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6화 (1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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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럼의 마녀

일행은 말없이 한 시간여를 이동해 가나안 숲에 도착했다. 세일럼 시티 반경 5킬로 미터는 모두 수목을 제거하고 평탄화를 해놓은 상태였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원시림이 시작되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외도들도 활발히 활동하는 지역이기도 했다.

“라이트 더 밝혀.”

“응.”

서은설이 웅얼웅얼 주문을 외자 일행의 머리위에 떠있던 라이트가 지금까지보다 두 배는 더 밝아졌다. 기습을 피하기 위함도 있지만 이렇게 해두면 근처에 있던 외도들이 빛에 이끌려 모여들게 된다.

컴컴한 밤에 숲을 헤매다 체력을 소비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이렇게 외도를 불러들이는 쪽이 사냥에 효율적이었다. 재수없게 몇 마리씩 한꺼번에 덤비지만 않으면 수입도 짭짤했다.

“다들 긴장하고. 무기 꺼내 들고. 창만이는 은설이 보호하고 은설이는 라이트 유지하면서 주변을 경계해.”

“오케이.”

“미투.”

이미 한두 번 맞춰본 것이 아닌 듯 한마디만 해도 다들 알아들었다. 준은 손에 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니들리스를 굳게 쥐었다. 지금껏 열심히 훈련했지만 실제로 외도와 상대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부스럭.

기다리길 10여분. 일행의 등 뒤에서 나뭇가지가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장민성.

“포지션 바꿔!”

말이 끝나자 마자 서은설과 홍창만이 재빨리 장민성의 뒤로 이동했다. 준은 위치를 고수하면서 혹시나 모를 위협에서 원딜러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쿠아아!

풀숲에서 재규어를 닯은 거대한 외도가 튀어나왔다.

“판테라!”

삼십센치에 이를 정도로 길고 날카로운 엄니와 강철도 찢어버리는 발톱을 가진 외도 판테라. 진짜 재규어와는 달리 크기가 이미터를 훌쩍 넘을 정도로 거대한 몸집을 자랑했다.

빠악!

하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달려든 판테라를, 장민성은 왼손에 낀 건틀렛으로 내리쳤다. 놀라운 반사신경이었다.

커헝!

달려들던 속도 그대로 머리를 얻어맞은 판테라는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눈앞의 인간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렇다고 겁을 먹은 것은 아니었다. 인간을 먹이로 여기는 맹수와 다르게 외도는 인간을 ‘적’으로 여긴다. 맹수는 위험을 느끼면 도망치지만 외도들은 설령 자신들이 죽기직전의 상처를 입더라도 오로지 인간을 죽이기 위해서 움직이는 살인기계처럼 행동했다.

슥.

판테라는 이쪽을 노려보며 슬금슬금 위치를 옮기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 공격할지 생각하는 녀석의 두 눈이 푸르스름하게 빛났다. 자칫 송곳니에 걸리기라도 하면 몸이 종이장처럼 찢겨날 것 처럼 느껴졌다.

준은 당장이라도 뛰어나가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다. 하지만 탱커의 명령없이 먼저 움직이는 것은 자살행위다.

치익.

서로 마주보며 원을 그리던 상황에서 장민성이 바닥의 흙을 차올려 판테라에게 뿌렸다.

캬하앙!

순간적으로 시야가 흐려진 판테라가 장민성의 돌격을 그대로 몸으로 맞았다.

촤악!

장민성의 롱소드가 판테라의 어깨를 베었다. 항력 때문에 상처를 입히진 못했지만, 녀석이 위기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공격이었다. 판테라는 코앞에 다가온 장민성을 향해 정신없이 앞발을 휘둘렀다.

캉! 캉! 캉!

장민성은 그 공격을 하나하나 막아가며 틈이 보일 때마다 검을 찔러넣었다. 판테라의 시선이 완전히 자신에게 쏠렸다고 생각한 장민성은 큰 소리로 외쳤다.

“딜 시작!”

“더블 애로우!”

“파동권!”

슈슝! 파앙!

기다렸다는 듯 서은설과 홍창만이 기술을 쏟아냈다. 준도 뒤늦게 판테라와 장민성이 한창 뒹굴고 있는 곳으로 끼어들었다.

마나를 끌어올린 준은 그대로 판테라의 등을 향해 니들리스를 내리쳤다.

파팡! 퍽! 으적!

캐애앵!

딜러들의 공격을 맞은 판테라가 갑자기 깨갱거리더니 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장민성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딜 중지! 딜 중지!”

“뭐, 뭐야?”

막 다음 공격을 시도하려던 홍창만이 당황하며 마나를 흩뜨렸다. 놀란 것은 준도 마찬가지였다. 딱 한 대 때렸을 뿐인데 왜 자기를 쳐다보는 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정신차리고 빨리 튀어!”

