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83화 (83/540)

0083 ----------------------------------------------

미슐랭 스타

*

*

*

마스터는 준에게 환상의 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반쯤은 미심쩍은 구석이 있는 이야기였지만, 말을 하는 마스터의 태도가 워낙에 진지했기에 믿지 않을 수는 없었다.

사실 외도를 이용한 요리 부분은 지금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준이 알지 못한 진짜 ‘환상의 요리’가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준이 그 사실을 믿게 된 이유는 다름아닌 그의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시스템 메시지 때문이었다.

-퀘스트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마스터 쉐프의 부탁‘ 퀘스트를 진행하시겠습니까?

‘응? 뭐야 이거? 던전이 아니라도 퀘스트가 뜨는 건가?’

준은 약간 당황하며 연신 자신에게 설명을 하고 있는 마스터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개인이 부탁하는 것에 대해서 퀘스트가 발동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마도 일의 조건과 보상이 확실하다 보니 델타에서 퀘스트 시스템으로 보조를 해주는 모양이었다.

‘일단 수락.’

준은 ‘네’를 눌렀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텍스트가 주르륵 떠올랐다.

[일반 퀘스트]

마스터쉐프의 부탁 (쉬움)

마스터쉐프는 환상의 재료를 찾아 멀고 먼 알카트뢰즈까지 왔습니다. 하지만 긴 시간 동안 별다른 소득이 없이 가진 재산을 모두 탕진했습니다. 그는 마지막 남은 희망을 당신에게 걸고 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하면 추가보상이 주어집니다.

-퀘스트 조건 : 만드라고라의 여성체 (0/1)

-보조 퀘스트 : 만드라고라의 남성체 (0/100)

‘좋아.’

준은 추가보상이라는 부분에 집중했다. 던전 퀘스트를 완료하면 보통 오천이 넘는 경험치를 준다. 물론 일반 퀘스트에서 그만큼이나 되는 경험치를 줄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고생의 보상은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네. 할 수 있겠나?”

“응? 아. 그래. 나에게 맡겨.”

시스템 메시지에 집중하느라 마스터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중요한 사실은 모두 퀘스트 목록에 적혀있었으니 문제될 것은 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같이 가야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군. 땅위로 드러난 부분은 그다지 특이하게 생기지가 않아서 사진만 보고 찾기는 힘들텐데.”

“걱정마. 다 나에게 방법이 있으니.”

준의 말에 마스터는 약간 미심쩍은 눈빛이었으나, 더 이상 토를 달지는 않았다.

막 펍을 나가려는 준을 향해 마스터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가져가게.”

휙!

툭.

“응?”

준은 마스터가 던져주는 작은 주머니를 받았다. 그 안에는 젤리처럼 보이는 것들이 들어 있었다.

“청각을 차단해주는 젤리지. 얼마나 효력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모르니 가지고 있게.”

“어쩐지 좀 수상한데? 혹시 이것도...?”

준의 말에 마스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슬라임을 재료로 만든 젤리지. 일순간 청각피질의 신호를 차단할 수 있다.”

“...독이라는 거네. 후유증은?”

“죽는 것 보다는 나을거다.”

준은 미간을 찌푸려다. 절대로 먹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궁궁.

험비가 거친 엔진음을 내며 출발했다. 그 엄청난 소리에 비해 가속력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 커다란 차체가 떨리면서 내는 소리는 주변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만다라케, 혹은 맨드레이크로 불리는 환상 종에 속하는 식물인 만드라고라는 실존하는 식물로 최음성분이 있어 환각제를 만들 때 사용하기도 하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마스터가 원하는 것은 그런 일반적인 만드라고라가 아니라, 외도화 된 만드라고라였다. 본래 환각성분을 가지고 있는 그 녀석은 주변에 강력한 미약을 분출한다. 일단 그것에 당하게 되면 대상자는 환상을 보게 되고, 그 환상속에 빠져서 죽을 때까지 돌아다닌다고 한다.

