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3 ----------------------------------------------
루나 미스틸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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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으면 오라고 한 거지. 무슨 일이라도 있어?”
“걱정되서 와본건데요.”
휘이- 삑-
그녀의 말에 주변에서 다시한번 엄청난 환호와 휘파람소리가 터져나왔다. 확실히 그녀의 말은 옆에서 들으면 딱 오해하기 좋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남녀 관계라기 보다는 델타라는 비밀을 공유한 동료 관계였다. 그녀의 걱정도 델타시스템의 중추인 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하는 우려에 가까울 것이다, 라고 준은 생각했다.
“그런거면 그냥 메시지 하나 보내면 되잖아.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매정하시기는. 걱정되기도 했고, 또 하나 그쪽이 필요한 일이 있어서 온거에요.”
“뭔데?”
준의 물음에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였다.
“어그로 테스트요. 펠로우쉽이 두 명이상 한 자리에 있으면 외도들의 시선을 끌게 되잖아요. 그런데 혼자다보니 아무래도 연구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겸사겸사 찾아온 거랍니다.”
그렇지 않아도 준이 그녀에게 그 부분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해보라고 지시한 적이 있었다. 당장 델타에서 뽑아먹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술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래도 혼자서는 한계가 있는 분야이기는 했다.
“그렇긴 하군. 헌데 미리 말이라도 하고 오던지. 이런 곳에 여자혼자 다니면 위험한거 몰라?”
“걱정해주시는 건가요?”
루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준을 바라보았다. 그는 순간적으로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당연히 걱정해주는게 맞았다. 그게 이상한 것도 아니고, 인간이라면 당연히 드는 감정이었다. 헌데 그 당연한 사실에 저렇게 놀라니 거기다 대고 해줄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흐음... 의외로군요.”
“뭐가?”
“별로 인간미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날 그렇게 봐왔던 건가?”
루나의 말에 준은 가만히 기억을 더듬었다. 생각해보면 그녀에게 딱히 잘해준 기억은 없었던 것 같았다. 처음 만났을 때 목숨을 구해준 건 물론 잘해준 것이었지만, 그 뒤로 그녀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성격나쁜 인간이라고 생각해도 딱히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메시지로 이야기 할 때는 거의 사무적인 이야기만 했었고, 개인적인 대화는 단 한 번도 나눈 적이 없었다. 어쩐지 무안해진 준은 헛기침을 하며 말을 돌렸다.
“흠흠. 그러고보니 거의 두 달만에 보는 셈인가? 그리 오랜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군.”
“그야. 자주 연락을 했으니까요. 그나저나 이렇게 되고나니 정말 대화하기 불편하긴 하네요.”
그녀는 고개를 돌려 자신들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수형자들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신경쓰여서 목소리를 낮춘 것이 역효과였던 듯, 현재 펍안에는 준과 그녀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수십 명의 남자들이 숨소리만 내며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시선 익숙하긴 하지만... 대화하려면 자리를 옮기는 편이 낫겠죠?”
“그게 낫겠군. 숙소가 있으니 따라와.”
준은 그녀를 데리고 이층에 있는 자신의 숙소로 향했다.
“하러 가는 건가?”
“하겠지?”
“하겠지.”
“하는 모양이야.”
“한다.”
“안 해 이것들아!”
준이 소리를 지르자, 자기들끼리 수근대던 헌터들이 찔끔하며 입을 다물었다.
“휴. 이것들 진짜.”
준은 한숨을 쉬며 숙소의 문을 열었다. 루나가 먼저 들어가고 그 뒤로 준이, 그리고 검둥이와 시미가 따라 들어갔다.
“일단 침대 위에 앉아 있어. 남자 혼자 사는 방이라 딱히 앉을 데가 없으니까.”
“네.”
루나가 침대 위에 앉고, 준은 의자를 끌어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자 검둥이가 은근슬쩍 루나의 발치로 가서 앉았다.
“아??”
루나는 잠시 놀란 눈으로 검둥이의 등에 타고 있는 시미를 보았다.
“그... 이게 뭐죠?”
루나가 시미를 가리키자, 준이 입을 열었다.
“인사해. 이쪽은 루나. 루나, 이쪽은 시미.”
“안녕하세요. 저는 시미에요?”
시미가 상체를 옆으로 숙이며 입을 열었다. 루나가 잠시 눈을 가늘게 뜨더니 입을 열었다.