장민성의 외침에 준은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판테라가 방금전까지 준이 있던 허공을 콱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씹었다.

‘헉. 진짜 위험했네.’

준은 다시 장민성이 어그로를 잡을 때까지 기다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젠장. 이 자식 왜 이래?”

장민성은 평소와 다른 판테라의 모습에 당황하고 있었다. 비슷한 나이대의 헌터중에서도 자신은 실력이 있다고 자부하는 편이었다. 판테라도 이미 몇 번 잡아본적이 있는 외도였다.

하지만 오늘은 도통 어그로가 잡히지 않았다. 심지어 놈은 자신이 공격을 가하는 와중에도 자꾸 힐끔힐끔 준이 있는 자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덕분에 크게 위험한 순간은 오지 않았지만 이래서는 어그로가 잡히지 않아 제대로 딜을 할 수 없었다.

푹!

캬아아!

잠시 딴생각에 빠져있다 반사적으로 찌른 검이 판테라의 옆구리에 박혔다.

“만세! 실드가 깎였다!”

서은설이 영문도 모른 채 만세를 불렀다. 일단 항력이 다한 이상 잡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장민성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보통 실드를 깎는데 걸리는 시간은 삼십분 내외. 헌데 지금은 채 오분도 걸리지 않았다. 심지어 딜러들은 거의 딜을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내가 갑자기 강해졌을리는 없을거고... 그렇다면 저 녀석인가?’

장민성은 판테라가 준에게 계속해서 시선을 돌리는 원인을 깨달았다. 아직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게 아니라면 마땅한 이유가 없었다.

‘확실하지 않으면 확인해 보면 되겠지.’

장민성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외쳤다.

“원딜 대기! 근딜 딜 시작!”

가만히 상황을 보며 대기하고 있던 준이 화들짝 놀라며 니들리스를 들었다. 스패너의 머리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담기고 준은 그것을 하늘높이 치켜들었다.

“으라차아아!”

콰직!

“아아. 불쌍하다.”

서은설이 끔찍하다는 듯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바닥에는 판테라가 허리가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죽어 있었다.

“창만이는 일단 해체하는 것 좀 도와줘. 준은 조금있다가 얘기 좀 하자.”

“알았어.”

준은 왠지 장민성의 신경이 날카롭다고 느꼈다.

‘왜지? 내가 뭘 잘못했나? 처음에 어그로가 튀어서 그런건가?’

생각해보면 처음에 딜을 적당히 하라고 말했던 것 같기도 했다. 그 이야길 무시하고 처음부터 풀스윙으로 때려서 그런 모양이었다.

준은 일행이 판테라를 해체할때까지 기다렸다. 어차피 자신은 외부인이고, 부산물은 전부 호랑이 길드의 것이었다. 자신은 그저 끝나길 기다렸다가 나중에 적당한 보수만 받으면 된다.

마침내 판테라 해체를 끝낸 장민성이 배낭에 부산물을 챙겨놓고는 준을 향해 다가왔다. 놈을 해체하느라 손과 얼굴에 피를 묻힌 채 다가오는 모습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무슨 호러무비도 아니고, 피는 좀 닦고 와라.’

“너 대체 뭐야?”

“미안!”

밑도끝도없이 던진 장민성의 질문에 준은 일단 사과부터 했다. 어쨌든 자신 때문에 어그로가 튀었으니 잘못한 건 사실이었다.

“너... 미안하다면 다인 줄 알아? 대체 왜 이런 장난을 치는거야?”

“으응? 그게 무슨...”

“놀거면 니들 동네가서 놀란 말이야! 왜 이런 데까지 와서 이런 쇼를 하는건데? 뭐? 레이드가 처음이라고? 니가 보기엔 우리가 그렇게 우습게 보여? 이래봬도 우린 전부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고! 목숨을 걸고 있단 말이다! 네 눈에는 우리가 한주먹거리도 안되는 놈들 데리고 낑낑거리는게 재미있더냐?”

장민성은 정말로 화가 난 듯 얼굴까지 붉어져서 씩씩거렸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서은설과 홍창만의 얼굴이 새하얗게 얼어붙었다.

“오, 오빠... 왜 그래... 무섭게...”

“그, 그래. 민성이 형... 뭔진 모르겠지만 화내지말고... 응?”

잔뜩 겁을 집어먹은 두 사람이 장민성이의 팔을 한쪽 잡아 끌었다.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던 준은 차분하게 이전의 상황들을 돌아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얘는 지금 내가 지들보다 더 강한데도 불구하고, 최하급 헌터들이 있는 곳까지 와서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겁이 좀 많고 어리숙하게 행동하긴 해도 머리하나는 좋은 준이었다. 그는 짧은 시간에 장민성이 대체 왜 화를 내는지 이유를 파악할 수 있었다.