만드라고라의 미약에 당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 녀석을 안전하게 채취하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일단 뽑자마자 엄청난 마나를 실은 음파가 쏟아지는 것이다. 그게 소위 말하는 만드라고라의 비명인데, 그 공격은 청각을 무시하고 대뇌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귀를 막아도 소용이 없었다.

과거에 귀를 틀어막고 녀석을 뽑았던 헌터가 한방에 골로 간 사건도 있었다고 하니, 준도 일단은 주의하기로 했다.

“이걸 먹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준은 마스터가 준 젤리를 보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마스터가 외도로 요리를 할 줄 안다고 해도 신경독을 포함하고 있는 슬라임으로 만든 젤리는 아무래도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꼭 여성체여야 하는 건가?”

마스터는 그중에서도 여성체인 만드라고라를 원했는데, 그 녀석은 남성체에 비해서 극히 희귀한 편이었다. 퀘스트 창을 열어보아도 남성체 백 마리와 여성체 한 마리가 조건으로 잡혀 있으니, 거의 비율도 백분의 일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구경하기 힘든 만드라고라인데 꼭 여성체가 필요하다고 하니 3년간 구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일단 북쪽으로 가자.”

준은 맵을 펼쳤다. 퀘스트 시스템에는 사용자의 목표를 맵에 표시를 해주는 기능이 있었다. 던전에서도 그 기능을 이용하여 손쉽게 던전의 핵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약간 그때와는 달랐다. 퀘스트 목표가 여러 군데에 존재했던 것이다. 대부분 오아시스 근처로, 만드라고라가 서식하고 있는 지역 전체는 보여주는 모양이었다.

문제는 남성형과 여성형을 구분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여성체 만드라고라를 얻을때까지 얼마나 돌아다녀야 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일단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겠군.”

알카트뢰즈의 도시들은 대체로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다른 모든 것은 조달할 수 있지만 물만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척되지 않고 남아 있는 오아시스는 도시들의 최외각지에 주로 분포했으며 그런 곳은 사람들이 가본 적이 없는 미개척지라고 할 수 있었다.

거의 세 시간을 달려 가장 가까운 오아시스를 찾았다. 가는 길에 외도 몇 마리가 차량에 몸을 부딪혀 왔지만 준은 무시하고 달렸다. 심지어 전갈형 외도인 카라취가 험비의 옆구리를 들이 받았는데도 뒤집어 지지 않자, 준은 험비의 안정성에 감탄하면서 그냥 달렸다. 굳이 저런 녀석을 잡느라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오.”

눈앞에 커다란 오아시스가 있었다. 상상한 것 같은 그런 아름다운 오아시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른 곳과 달리 커다란 나무들로 숲을 이루고 있는 지역이었다.

알카트뢰즈에서는 낯선 풍경이다 보니 준은 약간 감개가 무량했다.

“후. 이곳에 마을을 세우면 나하라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은데.”

물이 풍부하다보니 각종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쉬이 발견하기 힘든 초식동물들도 다수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신선한 음식재료를 구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준은 일단 미니맵을 켜두고 천천히 숲으로 들어갔다. 사람의 손이 닿은 적이 없는 원시림에 첫발을 들이는 느낌은 참 신기했다. 풀이 허리까지 자라있었고, 동물들이 준을 보고도 쉽사리 도망치지 않고 있었다.

녀석들도 사람은 처음 보는 모양인지 오히려 주변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려는 놈들도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야생동물이 사람을 보고 다가오다니. 너무 평화로운 데?”

준이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던 정글도를 꺼내어 풀숲을 베어내자, 녀석들은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며 도망쳤다.

준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어디에 있니~ 만드라고라~”

준은 흘러간 옛 노래에 멋대로 가사를 붙여가며 흥얼거렸다. 만드라고라는 기본적으로 눈썰미가 좋은 심마니가 아니면 찾기 힘든 식물종이다. 하지만 준에게는 미니맵이 있었고, 그곳에서 서식지를 알아서 표시해주고 있었다.

