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55화 (55/540)

0055 ----------------------------------------------

퀘스트

*

*

*

전혀 생각지 못한 상황이었다. 바스라도, 볼칸도 이 무리를 이끄는 실질적인 리더인 이 두사람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어, 어떻게 하지?”

누군가 입을 열었지만 그 말에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그만큼 눈앞의 그랑튀르 뒤부어가 내뿜는 기세는 가공한 것이었다.

인간이자 외도인 자. 그의 가슴에서 빛나는 주홍빛 결정체는 그의 강력함을 대변하는 것 처럼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도망쳐!”

바스라가 외치자, 헌터들이 일제히 뒤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랑튀르와 일행간의 거리는 거의 이십여미터 이상. 제 아무리 빠르더라도 이쪽이 전력을 다하면 도망칠 수 있었다.

“감히!”

쾅!

하지만 그랑튀르가 손짓을 하자 그들을 들여보냈던 커다란 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닫혔다. 그 문은 열렸을때와 달리 아무리 힘을 주어 밀어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젠장!”

쿵!

바스라가 문을 강하게 내리쳤다. 자신들이 꼼짝없이 갇히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후후후.”

등뒤에서는 인간인지 뭔지 모를 것이 이쪽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본래는 인간이었을 그랑튀르 뒤부어가, 눈동자를 노랗게 물들인 채 두 손을 천천히 치켜세웠다.

구르르---

“뭐지?”

사람들이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땅이 부르르 떨리면서 불쑥불쑥 튀어올랐다. 그것은 서서히 형태를 이루더니 수십개의 작은 흙인형이 되어 일행을 둘러쌌다.

“골렘을 소환한 건가?”

바스라가 놀라며 입을 열자 그랑튀르가 웃음기를 거두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소환이라... 비슷하지. 어디 상대해 볼텐가?”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미니골렘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콰직! 퍽! 쿵!

대부분 하급헌터들로 이루어진 일행은 그리 어렵지 않게 미니골렘들을 처리했다. 준 역시 마법을 사용하며 녀석들을 처리했다. 하지만 너무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이런 녀석을 꺼내면서 저렇게 기고만장한 태도를 보이진 않을 것 같았다.

‘이거 이렇게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데...?’

준이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바닥에서 다시 수십의 미니골렘이 쑥, 하고 튀어나왔다. 아무런 피해없이 놈들을 처리하고 자신감이 올랐던 헌터들도 놀랄수밖에 없었다.

“설마? 계속 소환하는 건가?”

그 설마가 사실로 드러났다. 이번에도 아무피해없이 미니골렘들을 물리쳤지만, 그랑튀르가 손짓을 한번하자,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 것이다.

“저놈을 먼저 처리해야 할 것 같다.”

볼칸이 입을 열었다. 바스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생각뿐 현실로 옮기지는 못했다. 미니골렘을 해치우지 않고선 도저히 그에게 다가갈 수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모두 지쳐서 쓰러지겠군.’

준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으로 들어오는 문도 닫혔고, 더 이상의 지원은 기대할 수 없었다. 여기서 저자를 쓰러뜨릴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준이 맨 앞에서 적들을 맞이하고 있던 바스라와 볼칸의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

“뭐야? 정신차려! 죽고 싶은거냐!”

바스라가 그런 준을 향해 소리쳤다. 준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안다. 그의 덕에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준을 경시하는 마음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거리 딜러가 적들의 앞으로 나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닥치고 보기나 해.”

기가 막혀 하는 바스라를 뒤에 두고, 준은 오른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허공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뚝 하고 떨어졌다.

쿠웅!

마른하늘에 날벼락 처럼 나타난 그것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대흉근은 본래 그것이 가지고 있는 것 보다 몇 배는 더한 위엄을 온몸에 휘감은 채 가슴을 쾅쾅 두드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골렘?”

양쪽에서 똑같이 골렘을 소환한 셈이다. 하지만 이쪽은 허접한 미니골렘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대흉근. 처리해.”

스윽!

콰앙!

대흉근이 두 손을 들어 바닥을 내리찍자 전방으로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방사선형 으로 뻗어나갔다. 그러자 그 앞에서 공격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미니골렘들이 우수수 튕겨나갔다. 충격파 한방으로 미니골렘들이 그 형태를 잃고 부서지자, 보고 있던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입을 쩍 벌렸다.

“뭐, 뭐야...? 저 녀석...”

“지, 진짜야. 골렘을 부리는 건가?”

