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05화 (10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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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미스틸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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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도어 대령과의 합의도 거의 반협박이나 마찬가지인 행동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을 그런 식으로 처리할 수는 없었다. 결국 일이라는 건 기계와 같아서 적당한 기름칠이 되어야 순조롭게 돌아가는 법이다. 그리고 그런 일에는 밥이 적격이었다.

“일단 지금 그거 포함해서 열 개씩 만들어놨어.”

“다 줘봐. 아카샤넷에 홍보도 좀 해주는 거 잊지 말고.”

“알았어. 오늘부터 나하라의 상점에서 판다고 해놓을게.”

“팔리는 거 보고 몇 개나 더 필요할지 이야기 하지.”

“알았어. 참. 이거 하나는 빼.”

준은 태양광발전기를 하나 집어들고는 인벤토리에 도로 집어넣었다.

“왜? 줄 사람이라도 있어?”

“홍보할 사람이 필요하니까. 일단 사용기가 퍼져야지 사람들이 찾아볼거 아냐.”

“그건 그렇군. 막스에게 줄 생각이지?”

준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준은 델타폰을 통해 막스에게 문자를 넣었다. 그러자 잠시 후 막스로부터 답장이 왔다.

-에구. 이제 일어났다.

-씻고 펍으로 와. 줄거 있음.

-간다.

루나와 검둥이, 시미는 마스터와 함께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꽤나 과묵한 편이라고 생각했던 마스터였지만, 만드라고라 때 이후로 말이 많아지는 듯 하더니 루나가 오니 수다쟁이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생각해 보면 딱히 과묵하다기 보다는 대화를 할 상대가 별로 없었던 것뿐인 모양이었다. 주변의 남자들은 어떻게든 그녀에게 한마디 걸어보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검둥이가 으르렁대며 접근을 불허하자 다들 침만 꼴깍 삼키며 구경만 할 뿐이었다.

“불편하지 않아?”

준이 그런 루나의 곁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별로요. 이런 시선 익숙하니까요.”

“하긴. 연구소에도 대부분 남자라고 했지?”

“군인들도 많아서 여자라고 하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이들도 있어요. 대위님이 많이 막아주셨지만.”

“그 양반도 별로 안전하진 않을텐데.”

“생각보다 좋은 분이에요. 준이 그분과 사이가 좋지 않은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저에게는 잘해주시는 걸요.”

“그 녀석이 그렇게까지 악당은 아니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네게 잘해주는 이유가 단순히 좋은 녀석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마.”

“무슨 의미죠?”

“남자가 여자에게 잘해줄때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뜻이지.”

준의 말에 루나가 말도 안된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에이. 무슨 말씀이세요. 저랑 나이차이가 열 살이나 나는데요. 완전 아저씨에요.”

“그러냐... 괜히 그 양반이 불쌍해지는 군.”

준은 어쩐지 마음이 아파왔다. 그녀가 이곳에 온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전혀 가능성없는 승부를 걸어보려고 하고 있는 듯 했다.

하긴, 일단 나이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는 점에서 아웃이지만.

‘그런 장벽을 넘는 사랑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애석하게도 당신은 아닌 것 같군.’

준은 마음속 깊이 볼칸을 애도했다. 같은 남자라 그런지 그런 부분에선 나름대로 공감이 갔다.

“그런데 슬슬 불편하니까 말 놓지 않을래? 나이도 그쪽이 훨씬 많을텐데.”

사실 이제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늦은 감은 있었지만, 실제로 준이 그녀를 만나는 것은 이번이 겨우 두 번째였다. 그동안은 델타를 통해서만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에 딱히 위화감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정작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존대를 하니 다소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 그런가요. 전 이게 편해서 그런데. 워낙 말주변이 없어서 말을 놓거나 하면 꼭 실수를 하거든요.”

“그런가. 본인이 좋다면 상관없지만...”

어차피 나이많은 사람에게 반말하는 것은 하루이틀일도 아니었다. 당장 마스터만 해도 준보다 두배는 더 살았을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범죄자들 사이에서 무시당하기 싫어서 반말을 하고 다녔지만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져서 누구에게 말을 높인다는 것을 생각하는게 더 어려웠다.