특히 외도로 추정되는 녀석은 증강현실시스템을 통해 바로 텍스트를 띄워주기 때문에 일단 준의 시야에 들어와 있다면 녀석을 놓칠 리가 없었다.

“찾았다.”

준은 시야 오른쪽 아래에 떠오른 텍스트를 확인했다. 약간 허무할 정도로 쉽게 찾은 셈이다. 준은 고개를 돌려 텍스트가 떠오른 지역, 만드라고라가 숨어있는 바로 그 지역을 살펴보았다.

아니나다를까, 그곳에서는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는 작은 풀 하나가 있었다. 아무생각없이 지나치면 그저 잡초일 뿐이지만, 준의 눈에는 분명히 녀석이 외도의 일종임을 알려주는 텍스트가 깜빡이고 있었다.

-만드라고라. 식물형 외도. 결정도에 따라 그 크기와 약효가 달라진다. 땅 속 뿌리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미약에 취해 감각기관이 흐트러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대체로 땅속에 숨에 결정도를 포집하며, 뿌리를 뽑을 때는 음파공격을 하니 반드시 주의하기를 바란다.

“일단 뽑아야 할텐데... 응?”

-사용자의 육체에 강력한 간섭이 진행됩니다. 분석결과 신경계통을 교란하는 종류로 판단됩니다. 정신력을 통한 저항에 실패합니다.

“으응?”

준은 돌연 눈앞이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분명히 눈앞에 만드라고라가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금전 까지 떠올라 있던 증강현실을 통핸 텍스트 창도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신경교란이라... 만약 델타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그냥 멋모르고 헤매고 다닐 뻔했군.’

준의 쓰게 웃었다. 그의 정신력은 현재 29였다. 그 정도면 어지간한 정신교란쯤은 웃으면서 씹을 수 있는 상태였는데, 만드라고라의 정신교란에 뚫린 것이다.

‘후. 이왕이면 정신력보다는 다른 곳에 투자하고 싶었는데.’

실제로 스탯을 올렸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힘과 민첩성이다. 지능이나 정신력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되는 경우가 별로 없었는데, 특히 정신력은 지금처럼 정신쪽에 간섭하는 특수능력을 방어하는 경우 외에는 그다지 쓸모가 없었다.

‘나름 근성 같은 게 는다고는 하지만, 그건 눈에 보이지 않는 거니까.’

준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정보창을 열어 정신력에 스탯을 투자했다.

-강화된 정신력으로 인해 주변의 정신교란으로 부터 벗어납니다.

남아 있던 잔여 스탯 중 다섯개를 투자하고 나니 겨우 만드라고라의 정신교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정신력 수치가 34로 가장 높아지는 거군.’

준은 약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잊어버리기로 했다. 어쨌든 정신력 수치는 꼭 필요한 것이었고, 단지 아쉬운 것은 힘이나 민첩을 찍었을 때 처럼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고양감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 녀석. 감히 날 가지고 놀려고 해?”

준은 자신의 발 앞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조그마한 풀을 보았다. 단지 바람이 불기 때문이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녀석은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었다.

하지만 저것은 어디까지나 위장이다. 불쌍한 척을 하고 있지만 녀석을 땅에서 뽑아내는 순간 엄청난 음파공격을 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준은 이미 그에 대한 대비책이 있었다.

“대흉근!”

쿠웅!

시커먼 골렘 하나가 석탄가루를 풀풀날리며 나타났다.

“쿨럭. 쿨럭. 야. 너 저쪽으로 가 있어.”

-알았다. 미안하다.

준이 자신때문에 기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대흉근의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가볍게 한숨을 쉬며 녀석을 쓰다듬어 주었다.

슬쩍 손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검댕이 잔뜩 묻어 있었다.

‘이제보니 이 녀석 엄청 번거롭네.’

전투에 효과적인 것과는 별개로 평소에 데리고 다니기 까다로운 녀석이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석탄가루를 풀풀 날려대니 무언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죻은 밤 되세영~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