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40화 (14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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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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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의 경우 요리를 직접 손으로 하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에 기술 숙련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밥의 경우는 행상 스킬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터라 조금있으면 중급으로 오를 정도로 숙련도를 쌓은 상태였다.

그 외에 두 사람 모두 보조기술로 델타폰에 연동할 수 있는 기술들이 생겨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약간은 의외였는데, 델타폰과 연동가능한 기술은 준 자신만이 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걸 통해서 나말고 다른 사람이 경험치를 벌수도 있다는 거군.”

준은 델타폰을 꺼내들고 신기한 듯이 보았다.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만든 물건인데 이렇게 까지 확장성이 뛰어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준은 마스터와 밥의 보조기술에 둘 다 승인 결정을 내렸다. 그 두 사람은 따로 사냥을 나가지 않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라도 경험치를 벌 필요가 있었다. 물론 밥의 경우에는 상점을 통해 이미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준 다음으로는 아마 가장 재산이 많은 사람이 밥일 것이다.

“델타폰을 이용해서 경험치를 벌 수 있으니 앞으로는 거기서 얻은 걸로 레벨업을 하면 되겠군 어차피 EP는 현금화가 안되니까.”“아쉽군. 이걸 이용하면 더 많은 결정체를 벌어들일 수 있을텐데.”

“레벨업 용도 정도로 생각해.”

“적극적으로 쓰긴 힘들겠는데.”

밥은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만약 그런 페널티가 없었다면 델타폰을 이용해 전 세계의 물류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전송거리와 무게가 늘어날 수록 들어가는 경험치는 많아진다. 하지만 애초에 물질전송 자체가 인벤토리의 개념과 유사하게 정보를 저장했다가 그 정보만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주선을 타고 원거리로 전송하는 것 보다는 싸게 먹힐수밖에 없었다.

“이건... 이런게 가능한 건가?”

마스터는 가만히 배달요리에 대한 설명을 읽다가 신음성과 함께 입을 열었다. 델타폰을 이용해 EP를 지불하면 그 자리에서 요리를 델타폰이 만들어 낸다는 것이 기이하게 느껴진 것이다.

하지만 준 입장에서는 그리 이상할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원거리제작스킬과 별차이가 없는 매커니즘으로 작동되기 때문이었다. 다른 점은 재료가 필요한 제작과 달리 배달요리는 그저 EP만 지불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즉, 그 자리에서 대기 중의 물질을 합성해 요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물론 그만큼 거기에 들어가는 EP는 꽤나 비쌌다. 가장 저렴한 것이 최소 1EP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가능한한 근처 식당에서 밥을 해결하는 편이 싸게 먹힌다. 하지만 도저히 음식을 구할 방법이 없는 외딴 곳이라면 이 배달요리 시스템이 비싼값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걸로 마스터의 요리를 어디서든지 맛볼 수 있게 되는 거군. 나로선 대 환영.”

준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이라도 먼곳으로 가게 되면 결국 준비해간 음식을 먹거나, 준의 요리스킬로 식사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준의 요리기술은 아직 초급에 불과했고 마스터가 제대로 솜씨를 발휘한 것에 비하면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배달요리’ 스킬은 마스터가 직접 제작한 요리를 스토어에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그 맛과 향이 그대로 복제된다고 보면 되었다. 마스터가 직접 만든 요리를 터치 몇 번으로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역시 과학은 최고야.”

“이미 이건 과학의 범주를 벗어난 듯 싶다만.”

마스터가 고개를 저으며 질린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준의 힘이 특이하다는 것은 어느정도 알고 있었고, 펠로우쉽 계약을 맺으면서 그 생각은 더더욱 심해졌다. 하지만 5레벨을 찍고나니 델타의 잠재력이 어디까지인지 당최 가늠이 되지 않았다. 결정체를 이용해 레벨을 올리고, 레벨을 올리면 올리는 대로 거의 무한대로 강해질 수 있었다.

