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32화 (13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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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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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체는 어디까지나 워프엔진의 효율을 극대화 하고, 초광속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신물질이었지 절대적인 에너지량 자체가 크지는 않다. 그것을 이용해 발전기를 돌리려는 시도가 계속 실패하는 것도 그에 적합한 물질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사실 TNT 1000톤이라는 것도 어디까지나 준의 추측에 불과할 뿐이다. 실제로 엑조틱 에너지라는 건 일반적으로 말하는 에너지와는 다소 다른 개념이니까.

하지만 어쨌거나 결정체가 반입자와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현상은 빛의 속도라는 것에 얽매여 있는 현대과학의 수준을 몇단계는 끌어올린 것은 분명했다. 설령 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채 귀납적인 방법론을 통해 실용화 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이 ‘신비’의 영역에 이를 정도로 파괴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에 결정체 과학은 현대사회에서 첨단을 달리고 있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었다.

‘헌데 그걸 폭탄으로 사용한다는 말이지?’

적어도 인간의 머리에서 나올법한 발상은 아니었다. 붉은색 결정체 하나는 최소100만원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것도 생산단계에서 헌터들에게 주어지는 ‘원가’의 개념이었고 그것이 가공단계로 넘어가게 되면 그 실제적인 가치는 열 배가 넘어간다.

그 정도로 비싼 물건을 단순히 플라즈마 폭탄 하나 정도의 화력을 내기위해 소모한다는 것은 엄청난 낭비였다.

때문에 준은 그것이 외도의 소행, 그중에서도 고등사고가 가능한 ‘인간형 외도’의 짓이라고 결론지었다.

‘또 어딘가에서 던전핵을 집어삼킨 놈이 저지른 짓인 것 같군.’

준은 몸이 근질거렸다. 일반적인 쉬움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치와 비교했을 때, 던전핵을 먹은 녀석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경험치는 몇 배 이상이었다. 결정체 폭탄을 사용하는 외도가 어디에 있는지만 알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녀석을 찾아가고 싶을 정도였다.

-검둥아. 혹시 군인들을 습격한 밴디트들을 추적할 수 있을까?

-형님이 그럴까봐 이미 현장을 확인해봤습니다. 헌데 어려울 거 같아요. 습격을 당하자 마자였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미 냄새고 뭐고 다 사라져 있더라구요.

-어쩔 수 없지.

당시에는 볼칸과 군인들을 구조하느라 경황이 없다보니 습격자들을 찾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게다가 검둥이의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이었으니 그 상황에서 녀석을 다른 곳을 내돌릴 수도 없었다.

미나미 코시로는 일본 육자대 소좌 출신의 수형자였다. 본래 연방소속이었으나 방산비리에 연루되어 무연연합으로 도망쳤고, 그곳에서 사기행각을 벌이다가 결국 알카트뢰즈까지 오게 되었다. 군인 출신답게 알카트뢰즈에서의 적응력은 누구보다 빨랐고, 순조롭게 생활하며 결정체도 다수 모을 수 있었다. 그는 얼마 전 구입한 니들 건을 손에 쥐고 레이드 팀을 이끌고 있었다.

“미나미 소좌님. 이거 정말 제값 할까요?”

팀원들은 그를 소좌님이라고 불렀다. 군인시절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그가 직접 요구한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거짓말을 할리는 없겠지.”

“하지만 가격이 가격인지라...”

현재 미나미 팀의 레이드 팀원은 모두 여섯 명. 그리고 그중 다섯이 니들건을 쥐고 있었다. 자그마치 750EP. 최소한 60크리스탈은 넘는 양의 액수였다. 그 정도면 1년간은 먹을 것 걱정없이 보낼 수 있었다. 그만큼 큰 투자를 한 것이다.

“걱정마라. 날 믿어서 손해본적이 있던가?”

“하지만 시험도 해보지 않고 너무 서두른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레이드를 시작해야지. 벌써 니들건을 이용해서 사냥하는 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모르지 않겠지? 뒤늦게 시작하면 그만큼 손해라는 걸 왜 모르나.”