“아아. 뭔가 오해가 있는 거 같은데 그게 뭐냐면 말이지...”

퍼억!

장민성의 주먹이 준의 안면을 강타했다. 준의 생각은 거기서 끊겼다.

“미안하다. 내 오해였다.”

장민성이 바닥에 앉아서 눈을 문지르고 있는 준을 향해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준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또 저렇게 나오니 할 말이 없었다. 왜 여자들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남자들에게 오히려 화를 내는지 알 것 같았다.

준은 장민성에게 이야기 하는 대신 서은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너네 길드장 원래 이렇게 성격이 급해?”

“응. 평소에는 안 그런데 뭔가 핀트가 어긋나면 불같이 화를 내. 엄청 무섭다고. 며칠전에도 엉덩이가 불이 나게 맞았는걸.”

“그래서 네가 말을 잘 듣는 거였구나. 그 나이에 엉덩이를 맞는 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준은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철없는 여자를 다루는 비결은 별 다른게 아니었다. 그냥 서은설보다 장민성의 성격이 더 더러웠던 것뿐이다.

“형님이 저렇게 까지 용서를 비는데 그만 용서해주세요.”

홍창만이 끼어들어 슬슬 나아지려는 기분에 초를 쳤다. 조금만 기다리면 용서해줄 기분이 들 것 같았는데 저 놈 때문에 그럴 생각이 싹 사라져 버렸다.

“내가 호구냐? 이유도 모르고 욕먹은데다가 제대로 한방 얻어맞기까지 했는데 그냥 용서해달라고?”

“그래도 오해는 풀렸잖아요.”

홍창만은 그렇지 않냐는 듯 준을 설득하려 들었다. 딱히 장민성 편을 든다기 보다는 그냥 이 불편한 분위기 자체를 견디지 못하는 듯 했다. 아무래도 이녀석은 누군가 싸우는 꼴은 못보는 모양이다.

“네 기분이 나아진다면 날 때려도 좋다. 그걸로 사죄하겠다.”

“준 오빠. 이럴 땐 쿨하게 용서해주는게 멋있는거야. 우리오빠가 행동은 좀 거칠어도 마음은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데.”

“좀 닥쳐 봐. 이 계집애야.”

“헐. 대박. 편들어 줬더니 개매너야.”

서은설까지 가세하자 준은 점점 자신이 쪼잔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사실이 그런 걸 어쩌랴. 준은 애초에 자신이 쿨가이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두 배.”

“응?”

“이번 레이드에서 내 몫을 두배로 올려달라고. 그러면 용서해주지.”

“그걸로 되는건가?”

“그럼 세, 세 배.”

“도둑놈아. 세 배나 가져가면 우리는 뭐 먹고 살라고.”

서은설이 투덜거렸지만 장민성이 손을 들어 입을 다물게 했다. 그리고는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서더니 준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다시 한번 사과하지. 네 말대로 이번 보수는 세 배로 줄테니까 내 행동은 잊어주면 고맙겠다.”

이렇게 흔쾌하게 수락할 줄 몰랐던 준은 약간 얼떨떨한 기분을 느끼며 그 손을 잡고 일어섰다.

“사과를 받아들였으면 작전을 다시 짠다. 일단 진형은 그대로, 준은 내가 따로 지시할때만 딜을 하는 걸로.”

“...너 회복이 엄청 빠르구나.”

이 녀석 어쩌면 사이코 패스가 아닐까 생각하며 준은 정보창을 열었다. 체력과 마나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사용자 ; 준 알스버그

레벨   ; 2

클래스 ; 초보자

칭호   ; 델타의 소유자(모든 능력치 +10)

능력치

체력 245/249  마나 95/100 경험치 1 잔여 스탯 5

힘 6(+10)  민첩성 8(+10)  지능 21(+10)  정신력 19(+10)

기술

엔지니어링(초급) ; 오랜 숙련과정을 통해 사용자의 뇌에 공학적 사고가 자리 잡았습니다. 기본적인 물품을 손쉽게 제작, 수리 할 수 있습니다.(숙련도 1%)

충분히 휴식을 취해서인지 마나가 거의 회복되어 있었다. 체력이 4가 빠진 것은 한 대 맞은 것의 후유증이었다.

헌데 정보창에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왜 경험치가 아직도 1이 있지?’

원래 가지고 있던 경험치는 니들리스를 제작하며 써버렸다. 즉, 남은 경험치는 0이어야 했다. 실제로도 경험치가 남아있지 않은 것을 확인했었다.

헌데 지금 다시보니 경험치가 1이 늘어나 있는 것이다.

‘설마 판테라를 잡은 것 때문에 경험치가 늘어난 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그것밖에 없었다. 준은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결정체를 흡수하지 않고도, 레벨업을 할수 있는 방법이 생기는 것이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여기까지...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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