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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델타-91화 (9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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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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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검둥이를 창고에 묶어놓고 나온 준은 펍으로 돌아왔다. 심각한 얼굴의 준에게 맥주를 하나 꺼내준 마스터가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됐어?”

“아... 별거 아니야. 일단 묶어놓고 몇 대 때리니까 얌전해지더라고.”

“그런가.”

마스터는 뭔가 더 묻고 싶은 눈치였지만 준이 입을 다물자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는 않았다. 그가 자리를 비우자 준은 맥주잔을 들어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먹을거야?”

“아씨! 깜짝이야!”

준은 맥주잔안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쳐다보는 시미를 보며 화들짝 놀라며 잔을 내려놓았다. 복잡한 생각에 빠져있다보니 녀석이 습관적으로 맥주잔 안으로 들어간 것을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준은 녀석을 잔에서 꺼내고는 컵에다 물을 따라 그곳에 빠뜨렸다.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가는 펫이었다.

‘인벤에 넣어다닐 수도 없고.’

생명체는 인벤토리에 들어갈 수 없다니 좀 불편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준은 맥주를 한 번에 들이키고는 긴 숨을 내쉬었다. 녀석이 털어놓은 사실은 준이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준은 단순히 그 결정체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던전의 핵과 비슷한 물건으로, 그것을 먹게 되면 누구나 외도화가 되는 그런 물건이 아닐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진상은 완전히 달랐다.

‘인체진화실험이라니...’

검둥이의 원래 이름은 줄리앙. 최하급헌터로 갓 이름을 올린 신입 중의 신입이었다. 그러다 사소한 말다툼 끝에 사람을 죽이고, 10년 형을 받아 알카트뢰즈로 오게 되었고 한동안 굴속에서 지내며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고 했다.

단독 사냥은 꿈도 꿀 수 없었고, 큰 레이드 팀에 꼽사리 껴서 겨우 겨우 밥만 얻어먹을 정도였으니 그 고충이 어느정도일 지는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에게 다가온 이들이 있었다.

‘간단한 실험에 동의해주면 숙식제공도 해주고 형량도 줄여준다는 약속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했지만, 당시에는 정말 절박해서 혹할 수밖에 없었죠.’

줄리앙은 그렇게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한 달 가량을 연구소로 보이는 곳에서 각종 실험을 도왔다고 한다. 그렇다고 머리를 쪼개거나 팔다리를 자르거나 하는 그로테스크한 건 아니었고, 가끔 식단을 바꾸거나 알수없는 기계가 내뿜는 빛에 몸을 쬐이거나 하는 수준의 별것아닌 일이었다.

처음에는 몸도 편하고 해서 꽤나 잘 지냈다고 했다. 헌데 시간이 지날수록 몸의 상태가 조금씩 이상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느 순간부터 타는듯한 갈증을 느꼈고, 그럴때마다 연구소에서는 식단을 바꾸어가며 그 상황을 관찰했다고 한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가까스로 야반도주를 하고 나하라로 돌아왔는데도 그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던전탐사에 지원했고, 별달리 한 일은 없었지만 결정체 하나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헌데 그것을 보자마자 그는 식욕을 느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는 결정체를 먹어버렸고, 그렇게 결정체를 먹고 났더니 갑자기 외도로 변해버렸다고 했다.

다행히 하루가 지나면 인간의 형태로 돌아왔지만 결정체에 대한 갈증은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았다.

차라리 잘 되었다 싶어 그 사이 사냥을 다니기도 했지만, 그 와중에 실력있는 레이드 팀을 만나 황급히 도망친 이후로는 아예 외도화 된 경우에는 굴 속에 숨어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고 한다.

그게 준이 줄리앙에게서 들은 전부였다.

‘그렇게 된 녀석들이 얼마나 있을까?’

준은 약간 소름이 돋았다. 설마하니 이곳에서 그런 실험이 행해지고 있을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거의 굶어죽기 직전의 헌터들을 꾀어서 그런 비인륜적인 실험을 행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헌터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반향이 일어날 것이다.

“마스터.”

“무슨 일인가.”

준이 마스터를 부르자 그가 다가왔다. 그렇지 않아도 묻고 싶은 게 많은 모양이었다.

“아까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하려고 했던 말이 뭐였지?”

“글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그 인간이 외도화 된다는.”

“아. 그렇군. 최근 여러 도시에서 소문이 돌고 있는데, 그 소문이 확실히 된 셈이지. 여기저기서 인간이 외도화 되고 있다는 이야기 들이 들리더군.”

“그랑튀르의 경우와는 다르겠지?”

“그렇지. 방금처럼 거의 본래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하게 된다고 하네.”

“그렇게 된 이들은 대체로 전부 죽겠군.”

“아마도.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이었니까 나도 자세한 것은 모르지.”

“흠... 알았어.”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준에게는 그런 소문을 듣는 것보다 다른 확실한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미루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일에 관련되어 있을 지도 모를 사람이었다.

-루나.

-네. 무슨 일이시죠?

꽤 오랜만에 연락을 하는 것임에도 루나는 금방 대답을 해왔다. 준은 잠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하기로 했다. 어차피 말을 돌리는 재주도 없었다.

-최근 연구소에서 비공식 적으로 하는 실험에 참가한 적이 있어?

-당연히 없다고 말씀드릴게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뭔가 있는 모양이지요?

-아아. 헌터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야.

준은 간단하게 자초지정을 설명했다. 그러자 그녀쪽에서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그런 일이 일어난게 언제부터라구요?

