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9화 (1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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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럼의 마녀

숙소로 돌아간 준은 재료들을 바닥에 던져두고 설계도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가 만들려는 것은 다름아닌 가스토치였다. 물론 화염방사기가 원거리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무기로서의 범용성도 좋지만 어차피 어그로를 잡기 위해 탱커인 장민성이 쿨리킨에 붙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근거리에서 사용할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석유를 사용하는 화염방사기보다는 차라리 가스토치쪽이 화력이 더 좋았다.

처음 산소-수소 가스토치를 생각했던 준은 엔지니어링 등급이 낮아 제작할 수 없다는 시스템 메시지에 일반 가스토치로 방향을 선회했다.

대신 회당 화력을 높이기 위해 가스의 배출량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그리고 가스공급을 위해 쉽게 가스팩을 교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불스원샷’이었다.

단발형 가스토치 (B급)

각종 산업현장에서 범용적으로 쓰이는 가스토치입니다. 캠프파이어나 숫불을 키우는데 유용하게 사용되기도 합니다. 극단적으로 화력이 높은 이것은 이미 원래의 목적을 잃은 듯 합니다. 가스 팩은 일회용으로 사용되고 버려집니다.

B급 이상부터는 특수효과가 붙습니다.

특수효과 : 가스 팩의 폭발확률이 낮아집니다.

자그마치 경험치를 2나 투자해서 만든 가스토치였기에 B급이 떴을 때 준은 환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특수효과를 본 준의 표정은 미묘했다.

“폭발확률이 낮아진다고...? 이거 좋아해야하는 건가?”

결국 낮더라도 폭발확률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일단 만든 이상 사용은 해봐야 했다.

다음날 아침.

준은 얼른 장비를 챙기고 호랑이 길드원들이 있는 숙소로 향했다.

철그렁. 철그렁.

서은설은 아침부터 온몸에 깡통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한 남자를 숙소앞에서 마주쳤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백 원짜리 동전을 꺼내었다.

땡그랑.

“미안. 동전은 그것 뿐이라.”

“누굴 거지로 아는거야!”

준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서은설이 귀를 막으며 입을 열었다.

“미안. 구걸하러 온 거지인줄 알았네. 그런데 그거 뭐야? 설마 그게 오늘 준님이 만들었다는 화염방사기는 아니겠지?”

자세히 보니 온몸에 달고 있는 깡통은 다름아닌 부탄가스였다. 옆구리에는 로켓런처처럼 생긴 것을 끼고 있었다.

“왜 아니겠어? 내 역작인 ‘불스원샷’ 1호다.”

“일단 이름이 구린 건 둘째치고, 왜 1호야? 설마 2호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아니겠지?”

“아니. 이게 만들고 나니까 고쳐야 할 곳이 눈에 보이더라고. 그래서 일단 실전에서 사용을 해보고 새로 개량을 할까해서. 이거 조금만 손보면 엄청나게 잘 팔릴 것 같지 않아?”

준은 어린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서은설은 대답대신 숙소로 들어갔다. 잠시 후, 호랑이 길드원들이 하나둘씩 숙소앞으로 나왔다. 그리곤 준의 모습을 보곤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어때 내말이 맞지?”

“으음... 어쩔 수 없지.”

“내 용돈...”

장민성과 홍창만이 서은설에게 만원씩 건넸다. 준이 입을 열었다.

“일단 기분나쁘지만 궁금하니까 물어볼게. 대체 뭘 가지고 내기를 건거야?”

“알면 상처받을 텐데. 난 준님을 애정하니까 이건 죽을때까지 비밀로 삼겠어.”

“...안 물어도 알 것 같다. 하지만 실전에서 써보면 생각이 달라질걸.”

준은 자신만만하게 입을 열었다.

쾅!

“어때?”

준은 불스원샷을 옆구리에 걸치곤 의기양양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호랑이 길드원들은 눈앞의 광경에 입을 쩍 벌린 채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다. 준의 앞에는 방금까지 멀쩡한 나무였던 숯덩이가 있었다.

“그, 그거 어떻게 한거야?”

“부탄가스통을 압축해서 한 번에 최대한까지 가스압을 올린다음에 불을 붙여서 폭발력과 함께 화력을 극단적으로 끌어 올린거야. 이론은 간단하지만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지. 그리고 다 쓴 가스통은 이렇게 납작해져서 분리수거하기 좋게... 아뜨뜨!”