“마법사잖아? 안될 건 없지.”

“바보냐! 저거 어딜봐도 외도잖아!”

“설마. 그냥 소환수 아니야?”

놀람과 의혹. 눈앞에 보이는 골렘이 자신들이 익히 상대해 왔던 골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인간이 외도를 부리고 있다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부정하려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은 깨달았다. 인간이 외도가 되기도 하는데, 인간이 외도를 부리지 못할 이유도 없다는 것을.

“너... 대체 어떻게?”

바스라가 입을 열었다. 준은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는 그저 대흉근이 날뛰면서 미니골렘들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쪽을 보는 그랑튀르의 시선을 받아넘기고 있을 뿐이었다.

이윽고 미니골렘들이 모두 부서져 흙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그랑튀르가 입을 열었다.

“재미있는 능력이군. 특이외도를 소환수로 삼다니. 그런게 가능했던가?”

“보시다시피.”

준의 대답이 성에 차지 않았던 듯 그랑튀르가 다시한번 입을 열었다.

“너 뭔가 이상하군. 너에게서 보통의 인간과 다른 힘이 느껴진다.”

“너 같은 괴물에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니군. 인간이길 포기하고 나니 기분이 어떤가? 상쾌한가?”

“말할 수 없이 좋다. 지금까지 왜 그렇게 답답하게 살았는지 궁금할 정도야. 네 녀석을 해치우고 나면 더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준의 말에 그랑튀르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어깨까지 들썩일 정도로 격렬한 웃음이었다.

“크하하. 그럴 수 있겠느냐고? 감히 그런 말을 내앞에서 하다니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녀석이구나! 나는 인간일 때도 중급헌터였다. 외도가 된 지금은 항력마저 발휘할 수 있단 말이다! 과연 너희 녀석들이 내 몸에 상처하나라도 낼 수 있을지가 더 궁금할 지경이라고!”

“미안하지만.”

준은 그렇게 말하며 허공에서 니들리스 해머를 꺼내들었다.

쿵!

바닥에 해머를 내려놓은 준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 앞에서 항력은 아무 소용이 없거든.”

샤아아---

니들리스 해머가 끝에서부터 서서히 가루로 변하더니 완전히 다른 형태로 재조합 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준이 최초에 만들었던 니들리스의 원형과 닮아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더 크고, 무거웠다.

쓸데없이 더 큰 스패너(A급)

각종 기계를 만들고 수리하는 데 사용됩니다. 이 스패너는 무게중심이 잘 잡혀있어 휘두르기에 좋습니다. 또한 크고 무거워 충분히 공격무기로서 사용될 수 있습니다.

B급 이상부터는 특수효과가 붙습니다.

특수효과 : 인간형 적들에게 기절효과를 부여합니다. 기절효과를 선택 사용 할 수 있습니다. 쿨다운 30초.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기존의 니들리스 스패너 보다 훨씬 더 크고 무겁게 만들었다. 게다가 재료로 니들리스 해머 A급을 사용해서 그런지 등급도 A급으로 나와주었다.

“제법 웃길 줄 아는 군. 신기하긴 하지만 설마 그걸 무기라고 우기려는 건 아니겠지?”

“맞고 나면 그런 생각이 사라질걸?”

준은 니들리스 스패너를 들고 천천히 그랑튀르에게로 다가갔다. A등급의 스패너다. B등급에 비하면 스턴효과뿐만 아니라 공격력 자체도 훨씬 상승한다.

“자, 자네! 혼자서 싸울 생각인가?”

바스라의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려왔다. 어느새 꼬맹이에서 호칭도 달라져 있었다. 준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고는 입을 열었다.

“끼어들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대흉근을 불러 그랑튀르에게 붙였다.

-죽여.

-응.

쿵!

명령을 내리자마자 대흉근의 긴팔이 그랑튀르가 있던 곳을 내리찍었다. 지켜보던 헌터들이 순간적으로 움찔 할 정도로 강렬한 일격이었다. 하지만 그랑튀르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두 팔을 교차해 골렘의 두 주먹을 막아내었다.

인간의 가녀린 육체로 골렘의 질량을 실은 공격을 막아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준은 혀를 내둘렀다.

“역시 외도는 외도라는 것인가?”

“크크크. 겨우 이 정도라면 실망인데?”

그랑튀르가 두 팔을 떨쳐내자 골렘이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저 무거운 골렘을 물러나게 할 정도라니 대단한 힘이었다.