“그러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참. 혹시 오늘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나하라 근처를 좀 돌아다녀보고 싶은데 검둥이를 좀 데려가도 괜찮을까요?”

“뭐, 그녀석이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하면 연락해.”

“네? 검둥이가요?”

“그런게 있어. 하여튼 내 말 농담으로 듣지말고. 만약 이 녀석이 커지거나 하면 그땐 바로 연락하고.”

“커, 커진다고요?”

준의 말에 루나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준은 갑자기 그녀의 반응이 이상해서 왜 그런가 하며 그녀를 들여다 보았다.

“뭐야. 왜 그러는 거야?”

“그, 그러니까... 얘도 남자인건가요? 그 커진다던가 하는건...”

“...뭔가 오해하고 있는 거 같은데 커진다는 건 이 녀석 덩치가 커진다는 거야. 일단 그렇게 되면 너 혼자서는 반항하거나 할 수 없으니까 바로 연락하라는... 쩝. 어쨌든 야동은 적당히 보는게 좋을 것 같다. 아무리 좋아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까지 되면 안되지.”

“그, 그런거 아닙니다!”

탕!

루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팔다리가 동시에 움직이는 이상한 걸음으로 펍을 빠져나갔다. 그 뒤를 검둥이가 쫄래쫄래 따라나갔다.

‘멀쩡한 여자를 타락시킨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하군...’

실제로 그녀에게 강제로 야동을 다운받게 만든 것은 자신이었다. 딱히 보라고 말한 적은 없지만, 사람이라는게 호기심의 생물인지라 일단 손에 들어온 영상물은 한 번쯤은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녀가 본 야동의 숫자만 해도 벌써 세 자리수를 넘어설 지경이었다.

벌컥!

그녀가 나간지 얼마되지 않아 막스가 허겁지겁 펍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평소와는 달리 옷도 그럴듯하게 차려입고 머리도 포마드를 말라 깔끔하게 정리한 상태였다. 그는 주변을 살펴보고는 준을 향해 곧바로 다가왔다.

“뭐야. 없잖아.”

“뭐가.”

“지금 펍에 그 여자가 있다고 해서 서둘러 왔는데.”

“어쩐지 급해 보이더라. 웬일로 그리 서두르나 했더니 그거 때문이었나.”

“내가 사내놈을 보려고 그렇게 급하게 나올 리가 없잖아. 나름대로 최대한 멋잇게 하고 왔는데 김새는 군.”

“아무리 그래봐야 그 얼굴을 보면 도망칠 거라고 생각하지만.”

“하하. 아직 어려서 뭘 모르는 모양인데. 남자는 외모보다는 이거지.”

막스는 그렇게 말하며 팔꿈치를 세워 주먹을 들어보였다.

“왜 이렇게 음란마귀들이 씌여가지고는...”

“누구 말하는 거야?”

“자기는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지마. 어쨌든 쓸데없는 이야기는 됐고, 줄게 있어.”

“그래? 뭔데?”

막스는 벌써부터 약간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아무래도 어제 게시판을 읽은 모양이군.’

이미 준이 뭘 줄 것인지 어느정도는 예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준은 그 기대를 사정없이 무너뜨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그래봐야 자신만 귀찮을 뿐이라 곧 바로 인벤토리에서 태양광발전기를 꺼내들었다. 두께는 약 20센티. 너비가 약 1미터 정도로 꽤나 큰 편이었고, 상부의 태양광 패널은 접이식으로 되어있어 펼치면 거의 2미터 까지 크게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마당이 있는 집이나, 옥상에서 펼쳐둔 채 사용해야 했다.

그리고 막스는 옥상이 있는 자기소유의 작은 집이 있었다.

“10크리스탈 짜리인데, 절반만 받지.”

“매번 생각하는 건데, 내가 그 물건들을 전부 살만큼 돈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항상 이야기 하는 건데, 싫으면 안사도 돼.”

“누가 안산대? 이거 말고 그건 없어?”

‘그거’는 다름아닌 니들건을 말함이었다.

“있는데 그건 10크리스탈.”

“솔직히 우리사이에 좀 깎아줘도 되지 않아?”

“내가 입 밖에 낸 가격을 철회한 적 있어?”

