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98화 (9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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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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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좀비들이 거의 모두 죽었을 무렵, 칼 레이건이 손을 뻗어 준을 가리켰다.

“뭐하는 거지? 레이저 빔이라도 쏘려는 건가?”

준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자, 칼 레이건의 입가가 말려 올려갔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이지.”

그렇게 말하며 녀석은 검지손가락을 마치 방아쇠를 당기듯 당겼다.

콰앙!

준의 발밑에 있던 좀비하나가 엄청난 기세로 폭발했다.

“헛!”

살점 하나하나가 강철파편 같은 힘을 담고 준을 뒤덮었다. 그 엄청난 폭발력은 같은 무게의 TNT만큼이나 강력했다. 준은 그 단 한 번의 폭발에 엄청난 충격을 입고 그대로 굴러 벽에 부딪혔다.

쿵.

“쿨럭.”

준은 격렬한 기침과 함께 피를 토했다. 폭발의 위력은 대단했다.

단 한 번의 폭발에 남은 체력의 절반이 날아간 것이다. 또 다시 같은 폭발을 근거리에서 당한다면 버티지 못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 준을 향해 아직 살아남은 좀비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준은 방금의 폭발에 휘말려 정신을 잃고 헤롱대고 있는 시미를 흔들어 깨웠다.

“정신차려. 체력도 많은 녀석이 그런 걸로 엄살은...”

시미의 체력은 4500이 넘었다. 준보다 천이 더 많았고, 덩치가 작으니 폭발의 위력에도 충격을 덜 입었을 것이다.

“으으... 벌써 아침이에요?”

“헛소리 하지말고, 일단 몸을 좀 숨겨줘.”

준의 말에 그녀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정신교란을 시전했다. 이 교란은 적의 감각기관을 혼란시켜 상대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기술. 시미가 전력으로 펼치면 사람하나정도의 크기를 숨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응? 사라졌나?”

칼 레이건 마저도 순간적으로 준을 놓칠 만큼 시미의 교란술은 대단히 뛰어난 편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좀비는 이미 그 힘을 잃고 쓰러져 있는 상황, 애초에 녀석들에게 가까이 가지 않으면 되는 일이기 때문에 움직이는 좀비들을 먼저 처리해야했다. 칼 레이건의 폭발 기술이 좀비를 폭발시키는 것이라면 그것이 죽어있던 살아있던 상관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준은 최대한 방의 구석으로 향해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쪽이다!”

갑자기 준이 방 한쪽 구석에서 나타나자 좀비들이 다시 그를 향해 몰려들었다. 그러자 다시한번 시미가 소리를 질렀다.

“꺄아아아앟하하하!”

벌써 세 번째 쓰는 음파공격이었다. 시미를 이 정도까지 혹사시켜본 적은 없는지라 그녀가 얼마나 버틸지 자신은 없었다. 본인도 힘이 드는지 거의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녀의 힘이 모두 소진되기 전에 좀비들이 모두 힘을 잃고 쓰러졌다.

칼 레이건은 그런 준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봤자 별 소용없다. 좀비를 한꺼번에 폭발 시키면 어느정도 거리가 있다고 해도 피해를 입을테니 지금 상태로는 얼마버티지 못하겠지.”

“그건 그렇지.”

준은 칼 레이건을 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그 어떤 절망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칼은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뭘 믿고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제 지겹구나. 이만 죽어라.”

칼 레이건은 그렇게 말하며 준의 가장 가까이에 쌓여있는 좀비 더미를 향해 손을 들어 가리켰다.

“잠깐. 그전에 한 가지 말할게 있는데.”

“응?”

준의 말에 칼 레이건이 그를 바라보았다. 준은 두 손을 뻗으며 입을 열었다.

“자동분류.”

그러자 나자빠져있던 좀비들의 시신이 서서히 가루로 변해 사라졌다. 준은 인간의 시신이었을 그것들을 흡수한다는 사실에 순간 욕지기가 일었지만, 그렇다고 시체더미들 속에서 있는 것보다는 나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좀비화 된 시신들을 그냥 내버려 두느니 이렇게라도 제거하는 쪽이 나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무슨!”