“인형이라... 이런 취미가 있으셨군요.”
“아니야.”
“그러면 뭐죠? 설마 요정인가요?”
“요정도 아니고.”
“역시 구체관절 인형인거죠? AI가 탑재되어 있는.”
“만드라고라야.”
“...네?”
그녀는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얼굴이었지만 준은 더 이상 설명을 하지 않았다. 매번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것도 피곤한 일이고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그 밑에서 네 다리를 핥고 있는 녀석이 검둥이.”
“이 애는 개 맞는 거죠?”
루나는 자신의 허벅지쪽으로 머리를 집어넣는 검둥이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일단 그렇긴 한데 그 녀석 원래 사...”
“컹컹!”
“그러니까 사...”
“멍멍멍!”
“그...”
“왈왈!”
“씁. 맞을래?”
준이 자꾸만 자신의 말을 방해하는 검둥이를 노려보자, 루나가 검둥이를 끌어안으면서 그를 쓰다듬었다.
“나참. 개한테 왜 그렇게 까지 화를 내는 거에요?”
“그러게. 내가 왜 화를 내는 걸까. 겨우 개 따위에게.”
준은 루나의 가슴에 얼굴을 부비면서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검둥이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당장 안 떨어지면 사람이라는 거 확 불어버린다.
-넵. 형님.
검둥이는 재빨리 그녀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루나는 아쉽다는 얼굴로 녀석을 잠시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헌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모르는 게 나아. 그냥 실험실이 있었고 그걸 깨부수고 왔다는 것 정도면 알면 돼.”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그 말이 맞는 거겠죠. 그나저나 정말 몸은 괜찮은 건가요?”
“보면 알잖아. 살아있으면 이상없는거지.”
“다행이네요. 그럼 며칠 쉬시고 난 이후에 실험을 진행해도 괜찮을까요?”
“며칠? 언제까지 있을 생각인거야?”
“네. 한 달 정도 있을 예정인데요?”
“하, 한 달?”
“그 정도 시간은 있어야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여기는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도, 컴퓨터도 없잖아.”
“데이터는 여기에 있고, 컴퓨터는 시뮬레이션이 있잖아요.”
루나는 자신의 머리를 톡톡 치며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그녀의 머리는 준을 넘어설 정도로 비상했다. 게다가 이미 오래전에 책을 놓은 준과는 달리 그녀는 꾸준히 연구를 지속하고 있었으니 같은 지능을 지니고 있더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능력 자체가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어지간한 실험은 ‘시뮬레이션’으로 해결 가능하니, 그녀말대로 딱히 실험실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초미량검출기도 가지고 왔으니 기계는 그거 하나면 돼요.”
“그렇다고 한 달은 좀...”
“제가 있는 게 불편하신가요?”
“딱히 불편하다는 건 아니야.”
그녀가 싫다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이런 곳에 혼자 있다는 것이 신경 쓰여 견딜 수가 없었다. 자신만해도 그럴진다 나하라의 다른 녀석들은 오죽할 것인가. 준은 하루종일 그녀의 신변보호에만 신경을 써야할 판이었다.
루나는 준이 걱정하는 부분을 눈치채고는 입을 열었다.
“호위라면 걱정마세요. 이래봬도 3레벨이거든요.”
“알고 있어. 그리고 그 레벨로는 바깥에 있는 녀석들 중에 단 한명도 못 이기겠지.”
단순히 레벨이 아니라 전투에 대한 경험의 문제였다. 몸에 익힌 전투기술도 없는데다가, 제대로 싸워본적도 없는 사람이 단순히 레벨이 높다고 강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흠. 그런가요. 이런 것도 가지고 왔는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품에서 글록권총을 꺼냈다. 어쩐지 가슴부분이 유난히 불룩하다고 했더니 총을 넣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도 위험해. 네가 보기에는 저 녀석들이 다 멍청해 보이겠지만, 다들 한가락씩 하는 녀석들이라고. 게다가 범죄자 출신이고.”
“어차피 준 옆에 있을거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제가 혼자 돌아 다닐일도 딱히 없고. 적어도 나하라 안에선 무슨일이 일어나더라도 준이 금방 구해주러 올 수 있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준은 잠시 한숨을 쉬었다. 이 여자는 이미 이곳에서 눌러앉을 속셈을 한 모양이었다.