게다가 이 기술시스템은 마스터가 보기에 그야말로 현대의 모든 기술체계를 뒤집어 놓을 수 있는 놀라운 것이었다.

“자네 대체 외계인이라도 되는 건가?”

“그럴리가. 태생부터 연합출신인데.”

준은 내심 뜨끔하며 입을 열었다. 현재 시점에서 델타가 외계의 것임을 준은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현대의 인간이 만들 수 없는 물건인 것만은 확실한 상황이었다.

‘어쩌다 이런 고도의 과학력을 지닌 외계인의 함선이 그런 곳에 추락해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장거리 워프를 하던 중에 우주선에 손상을 입은 모양이었다. 사실상 그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 정도의 과학력을 지닌 이들이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아 불시착 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5레벨이 되었으니 각자 펠로우쉽은 알아서 맺도록 해. 자신의 펠로우쉽을 맺는데는 굳이 내가 관여할 이유가 없으니까.”

“헌데 정말 괜찮아? 이런 건 가능한한 비밀로 해두는 편이 낫지 않을까? 솔직히 말하면 이걸 이용하면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면서 돈을 벌 수 있을텐데.”

밥의 걱정은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델타폰을 만들 수 있는 것도, 그것을 통해서 물건을 팔 수 있는 것도 어디까지나 델타와 펠로우쉽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까지 공유하게 되면 그런 이득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어차피 델타폰을 이용하는 사업은 내가 승인하지 않으면 불가능해. 그리고 다른 물건을 만든다고 해도 델타의 보조없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델타OS가 없이는 이런 방대한 작업을 수행할 수 없다. 그것을 아직 알지 못하는 밥으로서는 걱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준이 보기엔 기우일 뿐이었다.

“펠로우쉽이 많아지게 되면 우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외려 사업에 더 도움이 될거야. 그러니까 걱정말로 팍팍 늘리라고. 가능하면 헌터들 위주로 펠로우쉽을 맺어줬으면 좋겠어. 그래야 펠로우쉽이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질테니까.”

“알았어. 아는 녀석들 중에 쓸만한 놈들이 있는지 좀 알아봐야겠군.”

“난 사실 별로 인맥이 넓지 못하다만.”

마스터가 헛헛한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사실상 마스터의 인맥은 나하라의 펍에 있는 아르바이트 생과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인물들이 전부였다. 알카트뢰즈의 바깥으로 가면 유명인사를 포함 나름 연이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연락을 끊은지 오래된 이들이었다.

“너무 부담 가질 필요는 없어. 나도 아직 펠로우쉽에 여유는 많으니까.”

현재 준의 레벨은 14레벨에 도달한 상태였다. 그 사이 펠로우쉽에 가입시킬 수 있는 숫자도 늘어 어느새 25명을 찍고 있었다.

호랑이 길드 4명, 골렘 4마리, 시미, 검둥이, 루나, 마스터, 밥, 막스까지 종 14명이니 11명이나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나 가입 시킬 생각은 아니었다. 1차 펠로우쉽은 준이 직접 관리를 하는 만큼 적당한 사람을 골라 뽑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골렘형제들이나 시미 같은 외도를 펠로우쉽에 추가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었다. 준의 전력의 핵심은 사실상 그들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인간을 동료로 삼는 것 보다 컨트롤 하기도 쉬운 편이었다. 외도의 경우 거의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준의 명령에 복종하기 때문이었다.

비록 인간이었지만 외도화 된 검둥이의 경우를 보면 더욱 그러했다. 현재상태가 외도로 고정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검둥이는 분명히 인간이었고, 그 지능도 낮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거의 맹목적으로 준을 따르고 있었다.

‘호감도 시스템이 골렘에게 까지 적용되는 걸 보면 단순 호르몬 조작을 이용한 것은 아닐거고. 엑조틱 에너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가?’

외도는 인간과 달리 엑조틱 에너지 자체를 베이스로 사용한다. 아마도 그것이 델타의 호감도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이었다.

