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62화 (6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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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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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콰콰-

옅은 갈색과 붉은색이 뒤섞여 있는 카라취는 준을 향해 땅을 파헤치며 다가왔다. 강력한 두 개의 집개발이 땅을 파헤치는 동시에 커다란 입으로 흙을 집어삼키는 녀석은 그것을 소화하지도 않고 그대로 배설했다. 땅속에 숨어있는 각종 동식물을 그대로 소화시키고 남는 것들을 내보내는 모양이었다.

델타의 통합정보시스템에 다운로드 되어있는 외도백과사전을 통해 녀석의 정보가 떠올랐다. 기본적으로는 3미터에서 4미터 사이의 크기였고, 어지간한 탄소강보다도 강력한 외골격은 드릴로 하루종일 긁어도 흠집하나 나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정확한 수치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일반적인 특이외도에 비해 실드량 자체는 많지 않다고 했다. 다만 기본적인 방어력이 강하다보니 실드가 깎인 이후에도 잘 버틴다는 것이 문제였다. 보통 전갈하면 떠오르는 꼬리의 맹독은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원거리 공격으로 독을 쏘아보내기도 한다고 했다.

그 외에도 이런 저런 정보들이 증강현실을 통해서 주루륵 떠올랐다. 하지만 대부분의 것들은 준에게 그다지 필요없었다. 어차피 녀석을 탱킹하는 것은 대흉근이니 독이니 뭐니 통할 리가 없었고, 준의 민첩성이면 저렇게 덩치가 큰 외도의 공격을 충분히 회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콰앙!

대흉근과 카라취가 최초로 돌격하자 지면이 뒤흔들렸다.

“파워덩크!”

콰지직!

S급 니들리스 해머의 파괴효과는 암석이 아니라 할지라도 단단한 물질일 경우에는 대부분 적용된다. 결국 실드가 모두 깎여나간 카라취는 준의 내려찍기에 등껍질을 터뜨리며 사방으로 체액을 흩뿌려 뜨렸다. 준은 재빨리 뒤로 빠지며 산성비의 세례를 피했다. 여벌의 옷을 챙겨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굳이 멀쩡한 옷을 버릴 필요는 없었다.

죽기 직전 발광을 하는 카라취를 대흉근을 이용해 몇 번 두드려패자 결국 잠잠해졌다. 준은 녀석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다 대었다.

-자동분류를 사용하시겠습니까?

그러자 자연스럽게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고 준은 ‘네’를 선택했다. 분류의 목표는 저 녀석의 몸속에 있을 붉은색 결정체. 그러자 마치 던전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녀석의 몸이 은은하게 빛나며 산산히 분해되기 시작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그 빛의 가루가 준의 손으로 빨려들었다는 점이다.

“윽... 뭐야 이거.”

준은 깜짝 놀라며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방금까지 괴물이었던 것이 자신의 몸으로 빨려들어오니 기분이 이상했다. 델타가 녀석의 사체를 모두 흡수하는 것은 아닐테고, 개중에 남은 엑조틱 에너지만 끌어오는 식이겠지만 기분이 이상한 것은 사실이었다. 3미터 크기의 카라취가 모두 흡수되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10초. 녀석의 사체가 사라진 자리에는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붉은색 결정체가 남겨져 있었다.

“이 작은 놈 하나가 이렇게 큰 놈을 움직이다니. 신기하긴 하군.”

카라취는 이 결정체가 없으면 제 형체를 유지하지 못한다. 그만큼 엑조틱 결정체가 지닌 에너지는 방대했다. 따지고 보면 인간은 저 결정체를 정제해서 워프엔진에 들어가는 연료를 만들어 내니 사실상 효율자체는 인간이 더 끌어내는 편이었다.

준은 그렇게 생각하며 결정체를 인벤에 집어넣었다. 카라취를 잡는데 걸린 시간은 채 오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냥 처음에 대흉근을 붙이고 곧바로 자신도 공격을 시작했다. 어차피 대흉근이 어그로를 끌어봐야 자신이 풀파워로 니들리스 해머를 때려버리면 어그로가 풀리기 때문에 굳이 시간을 끌필요는 없었다.

곁에서 보면 오히려 준이 탱킹을 하고 대흉근이 딜을 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딜량 자체도 준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거기다 자신을 공격하려는 카라취를 적절하게 대흉근이 몸으로 가로막아주었기 때문에 굳이 힘들여서 회피동작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래저래 혼자 싸우는 것 보다 편한 것이 사실이었다.

