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4 ----------------------------------------------
던전 출현
숙소로 돌아온 준은 이번에 새로 얻은 결정체 100개를 모두 흡수했다. 그러자 경험치가 1000을 넘으며 6레벨이 되었다.
늘 그렇듯 체력과 마나가 상승하고 스탯이 5개 쌓였다. 그러면서 새롭게 생긴 것이 있었다.
-통합정보시스템을 개방합니다. 통합정보시스템은 델타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들을 관리하는 곳으로 사용자는 이곳에 외부의 정보를 업로드 하여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게 됩니다. 텍스트, 음성, 영상등을 자유롭게 저장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 같은 거군.”
통합정보시스템을 열어보니, 자신이 올려둔 몇 장의 설계도가 있었다. 자동으로 카테고리화 되어 있었지만 직접 정리할 수도 있었다.
“설계도가 저장되어 있다는 건, 직접 인터넷에서 파일 같은 걸 받아서 저장할 수 있다는 거겠지?”
그렇게 되면 온갖 파일들을 저장할 수 있었다. 현재 사용량을 보니 0퍼센트라고 되어있는 것으로 보아 설계도 몇 장 정도로는 티도 나지 않는 용량인 듯 했다.
“음악이나, 책 같은 것도 받을 수 있겠군.”
밥에게 스마트패널을 빌려 파일을 다운받을 수도 있었다. 본래는 이곳 알카트뢰즈에서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것은 불법이었다. 하지만 밥처럼 연합에서 고용된 사람들은 시간당 얼마, 하는 식으로 외부의 정보에 접할 수 있게 해주면서 돈을 벌고 있었다.
“일단 그건 뒤로 미루고...”
준은 펠로우 쉽을 열어 스킬 목록을 살펴보았다. 경험치가 넉넉해진 만큼 원거리 기술 하나쯤 익혀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처럼 경험치가 모자라는 것도 아니고 겨우 20정도 되는 기술을 익히는 게 그리 아깝지는 않았다.
“어느 걸로 할까?”
더블애로우와 파동권 중에서 준은 잠시 고민했다. 더블 애로우는 말그대로 두 개의 마법화살을 쏘는 마법이었고, 파동권은 일정범위에 타격을 입히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그 범위가 그리 넓지는 않아 사실상 덩치가 큰 외도를 상대로 할 때 에는 단일 공격이나 마찬가지였다.
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둘 다 익히기로 했다. 그래봐야 경험치는 총 50밖에 들지 않았다. 둘 다 기초적인 기술이기 때문이었다.
이후 상점에 들린 준은 밥에게 스마트패널을 빌려 그가 가지고 있던 음악과, 영화, 그리고 책을 다운로드 했다. 그냥 기기에 손을 가져다 대고 머리속으로 생각만 하면 자동으로 관련 파일들을 다운받을 수 있었다. 시험삼아 영화를 돌려봤더니 HMD없이도 3차원 영상을 감상할 수 있었다. 시신경에 직접 영상을 전해주는 것이라 외부 디스플레이를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몰입감이 있었다.
다다다다-
“흐흥. 흥.”
준은 스쿠터를 타고 가며 음악을 흥얼거렸다. 머릿속에서는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어떤 전자기기도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꽤나 신기했지만 델타의 능력을 생각해보면 사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준이 도착한 곳은 골렘협곡이었다. 이제 더 이상 볼일이 없겠다고 생각한 준이 이곳으로 다시온 이유는 다름아닌 펠로우쉽의 숫자를 늘이기 위해서였다.
대흉근과 파티를 하게 되면 특이외도가 2마리에서 3마리 사이로 나타난다. 지금 당장은 그것만으로도 상대하기 어렵지만 나중에 더 강해지면 그 정도로도 부족한 시기가 올 것이다.
헌데 경험치가 공유되는 범위인 100미터 안에 펠로우쉽 대상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나타나는 외도의 수도 늘어난다. 준은 그것을 이용해 다른 미니골렘들을 섭외하며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한 것이다.
현재 6레벨로 오르고 나서 남은 경험치는 대략 300가량이었다. 1큐브당 한마리가 들어가니 총 세 마리 정도 수집할 생각이었다.
준은 골렘협곡을 죽 훑었다. 미니골렘들은 대흉근을 보고도 도망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펠로우쉽에 엮여 있어서인지 그를 같은 외도라기 보다는 준과 같은 인간이라고 인식하는 듯 했다.
하지만 모든 녀석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공격을 해왔지만 그 와중에도 몇몇 도망치는 녀석들이 있었다. 일부러 그런 녀석들을 찾아 최대한 구석으로 몰아 겁을 준 이후에 펠로우쉽을 걸어보았다. 생각보다 성공확률은 높지 않았지만 꾸준히 시도한 끝에 결국 미니골렘 세 마리를 펠로우쉽으로 묶어 둘 수 있었다.
