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5 ----------------------------------------------
스팅스
펠로우쉽 체결을 끝내고 일행은 곧바로 사냥에 나섰다. 늦은 밤은 쿨리킨을 잡기 어렵기 때문에 일행은 예전에 사냥을 했던 가나안 숲으로 향했다. 저녁해가 지고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 나왔음에도 사냥터에 도착할때쯤엔 이미 캄캄한 밤이었다. 트럭위에서 마치 오징어 잡이 배처럼 라이트를 환히 켜놓고 외도가 몰려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준은 장민성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 녀석은 어떻게 됐어?”
“아직 별 소득은 없다. 녀석은 계속 길드와 관련없는 개인적인 일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 심지어 우리가 먼저 습격했다는 헛소리를 하더군.”
“자경대에서는 뭐라고 하던데?”
“일단 증거는 확보되었으니까 녀석을 처리 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긴 하다만, 역시
다크나이트 길드가 문제겠지. 자신들과 관련없다고 딱 자르는 것이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간부출신이 밴디트 짓을 하고 다니는데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 말이 안되는 일이지.”
장민성은 불쾌한 얼굴로 혀를 찼다. 서은설이 죽을 뻔 했다는 사실 때문인지 그는 이 일에 대해서 끝장을 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미 자경대에 넘어간 이상 처분은 그쪽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괜찮겠어?”
“네가 아니었다면, 괜찮지 않았겠지.”
만약 서은설이 죽었다면 그런 것 따위 신경쓰지 않고 일을 저질렀겠지만, 일단 그녀가 멀쩡하게 살아있는 이상 장민성도 더 이상 무리하게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우리에겐 그보다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준에게 남은 시간은 4일. 그 시간동안 장민성은 어떻게든 레벨업을 할 생각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이번일로 인해 그는 더욱 더 강해져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권총 몇 자루 앞에서 생사의 고비를 넘어야 했던 경험은 그만큼 충격적인 것이었다.
호랑이 길드원들이 레벨업을 하게 되면 적어도 지금보다 위험에 노출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헌데 네가 떠나게 되면 남은 우리들은 어떻게 되는거지? 그때도 펠로우쉽이 유지 되는 건가?”
“흠... 아마도 그럴거라고 생각되지만 정상적으로 경험치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설령 경험치를 얻더라도 레벨업은 안될 수도 있어.”
“메인 시스템이 너에게 있으니까.”
장민성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준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펠로우쉽은 어디까지나 델타가 보조하는 거니까 근거리에 델타가 없다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을 수밖에 없겠지.”
“그렇다면 역시 해제를 하는 수밖에 없는 건가?”
“꼭... 그럴 필요는 없을 거야. 어차피 스팅스는 정기화물선이고, 두 달 후 쯤에는 다시 여기로 올 수 있을테니까. 그때 다시 만나서 사냥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두 달이라... 뭐, 한동안은 이곳에 있을 예정이었으니 기다리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위치를 옮길거면 바로 얘기하라고. 펠로우쉽 사이에서는 통신이 공짜니까.”
준은 손가락을 움직여 장민성의 프로필을 톡톡 건드렸다. 그러자 통신회선이 열리며 간단한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창이 떠올랐다.
거기다가 ‘테스트’라고 써넣은 준은 그대로 전송했다. 그러자 곧바로 장민성은 자신의 UI에서 메시지가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고전적이로군. 음성메시지는 지원하지 않는 건가?”
“아마 레벨업을 더하면 달라질 것 같긴 한데. 아직까지는 이정도가 한계인 것 같아. 뭐 이정도만 해도 충분하다는 거겠지. 기본적으로 초광속통신이기도 하고.”
준은 그렇게 말하며 메시지 창을 접었다.
스륵-
라이트를 환하게 켜놓은 트럭 주변으로 바닥을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준은 니들리스를 쥐고 조심스럽게 트럭에서 내려섰다.
“다들 준비해. 외도다.”
처음 나타난 것은 역시 가장 흔한 판테라였다. 늑대를 닮은 그 외도는 이곳에서 가장 많이 잡히면서, 또한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히는 외도였다.
퍽! 캥!
잠시 긴장을 했다는 사실이 무안할 정도로 판테라는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서은설이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나 아직 주문 욀 준비도 안했거든?”
“아. 미안. 내 힘이 세진 걸 미처 생각을 못했어. 다음부터는 살살할게.”