칼 레이건은 황급히 좀비를 폭발시키려 했다. 하지만 이미 좀비들은 절반이상 준에게 흡수되어 있었고, 그 상태에서는 폭발을 일으킬 수 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일이...”

좀비폭발은 그가 마지막까지 숨겨놓은 패였다. 준이 이곳까지 오면서 수없이 많은 좀비들을 상대하면서 생겼을 방심을 이용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좀비들에 대해 별다른 의문을 갖지 못하게 만들었고, 가장 그가 방심하고 있을 때 치명적인 일격을 먹이는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녀석을 처리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헌데 준은 칼이 상상할 수도 없었던 방법으로 자신의 기술을 무력화 시켜버렸다. 그로선 믿을수가 없는 결과였다.

칼레이건을 제외하고 아직 까지 남아있는 적은 여덟 명이었다. 검둥이가 상대하고 있는 두 명과, 대흉근이 상대하고 있는 주황색 헌터 두 명.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져 골렘 1,2,3호로부터 살아남으려는 네 명이었다.

준은 일단 골렘 삼형제가 상대하고 있는 네 명의 헌터들에게 마법을 난사했다. 녀석들은 그렇지 않아도 도망가기 급급한 상황에서 준의 마법공격까지 받으니 결국 얼마버티지 못하고 모두 죽었다. 준은 외도화된 헌터들의 시신들까지 전부 자동분류하여 시체를 제거했다.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뒤이어 검둥이가 상대하는 녀석들을 처리하고, 마지막으로 대흉근이 상대하고 있는 녀석들 까지 모두 처리하고 나자, 결국 처음과 똑같은 대치 상황이 만들어졌다.

같은 상황이지만, 완전히 다른 분위기 속에서 준이 먼지 입을 열었다. 이미 칼 레이건의 주변에는 네 마리의 골렘이 스크럼을 짜고 그가 도망치지 못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이제 더 할 건 없나보지?”

“후후. 대단하군. 이 정도 전력이면 어떤 적이 와도 물리 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 오만했던 건가.”

칼 레이건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강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적은 아니었다. 당장 상급헌터 하나 와도 승부를 자신할 수 없는 상태였으니까.

“그래도 생각보다 위험했어. 솔직히 좀비를 폭발시켰을 때는 꽤 놀랐거든.”

“그런 소리 하지 말게. 승자의 조롱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으니까.”

“아니라곤 못하겠군.”

준은 그렇게 말하곤 니들리스 해머를 이용해 바닥을 툭툭 쳤다. 이곳을 빠져나가려면 이 벽을 무너뜨리거나, 칼 레이건을 죽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전에 준은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헌데 말이지.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생겼어.”

“뭐지?”

“정말로 헌터들의 이성을 남긴 채로 외도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나?”

“그래. 하지만 난 그걸 미완성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쪽이 더 인간병기로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아니. 난 그런 걸 묻는게 아니야. 그렇다면 어째서 너는 이성을 지니고 있는거지?”

칼 레이건은 분명히 외도였다. 녀석에게선 노란 색의 오라가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엑조틱 에너지의 기운도 상당히 강력했다.

물론 대부분은 이 연구소를 유지하는 것과 실험실(그의 말대로라면 산란장)을 운영하는데 소모되고 있는 모양이지만, 어쨌든 그 역시 강력한 외도임에는 틀림없었다.

준의 말에 칼 레이건은 선듯 대답하지 못했다. 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던전의 핵에 손을 댄 것이겠군.”

“...알고 있었나?”

“그야. 그렇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결국 던전 핵에 손을 대어 외도가 된 네 녀석이 이 연구소 전체를 집어삼킨 것이로군.”

“말했지만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이곳에서 탈출하는 헌터들을 모두 컨트롤하기에 연구원들만으로는 역부족이었고, 그들 중 하나가 정신착란을 일으켜 연구소의 기물들을 파괴하기 시작했었지. 난 그것을 두고볼 수 없었을 뿐이라네.”

“덕분에 연구소의 모든 사람들이 죽었지.”

“사람은 중요하지 않아. 자료만 남아있다면 연구는 얼마든지 지속할 수 있으니까.”

