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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트뢰즈
“10크리스탈.”
“흠.”
밥은 잠시 망치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해머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준은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헌터였어?”
“옛날에. 그나저나 이거 뭘로 만들었는지 마나가 잘 안들어가는데. 이래가지고 딜이 나오겠어?”
“그래도 딜량 자체는 차이가 없어. 무기 자체가 실드를 중화시켜주니까. 물론 실드가 까진 다음에는 얘기가 다르지만.”
준이 만드는 무기들은 준을 제외하면 제대로 마나를 발현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 무기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헌데 본래부터 망치를 주로 사용하던 막스마저도 마나를 발현시키는데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았을 때, 무기에 대한 이해도차이가 아닌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엑조틱 에너지 때문일까.’
준이 제작하는 무기에는 준의 경험치, 즉 준의 엑조틱 에너지가 투입된다. 어쩌면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때 반발현상이 일어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밥이 잠시 니들리스 해머를 쥐고 마나를 이러지러 조율해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평소에 비해 약 절반 정도의 마나만 사용할 수 있는 모양이군. 그래도 딜량에는 변화가 없다면 그만큼 사냥시간이 길어진다고 할 수 있는 거겠고. 거의 마나량을 두 배로 뻥튀기 해주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봐도 되겠네.”
“그렇지. 게다가 특수효과도 붙었어.”
“특수효과?”
“파괴옵션인데. 암석 같은 것을 때릴 때 랜덤으로 층격파가 터지게 되어있어. 그때는 아예 실드를 뚫고 데미지를 입히게 되는 것 같아. 그래서 골렘 잡을 때 쓰기 좋은 물건이지.”
“...대체 어떤 원리인거냐?”
“그건 사업비밀.”
준의 말에 밥은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 물건은 자신이 상상하는 이상의 파급력을 지닐 수 있었다.
“마나를 두 배로 늘여주는 것만으로도 그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은데...”
“아니, 정확히는 절반만 사용하는 거지.”
“어차피 같은 것 아닌가?”
밥의 말에 준이 고개를 저었다.
“다르지. 사람마나 마나를 사용하는 양은 다르지만 실드를 중화시키는 능력은 고정 되어 있으니까. 하급헌터들 수준에서는 좋은 효율이 나오지만, 오히려 수준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공격력이 약해지게 돼. 오히려 보통 무기보다 못하게 되는거지.”
“상위급의 외도로 갈수록 실드가 두꺼워지는데 반해서 이 무기의 실드 중화능력은 고정되어 있으니 그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로군.”
그 힘은 무기에 들어가는 경험치의 양에 따라서 결정되는 듯 했다. 그래서 니들리스 1호에 비해서 니들리스 2호, 즉 니들리스 해머의 공격력이 더 강했던 것이다. 단순히 크고 무거워서 강력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렇지.”
“그래도 최하급과 하급헌터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으니 그런 단점은 별로 문제가 안될것 같은데.”
“그래봐야 얼마나 팔리겠어? 이 마을에 사람도 별로 없잖아.”
“한 이백 명 정도 있지. 그 중에서 15크리스탈을 일시불로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은 대략 20~30명? 그중에서 하급헌터로 제한하면 10명 안팍이겠군.”
“잠깐, 갑자기 왜 15크리스탈이 되는건데?”
“나도 장사꾼인데 마진은 붙여야지.”
“중간에서 중개만 하는 것 치곤 지나치게 많이 받아먹는 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럴거면 차라리 내가 직접 팔면 더 많이 팔 수 있지 않을까.”
15크리스탈이면 좀 많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10크리스탈도 비싸서 살까말까 망설일 판에 50프로나 더 비싼 가격이다.
“물론 물건만 좋으면 직접 팔 수도 있겠지. 하지만 기회비용이라는 걸 생각해보라고. 일일이 사람들 만나면서 홍보하고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사람들한테 시달리면서 장사할거야? 가격대가 비싸니까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도 잦을 거야. 장사꾼 전업할 거 아니면 골치 아픈 일은 전부 나에게 맡기고 헌터는 사냥이나 하시라고.”
“의욕이 굉장히 넘치는 군.”
“실적이 되니까.”
“좋아. 대신 한 가지만 약속해.”
“뭔데?”
“이 물건을 누구한테 구했는지 비밀로 할 것. 파는 사람에게는 물론이고, 정부에도 절대 비밀. 지킬 수 있겠어?”
“내 목을 걸고 지키라고 하면 그건 어렵겠는데.”