딜량도 무시할 수 없고, 커다란 덩치를 이용해 공격도 대신 맞아주니 골렘은 최고의 파티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콰콰콰-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멀리서 카라취 한 마리가 접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통 대흉근을 꺼내고 다니면 한 번에 두어 마리가 나타나니 약간 늦게 도착한 셈이다.

준은 다시금 니들리스 해머를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한 가지 더 실험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콰직!

쾌애애애-

카라취가 비명을 지르며 땅을 마구 팠다. 위기감을 느끼고 땅속으로 몸을 숨기고 싶은 모양인데, 녀석은 샌드웜처럼 땅속을 마구 돌아다니는 녀석이 아니다. 겨우겨우 머리가 땅속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곧 대흉근이 녀석의 꼬리를 잡고 잡아당기자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준이 어느정도 레벨업을 하기 시작하니 특이외도들도 겁을 먹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에야 기세좋게 덤벼들지만 결국 죽음의 공포앞에서 무릎꿇고 마는 것이다.

그럴때가 되면 왠지 약간 불쌍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인간의 적이긴 하지만 결국 이 녀석들도 생명체의 특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는 생각때문이었다.

하지만 생각은 생각이고 그렇다고 놈을 놓아줄 수는 없었다. 준은 다시한번 허공으로 몸을 날려 파워덩크를 먹였다. 좌좌좍! 하는 소리와 함께 놈의 외골격에 금이 갔다. 그렇게 몇 번을 더 후드려패자 결국 놈든 혀를 빼물고 움직임을 멎었다.

“휴. 끝난건가.”

준은 죽은 카라취에게 다가가 다시한번 자동분류를 시전했다. 이번에는 처음과 달리 결정체를 분리하지 않고 특이외도 사체 전체에 대한 자동분류였다. 그러자 처음처럼 빛을 나며 가루로 변하기 시작했고 녀석의 몸은 흔적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결정체 까지 깔끔하게 사라진 것을 확인한 준은 정보창을 열어 경험치 양을 확인했다.

‘흠. 15가 들어왔네. 확실히 결정체의 엑조틱 에너지까지 모두 흡수하는 모양이군. 게다가 경험치를 분할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준이 결정체 형식으로 분리를 하려고 했던 이유는 펠로우쉽의 경험치 공유 시스템 때문이었다. 만약 자동분류를 하다가 경험치가 반토막이 나거나 하면 준에게는 오히려 손해였기 때문이었다. 경험치 공유는 일반외도 같이 결정체가 없는 녀석을 잡을 때나 일어나는 현상인 모양이었다.

물론 대흉근이 성장하면 그에게도 좋은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녀석을 성장시키는 것은 그때그때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었다.

“어쨌든 이대로 가면 되겠군.”

이렇게 되면 굳이 번거롭게 결정체로 가지고 다닐 필요는 없었다. 상점에서 물건을 사거나 숙소의 대금을 지불하기 위한 용도로 따로 몇 개 챙기는 것을 제외하면 전부 자동분류를 하는 편이 오히려 편리했다.

준은 니들리스와 대흉근을 모두 인벤토리에 넣고 스쿠터를 꺼냈다. 두 마리 잡는데 걸린 시간이 채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사냥 시간만 따지면 겨우 10분. 하루종일 돌아다니면서 사냥을 하게 되면 수십마리 정도 사냥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수월했다. 이렇게 되면 굳이 두세 마리씩 상대할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대여섯마리씩 상대하는 쪽이 더 나을 듯 했다.

그는 스쿠터를 몰고 다시 골렘협곡으로 향했다.

“골렘 1,2,3호!”

쿠쿠쿵!

남은 경험치를 모두 털어 큐브를 10개 확장했다. 골렘 한 마리를 넣기 위한 큐브는 4개가 들어간다. 원래라면 12개를 만들어야 했지만 그전에 확장해둔 것도 있고 해서 아슬아슬하게 10개만으로 녀석들을 모두 수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대흉근과 아이들을 데리고 사냥을 시작하자, 특이외도들이 한꺼번에 다섯 마리에서 여덟마리까지 나타났다. 준은 골렘들이 버티는 동안 한 마리씩 녀석들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사냥을 시작했다.

확실히 수가 많다보니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거기다 준이 다른 녀석을 상대하는 동안 몸으로 맞으면서 버텨야 했기 때문에 골렘들도 체력손실이 컸다. 하지만 한꺼번에 여러마리를 잡다보니 이동시간이 줄어들었고, 그 때문에 전체적인 사냥속도는 훨씬 더 빨라졌다.

