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2 ----------------------------------------------
레벨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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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다시 창고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곳에 쇠사슬로 묶여 있어야 할 녀석의 모습이 사라지고 없었다.
“도망친건가? 쯧. 그래봐야 내 손바닥 안이지.”
준은 펠로우쉽창을 열었다. 그러자 미니맵에 검둥이의 위치가 깜빡이며 표시되었다.
“응? 이 안이라고?”
준은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천장에 있던 무언가가 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퍽!
“캐앵!”
“아이 깜작이야! 뭐냐 이 견공은?”
준을 덮친 것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새카만 개였다. 녀석은 준에게 턱을 얻어맞고는 데굴데굴 굴러 창고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너 설마 줄리앙이냐?
-아. 네.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미쳤나봐요.
구석진곳에 처박혀 있던 견공이 비실대며 일어나더니 준의 발치에 와서 고개를 푹 숙이고 엎드렸다.
“하...”
준은 잠시 기가 차다는 듯 녀석을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한대 걷어차려고 하다가 저 상태에서 제대로 맞으면 골로 갈 것 같아서 차마 때릴 수도 없었다.
“그런데 너 왜 그 모습을 하고 있는 거냐?”
-그것이... 이유는 모르겠는데 자꾸 크기가 작아지더니 이렇게 되더라구요. 체력이 떨어지면 인간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정상인데 뭔가 이상합니다.
“아아. 대충 이유는 알겠다.”
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펠로우쉽을 풀었다. 아마 외도 상태에서 펠로우쉽을 걸어버려서 형태가 그 상태로 고정되어 버린 모양이었다.
“끼이잉.”
“응?”
하지만 펠로우쉽을 해제 했음에도 줄리앙의 상태는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준은 심각한 얼굴로 녀석을 살폈다.
뭔가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거 설마... 완전히 고정되어 버린건가?”
꼬르륵.
준의 말에 가만히 엎드리고 있던 줄리앙이 입에 거품을 물며 뒤집어 졌다. 준은 그런 녀석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결국 준은 녀석과 다시 펠로우쉽을 맺었다. 어쨌든 자신이 저지른 일이니 해결책을 찾아주고 싶었다.
-내가 개라니! 내가 개라니!
“아. 미안. 그래도 살아있으니 된거 아니냐.”
-엉어엉. 그거야 당사자가 아니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거죠. 그쪽이 생각
해보라구요. 갑자기 하루아침에 개가 된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겠냐구요!
“뭐, 그건 그렇긴 하지만...”
준이 곤란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솔직히 이건은 좀 미안했다. 설마 펠로우쉽의 부작용이 이런식으로 나타날줄은 몰랐던 것이다.
“와. 이건 뭐에요?”
그때 준의 앞주머니에서 잠들어 있던 시미가 머리를 내밀더니 쪼르르 내려와 줄리앙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녀석의 털을 조심스럽게 만져보더니 녀석의 목덜미에 얼굴을 부볐다.
“부드러워!”
그리고는 천천히 얼굴 쪽으로 다가가 코를 쓰다듬었다.
“헤헤헤.”
할짝.
줄리앙의 시미의 뺨을 핥았다. 그러자 그녀도 줄리앙의 입에 입을 맞추곤 준을 올려다 보았다.
“이거 키우는 거에요?”
“어떻게 할까?”
준은 가만히 줄리앙을 내려다 보았다.
-키워주세요.
“그래. 지금부터 네 이름은 검둥이다.”
준은 그렇게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검둥이도 자신이 도망쳐 온 연구소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일단 지도가 없고, 거의 반 착란 상태에서 빠져나온 곳이라 장소를 특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대충 위치는 알지 않아?”
-그게... 남쪽 일거에요. 아마도.
“아마도?”
-이런말 하면 웃으실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도 꽤나 후각이 발달되어 있던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사람 냄새가 나는 곳만 찾아서 움직이다 보니 솔직히 오는 길도 기억이 안나고...
“그럼 냄새로 연구소를 찾지는 못하는 건가?”
-네. 못 찾아요. 거기는 냄새가 약하니까요.
“쯧. 쓸모없는 녀석같으니.”