기술시스템의 활성화를 위해서 어느정도는 서은설과 홍창만이 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적당한 힘으로 때렸는데, 힘 수치에 아직 적응이 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마나를 적게 사용한 만큼 힘이 세지는 바람에 한방에 죽어버린 것이다.
“저기 한 놈 더 있다.”
“판테라 무리인가?”
크르릉-
낮은 울음소리를 내며 어둠속에서 몸을 드러내는 판테라는 한두 녀석이 아니었다. 벌써 눈에 보이는 것만 세마리. 그 뒤에도 눈동자가 반짝거리는 것으로 보아 몇 마리가 더 있는 것으로 보였다.
“왜 이렇게 많이 나타난거지? 보통 많아야 두세 마리 아니야? 나야 편해서 좋지만.”
“글쎄... 이번에만 그런 건지, 아니면 계속 그렇게 되는 것인지는 두고보면 알겠지. 창만이는 뒤를 경계해.”
장민성은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나섰다. 장민성도 이렇게 많은 놈들을 한꺼번에 탱킹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펠로우쉽의 대상자’라는 호칭 덕에 스탯이 1씩 오른 것도 있고, 준의 강력한 딜링이 있기에 크게 위험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준. 미안하지만 너에게 기대겠다.”
“맡겨달라고.”
“우와아아아!”
장민성이 큰 소리로 포효했다. 판테라가 움찔 할만큼 강렬한 외침.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기술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외도의 관심을 끄는데는 성공할 수 있었다.
“딜은 미리 말한대로 개인의 판단에 따라서 한다.”
어차피 준의 딜량이 압도적인 이상, 일일이 디테일한 지시를 할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약간 어그로가 튀더라도 준의 체력이 300이 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크게 위험할 일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서은설과 홍창만에게 어그로가 튀지 않게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부분에 있어서는 미리 사냥하기 전에 몇가지 지시를 해둔 상태였다. 장민성이 확실하게 어그로를 잡은 녀석에게만 딜을 한다. 만약에 실수로 다른 녀석이 맞게 되면, 그 녀석을 준이 어그로를 끌어서 두 사람을 보호한다.
심플했지만 효과적인 방식이었다.
그런 방식으로 일행은, 단 10여분 만에 판테라 일곱 마리를 한꺼번에 사냥할 수 있었다. 준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흡족한 기분이 들었다. 판테라를 모두 트럭에 실은 준이 입을 열었다.
“다들 경험치는 들어왔어?”
“응. 2가 들어왔네. 정확히 한 마리당 1씩 주는건 아닌 거 같아. 조금 더 주는 것 같은데?”
“아마 소수점 이하는 표시되지 않는 것 같아.”
준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민성이 트럭에 올라타며 입을 열었다.
“일단 위치를 이동하자. 이곳에서 한꺼번에 일곱마리를 잡았으니 근처에는 더 이상 외도가 없을거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이 근처 외도들은 전부 우리가 쓸어 담겠는데?”
“이번만 이런 거겠지.”
준의 말에 서은설이 설마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표정이 달라지는 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저게 몇마리지?”
서은설이 라이트의 빛을 더 올렸다. 반경 30미터 안에 판테라 3마리, 엔트(나무를 닮은 외도로 키가 3미터에 둘레가 1.5미터에 달한다) 1마리, 크립토디라 1마리, 앙고라(토끼를 닮은 외도로 크기는 1미터 정도) 5마리가 있었다.
“이야... 이거 장난 아니네.”
“이런 건 처음 본다.”
장민성의 표정이 창백해져 있었다. 지금부터 저 많은 놈들 앞에서 탱킹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걱정마. 넌 버티기만 하면 되니까. 은설이랑 창만이는 적당히 몸 사려. 두 사람은 체력이 너무 적으니까 딜은 적당히만 하고, 혹시라도 어그로가 끌리면 내 쪽으로 붙어. 내가 잡아줄테니까.”
레벨도 3으로 올랐고 힘도 늘어나면서 자신감이 부쩍 늘었다. 그러다 보니 원래는 장민성이 해야 할 오더를 준이 하고 있었다. 장민성 입장에서도 딱히 불쾌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앞으로 4일간은 확실하게 그에게 묻어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마음먹은 이상 자존심을 세울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꽤나 믿음직하네. 헌데 그럴거면 그냥 준님뒤에 딱 붙어서 마법을 난사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다가 마법 같은 게 내 쪽으로 튀면 곤란한데.”
“어차피 펠로우쉽 끼리는 안맞잖아.”
“아. 그렇네. 굳이 서로 거리 넓혀가면서 아군에게 맞을 걱정은 안해도 되겠구나.”