게다가 특이외도들도 한꺼번에 여러마리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그럴때는 준이 손을 대지 않아도 대흉근과 아이들이 알아서 죽였다.

“이야. 이거 편리한데.”

준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두 손을 펼쳤다. 그러자 바닥에서 죽어있는 카라취와 골렘 등의 특이외도들이 서서히 빛나는 가루로 변하더니 준에게로 빨려들었다.

계속해서 전투를 벌이며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자동분류를 할 때 굳이 손을 가져다 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준이 강하게 의지를 발현하는 것만으로도 델타는 그것을 신호로 알아듣고 자동분류를 시전했다.

뇌파로 기계를 조작하는 기술은 현대에도 어느정도 쓰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준이 일일이 증강현실로 나타난 디스플레이를 일일이 손으로 터치하는 식으로 명령을 했지만 그것을 알게된 이상 지금까지처럼 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확실한 명령을 내리기 위해 뇌파를 조절하는 것 자체가 어느정도 숙련이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도 결국 익숙해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었다.

준은 생각만으로 이런저런 조작을 하면서 정상적으로 델타가 기능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가끔 인식이 되지 않거나 다른 버튼을 건드릴 때도 있었지만 그건 익숙함의 문제였다.

콰콰콰-

멀리사 카라취 한 마리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준은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처리해.

-응.

-알았다.

-알았다.

-알았다.

준이 한마디 하자 대흉근과 아이들이 동시에 대답하며 녀석을 향해 쿵쾅거리며 달려들었다. 골렘 1,2,3호는 같은 대답이었지만 대흉근만 다른 걸로 봐선 이름이 다른 게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골렘 네 마리가 카라취를 죽이는데 걸리는 시간은 채 3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한 마리씩 나타나면 아예 준은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그렇게 그날 잡은 붉은색 특이외도의 숫자는 모두 60여마리. 하루에 얻은 경험치만 해도 거의 800에 가까웠다. 다만 하루종일 뙤약볕 밑에서 돌아다녀야 하는 데다 준도 한 대도 안맞고 사냥을 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피로도는 상당한 편이었다.

“현재 상태에서는 이정도가 한계로군.”

준은 스쿠터를 타고 나하라로 돌아오며 정보창을 확인했다. 돌아오는 길에 골렘협곡을 들러 골렘 1,2,3호를 모두 풀어놓고 오는 길이었다. 골렘협곡의 미니골렘 숫자가 상당히 줄어들어 처음같은 결정도의 상승을 기대하긴 어려울 테지만 그렇다고 다른 곳에 두기도 어려웠다. 실력있는 레이드팀을 만나 사냥을 당할 위험도 있었고, 그 반대라고 해도 준에게는 난감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대흉근도 놓고 올까 잠시 생각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이곳에서 보디가드 하나 정도는 데리고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대흉근은 인벤에 넣어두었다.

나하라로 돌아오자 해가 지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약간 빨리 도착한 그는 숙소에서 몸을 간단히 씻고 식사를 주문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완전히 해가 지고 전등이 하나둘 씩 켜졌다. 나하라에도 제한적이지만 전기는 공급되고 있었다. 석유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완전히 개발된 행성 같은 경우는 핵융합발전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석유의 소모가 크지 않지만 이런 미개발 행성은 여전히 화석연료가 많이 사용되고 있었다.

펍은 여전히 사람들로 바글바글 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예전과는 조금 달랐는데 헌터들이 아닌척 하면서 준을 훔쳐보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들끼리 왁자지껄 떠드는 내용의 절반도 사실 준에 대한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겉으로는 이번 던전탐색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그 와중에 준의 이야기가 흘러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나.’

그런 시선과 관심이 불편하긴 했지만 일단 저지른 일이다. 게다가 어느정도 각오도 한 상태였다. 처음에는 자신의 능력을 감출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생각이 바뀌었다. 수형기간이 3년이다. 그 동안 티나지 않게 델타의 능력을 감출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감추면서 자신이 원했던 제작품 장사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능력은 알려지게 마련이고, 그럴바에는 차라리 화끈하게 터뜨려 버리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던전에서의 일은 의도적이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고, 준은 그 행동에 후회가 없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주변의 반응도 걱정하던 만큼은 아니었다. 외도를 부린다거나 이상한 물건을 제작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하며 자신을 쳐다보는 이들은 많았지만 그렇다고 적개심을 보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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