-그, 그래도 어느정도 가까이 가면 알 수 있을거에요. 남쪽으로 쭉 돌다보면 아마도.
검둥이는 낑낑 거리며 꼬리를 축 내렸다. 하는 짓이 영락없는 개라서 준은 순간이지만 정말로 개가 사람인 척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뭐. 일단 급한 건 아니니까. 천천히 찾아도 상관없겠지.”
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창고문을 열었다. 그 뒤를 검둥이가 천천히 따라왔고, 그 검둥이의 목덜미 위에 시미가 타고 있었다.
“이건 좀 편하군.”
그렇지 않아도 시미를 매번 앞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이 불편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준은 곧바로 숙소로 돌아가지 않고 상점으로 향했다.
딸랑-
문에 달린 종소리에 한창 재고를 정리하던 밥이 고개를 돌려 준을 맞이 했다.
“오. 대충 끝난 건가?”
“그럭저럭. 그나저나 혹시 개목걸이 같은거 있어?”
“개 목걸이? 그건 왜... 왠 개가 있어?”
그는 깜짝 놀라며 준의 뒤를 따르는 검정색의 개를 보았다.
“아. 그 녀석이야.”
“그 녀석? 설마. 그렇게 큰놈이 이렇게 작아졌다고?”
“그렇게 됐어. 그나저나 있어 없어?”
“흠. 개목걸이 같은 건 취급 안하는데... 굳이 있어야 돼?”
“혹시나 주인없는 개라고 누가 잡아먹거나 하면 곤란하잖아. 이름표라도 달아놔야 조금은 안심이 되지.”
“애초에 그런거 신경쓸놈들이 아니라고 생각하긴 하다만... 개목걸이는 없고 그냥 벨트는 있는데 그걸 잘라서 쓰지 그래?”
“그럼 그렇게 해줘.”
“그나저나 네 주변엔 이상한 놈들이 꼬이는 구나. 만드라고라에 이번에는 늑대인간이라니. 참. 저녀석 다시 커지거나 하는 건 아니지?”
“글쎄... 어쩌려나.”
준은 검둥이의 프로필을 열어보았다.
사용자 : 검둥이
결정도 : 31
클래스 : 개
속성 : 암
체력 : 418/1247
기술
메타모포시스 : 짧은 순간 거대화 하여 강력한 힘을 냅니다.
“어... 커질 것 같은데?”
“흠. 그럼 일반 벨트로는 안되겠군. 신축성 있는 걸로 찾아볼테니까 나중에 연락할게. 아무래도 닐슨한테 부탁해야 할 것 같아.”
밥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아참. 사료같은 것도 있으면 좀 구해줘.”
-사료라니. 전 사람이라고요. 밥으로 주세요.
-시끄러. 그게 다 누구 돈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중에 밥값을 하게 되면 그때 가서 이야기 해.
준은 견공의 항의를 일언지하에 잘랐다. 어떻게 보면 얼마 안하는 돈이었지만, 그렇다고 공짜로 밥을 먹여줄 의무가 준에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약간은 길들이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 그러니까, 어쨌든 절대로 쇠사슬에서 풀려나자마자 공격을 한 것을 마음에 두고 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아카샤넷은 벌써 난리였다. 오늘 낮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 목격한 사람들이 전부 그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개중에는 사진을 올린 녀석도 있었다. 준은 얼른 그 게시물을 지우고, 사진을 올린 녀석의 델타폰에 접속해 관련 사진들을 전부 지워버렸다.
어떻게 보면 개인정보 침해지만, 애초에 초상권을 먼저 침해한 것이니 양심에 거리낄 것도 없었다.
-그나저나 그 녀석 어떻게 됐을까?
-글쎄. 죽지 않았을까? 그 뒤로 안보이는 것 같던데.
-하긴... 외도를 살려둘 이유는 없지.
-그래도 인간인데.
-니가 그 놈을 안봐서 그래. 인간이고 뭐고, 얼마나 흉악하게 생겼던지.
-그런데 아까까지 있던 사진 다 어디로갔냐.
-운영자가 지운 듯. 자기 사진 있으니까.