준은 납작해진 부탄가스통을 집어들려다 손을 데었다. 평소라면 어떻게든 태클을 걸만한 상황이었지만 서은설은 눈앞의 광경에 압도되어 그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괴, 굉장하네. 역시 준님. 아까의 내 발언은 취소하겠어. 이건 내 패배네. 인정.”

서은설은 지갑에서 이만 원씩 꺼내어 장민성과 홍창만에게 돌려주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장민성이 입을 열었다.

“화력은 좋은데, 약간 위험해 보이는 군. 폭발의 위험성은 없나?”

“있기는 한데... 헌터는 부탄가스통 폭발 정도로는 안죽으니까 괜찮을거야.”

“너무 무책임하잖아!”

“괜찮아. 괜찮아. 무엇보다도 이건 B급이라 폭발위험도 낮고...”

“B급?”

장민성이 되묻자 준은 아차 하며 입을 열었다.

“물건이 잘 나왔다는 거지. 어쨌든 이건 잘 안터질거야. 어차피 내가 사용할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그렇긴 하지만...”

화력은 확실히 믿을만 했지만 무기 자체의 안정성은 신뢰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준이 직접사용하겠다는 데 거기다가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참. 계산은 확실히 해야지.”

“오늘 일당에서 백만 원 더 쳐주지.”

준이 서은설에게 손을 내밀자 장민성이 대신 대답했다.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불스원샷의 간단한 시연을 마치고, 호랑이 길드와 준은 트럭을 몰고 남쪽 습지로 향했다. 의외로 습지지역은 인기가 많은지 많은 헌터들이 여기저기서 화염방사기를 뿌려대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나무들 대부분은 이미 타버렸거나 검게 그을려 있었다.

이미 상당수의 쿨리킨이 제거된 모양이었다.

“윽. 타는 냄새.”

“이 근처는 안되겠군. 좀 더 들어가보자.”

한참을 더 들어가자 사람들의 모습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근처에 보이는 헌터들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장민성이 트럭을 세웠다.

“쿨리킨은 낮에는 나뭇가지 사이에서 잠을 잔다. 가장 빠른 건 모든 나무를 태우면서 전

진하는 거지만 그러기에는 ‘탄환’이 너무 부족하니 천천히 수색하면서 전진하자.”

“오케이.”

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불스원샷을 꼭 끌어안았다. 차에서 내려 근처를 수색하던 홍창만이 가장 먼저 쿨리킨을 발견했다.

“저기 있어.”

대략 10미터 크기의 나무위에 쿨리킨으로 보이는 거대모기가 잠을 자고 있었다. 장민성은 조용히 하라는 제스춰를 취한 후, 준을 향해 손짓을 했다. 준이 쿨리킨을 조준했다.

쿨리킨은 하늘을 나는 외도다. 모기를 닮은 특성상 그리 높게 날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지상에서 검을 들고 싸우기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보통은 녀석이 잠자고 있는 나무를 태워서 녀석을 깨운다. 자신의 집이 타버린 것을 확인한 쿨리킨은 분노하며 공격을 하게 되는데, 그때는 어그로가 잡혀 있지 않을때라 가장 가까이 있는 헌터를 공격하게 된다. 그것을 이용해, 탱커가 어그로를 먹고 사냥을 하는 것이다.

“센 걸로 한방 먹여.”

장민성의 말에 준이 방아쇠를 당켰다.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쿨리킨이 잠들어 있던 나뭇가지가 통째로 불타며 허공으로 치솟았다.

화악!

파르르르!

열기와 함께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날개짓을 하는 쿨리킨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그 녀석은 고통스러운 듯 허공에서 몸을 뒤틀더니 이내 요란하게 날개를 펼치면서 준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말도 안돼! 어그로가 왜!”

장민성은 당황하며 외쳤다. 분명히 가장 가까운 것은 자신이다. 당연히 자신에게로 이끌려야할 어그로가 준에게 향한 것이다.

“준 도망쳐!”

장민성이 큰소리로 외치며 준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어그로 인계를 위해 두 사람의 거리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고, 두 다리로 달리는 것보다는 하늘을 나는 쪽이 훨썬 더 빠를 수밖에 없었다.

팅!

철컥!