“없지.”

막스는 툴툴 거리며 주머니에서 15크리스탈을 넘겨주었다. 슬쩍 주머니 안을 보니 20크리스탈 정도를 준비해온 모양이었다. 어차피 준에게는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는 돈이었기에 딱히 전부 긁어낼 필요는 없었다.

돈을 받는 것도 어디까지나 이 물건이 비싸고 좋은 물건이라는 걸 각인시켜주기 위함이었다. 게다가 자꾸 공짜로 주면 자신을 우습게 볼 수도 있었다. 그러니 이쪽도 적당히 이윤을 보면서 물건을 넘겨야 막스도 자신을 어렵게 생각하고 지금의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거 쓸만하겠지?”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아직 시험은 안해봤어.”

“그런 걸 10크리스탈이나 주고 판 거냐?”

“그러니까 10크리스탈을 주고 파는거지. 정가 못봤어? 그거 33퍼센트나 할인된 금액이잖아.”

“끙. 그러니까 나보고 이걸 실전에서 사용해보고 사용기를 올리라는 거구만?”

“역시 이해가 빨라서 좋아. 비록 실전에서 사용해 본적은 없지만, 돈값은 확실히 할테니까 걱정말로 마음껏 사용하라고. 그건 이미 충전되어있는 거니까 오늘 바로 사용해도 돼. 참고로 탄환이 떨어지면 델타폰에서 바로 제작할 수 있으니까 참고하고.”

“무겁게 탄환을 주렁주렁 매달고 다닐 필요는 없겠군.”

“그게 바로 셀링 포인트지.”

준의 말에 막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니들건은 무거운 편이다. 바깥이라면 크루가 따로 있어 그런 부분을 보조해주겠지만 이곳은 알카트뢰즈였고 모든 것을 헌터가 해결해야했다. 때문에 레이드를 나갈 때는 어느정도 짐의 무게를 제한해야했다.

그런 상황에서 10킬로그램이 넘는 니들건의 무게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탄창을 여러개 가지고 다니면 그만큼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탄창은 그때그때 제작해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었다.

“흠. 헌데 이거... 꼭 탄환으로만 써야하나?”

“응? 무슨 소리야?”

막스는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거 그냥 못이잖아. 알카트뢰즈에서 못 같은 사소한 공구들을 사용할데가 얼마나 많은데.”

“아...”

준은 그 순간 머리를 스치는 깨달음에 감탄사를 흘렸다.

‘어째서 계속 공구들을 무기로 사용하려고만 했을까...?’

처음 만들었던 니들리스 스패너를 무기로 사용했기에 준은 그동안 아무생각없이 모든 공구들을 개조했다. 그래서 더 강하고 새로운 무기를 만들 생각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작’ 기술은 기술자가 좀 더 손쉽게 도구를 제작하는 것을 돕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준이 아니더라도 평범하게 손기술을 지닌 이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공구만 팔아도 돈이 될 거 같은데?’

물론 무기를 파는 게 훨씬 더 돈이 된다. 니들리스는 엄청나게 돈을 받아먹고 있기도 했고, 실제 떨어지는 마진도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비싼만큼 모든 사람들이 살 수는 없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휴대용 공구세트 같은 생활형 물건들은 제대로 된 상품이 없고, 있는 물건들은 더럽게 비싼 알카트뢰즈에서 필수적인 것들이었다.

‘실제로 수익이 많이 나지 않아도 상관없어. 일단 이런 물건들을 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델타폰의 효용성은 높아지는 거니까.’

실제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많지 않다는 것은 델타폰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사용자가 점점 많아지고 요구도 다양해지는 시점에서, 아직도 스토어는 음악과 영상, 그리고 니들리스 시리즈 정도로만 연명해 왔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왔지만 앞으로는 준도 막막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고맙다. 네가 이런식으로 도움이 될 때도 있구나.”

“뭔가 내 덕에 깨달음을 얻은 건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겠지?”

“씁. 나중에 챙겨줄게.”

참 말 한마디를 해도 예쁘게 안하는 녀석이었다. 물론 준은 막스도 자신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 작품 후기 ============================

좋은 하루 되세요^^ 우리 존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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