하지만 준도 가만히 앉아서 대흉근이 당하길 기다리지는 않았다.

“더블애로우!”

“파동권!”

두개의 원거리 공격을 시전한 후, 재빨리 그랑튀르를 향해 접근했다. 녀석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빼어들고는 재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세 개의 투사체를 단 일 검에 베어내었다.

파팡!

허공에서 마나가 폭발하고, 그 사이로 준이 니들리스를 휘둘렀다. 그랑튀르 역시 준이 휘두르는 니들리스 스패너를 향해 검을 마주쳤다.

까아앙!

“큭!”

힘이라면 그랑튀르 쪽이 압도적으로 강했지만, 어느 누구도 이득을 보지 못하고 서로 물러났다. 단번에 준의 스패너를 쳐내고 반격을 가할 생각이었던 그랑튀르는 의외라는 눈빛으로 준을 쳐다보았다.

분명히 막았음에도 실드에 타격을 받았음을 눈치챈 것이다.

“실드를 뚫고 공격하다니... 그 무기때문인가?”

“눈치가 빠르군. 과연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까?”

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대흉근이 다시한번 달려들었다. 그랑튀르는 주황색 외도에 준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준이 부리는 골렘에 비해서 압도적인 능력을 가진 존재.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일격에 놈을 쓰러뜨릴 정도의 피해를 입히지는 못했다. 무엇보다도 대흉근 자체가 가진 체력이 5000을 넘어서고 있었다. 일격에 그만한 데미지를 입히는 것은 셀럼이 오더라도 어려운 일이었다.

서걱!

대흉근이 주먹을 들어 후려치자 그랑튀르가 그대로 검을 들어 녀석의 커다란 주먹을 베었다. 외도와 외도의 공격끼리는 실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반듯하게 베어져 나가는 대흉근의 주먹을 보며 준이 다시한번 공격을 감행했다.

‘무기술에 있어서는 내가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때문에 대흉근이 먼저 공격을 한 이후에나 자신이 들어갈 수 있었다. 즉, 그랑튀르가 먼저 움직이는 것을 보고 나서 나중에 준이 들어가지 않으면 오히려 당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흉근의 상태는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펠로우쉽 창을 열어 대흉근의 체력을 보니 방금의 공격으로 대흉근의 체력이 500정도 빠진 것을 확인했다. 골렘의 특성상 핵 부분이 파괴되는 것을 제외하면 치명적인 일격이 먹히지 않는다. 때문에 방금과 같은 공격은 최소 열 번은 버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준도 일격일격의 파워를 강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준의 머릿속에 시스템메시지가 울려퍼졌다.

-안타깝게도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기존의 강화효과가 사라집니다.

-안타깝게도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기존의 강화효과가 사라집니다.

-안타깝게도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기존의 강화효과가 사라집니다.

-안타깝게도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기존의 강화효과가 사라집니다.

애초에 A등급으로 시작했기에 강화에 실패해도 등급이 떨어지거나 할 우려는 없었다. 어찌보면 편법이었는데 A등급 재료로 만든 무기가 A등급이 나온다면 이를 이용해 페널티 없이 무한히 강화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캉!

카앙!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사정없이 무기를 휘둘렀다. 단순 검술이라면 그랑튀르쪽이 압도적으로 우세했지만 준의 니들리스 스패너가 갖는 파괴력은 그가 제대로 된 기술을 발휘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거기다 그가 상대해야 하는 것은 준 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코앞에서 대흉근이 휘둘러 대는 주먹을 막아내야 했다.

그렇게 몇번을 받아치던 그랑튀르는 돌연 준이 휘두르는 무기가 한결 무거워졌다는 사실을 느꼈다.

카카캉!

“큭?”

주루룩!

그랑튀르의 뒤로 죽 밀려났다. 갑자기 무거워진 준의 공격에 버티지 못한 것이다.

“뭐지? 어째서?”

딱히 더 많은 마나를 싣거나 한 느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드가 깎여나가는 양도 늘어난데다 실린 힘도 만만치 않았다. 힘 자체는 자신이 훨씬 더 강할 것이 틀림없음에도 맞상대를 하면 밀려버리는 것이다.

‘경험치를 좀 많이 먹긴 했군.’

사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전투중에도 계속해서 강화를 시도하던 준이 드디어 강화에 성공한 것이다.

============================ 작품 후기 ============================

자정전에 한편 더 올리겠습니다.

봐주시는 분들 전부 감사합니다. 꾸벅.

좋은 하루 되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