“그렇게 까지는 바라지 않아. 단지 떠벌리고 다니지 말라는 거지. 누가 네 목을 잡고 흔들면서 내놓으라고 하면 그냥 말해도 돼.”
준은 사실 그렇게 까지 일이 번지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니들리스가 강력한 무기이긴 하지만, 말도 안되게 강력한 것도 아니다. 그저 하급헌터들에게 조금 도움이 되는 정도의 물건일 뿐이었다. 게다가 공장에서 만드는 것도 아니니 물량도 많지 않아 이슈가 되기에는 힘들었다.
사실이 그렇기도 했다. 세상에는 헌터들이 많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물건 중에서 희한한 물건이 한두 개가 아니었으니 그 틈에서 잠시잠깐 반짝일 수만 있어도 대단한 일이었다.
“그 정도는 어렵지 않지. 만약 잘 팔리게 되면 비밀로 하는 쪽이 나에게도 도움이 되니까. 솔직히 이런 물건일수록 판매처를 잘 숨겨야 되는 거 아니겠어?”
밥의 말에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뢰는 믿을 수 없지만 욕심은 믿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욕망에 솔직한 밥이 오히려 믿음이 갔다.
“일단 몇 개를 넘겨주면 되지?”
“우선 한 개만 줘.”
“딸랑 한 개?”
“물건이 확실한지 봐야지. 이번사업에 내 전 재산을 부을 생각인데 허투루 할 순 없지 않겠어?”
“그럼 차라리 나랑 같이 골렘을 잡으러 가자. 잡을 실력은 되겠지?”
밥은 대답대신 씨익 웃었다. 자신감이 넘치는 미소였다.
잠시 상점문을 닫고 골렘을 잡기 위해 나선 두 사람은 골렘 사냥을 시작했다. 어차피 시험적으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니골렘을 사냥할 생각이었는데 밥이 일반골렘 사냥을 제의했다. 자신이 탱킹을 하겠다는 이야기였다.
니들리스를 쥐어주고 탱킹을 시켜보니 그 민첩성이 경이로울 정도였다. 밥은 단 한대도 맞지 않고 골렘을 농락했고, 그 사이 준이 일반 망치로 딜을 해서 결국 녀석을 잡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잡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분 정도. 원래는 10분 안에 잡을 수 있었지만 준이 붉은 색 결정체를 분리하기 위한 연습을 하기 위해서 시간을 많이 끄는 바람에 그 정도 걸렸다.
“소감이 어때?”
준이 눈앞에 쓰러진 골렘의 잔해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의 손에는 멀쩡한 결정체가 쥐어져 있었다. 수십번을 시도한 끝에 겨우 성공할 수 있었다. 밥이 고생하긴 했지만, 덕분에 니들리스 해머를 시험할 시간도 충분히 가질 수 있었다.
밥은 손에 들고 있던 망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좋다.”
“그럼 사는 건가?”
“일단 열 개부터 시작하자.”
“여, 열 개? 대금을 지불할 능력은 있고?”
“결정체 어음으로 지급하는 건 어때?”
“안 돼. 무조건 실물로.”
밥의 말에 준이 고개를 저었다. 결정체 어음은 상점에서 보유한 결정체 재고가 충분치 않을때 일시적으로 발급하는 신용화폐였다. 처음은 알카트뢰즈에서만 사용하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연합에서 지배하는 항성계에서 종종 쓰이기도 한다고 들었다.
“신용도 확실한 놈으로 줄게. 굳이 실물이 필요한 이유도 없잖아.”
결정체는 오로지 워프엔진과 초광속 통신에만 사용되었다. 그런 물건들은 대기업이 아니면 만들 수 없었고 개인 차원에서는 가지고 있어봐야 그저 반짝이는 돌맹이에 불과했다.
게다가 알카트뢰즈에서는 언제든지 도난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실물보다는 어음으로 가지고 있는게 오히려 이득이었다.
어음 자체도 실물처럼 사용가능했고, 펍이나 상점등에서 제한없이 받아주기 때문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준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쓸데가 있어.”
“흐음? 어디다 쓸 건지 물어도 될까?”
“엿 바꿔 먹을 건데?”
“...마음대로 하세요.”
밥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또 어느정도 예상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마 니들리스를 제작하기 위해 결정체가 필요한 것은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다. 대체 아무것도 없는 이런 황량한 땅에서 어떻게 그것을 정제하고, 또 무기제작에 사용하는지 그 원리는 모르지만, 정황상으로 보아선 그것이 거의 확실해 보였다.
