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94화 (9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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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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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맵을 보며 이동했다. 루나가 위치를 특정해주자, 그제서야 퀘스트 시스템에 연구소의 위치가 나타났다.

결국 루나가 말한 그곳이 비밀실험실이라는 것은 거의 확실해진 상태였다. 위치는 현재 속도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지역. 하지만 구릉과 구릉이 이어져 있고, 곳곳에 숨겨진 협곡이 있다보니 차량으로 움직이기 곤란한 곳이 많았다.

때문에 시간이 자꾸만 지체되고 있었다.

‘지금 가도 될까?’

사실 아직 준은 자신이 생각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원 밀리언이라 불리는 상급헌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10레벨은 되고 나서 연구소에 가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박해진 지금 준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곳에 무슨 문제가 생긴것만은 틀림없다. 가만히 내버려 둔다면 굳이 준의 손을 타지 않고도 연구소는 제 기능을 잃게 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굳이 그가 가지 않아도 될 문제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만약 준이 가려는 곳이 그 헌터를 대상으로 한 인체실험장이 맞다면, 그곳에서 일어난 사건이 작을리 없다. 최악의 경우에는 외도들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 까지 각오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과연 군이 그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까?

준은 고개를 저었다. 볼칸을 위시한 헌터부대가 있다고는 해도, 그들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최소한 상급헌터 하나정도는 있어야 통제가 가능한 정도의 재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알카트뢰즈에 상급헌터는 없다. 이런 벽지에 올만큼 한가한 녀석들이 아닌 것이다.

‘차라리 잘 됐어. 이번 기회를 노리면 별 문제 없이 연구소를 없앨 수 있어.’

사실 준이 연구소 퀘스트를 받고서 가장 걱정했던 것이 바로, 이 일에 정부가 어디까지 끼어들어 있는 것인가 하는 부분이었다. 어쩌면 알카트뢰즈를 운영하는 갤럭시 인더스트리 단독으로 벌인 일일 수도 있고, 그 산하의 더 작은 라인에서 시작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 되었던 충분히 준을 압박할 수 있는 이들이다.

때문에 준이 그 연구소를 파괴 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그 준비가 완벽하게 이루어지기 전에는 연구소를 타격하는 일은 뒤로 미룰 셈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문제가 터진 마당에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일단 들어가서, 사람들을 구하고, 연구소의 시설을 파괴하면 끝이다. 비상사태이니 만큼 준이 그곳에 있다고 해서 문제제기를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준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 마저 배우지 않고 있었던 두개의 스킬을 발견했다.

기술

근성(초급) : 초월적인 정신력으로 모든 것을 이겨 냅니다.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1, 숙련도 0%)

강인함(초급) : 타고난 근성으로 근력의 한계를 뛰어넘습니다. 힘이 상승합니다.(+1, 숙련도 0%)

“이걸 잊어버리고 있었다니.”

왜인지 모르겠지만 장민성의 기술은 모두 배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패시브 스킬이라 잠시 뒤로 미루었다가 그만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준이 경험치를 써서 기술을 배우자 능력치가 쭉 올랐다. 무엇보다도 ‘근성’스킬은 정말 엄청난 효율을 가진 기술이었다. 초급인데도 불구하고 스탯을 4나 올려주니 거의 1레벨을 올렸을 때와 비슷한 스탯을 제공하는 것이다.

“저긴가...?”

멀리 연기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군인들이 출발했다면 준보다 더 빨리 도착했을 수도 있다. 연락을 받고 거의 두 시간 여만에 겨우 도착한 때문이었다.

부르르릉-

준은 악셀을 밟아 속도를 높였다. 차량이 더 크게 요동쳤지만, 조금이라 빨리 간다면 쓸데없는 희생을 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준의 그런 바람은 현장을 보는 순간 모두 사라졌다.

“이건...”

끼익.

준은 차를 세우고 사방에 죽어 있는 군인들의 모습을 보았다. 준이 멀리서 확인한 연기는 연구소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부서진 차량과 헬기에서 나는 연기였던 것이다. 급한대로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는 부대를 보낸 모양인데, 이 정도 화력을 가지고도 결국 패배한 것을 보니 확실히 외도에 의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은 여기저기 널브러진 시체들을 보며 욕지기가 이는 것을 겨우겨우 참았다.

“조심해서 따라와. 아무거나 건드리지 말고.”

준의 말에 시미와 검둥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검둥이야 그렇다 치고 시미는 아예 다른 종족이니 괜찮지 않을까 했지만 그녀 역시 표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봐선 그녀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어느정도는 깨닫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곳이 맞아?”

-네. 틀림없어요. 냄새가 같아요.

준은 검둥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제대로 찾긴 찾은 모양이었다.

“너무 조용하군.”

연구소의 입구에 다다른 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군인들은 아예 이곳까지 접근조차 하지 못한듯, 근처는 아주 깨끗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교전이 일어날 정도라면 연구소도 상당한 피해를 입어야 했음에도 건물은 손상된 곳 하나 없이 말끔했다.

“대체 어떻게 된거지...?”

만약 저 군인들을 공격한 무언가가 있다면 준이 이곳까지 도착하기 전에 먼저 나타나야 했다. 하지만 주변에는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이곳의 모든 사람들을 죽이고 모두 탈주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일단 들어가보면 알겠지.”

준은 조심스럽게 건물의 입구로 들어섰다.

쿵.

그 순간 준은 보이지 않는 단단한 벽에 부딪히며 도로 튕겨나왔다.

“윽? 이게 뭐지?”

준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곳에는 마치 유리처럼 모든 빛을 투과하는 단단한 막이 있었다.