준은 녀석들을 대충 1,2,3호라고 이름 지었다. 어차피 난이도 조절용으로만 쓰려는 계획이었기에 결정체를 줘서 키운다던가 할 생각도 없었다. 나름 애정이 있는 대흉근을 제외하면 녀석들은 일종의 소모품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 한 번 시험적으로 사냥을 해볼까?”
그렇게 해서 대흉근과 1,2,3호를 모두 불러내 5인파티를 만드니 한꺼번에 일곱여덟마리씩 몰려들었다. 결국 준은 근처의 외도들을 씨를 말릴 수 있었다.
“아... 이런 멍청한 짓을.”
헌데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 있었다. 일반외도를 사냥하던 중에 세 마리 모두 특이외도로 진화해버린 것이다. 일반골렘이 되어버리면 녀석들을 인벤토리에 저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큐브의 숫자는 한 개체당 4개였다. 결국 12개의 큐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인데 현재 남은 경험치로는 인벤토리 공간을 충분히 넓힐 수 없었다.
“하는 수 없나...”
준은 일단 세 마리 모두 골렘협곡에 풀어놓기로 마음먹었다. 당장 특이외도를 대여섯 마리씩 사냥할 것은 아니었기때문에 급한 일은 아니었다.
-적당히 놀고 있어.
-응응.
골렘 1,2,3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협곡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맵을 보면 나중에 찾을 수 있으니 어디로 가든지 별로 상관은 없었다. 경험치를 모아서 세 마리 모두 인벤에 담을 수 있을때까지는 그냥 이곳에 방치 해둘 생각이었다.
재수가 없으면 다른 레이드 팀에 사냥을 당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어쩔 수 없었다. 설령 그렇게 된다 해도 다른 녀석을 새로 구하면 그만이었다.
“경험치가 얼마나 남았지?”
정보창을 확인해보자 남은 경험치가 56이었다. 200마리 가까이 사냥했는데도 겨우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5명이서 경험치를 나눠먹은 것이다.
대흉근은 결정도가 15를 가리키고 있었다. 40의 경험치를 먹었을텐데도 결정도는 겨우 2가 올랐다. 처음에 특이외도로 진화할 때까지는 금방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점점 어려워지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오늘은 시험용이었으니 이걸로 만족해야지.”
일반외도 사냥은 더 이상 효율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나하라의 던전 탐사팀은 준을 포함해 총 50명으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아직 던전의 정확한 위치가 확인 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선 각 레이드 팀끼리 흩어져 던전을 찾는 것을 우선으로 삼기로 했다.
준은 막스팀과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막스는 그 사이 무스타파와 마흐무드 말고도 한 명을 더 영입한 상태였다. 평소에 끌고다니던 신입들은 이번 일에서 빼기로 했다.
새로 영입한 그 한명은 굉장히 마른 사내였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배정현이라고 소개했다. 준은 호랑이 길드 생각이 나 굉장히 반가웠다. 그는 뿔테안경을 쓰고 등에는 활을 매고 있었는데 헌터가 안경을 쓰는 경우는 많지 않았기에 약간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이 거기에 대해서 묻자 배정현이 입을 열었다.
“시력이 별로 좋지를 못해서.”
“헌터가 되면 보통 좋아지지 않나?”
“그래도 안되더라고. 뭐가 문제가 있는 건지.”
“헌데 그거 AR(Augmented Reality:증강현실)기능도 달려있는 건가?”
“맞아. 외도를 만나면 자동으로 검색해 정보를 띄울 수 있지. 어지간한 놈들은 다 있다고 보면 돼.”
“꽤나 비쌀텐데.”
“전재산이지 뭐.”
배정현은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었다. 성격은 좋아보였지만, 어쨌든 이런 곳에 온 이상 방심하면 안되는 인물인 것만은 사실이었다. 저런 약해 보이는 몸으로 무슨 짓을 저질렀을 지 누가 알겠는가.
준은 사실 저 안경이 조금 탐이 났다. 델타가 물론 기술로만 따지면 훨씬 더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델타에는 외도의 정보를 확인하는 기능이 없었다. 아마 사용자 위주로 설계되어 있어서 그런 모양인데, 저 안경의 정보를 빼내올 수만 있다면 준도 외도의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초면에 안경을 건네달라거나 만지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기에는 힘들었다. 입장을 바꾸어 자신이 그런 요구를 받았다면 일단 화부터 낼 것 같았다.
‘아 저거... 진짜 필요한 것 같은데...’
준이 연신 입맛을 다시며 그렇게 생각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시스템메시지가 들려왔다.
-통합정보시스템에서 사용자의 요구를 확인했습니다. 모델넘버 AR-145 파인테크, 상품명 이너글라스는 무선통신기능을 지원합니다. 델타와 네트워크를 연결하시겠습니까?
준은 ‘네’를 선택하고는 잠시 기다렸다.