‘특별한 연금술같은 거라도 쓰는 모양이지.’
가끔씩 연금술사나 마법사들이 이상한 물건을 만들어 낸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자신도 직접 본적은 없었지만, 아마 준이 만들어 내는 니들리스 해머도 그런 종류의 하나가 아닐까 추측만 할 뿐이었다.
골렘을 잡고 나온 결정체는 준이 가지기로 했다. 밥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는 기념으로 자신이 갖겠다고 하는 것을 반강제적으로 준이 가져왔다. 니들리스로 잡은 것이니 만큼 자신의 소유라는 논리였다.
“헌데 열 개씩이나 사서 전부 다 팔수 있겠어? 대금을 지불할 만한 사람이 열 명밖에 없다면서.”
준이 입을 열었다.
“쯧. 그래서 장사는 장사꾼한테 맡기라는 거지. 다른 마을에다가 내다 팔거야.”
“오오. 그런 방법이.”
“그럼 물건은 언제까지 넘겨줄거야?”
“열 개나 만들려면 시간이 좀 걸리는데 오늘 저녁에 갖다주지. 그 전에 재료가 될 무기도 있어야 되는데.”
“그렇지 않아도 강철바를 주문해 뒀어.”
“오늘 옮긴게 그럼 강철바였어? 어쩐지 무겁더라.”
“혹시 몰라서 한 300킬로그램 주문했는데, 그거면 될까?”
“그거면 충분해.”
“한꺼번에 다 살 줄은 몰랐는데. 더 주문해둬야겠군.
마을로 돌아온 두 사람은 강철바를 준의 숙소로 옮겼다. 대금은 나중에 물건을 받을때 차감하기로 했다.
그날 저녁. 니들리스 열개를 제작해 넘긴 준은 결정체 97개를 받았다. 결정체를 넘기는 밥의 두 손이 덜덜 떨렸다. 현매가로 자그마치 1억이나 되는 금액이니 그럴만도 했다.
숙소로 돌아온 준은 원래 가지고 있던 결정체에 낮에 골렘을 잡아 얻은 결정체 까지 모두 더해 총 100개나 되는 결정체를 침대위에 올려두었다.
방안 전체에 붉은 빛이 퍼졌다. 이게 1억짜리 조명이라는 생각을 하니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
“으... 먹기 아깝다.”
레벨업이 물론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내놓고 보니 이걸 다 먹어치워야 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하지만 어차피 투자라는 생각에 준은 눈을 딱감고 결정체를 입안에 털어넣기 시작했다.
스무 개쯤 먹었을때, 준은 밝은 빛과 함께 레벨업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체력과 마나가 100정도씩 상승했고 스탯이 5추가 되었다. 여기가지는 같았는데, 레벨업 과정에서 뭔가 새로운 것들이 추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펠로우쉽 강화
인벤토리 생성
직업 생성
“이게 뭐지?”
델타가 강화되면서 새로운 능력이 개방된 모양이었다. 준은 약간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목록을 하나씩 열어보았다.
펠로우쉽 강화
사랑과 우정은 펠로우쉽의 중요한 덕목입니다. 대상자가 사용자에게 갖는 호감이 증가합니다. 대상자의 정신력 수치가 낮을수록 그 효과는 크게 작용합니다.
더 많은 동료를 모아 더 강한 적들과 싸울 수 있습니다.
다섯 명의 동료를 추가로 영입할 수 있게 됩니다.(4/10)
인벤토리 생성
사용자는 다차원 공간에 물질정보를 전송 할 수 있게 됩니다. 전송된 물질정보는 양자붕괴에 의해 사라지게 되지만,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불러올 수 있습니다. 전송할 수 있는 정보의 크기는 직경 1미터의 정육면체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현재 1큐브를 사용가능합니다. 경험치 100을 소모 할 때마다 인벤토리의 크기를 1큐브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직업생성
오랜 견습기간을 거쳐 사용자는 이제 전문가의 길로 들어섭니다. 직업을 선택하여 특정 기술을 연마할 수 있습니다.
현재 선택가능 한 직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사 - 힘과 체력이 증가합니다. 근접공격 관련 기술을 손쉽게 익힐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 - 도구 제작이 능숙해 집니다. 숙련도가 빠르게 상승합니다.
“대, 대박.”
준은 5레벨의 특전을 보고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3레벨이 되면서 얻었던 펠로우쉽 기능처럼 특정레벨이 되면 차례로 새로운 기능이 열릴거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한꺼번에 세가지나 나타날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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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더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