-글쎄 나도 확실하지는 않아. 비교적 최근인 것 같기도 하고. 내 생각을 솔직히 말하자면 네 쪽에서 던전의 핵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이후부터 그런일이 생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

준은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했다. 최근 그런일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었고, 그것이 루나의 연구때문이라는 심증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 의문부터 지우지 않으면 준은 루나와 어떤 대화도 할 수 없었다.

-그런 실험을 아무런 제반지식 없이 갑자기 시작할 수는 없어요. 실험장비를 구하는 것도 꽤나 오래 걸리는 일이죠. 준님 말대로 제 연구가 최근 시작되고,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 쳐도 시간이 너무 촉박해요. 제가 무슨 말 하는지 아시겠죠?

-아아.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는 건가?

-무엇보다도 제가 그런 일을 용납할리 없어요. 제 연구는 아직 연구소 바깥으로 나가지도 않았다구요.

-믿도록 하지. 그럼 이 일에 대해서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 해봐.

-그 말이 정말이라면. 아마도 꽤나 오래 전 부터 진행된 실험일거에요. 알카트뢰즈는 그런 면에서 천혜의 환경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바깥과 어떤 연락도 할 수 없는 알카트뢰즈에서는 안에서 무슨일이 일어난다 해도 새어나갈 위험이 없었다.

게다가 중범죄를 저지른 헌터들을 수용하는 곳이다 보니 어느정도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점도 있었다. 그것을 이용해 바깥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실험을 이곳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는 것이다.

-왜 그런 짓을 하는 걸까?

-인간을 외도화 했을 때 얻는 가장 큰 이득을 생각해 보면 간단한 일이죠. 물론 아직 성격이 통제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는 것 같지만. 그랑튀르의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만약 그런 이들을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화기가 통하지 않는 헌터의 양산인가...

-네. 그리고 아마도 그들은 최고의 전술병기가 되겠죠.

준은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스케일이 커져버린 이야기에 잠시 생각을 정리하느라 애써야 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이게 정부에서 추진하는 인간병기 제작의 일환일 수 있다 그말인가?

-생각할 수 있는 여러 가정 중 하나일 뿐이에요. 하지만 가장 높은 확률로 성립가능한 가정이죠.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준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물었다.

그렇다. 그런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저도... 뭐라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루나는 그렇게 말했다. 준은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다. 왜냐하면 그부터도 도대체 어디서 부터 손을 대야할지 몰랐으니까.

하지만 곧 준은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머릿속에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퍼졌기 때문이었다.

퀘스트가 발동되었습니다.

연합정부의 신병기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습득했습니다. 이는 반인륜 적인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사용자는 아래의 목적을 달성함으로서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하면 추가보상이 주어집니다.

-신병기프로젝트 연구소의 핵심시설 파괴 (0/1)

“아...”

준은 솔직히 말해 놀랐다. 지금까지 퀘스트는 두 가지 이유로 발생했다. 던전에 들어갔을때, 그리고 마스터의 부탁을 받았을 때였다.

하지만 지금같은 경우는 두 가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경우였다. 하지만 준은 그 사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준 스스로가 어떤 일을 해야한다고 강하게 느꼈을 때였다.

즉, 자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만났을 때. 그것에 대해서 델타가 스스로 해석하고 퀘스트를 발동하는 것이다.

‘단지 그것 뿐일까...?’

델타는 ‘신체강화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준은 그것이 단순히 자신의 육체를 강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서려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델타 시스템은 일종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대체로’ 옳은 방향이었다. 물론 아직은 느낌일 뿐이었다. 지금까지 준의 행동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만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준은 그것이 자신의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조차도 컨트롤하려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해야 하는 일이나, 그것이 자신에게 혹여 손해가 될까 싶어 주저하는 일들에 대해서 델타는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것에 대한 보상을 부여함으로서 행동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대체 이 시스템의 목적이 뭘까?’

준은 처음으로 델타에 대해서 의문을 가졌다. 단순히 우연히 얻게 된 물건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그 행운에 기뻐했고, 이후에는 빠른 성장으로 인해 그에 대한 의문을 가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준?

-아. 미안. 잠시 생각 할게 있어서. 아무래도 이 일은 내가 맡아야 할 것 같군.

준은 루나가 몇번이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깨닫곤 그녀에게 황급히 답신을 보냈다.

-그럼 일단 연구소에 대해서는 제가 한번 알아볼게요. 하지만 저도 확답은 드리기 힘들어요.

-무리 하지 않아도 돼. 정말로 정부에서 추진하는 일이라면 위험할 수도 있어.

-하지만 제가 연구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는 분야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요. 저 역시 학자 이전의 인간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알았어. 만약 위험해지면 바로 연락해. 나하라의 위치는 알고 있지?

-네. 그럼 뭔가 알아내는대로 바로 연락드릴게요.

준은 알겠다고 답하고는 펠로우쉽 창을 닫았다. 검둥이에서 시작된 일이 이렇게 까지 번질줄은 몰랐지만 일단 퀘스트를 받은 이상, 가만히 놀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헌데... 정부소속 비밀 연구소라면 경비도 삼엄할텐데...”

호기롭게 그 일을 해결하겠다고 루나에게 말하긴 했지만, 아직 자신이 맡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체력이 3000을 넘어가면서 어느정도 총기에도 버틸 수 있게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무적은 아니었다.

준은 아직 자신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일단 연구소를 파괴하기 전에 먼저 달성해야 할 것이 있었다.

‘10레벨을 찍자.’

위험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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