미나미 역시 내심 무리한 투자를 한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이 들었다. 사실 니들건 다섯 개는 충동적인 구매였다. 그러니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물건이 제대로 작동해야했다.

가장 먼저 만난 것은 골렘이었다.

푸슈슈슈!

다섯명의 손에 들린 니들건에서 10센티미터 크기의 대못들이 사정없이 발사되었다. 순식간에 골렘의 온몸에는 대못들이 틀어박혔고, 몇 개의 탄창이 비워지자 골렘의 모습이 고슴도치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만약 일반적인 화기였다면 절대로 녀석의 실드를 뚫을 수 없었겠지만, 니들건의 대못들은 녀석의 실드를 뚫고 그 신체에 직접 타격을 가하고 있었다.

쿵!

“큭!”

그리고 그 와중에 어그로가 튀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골렘의 앞을 막아서는 탱커는 죽을 맛이었다. 이미 니들건을 쏜 시점부터 어그로는 사방으로 터지고 있었다. 기존의 어그로를 끄는 방식으로는 도저히 골렘의 시선을 끌 수 없음을 깨달은 탱커는 그저 녀석이 움직이려는 방향의 앞을 막으며 자신을 공격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캉! 콰지직!

그리고 탱커의 니들리스 해머가, 골렘의 실드를 뚫고 파괴효과를 터뜨렸다. 동시에 녀석의 실드가 사라진 것을 깨달은 그가 큰 소리로 외쳤다.

“실드가 깨졌다!”

“벌써?”

“엄청 빠르잖아!”

일찍부터 델타폰을 사용했던 미나미 소좌의 팀은 일찍부터 니들리스 시리즈를 사용했고 그에 대한 경험도 상당히 누적되어 있었다. 사실 이번 니들건 구매도 니들리스를 통해 벌어들인 결정체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보통 10분에서 15분 정도는 걸려야 실드를 모두 제거할 수 있었다. 제작자인 준에 비해 마나를 싣는 것이 어렵기도 했고, 등급도 낮다보니 데미지를 충분히 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5개의 니들건에서 대못들을 쏘아대니, 전투를 시작하자마자 5분도 안되어 골렘의 실드를 전부 제거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녀석의 핵을 찾아 분리하는 것 뿐이었다.

콰직! 쩍!

게다가 니들건에서 쏘아진 못들은 거대한 골렘의 관절관절마다 파고들어 녀석의 움직임을 둔화시켰다. 그러다 보니 더 결정체를 찾는 것이 이전에 비해 훨씬 쉽게 이루어 질 수 있었다.

콰앙! 쾅!

근접딜러 둘이 여기저기서 니들리스 해머를 휘두르며 녀석의 핵이 있는 위치를 찾았고, 이윽고 핵을 발견하자마자, 미나미소좌가 결정체를 분리해 내었다.

“전투 시간은?”

“총 6분 51초입니다. 결정체를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이정도면 기존 사냥시간의 절반이 채 되지 않습니다.”

“엄청나군. 골렘이 아니라 다른 녀석일 경우에는 더 짧아질 수도 있겠는데?”

골렘은 비교적 니들건에 강할수밖에 없는 상대였다. 그런 녀석조차도 6분컷을 달성할 수 있었으니, 생명체형 외도의 경우에는 5분 안쪽으로 사냥을 끝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나미 소좌는 팀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 사실은 우리만 알고 있도록.”

“어째서 입니까?”

미나미 소좌는 되물어 오는 팀원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래서 머리가 나쁜 놈들은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사냥을 하게 되면 근처의 외도는 씨가 말라버릴 것이 틀림없지 않느냐! 우리가 이득을 최대한으로 보려면 다른 팀들이 아예 모르거나, 알게되더라도 그 시점을 최대한 늦추어야 하는 일이다!”

미나미 소좌의 말에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이미 손에 들고 있는 니들건의 위력을 확인했기 때문에 그의 말이 사실임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오오. 대박인데?”

