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52화 (5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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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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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받길 원한다면 그만한 태도를 보여라.”

“그 말 그대로 돌려주고 싶군.”

“한마디도 안지는 군. 어쨌든 그런 말을 하기위해서 온 건 아닐테고. 뭐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

바스라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쪽으로 갈 생각이지?”

준이 여기저기 뚫려있는 시커먼 입구를 가리키며 입을 열자 바스라가 고민스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

“글쎄. 좋은 생각이라도 있나?”

“굳이 돌아갈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이대로 직진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

결국 북쪽에 나있는 두 개의 길 중 하나로 가자는 이야기다. 준은 그중에서 왼쪽에 있는 길을 가리켰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그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했을 뿐이다. 어쨌든 확률은 반반이니까.

“뭔가 이유라도 있는 건가?”

바스라는 준이 보여준 능력을 떠올리고는 약간의 기대를 담아 입을 열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저 안쪽에서 뭔가 느껴지는 것 같다. 그 이상은 나도 모르겠군.”

“흠.”

준의 말에 바스라는 고민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준이 평범한 마법사라면 쓸데없는 이야기 말라며 한마디 했겠지만, 그가 보여준 특이한 능력 때문에 마냥 무시하기도 어려웠다.

“만약 잘못된 길이라면 어떻게 할 거지?”

“나보고 책임을 지라는 소리는 말아줘. 판단은 그쪽이 내리는 거야. 난 그저 의견을 제시하는 것 뿐이라고.”

“재미있는 녀석이군. 그 건방진 태도만 좀 고치면 좋을텐데.”

“그게 문제가 되나?”

“실력만 충분하다면 문제가 없지. 하지만 별로 그런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군.”

바스라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 십분간 휴식을 취한 일행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스라는 준이 가리킨 방향으로 일행을 이끌기 시작했다. 어쨌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준의 말이 틀리지는 않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크르르---

한참을 걷다보니 무저갱에서 울리는 듯한 맹수의 소리가 들렸다.

“티그리스다. 모두 자세 낮추고 공격에 대비해!”

소리만 듣고도 외도의 정체를 파악한 바스라가 입을 열었다. 준은 재빨리 훌리오를 들어서 뒤쪽에 눕혀두고 스쿠터를 인벤에 넣었다.

어둠속에서 두 개의 푸른빛이 나타났다. 그 속에 담긴 흉폭함에 준은 살짝 오금이 저려왔다. 지금까지 나타났던 적들과는 다른, 피부를 저릿하게 하는 기세가 느껴졌다.

“바스라. 저 녀석...”

누군가 입을 열었고, 바스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달라. 보통의 티그리스가 아니야.”

티그리스는 판테라와 비슷한 고양이과의 외도였지만, 생김새도 사용하는 기술도 달랐다. 어둠속에서도 녀석의 근육이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 열기가 여기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대체 뭐지...”

바스라가 긴장한 눈빛으로 라이트를 좀 더 밝혔다. 그러자 티그리스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났다.

윗턱에서 삐져나온 어금니, 일 톤은 되어보이는 육중한 덩치. 온몸을 가로지르는 검고 흰 줄무늬. 소위말하는 검치호와 백호를 뒤섞은 듯한 그 모습은 충분할 정도의 위압감을 온몸에 두르고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티그리스가 맞긴 한데... 확실히 다르군. 다들 조심해. 어쩐지 불길한 느낌이 든다.”

바스라의 말에 헌터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헌터에게 정보는 생명과 다름없다. 하지만 티그리스에 대해 알려진 것과 다소 다른 저 모습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와중에 준은 통합정보시스템이 알려주는 정보를 읽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정보는 명백하게 저 외도의 정체에 대해서 밝혀주고 있었다.

티그리스. 붉은색 특이외도. 주 공격은 휘둘러치기, 물어뜯기, 도약공격 정도.

기본적인 정보는 그 정도였다. 문제는 특이사항이 더 붙었다는 것.

정예레벨.

특수기술, 은신.

‘정예레벨? 아주 가끔 같은 단계에 비해서 몇 배는 더 강한 외도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기본적으로 각 단계의 외도들 사이에서는 약 10배가량의 힘의 차이가 있다. 헌데 정말 드물게 각 단계 사이의 능력을 지닌 외도가 나타난다고 한다. 그것이 돌연변이인지, 아니면 다음 단계로 진화하기 직전의 개체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눈앞의 티그리스는 보통의 티그리스에 비해 훨씬 강력하다는 사실이었다.

단순히 재수가 없다고 보기엔 너무 낮은 확률이었다. 추측컨데 던전에는 이런 정예외도들이 종종나타나는 모양이었다.

‘젠장. 길을 잘못든 거 같은데... 아니, 오히려 그 반대인가?’

더 강한 녀석이 나타났다는 것은 그만큼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도 있었다.

하지만 그랑튀르를 마주치는 경우만 제외하면 던전을 돌파하는데에는 딱히 어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 준이었다. 이런 녀석이 나타날 줄 알았다면 차라리 멀리 돌아가더라도 다른 길을 택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바스라와 크루시오 둘이서 어그로를 번갈아가면서 잡는다고 해도 과연 저녀석을 레이드 하는 것이 가능할까?’

탱커라는 작자들이 갑옷과 방패에다가 마나를 불어넣음으로서 강력한 방어력을 지닌다고 해도, 저 정도로 강력한 외도의 공격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대흉근을 꺼내야하나?’

준은 잠시 고민했지만 일단 기다리기로 했다. 우선은 바스라와 크루시오가 탱킹을 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 움직일지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만약 위험한 순간이 온다면 설령 바스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리고 자신의 밑천을 드러내야 하더라도 대흉근이든 뭐든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내야했다.