마치 외부와의 경계를 이루는 듯이 침입자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뭐지 이거...?”

정확히 그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막을 뚫지 못하면 지나갈 수 없는 것만은 확실했다.

아마도 군인들도 이 벽에 막혔던 것이 아닐까? 때문에 건물에는 조금의 피해도 끼치지 못하고 패배한 것인지도 모른다.

“준. 뭐해요?”

“컹!”

투명한 막의 안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준은 번득 고개를 들었다. 준이 막혀서 들어가지 못하는 투명한 벽의 안쪽에서 시미와 검둥이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너희들 어떻게 들어간거지?”

“그냥 걸어왔어요.”

시미는 검둥이의 위에서 잔뜩 뽐내며 입을 열었다. 준이 하지 못하는 일을 했다는 것이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

준은 다시 손을 뻗었다. 투명한 벽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준의 진입을 막고 있었다.

“이거...”

준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연구소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막에 의해 둘러싸여져 있었다. 그것은 접근하는 모든 것을 막아낸다. 뒤의 광경으로 봐서는 아마 화기를 쏟아부어도 그 벽에 흠집을 내지 못할 것이다.

준은 이와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항력인가?”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이야기가 들어맞았다. 어째서 자신이 진입하지 못하는지, 그리고 시미와 검둥이는 아무런 제지 없이 들어갈 수 있었는지. 외도끼리는 서로의 항력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정도 규모의 항력장을 펼치다니. 안에 대체 뭐가 있는거지?”

이건 지금까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현상. 그것은 준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안 들어 올거에요? 그럼 놓고 갈거에요?”

시미가 콧바람을 뿜으며 재잘거렸다. 준이 곤란해 하고 있는 모습에 승리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아아. 곧 들어갈게.”

무형의 벽은 단단했다. 그것은 거의 모든 물리적 현상으로 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그것을 뚫어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헌터의 마나를 실은 공격뿐.

게다가 준에게는 그 대상이 단단하면 단단할수록 더욱 효과를 발휘하는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준은 인벤토리에서 니들리스 해머를 꺼내들었다.

콰앙!

쩌저적!

엄청난 소리와 함께 준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실드가 와장창 깨져나갔다.

준은 손을 벽의 안쪽에 넣어보고는 항력장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그 범위가 얼마나 되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들리는 소리로 봐선 연구소를 감싸고 있는 항력장 전체에 영향을 미친게 아닌가 싶었다.

‘생각보다는 싱겁군.’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뒤쪽에는 그 얇디얇은 실드를 깨지 못하고 죽어간 수많은 군인들의 시신이 수없이 널려 있었다.

연구소로 들어간 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바깥의 모습과 별다르지 않은 광경을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연구소의 입구에서 부터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바닥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하나같이 신체의 일부분이 훼손 될 정도로 무시무시한 힘에 의해서 뜯겨나간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끔찍해요.”

“감당할 수 없는 힘을 손에 쥐려 한 대가지.”

준은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 사람들은 어쩌면 자신들의 연구가 인류를 새로운 지평으로 열어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열심히 일했을지도 모른다. 그 연구의 용도가 어떻게 되든,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과학의 발전이라는 순수한 목적을 가지고 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실험은 인체를 대상으로 한 사악한 것이었다. 그것에 대해서는 일말의 동정할 가치가 없었다.

그것이 저렇게 처참하게 죽어갈 만큼의 잘못이었냐고 묻는 다면 준은 조금의 주저함 없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미 죽은 자들을 탓해봐야 의미없는 일이지.”

어쨌든 그들은 자신의 죄값을 받은 셈이다. 이미 죽은 자를 다시 모욕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 준은 그들에게서 애써 시선을 돌린채 천천히 이동했다.

미니맵에는 준이 가야할 목적지를 표시하고 있었다. .

신호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준은 걸음을 내딛었다.

“컹!”

그때 검둥이가 큰 소리로 짖었다. 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바닥에 쓰러진 시신의 냄새를 맡는 검둥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뭐야? 여기서 짖으면 어떻게 해? 이 안에 뭐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나 여기 있다고 광고라도 할 셈이야?”

-그게 아니라... 형님. 이 시체들 뭔가 이상해요.

“뭐가?”

-썩는 냄새가 안나요.

“그거야 죽은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그런거 아니야?”

사실 연구실 내부는 피비린내 때문에 어떤 냄새도 맡을 수 없는 상태였다. 때문에 준도 그부분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후각이 발달한 검둥이의 의견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었다.

-아니... 사람은 죽으면 그때부터 바로 부패가 시작되거든요. 바깥의 군인들도 그랬고. 헌데 이 사람들은... 마치 방부 처리라도 한 것처럼 아무냄새가...

꿈틀!

검둥이가 시신을 머리로 툭 치자, 시신이 마치 살아있기라도 한 것처럼 움직였다.

“귀신이다아!”

“크르르!”

어지간히 놀랐는지, 검둥이가 뒤로 풀쩍 뛰어 물러서며 으르렁거렸다. 시미도 창백한 얼굴로 비명을 질렀다. 솔직히 말하자면 죽었다 살아나는 시신보다는 시미쪽이 더 무섭다고 할 수 있었다.

준은 니들리스 스패너를 꺼내들었다. 그들의 주변으로 죽었던 시신들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그냥 들여보내 줄 것 같지는 않군.”

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헌터가 되기 전이라면 모를까, 좀비따위는 몇백마리가 오더라도 두렵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저 기술들이 있다는 걸 잊고 있었네요. 일단 끼워넣었습니다. 덕분에 스탯이 5나 올랐네요.

다음 편은 8시 전에 올라갑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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