼의 모습도 보였다.

‘뭐지? 외도와 싸우는 중인가?’

숨을 고르며 천천히 상황을 지켜보자, 준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다수의 헌터가 셀럼을 향해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셀럼!”

셀럼의 몸에는 화살이 박혀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움직이기 힘든 판에 치명적인 공격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셀럼은 어떻게든 공격을 받아넘기고 있는 것이다.

‘저 새끼들...!’

가장 앞에서 단검을 휘둘러 대고 있는 툴리오의 모습이 보였다. 그자에게 죽을뻔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뱃속깊은 곳에서부터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감히 셀럼을!’

오래 알았던 사이도 아니고, 친분이 깊은 사이도 아니다. 그저 운좋게 셀럼이 스팅스에 탑승했고, 우주선 안에서도 대화 몇 마디 나눠본 적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는 유일하게 준에게 잘 대해준 사람이다. 유일하게 그를 동등한 인간으로 보아준 사람이다.

“으아아아!”

준은 벼락처럼 뛰어들어 가장 가까이에 있던 헌터 한명과 함께 뒹굴었다.

그는 가장 외곽에서 마법을 준비하고 있던 헌터였다. 준과 안면은 있었지만 서로 소닭보듯 하던 사이라 이름도 모르는 자였다.

퍽! 퍽!

준이 맨손으로 마법사의 헬멧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준의 난입에 당황하던 마법사도 상대가 준임을 확인하자 곧 안정을 찾고 입을 열었다.

[강화 유리를 손으로 부수겠다고? 일반인 주제에? 이거 바보 아냐? 크크.]

하지만 그런 그의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으아아아!”

쩌적.

눈이 뒤집어진 준이 계속해서 헬멧을 내려치자, 강화유리가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 작품 후기 ============================

어제는 병원을 좀 가느라 올리지 못했습니다. 녹내장이 있어서 안압이 올라오면 모니터의 글자가 안보이거든요 ㅠㅠ

젊은 나이에 이게 뭔 개고생인지. 여러분도 눈 관리 잘하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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