준이 서은설을 쳐다보았다. 확실히 든 게 없어서 그렇지 멍청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뭘 그렇게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보는거야? 내 지능은 이제 17이라고? 거의 천재급아냐?”
“내 지능은 31이야. 까불지마.”
“헐. 사기.”
“후후후. 미리 사인 받아놓으라고 미래에 노벨상을 받을 몸이니까.”
“...놈들이 온다.”
장민성이 입을 열자, 준도 서은설도 입을 다물고 전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적들의 수가 많은 때문인지 전투 자체는 치열하게 전개 되었다. 장민성이 가장 앞에서 방어력이 높아 한번에 잡기 힘든 크립토디라와 엔트의 시선을 잡아끄는 사이, 준은 비교적 방어력이 약한 판테라와 앙고라를 때려잡기 시작했다.
-판테라의 앞발휘두르기에 맞아 체력이 10감소했습니다.
-앙고라의 점프공격에 맞아 체력이 15감소했습니다.
-판테라의 깨물기에 맞아 체력이 8감소했습니다.
-판테라의...
하지만 탱커가 아닌 준이 녀석들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판테라 3마리, 앙고라 5마리가 준을 둘러싸고 맹렬히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준이라도 이런식으로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으면 체력이 금방 떨어지고 말것이었다.
하지만 준은 침착하게 한 마리씩 머리를 깨부수며 녀석들의 포위를 벗어났다. 거기에 서은설과 홍창만의 딜링도 녀석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체력이 절반이나 까졌네.”
“준님이 생각없이 무턱대고 들어가니까 그렇지.”
서은설의 표정은 약간 화가 난 것 처럼 보였다. 아무리 자신감이 넘쳐도 외도들 사이로 뛰어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준도 그 점은 인정했다. 약간 자신감이 과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부터라도 조심하면 되지.”
“하여튼 말은 잘해. 더블 애로우!”
서은설은 툴툴 거리며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즐겨 사용하는 마법은 ‘더블 애로우’ 하나였다. 다른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외도에게 타격을 줄만큼 갈고 닦은 마법은 그것 하나뿐이었다.
그런 그녀의 귓가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퍼졌다.
-시스템 체크 중... 성공. 끊임없는 정진과 반복되는 실전을 통해 새로운 능력을 얻습니다. 이를 통해 기술, 더블애로우(초급)이 생성됩니다.
기술
더블애로우(초급) ; 반복적인 실전연습을 통해 대상자의 육체에 마법이 각인됩니다. 준비없이 마법을 시전할 수 있게 됩니다. 숙련도 (0%)
“럭키! 기술 획득!”
“어? 벌써 나왔어?”
“응! 초급이긴 하지만. 이거 짱좋아.”
서은설은 그렇게 말하며 기술, 더블애로우를 발동 시켰다.
슈슝!
마치 광학무기를 발사하는 것같은 소리와 함꼐 손끝에서 화살모양의 마력탄이 날아갔다.
퍽! 퍽!
준을 향해 점프하던 앙고라 한마리의 가슴에 적중한 더블애로우는 그대로 폭발하며 녀석을 밀어냈다.
“딜량은 별 차이 없는 것 같긴한데. 그래도 주문이 따로 필요 없으니까 확실히 낫긴 하네.”
시스템의 보조를 받아 귀찮은 캐스팅과정을 패스한다. 그것만으로도 서은설에게는 큰 혜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서은설이 기술을 획득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홍창만도 ‘파동권’을 얻는데 성공했다.
기술
파동권(초급) ; 기의 본질을 깨닫는 것은 멀고도 험한 길입니다. 수련자는 그 오의를 깨닫기 위한 첫번째 문을 열었습니다.
파동의 힘에 의해 주변 적들에게 범위데미지를 입힙니다.(숙련도 0%)
확실히 한꺼번에 열마리나 되는 적을 상대하다 보니 기술을 빠르게 얻을 수 있었다. 결국 기술을 얻은 두 사람과 힘을 합해 판테라와 앙고라를 모두 처리한 준은 장민성이 붙잡고 있는 크립토디라와 엔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거의 10여분간 장민성은 큰 부상없이 두 마리의 외도를 탱킹하고 있었다. 딱히 정신력을 제외하면 능력치가 높은 것이 아님에도 저 정도 힘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 대단하긴 대단한 녀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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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울 올라갑니다. 급하게 마무리 하느라 정신이 없네요. 오류수정은 도착해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