-연결 중. 접속 성공. 데이터베이스를 검색중입니다. 외도에 관한 데이터를 확인했습니다. 다운로드를 시작합니다.
‘오오. 이거 대박. 근거리 무선통신도 되는구나. 그런데 이거 해킹아닌가.’
준은 혹시라도 거리가 멀어지면 다운로드에 지장이 있을까봐 배정현 곁에 붙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막스가 입을 열었다.
“마른 쪽이 취향인건가?”
“아니라고!”
외도 데이터를 모두 다운받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강제로 접속해서 다운받는 것인만큼 혹시나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했지만, 배정현에게 아무런 낌새도 느껴지지 않는 걸로 보아선 순조롭게 성공한 모양이었다.
‘데이터 열람.’
준은 눈앞에 죽 나열 되는 온갖 외도의 정보를 확인했다. 그중에서는 준이 한 번 싸워봤지만 이름을 모르고 있었던 전갈형 특이외도의 이름도 있었다.
‘칼라시라고 하는 구나.’
지금까지 붉은색에서 노랑색까지 발견되었으며 결정도의 차이는 놈의 꼬리에서 보이는 색깔을 확인하면 알 수 있다고 했다.
같은 형태의 외도라고 할지라도 그 결정도에 따라서 다른색의 결정체를 가질 수 있었다. 일부종의 경우 아예 다른 놈으로 진화하기도 하지만 대분은 원형을 유지한 채로 부분적인 변화만 일어나거나 대흉근처럼 크기만 커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 우리도 출발하지. 일단 정보에 의하면 던전은 이곳 화염봉우리 어딘가에 있다고 한다. 이것도 소문의 의지한거라 확실하지는 않아. 일단은 믿어보는 수밖에,”
막스가 지도를 펼쳐, 화염봉우리 산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오늘은 일단 초입까지만 간다. 다음날은 산자락을 타고 한 바퀴 길게 돌 거야. 더 깊이 들어가면 주황색 외도가 나타나기 때문에 그 정도로만 하고 돌아오는 걸로 하자. 예상 시간은 사흘 정도다. 먼저 발견하는 쪽에서 신호탄을 쏘기로 했으니까 그전에 발견되면 좋고.”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직선거리로는 10킬로미터 정도 밖에 안되어 보이지만, 지형상 많이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하루 종일 걷지 않으면 거기까지 갈 수 없었다. 사실 저정도 코스를 사흘만에 주파한다는 것도 모든 상황이 좋을 때 이야기였다. 가다가 특이외도를 만나 전투를 한번이라도 한다면 제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준은 별로 걱정이 없었다. 델타를 얻은 이후로 체력에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에게는 이동수단이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원래 골렘을 넣으려 했다가 실패한 남는 인벤에 각종 식량과, 침낭, 식기들과 파이어스타터를 비롯한 생존물품에 땔감까지 챙겨넣었다. 더 이상 물건이 들어가지 않을 때까지 밀어 넣었으니 길을 잃을 염려도 없거니와 야숙 준비도 철저히 해놓고 있었다.
“그런데 애송이. 짐은 다 어쩌고? 며칠은 움직여야 하는데 어쩔거야? 설마 먹을 걸 나눠달라는 건 아니겠지?”
막스가 빈손인 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마. 알아서 챙겼으니까.”
“흠. 알았다. 방법이 있는거겠지?”
막스는 잠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출발하지. 부지런히 걷지 않으면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테니까. 빨리 움직이자.”
막스와 일행들이 걷기 시작하자, 준은 조금 뒤따르다가 인벤에서 스쿠터를 꺼냈다. 갑자기 등뒤에서 오토바이의 배기음이 들리자 일행들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애송이 대체 언제 그런 걸 가지고 온거야?”
“걸어서 가야하는 법은 없잖아?”
“끙. 그렇긴 하지만... 조직내의 위화감이라는 게... 아니다. 됐다. 그냥 가자.”
“그럼 아까 지도에서 지정해 놓은 곳으로 가면 되는 거지?”
“먼저 가있을 생각이냐?”
“이거타고 걷는 속도를 어떻게 맞춰? 가는 길에 외도들 있으면 정리하면서 갈테니까 천천히 따라와. 어차피 산에 들어가면 이거 못타니까 그때부터 같이 움직이면 되겠지. 그럼 먼저 간다.”
다다다다다-
준이 그렇게 말하고 스쿠터의 속도를 올리자, 막스 일행의 시야에서 순식간에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무스타파가 입을 열었다.
“저 자식 아주 돈 많다고 광고를 하고 다니는군요. 저러다 한 번 크게 당할텐데.”
“그렇지 않아도 저 녀석을 노리는 놈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래서 경고를 하신 거군요.”
“저놈은 장난으로 받아들인 것 같지만. 뭐, 본인이 알아서 하겠지. 우리도 빨리 움직이지. 해지기 전에 도착해야 하니까.”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