-아. 어차피 알사람 다 아는데 왜 그럼?
-다른 동네 애들도 있잖아. 얼굴 팔리기 싫은 모양이지.
-야. 니들 조심해라. 내가 아까 사진 올렸는데, 내 폰에 있던 사진까지 다 지웠더라. 소름.
-헐. 대박. 그거 범죄 아니냐?
-범죄 같은 소리 하네. 여기 그런게 어디있냐.
준은 자기들끼리 싸우는 걸 보다가 글을 하나 작성했다.
사진을 올리지 말기를 당부하는 글이었다. 물론 사진을 올렸다가는 계정을 차단하겠다는 가벼운 협박도 섞여 있었다.
검둥이의 생사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았다. 만에 하나 그것을 누가 본다면 준에게 접촉을 해올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레벨업을 하기 전에는 그쪽 사람과 만나고 싶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비공식 적인 일이니 만큼 조용하게 해결하고 싶겠지.’
준은 아직 이목을 끌고 싶지 않았다. 물론 델타폰이 어느정도 팔려나간 이상 관리소 쪽에서도 준을 주시하고 있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밥이 일을 잘해주었는지 아직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최근 관리소 쪽에는 연이어 등장하는 던전때문에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루나에게서 들은 이야기니 거의 확실한 소스로, 던전 발생 때문에 다른 업무가 거의 마비되어 있는 상태라고 했다.
인원을 확충하는 것도 쉽지가 않아 당분간은 준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못할 것 같았다. 어찌되었든 준에게는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 긴 하루였다.”
준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몸을 눕혔다. 벌써부터 시미는 검둥이 위에서 잠들어 있었다. 저렇게 있다가는 금방 마를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준은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애도 아니고 일일이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아앗! 피부가 푸석푸석해졌어!”
아침부터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 시미때문에 준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그러고보니 밤새도록 검둥이 위에서 자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러게 누가 그위에서 자래?”
준은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미는 황급히 물컵에 들어가더니 물을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거의 물컵의 물을 반정도 마시고 나니 피부에 약간 윤기가 돌아오는 듯 했다. 시미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검둥이의 위에 올라탔다. 아무래도 단단히 마음에 든듯했다.
준은 그 녀석이 식물에게 발정하는 변태라는 걸 알려줄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어쨌든 덕분에 준이 한결 편해졌기 때문이었다.
전날 만들어둔 상품을 상점에 넘긴 준은 험비를 타고 인근의 외도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아직 인근에 던전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준으로서는 딱히 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다. 그래도 가능한한 나하라의 남쪽 지대를 돌면서 검둥이에게 냄새를 맡으라고 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준은 그렇게 일대를 돌면서 특이외도들을 사냥했다.
쿵!
“꺄악! 흉근이다!”
시미는 비명을 지르며 검둥이의 품속으로 도망쳤다. 아무래도 첫인상이 좋지 않다보니 그녀는 대흉근만 보면 저렇게 무서워하면서 도망치기 일 수 였다.
‘뭐, 어차피 사냥에는 별 지장이 없으니까.’
쿵! 쿵! 쿵!
뒤이어 골렘 삼형제가 나타나자 일대의 거의 모든 특이외도들이 준을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겨우 열마리 정도였지만 그것만으로도 검둥이는 다리를 후들후들 떨면서 준을 향해 격렬하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혀, 형님! 이거 이러다 죽는거 아닙니까?
“누가 니 형님이야? 나보기 지금 개랑 호형호제 하라는 거냐?”
-너, 너무 하십니다. 형님.
검둥이는 엄청나게 몰려오는 특이외도들을 보며 준의 뒤에 숨었다.
“어차피 너 만해도 정예외도급이잖아. 왜 겁을 먹는거야?”
-열 마리나 되잖습니까?
“씁. 너 언제 밥값할래?”
준은 그렇게 말하며 검둥이를 발로 걷어찼다. 물론 검둥이는 낑낑거리며 과장되게 불쌍한 척을 했지만 준은 그게 엄살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애초에 녀석은 정예외도 급이다. 준이 발길질을 한다고 해서 간지럽기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많이 늦었으니 3연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