준은 쿨리킨이 자신을 봤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주저없이 두 번째 부탄가스를 불스원샷에 밀어넣었다. 장전과 함께 납작해진 가스통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준은 그대로 쿨리킨을 향해 두 번째 방아쇠를 당겼다.

콰앙!

쿨리킨이 거의 준의 지척까지 도달한 순간 불스원샷이 폭발음을 뱉었다. 그 엄청난 열기에 그를 향해 달려가던 장민성도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아, 안돼.”

지글지글.

준이 있던 자리의 바닥이 불길로 일렁이고 있었다. 너무 근접한 거리에서 맞은 탓에 사방으로 불똥이 튄 것이다.

“주, 준님!”

서은설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준을 발견하곤 그쪽으로 달려갔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 몇발자국 떨어진 위치였다. 몸이 튕겨나갈 정도로 강렬한 폭발이었다는 뜻이다. 준은 일단 그녀에게 맡긴 장민성은 황급히 쿨리킨을 찾았다. 적은 외도다. 불스원샷이 강력하긴 하지만, 그런 무기로 항력을 뚫을 수는 없다. 녀석은 틀림없이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을...

“저거 뭐지?”

장민성은 수십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타고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타닥. 탁.

잘익은 장작처럼 타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쿨리킨이었다. 장민성은 잠시 자신의 상식을 체크해보고, 눈앞의 광경을 다시 이해해보려 애썼다.

“외도가, 가스폭발을 맞고 사망했다고...?”

준이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 이전에 눈앞의 광경이 당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지금까지 알아왔던 모든 상식을 뒤집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장민성은 몸을 돌려 준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서은설이 준을 부축해 일으키고 있었다. 여기저기 화상을 입고 온몸이 그슬리긴 했지만 다행히도 그는 무사했다.

지만 그의 가슴을 채우는 것은 안도감이 아니라 당혹스러움과, 미지의 것에서 유래한 두려움이었다.

“준 알스버그. 저 녀석 대체 뭐하는 인간이지?”

장민성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상식으로선 도저히 판단할 수 잆는 인간이었다.

“봤냐? 봤어? 내가 이걸로 쿨리킨 잡는 거?”

앞머리 절반을 태워먹고, 그을린 얼굴을 하고서도 활짝 웃고 있는 준을 보며 장민성은 피식 웃었다. 죽음의 위기를 겪고도 저렇게 웃을 수 있는 녀석이라면, 적어도 악당은 아니리라.

“흠. 근데 다 타버려서 어떻게 하지?”

준이 아깝다는 듯 숯덩이가 되어버린 쿨리킨을 불쏘시개로 이리저리 뒤적였다.

“걱정마. 눈알은 잘 익었을테니까.”

“응? 익었다고?”

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장민성이 단도를 꺼내들더니 타다 남은 쿨리킨의 재를 이리저리 뒤적였다.

“여기있군.”

그리고 단검의 끝에는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하얀색 메추리알 같은 것이 꽂혀 있었다. 한쪽에는 검은 반점이 있었는데, 아마 그쪽이 홍채가 있던 쪽이 아닌가 싶었다.

“맛 보겠어? 지금 먹어도 되고, 아니면 이대로 식혀서 따로 조리해도 먹을 만하다.”

장민성의 말에 준은 고개를 저었다. 어지간한 건 잘 먹는 편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방금 목숨을 걸고 싸웠던 외도의 눈을 먹고 싶진 않았다.

“이런 걸 돈 주고 사는 사람이 있단 말이야?”

“하나에 만 원 정도 한다.”

“엉? 그럼 완전 손해 아냐? 이거 만드는데 백만원이나 쓴데다가 부탄가스 값도 만만치 않은데.”

“쿨리킨 한 마리에서 나오는 눈은 약 40개 쯤 되지. 몇 개 정도는 터졌겠지만, 이정도면 30개 정도는 건질 수 있을 것 같다.”

와그작.

“그렇군. 잠깐 그, 그거 먹는거야? 뭣보다 그거 식감이 엄청 이상해 보여! 난 완전 메추리알 같이 부드러운 건 줄 알았는데!”

준은 단검에 꽂혀 있는 쿨리킨의 눈을 씹어먹는 장민성을 보며 외쳤다. 와그작, 와그작 소리를 내며 맛있게 먹던 장민성은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준을 쳐다보았다.

============================ 작품 후기 ============================

졸려서 자러갑니다~ 좋은 하루 되시고 선추코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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