하지만 그 장면을 촬영하고 있는 다른 헌터가 있음을 미나미 팀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마침 근처에 있던 한 헌터가 니들건으로 사냥을 하는 장면을 보고는 델타폰으로 촬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장면은 곧바로 델타포럼에 업로드 되었고,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며칠동안 요양을 하고 어느정도 체력을 회복한 군인들은 부대에서 나온 수송기에 타고 본부로 돌아갔다. 볼칸은 루나도 함께 돌아가길 원하는 눈치였지만, 그녀는 아직 자료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며 거부했다. 그날 이후로 확실히 루나는 볼칸에게 선을 긋는 눈치였다. 그래도 여전히 볼칸은 그녀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열 번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는 없다며, 좌절감을 도전정신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볼칸이었지만 루나의 시선이 준에게만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라 그 미래가 그리 밝아보이지는 않았다.

그 사이 가게 정리를 마친 밥과, 마스터가 레이크시티에 도달했다. 막스 일행도 집을 정리하는대로 오겠다고 했으니 곧 이곳도 시끄러워질 것 같았다.

“확실히 좋은 곳이군. 어떻게 찾은 건가?”

마스터가 펍의 입구에 있는 계단에 앉은 채 입을 열었다. 새로 지은 집들 모두가 호숫가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문만 열고 나서면 은빛으로 찰랑거리는 호수를 볼 수 있었다.

“운이지. 만드라고라를 찾기 위해서 오아시스를 뒤지다가 찾은 곳 이니까.”

“만드라고라가 비교적 환경이 좋은 곳에서 자라는 편이니 마냥 운이 좋다고 할 수는 없겠지.”

“하긴. 원래 이곳에는 요정도 있었다고 하니까.”

“요정이라... 이런 호수라면 있을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드는군.”

마스터가 기분좋은 미소를 지으며 반짝이는 호수를 바라보았다. 물 위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 두 사람의 머리칼을 흔들었다. 상쾌한 냄새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준!”

그때 펍의 바로 옆에 지어진 상점건물에서 밥이 나왔다. 그는 손에 델타폰을 들고 무언가를 빠르게 적고 있었다.

“왜? 또 무슨 일이야?”

밥이 저렇게 호들갑을 떨 때는 무언가 큰 건이 잡혔을 때 뿐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대량주문이야. 태양광 발전기 200대가 필요하대.”

“뭐? 대체 그렇게 많은 걸 누가 주문하는 거야?”

태양광 발전기는 델타를 통해서 서비스 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제작경험치가 10이 넘어가면 통신판매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스토크야. 아무래도 인구가 많은 곳이다 보니 그런 것 같아.”

“그래도 200개면 너무 많지 않을까? 발전기를 싸게 팔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쉽게 살만한 물건은 아닌데.”

“니들 건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니까 그런 모양이야. 광고영상의 효과가 슬슬 나타나는 모양이지.”

“다들 결정체가 없어서 굶는 건 아닐까 모르겠네.”

“니들건이 많이 팔리면 결정체 생산량도 폭증할 걸? 그렇게 되면 적어도 알카트뢰즈에서 굶어죽는 녀석은 나오지 않을거야. 어지간한 레이드 팀이면 하루에도 십수마리씩 잡을 수 있을테니까.”

“어쨌든 알았어.”

준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발전기는 니들건과 달리 직접 제작을 해야했다. 한 시간에 약 50개 정도가 생산가능하니 200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네시간 정도는 꼼짝도 하지 않고 제작에만 몰두해야 했다.

띠링-

“어? 잠깐만.”

밥이 잠시 준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더니 델타폰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미안하다는 얼굴로 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나하라에서도 주문들어왔어. 100개.”

“뭐? 나하라에는 재고 많이 쌓아 놨잖아. 게다가 그렇게 많이 팔릴 곳도 아닌거 같은데?”

“다른 도시에서 원정와서 사가는 경우가 좀 많잖아.”

띠링-

“아. 그리고 카랑카에서 100개.”

띠링-

“소코트라에서 40개.”

“...누굴 죽일 셈이야? 하루종일 발전기만 만들라는 건 아니겠지?”

밥이 연달아 입을 열자 준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 작품 후기 ============================

하하... 많이많이많이 늦긴했지만 그래도 오늘 올리긴 합니다...(퍽)

다음편은 1시간 정도 뒤에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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