‘하긴 일단 10레벨도 찍었으니, 당분간은 좀 여유를 부려도 나쁘진 않을 것 같긴 한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하지만 그녀가 주는 정보가 필요한 준의 입장에서는 그 정도 시간을 할애 해 그녀의 연구를 돕는 것도 그리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었다. 그녀의 호위는 검둥이에게 맡기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좋아. 일단 그럼 숙소부터 구해야겠군.”
“그렇지 않아도 준의 옆방을 구해뒀어요.”
“빠르군.”
마스터와 이야기를 하는 것 같더니 그새 방을 구한 모양이다.
그녀와 간단히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한 준은 일단 그녀를 자신의 방으로 돌려보냈다. 그녀가 나오자 바깥에서 다시 환호성이 일었다. 루나는 그들을 향해 손을 한번 흔들어주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준은 간단히 씻고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는 정보창을 열어 레벨을 확인했다.
사용자 ; 준 알스버그
레벨 ; 10
클래스 ; 기술자, 상인
칭호 ; 델타의 소유자(모든 능력치 +10)
능력치
Ex필드 1/1 체력 5981/5981 마나 1000/1000 경험치 4351 잔여 스탯 15
힘 16(+12) 민첩성 23(+11) 지능 21(+11) 정신력 24(+11)
체력이 거의 6000에 달하고 있었고, 마나는 단번에 200이나 올랐다. 확실히 10레벨이 되면서 이전보다 체력과 마나의 상승폭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만큼 들어가는 경험치도 많겠지만, 델타폰이 팔리는 속도를 생각하면 생각보다 레벨업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10레벨이 되면서 가장 달라진 것은 바로 Ex필드가 생겼다는 점이다. 엑조틱 에너지 필드의 줄임말로 보이는 Ex필드는 말그대로 외도의 실드와 동일한 것이었다. 준이 총기앞에서도 두려워 하지 않았던 이유, 수천발의 탄환을 맞고서도 멀쩡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수치는 단 1에 불과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Ex필드는 말그대로 항력과 동일하게 작용했기 때문에 어떤 무기로도 뚫을 수 없었다. 재래식 화기는 물론, 광학병기까지 튕겨내버리니 총기를 든 적이라면 사단급의 병력이 와도 준을 죽일 수 없었다.
‘10렙이 되면 뭔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확실히 엄청난 변화로군.’
Ex필드와 함께 상인 직업이 생기고, 방문판매 스킬까지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준은 기대했던 이상의 변화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군인들에게 겁먹고 꼬리를 내릴 필요는 사라진 것이다.
‘참.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야지.’
현재 방문판매 목록에 올려놓은 것은 니들리스 시리즈와 불스원샷 뿐. 아직 경험치가 10 이상 들어가는 물건은 적용시킬 수 없었기에 그와 비슷한 수준의 물건을 하나 더 만들어야 했다.
준이 선택한 것은 에어 타카였다.
콘크리트 못을 발사체로 하는 일종의 전동 건으로 사이즈와 화력을 높여서 대 외도용 무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었다.
가장 문제는 역시 전력이었다. 화력자체는 사이즈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높일 수 있었지만 델타폰에 비해 많이 들어가는 전력은 태양전지판으로 커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어차피 군인들이나 사용하라고 만드는 거니까 굳이 태양전지판을 달 필요가 있을까?“
군인들은 충분히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었다. 때문에 준은 그냥 충전식 배터리만 넣어 사이즈를 거의 소총크기로 키웠다. 그러다보니 무게는 거의 10kg에 달했지만 일반인도 특이외도에게 충분히 데미지를 입힐 수 있을 정도의 화력을 뽑아낼 수 있었다.
솔직히 마음 같아선 더 화력을 올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버리면 들어가는 경험치가 10이 넘었기 때문에 방문판매 스킬을 적용할 수가 없었다.
‘가격은 좀 더 비싸게 잡아도 되겠지.’
니들리스 시리즈에 비해 화력도, 범용성도 좋은 무기다 보니 같은 가격을 받으면 안될 것 같았다. 준은 하는 수없이 150크리스탈에 스토어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바깥이라면 대략 1500만원 쯤 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지만, 알카트뢰즈식으로 계산하면 150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파는 셈이다.
그러게 해서 시험작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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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두편임니다ㅠㅠ
빨리 페이스를 찾아야 할텐데...
ee필드는 아무리 봐도 개그처럼 보여서 ex필드로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