“무엇을 위해 그렇게 까지 연구를 하려고 했던 건가.”

“당연하지 않나?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지.”

“뭐라고?”

“죽이고 죽여서, 이 세상의 모든 인간을 죽여 없애야 하니까.”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준의 질문에 칼 레이건이 오히려 준을 향해 되물었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면 안되는 거지?”

준은 그의 정신이 완전히 침식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른 부분에서는 놀랍도록 정확한 현실인식을 보이던 그가, 돌연 모든 인간을 죽여야 한다며 근원모를 증오감을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다름아닌 외도가 인간에 가지는 적의와 동일한 종류의 것이다. 그는 자신이 왜 인간을 죽여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채, 그저 죽여야 한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아니, 믿는 정도가 아니라 그의 유전자 전체에 그러한 인식이 박혀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더 이상의 대화는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던전 핵에 오염된 인간은 살아있는 한 계속해서 다른 인간을 죽이려고 할 것이다. 보통의 외도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가 다른 인간들 틈에 스며들어서 평범한 사람인 척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외도의 증거인 결정체의 빛도, 당사자가 의식만 또렷이 유지한 채 힘을 억제하면 충분히 감출 수 있었다.

“그럼 이만 여기서 작별하도록 하지.”

“죽일 건가?”

“살려주길 바라는 건 아닐테고. 뭐 할 말이 더 있는 건가?”

“내가 죽더라도, 연구 결과는 남겨주길 바라네. 후세를 위한 중요한 자료들일세.”

“아아. 인간을 외도로 만드는 그 훌륭한 업적 말이로군.”

“단순히 그것뿐만이 아니야. 거기에는 엑조틱 결정체를 광자화 해서 인간에게 조사했을 때 일어나는 각종 변이 현상이 기록되어 있어. 그 자료가 지니는 가치를 자네는 이해할 수 있겠나?”

“뭐. 그건 나중에 알아보면 되겠지.”

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가볍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골렘 1호가 날카롭게 변한 팔을 칼 레이건의 등에 쑤셔넣었다.

칼 레이건의 시체를 처리하자, 그곳에서 던전의 핵이 떨어졌다. 녀석이 품고 있던 녀석은 칠흑같이 검은 색이었다. 마치 허공에 구멍이 뚫린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어둠에 준은 뜻모를 공포를 느끼며 그것을 집어들었다.

-외부의 에너지가 사용자의 육체에 접속을 시도합니다. 분석결과 위험의 요소가 있어 신호를 차단합니다.

역시나 같은 메시지가 들려왔다. 인간을 침식하는 던전 핵의 존재는 지금까지 준이 생각했던 것 보다 더욱 심각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칼 레이건 정도의 인간이 이런 물건을 가지게 된 것만으로도 수백명의 인간이 목숨을 잃었다. 허면, 더 높은 위치의 책임자가 던전핵에 오염되게 된다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인류는 어쩌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준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준은 문득 자신의 손이 시리다는 사실을 깨닫고 시선을 내렸다. 그러자 검은 핵에서 마치 물감처럼 번진 검은 기운이 자신의 손목까지 침범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그러자 빠른 속도로 준의 손은 다시 색을 회복했다.

‘델타가 막지 못했다고?’

심지어 별다른 시스템 메시지를 전해주지도 않았다. 이는 델타의 방어를 뚫고 자신의 몸을 침범했다는 이야기였다. 심지어 델타가 경고를 전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거 함부로 만졌다간 큰일 나겠군.”

준은 멀쩡해진 자신의 손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니들리스 해머를 들어 던전핵을 강하게 내리쳤다.

쾅!

쩌적!

그러자 새카맣던 던전핵이 갈라지더니 눈부신 빛을 사방으로 터뜨렸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농밀한 엑조틱 에너지에 준은 순수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치 당연하다는 듯,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퍼졌다.

-성장에 필요한 경험치를 충족하셨습니다. 경험치를 소모하여 레벨을 올리시겠습니까?

“엇?”

준은 갑자기 떠오른 레벨업 메시지에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작품 후기 ============================

한 편 더 갑니다. 오늘은 세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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