크르르-

티그리스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발끝에서 어깨까지의 높이만해도 1.5미터 정도. 사람키에 조금 못미치는 정도지만, 몸길이는 2미터를 훌쩍 넘는다. 무엇보다도 놈은 고양이과의 외도였다. 베이스가 되는 생명체의 특성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만큼, 비록 거북이나 골렘같은 녀석들에 비해 덩치는 작지면 그 난이도는 훨씬 더 높았다.

한방에 곰을 때려잡을 힘에, 엄청난 반사신경, 유연함과 민첩성까지 겸비한 완전체라고 할 수 있었다. 지능도 높은 편이라서 어그로를 잡았다 치더라도 언제든지 딜러들이 공격당할 수 있는 위험성도 있었다.

거기다가 실드는 몇 배는 강력할 것이고, 풍부한 엑조틱 에너지로 인한 공격력 상승효과도 어마어마 할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어질어질 할 정도였다.

투웅-

“어?”

녀석이 가볍게 허공을 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탱커진의 머리위를 뛰어넘었다. 갑작스레 벌어진 일이라 반응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퍼억!

쿵!

티그리스의 후려치기 한방에, 헌터하나가 피를 뿌리며 날아가 던전의 벽에 부딪혔다. 쿵하는 소리가 던전에 울려퍼지며 헌터들이 황급히 티그리스에게서 물러섰다.

“이런 빌어먹을 고양이새끼가!”

바스라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너무 긴장을 하고 있었던 탓일까. 자신의 머리위로 놈이 뛰어넘는 것을 허용한 것은 바스라 입장에서 치욕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크루시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아무리 긴장을 했다고 해서 자기머리위를 지나가는 외도를 캐치하지 못할 정도로 자신은 실력이 없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었고, 그는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았다.

‘시선교란 같은 기술이라도 사용하는 건가?’

헌터들 중에서는 멀쩡히 눈앞에 적을 두고도 존재감을 지워버릴 수 있는 기술을 가진자들이 있다. 뒷골목 출신이나 암살자들이 주로 가지고 있는 기술인데, 어쩌면 그런 기술을 저 녀석이 익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놈은 특이한 기술을 사용한다! 뻔히 보고서도 움직임을 놓칠 수 있으니 모두 정신바짝 차려!”

실제로는 놈의 특수기술인 ‘은신’때문이었다. 모르고 있다면 백퍼센트 기습을 당하고, 일단 눈에 띈 상태라고 할지라도 순간적으로 적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술이었다.

크아앙--

후웅!

슈칵!

정예 티그리스는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헌터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벽에 세 줄의 금이 쩍쩍 생기며 패여나가고, 탱커인 바스라와 크루시오도 미처 딜러를 보호하지 못하고 밀려났다. 탱커가 아닌 이상 한방이라도 맞으면 위험한 수준의 공격.

그 공격을 맞은 딜러들은 거의 전투불능 상태가 되어 떨어져나갔다. 결국 세 명이 리타이어 한 이후에야 티그리스는 바스라를 향해 머리를 돌렸다.

어그로를 잡기 위해 너무나 큰 희생을 치룬 셈이다.

“으아! 좀 맞아라!”

하지만 어그로를 잡았다고 해서 이제부터 딜을 할 수 있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바스라와 크루시오의 공격은 거의 녀석의 실드를 줄이지 못하고 있었다. 공격을 할 때마다 유연한 녀석의 움직임 때문에 절반 이상 허공에 흡수되듯 상쇄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죽 자체의 질김에 더해 녀석의 회피동작 때문에 실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그로수치가 높지 않아, 딜러들이 쉽사리 딜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격이라도 명중시켰다 싶으면 티그리스의 발톱이 사정없이 날아드는 것이다.

근접딜러들은 놈의 공격에 놀라 도망치기 바빴고, 결국 딜을 넣을 수 있는 것은 원거리 딜러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 전투가 가능한 아홉 명 중에서 세 명의 딜러가 나가떨어졌고, 그중에서 원딜이 두명이나 되었다. 결국 남은 원딜러는 준 하나뿐이었다.

“더블 애로우!”

퍼엉! 펑!

크앙-

준의 마법이 명중하자 티그리스는 괴성을 지르며 상체를 벌떡 세웠다. 여차하면 준을 향해 점프를 할 듯한 모양새였다. 앞에서 두 명의 탱커가 잘 막아준다면 모르겠지만, 놈에겐 시선을 교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준은 딜링을 멈추지 않았다. 준의 현재 체력은 거의 800에 육박했다. 아무리 정예외도라고 할지라도 몇 번은 맞고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사정을 잘 모르는 쪽에서 보면 그 모습은 무모해 보일 뿐이다.

“꼬맹이! 딜 조절해! 죽고싶은거냐!”

바스라가 호통치듯 외쳤다. 원딜은 근딜에 비해서 더욱 방어력이 낮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한방에 죽을 수도 있었다. 그것을 걱정하는 것이지만 준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어그로나 똑바로 잡아! 남 걱정하지말고!”

준이 외치자 바스라는 더욱 화가 난듯 이를 악물었다.

“레이드 해본적도 없는거냐! 기다리란 말이다!”

그렇게 까지 나오자 준은 하는 수 없이 딜량을 줄였다. 준이 보기엔 어그로가 잡히기 전에 탱커들이 먼저 나가떨어질 것 같았다.

카앙!

“큭!”

크루시오가 티그리스의 발톱공격에 수 미터나 밀려나며 신음을 터뜨렸다. 방패로 막았음에도 그 힘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틈이 생기자, 티그리스는 빈틈으로 몸을 빼더니 곧바로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근딜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도망쳐!”

바스라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근접딜러들은 설마하니 공격도 하지 않았는데 어그로가 튈 줄은 몰랐던 터라 반응이 느릴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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