“원래는 내가 주인공인 자리인데, 뭔가 억울한 느낌인데.”

막스가 툴툴대며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막스의 5레벨 축하모임이 전원의 5레벨 축하 모임이 되어버렸다.

“뭐 어떤가. 다들 축하 할 일이 생겼으니 좋은거지.”

탕.

마스터가 커다란 맥주잔을 양손에 가득 쥐고 내려놓았다.

“힘을 올리니 이런 건 좋군. 전혀 무겁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마스터는 가뿐하게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하나당 1킬로그램이 넘는 무거운 녀석이었지만 그다지 힘들어 보이지도 않는 모습이었다. 5레벨을 찍으면서 힘에도 꽤나 투자한 덕에 순수 스탯으로만 20을 찍고 있었다. 그정도면 프로 운동선수급의 레벨이다보니 중년을 넘어서 노년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마스터는 마치 다시 젊어진 듯한 기분마저 들고 있었다.

그건 밥도 마찬가지였다. 막스보다 2살이 많은 그는 이미 40대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한동안 준의 물건들을 분류하고 옮기느라 엄청난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펠로우쉽 계약을 맺은 이후로는 그런 통증이 싹 사라져 버렸다.

“저도 그럽니다. 이거 완전히 새로운 육체를 받은 느낌이에요.”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그래. 예전에는 전투 한번 하고 나면 회복이 늦어서 골골대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그런느낌이 하나도 없다니까.”

마스터의 말에 밥과 막스가 차례로 입을 열었다. 그들은 이미 한창때의 나이는 지난 상태였다. 나이를 먹게 되면 단순 근력과 민첩성 뿐만 아니라 회복력이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펠로우쉽을 맺은 이후 그들은 마치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 한 느낌이었다. 하루종일 노동을 하거나, 사냥을 한 이후에도 다음날이면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육체가 젊어졌다기 보다는 전체적인 육체의 기능이 향상되었다는게 맞겠지. 헌터들의 경우에는 일반인에 비해서 훨씬 더 강한 육체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개념 아닐까?”

준의 말에 막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 치고는 너무 몸이 가뿐해. 나도 헌터니까 그 정도 구분은 할 줄 안다고. 마치 이 느낌은 20대 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야.”

“흠. 델타가 기본적으로 신체개조프로그램인 만큼 그럴 수도 있으려나.”

일반인도 헌터로 만들어 버리는 힘을 지닌 델타이니 만큼 노회한 육체를 전성기로 돌리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아직 21살에 불과한 준으로서는 체감하기 힘들었지만 중년의 사내들에게는 다른 느낌인 모양이었다.

“솔직히 요즘엔 아침마다 그곳에 발딱발딱 선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 흔들어 주지 않으면 못견딜 지경이야. 마치 중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다니까.”

막스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밥이 격렬하게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스터도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미미하게 고개가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갑자기 공감대가 형성된 세 아저씨들로 인해 대화가 형이하학적인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루나도 없겠다, 남자들만 남은 레이크 시티에서 음담패설이 시작되니 저마다 자신의 경험담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준도 왠지 입이 근질거렸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말을 잘못했다가는 루나와의 일이 들통날 것 같아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끼익.

척. 척. 척.

한창 자신들만의 경험담으로 대화가 무르익어 갈 무렵 펍의 문이 열리며 대 여섯명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모두 사막색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었다. 그들이 펍안에서 정렬하자, 뒤늦게 중년의 군인 하나가 천천히 문을 밀고 들어왔다. 준은 그의 얼굴이 낯익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 멀리갈 것도 없었다. 어차피 준이 알고 있는 군인이래봐야 단 두명 뿐이었으니까.

“시어도어 대령?”

“즐거운 시간을 방해한 것 같아 미안하군. 헌데 술을 마시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 아닌가?”

“뭐, 오늘 하루는 휴일이라서 말이지. 그런데 무슨 일이지? 이런 곳에 오기에는 바쁘신 몸으로 알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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