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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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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막스와 마스터가 맡았다. 총 9명의 의식이 없는 환자들에게 펠로우쉽을 걸고 난 후, 그들은 중환자실에 남아 그들을 돌봐주기로 했다.
준은 아랍형제와, 배정현을 데리고 다른 환자들을 보기 위해 움직였다. 총 81명의 부상자 모두에게 펠로우쉽을 걸 필요는 없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중상에 가까웠지만 당장 급한 이들이 아닌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후유증까지 고려해서 급한 사람들을 추려보니 약 50명은 펠로우쉽이 필요한 이들이었다. 준은 그들 모두를 펠로우쉽 시스템 안으로 받아들였다.
“후... 이제 끝났군.”
“수고했네.”
바스라가 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은 임시병동의 바깥에 나와 잠시 쉬는 중이었다. 환자들의 신음소리로 가득찼던 병동안은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소리까지 흘러나오고 있었다.
바스라가 입을 열었다.
“그라트의 썩어가던 팔다리가 회복되더군. 대체 어떻게 한 것인지 물어봐도 되겠나?”
“딱히 설명해 줄 말은 없어. 굳이 말하자면 나노테크놀러지의 일종인데, 나도 잘 모르니까.”
펠로우쉽 상태로 들어가게 되면 일단 어떤 외상으로 인한 피해도 더 이상 심해지지 않는다. 체력시스템의 보정을 받기 때문인데,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사의 위험도 막아내고 독마저도 일정시간이 지나면 해독해 버린다.
게다가 고통도 상당히 경감해 주기 때문에 죽기 직전 상태의 환자라도 단숨에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 준다. 의료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펠로우쉽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내과적인 질환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었기에 그 효능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준의 생각으로는 어지간한 질병도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확신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헌데 이왕 치료 할거라면 모두 치료하지 않고 일부는 남겨둔거지?”
“아직 부상자가 더 나올 수도 있잖아. 앞으로 이런 방식은 스무 명 정도가 한계야. 그것 때문에 중하지 않은 상처를 입은 이들은 그냥 내버려 둔거지.”
준이 생각해도 이런 식의 치료는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만약 이런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조금만 아파도 준을 찾아와서 고쳐달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미리 이런 식으로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런가. 아쉽군. 어떤 상처를 입더라도 다시 살릴 수 있는 능력이라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텐데.”
“글쎄. 벌써부터 실망할 필요는 없어.”
“그건 무슨 뜻이지?”
“미리 말하면 재미없지.”
이곳 나하라에서만 50명에게 펠로우쉽 계약을 맺었다. 이후에 그들이 5레벨에 도달하게 되면 순식간에 5배수로 펠로우쉽의 숫자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지간한 이들은 펠로우쉽에 들어올 수 있게 될 것이고, 바스라 정도의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라면 그 한자리 정도 차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펠로우쉽 대상자들이 텃세를 부리며 계약을 무기로 횡포를 부리는 것이었다.
그에 대한 대비책을 아직 생각해 놓지는 않았지만, 계약해지를 무기로 강제로 펠로우쉽을 늘리도록 한다면 어느정도는 통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돈을 받거나 혹은 다른 무언가를 요구하는 이들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준이 그 모든 것까지 통제할 수는 없었다. 준이 할 수 있는 것은 델타포럼에서 여론을 수집하여 평판이 좋지 않은 이들을 잘라내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앞으로 골치 꽤나 아프겠군.’
하지만 세상의 인간들 모두가 성인군자이기를 바랄 수는 없었다. 특히나 알카트뢰즈
는 범죄자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얼마든지 펠로우쉽을 이용하여 범죄에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런가. 네가 허튼소리를 하지는 않을테니 기대해보지.”
“실망하지는 않을거야. 그나저나 아직 부상자 구조가 끝나지 않은 건가?”
준은 여기저기서 건물의 잔해를 들어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바스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건물에 숨어있다가 폭발에 휘말린 사람들이 제법되는 모양이다. 사망자 수도 계속 늘고 있는 추세야.”
“내가 좀 도울 수 있을까?”
“그러면 고맙지. 지금은 손 하나라도 아쉬운 판이니까.”
바스라와 준은 무너진 건물에서 잔해를 제거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다가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건물 대부분이 목조로 만들어져 있어 사람의 손으로도 충분히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어지간히 무거운 물건들도, 헌터들에게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별다른 장비 없이 일일이 손으로 하는 작업이다 보니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뭐 필요한 거라도 있나?”
준이 작업자 중 한명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그 역시 준의 얼굴을 알아보는지 반가운 듯 입을 열었다.
“오. 마침 잘 왔어. 혹시 도끼나 삽 같은 도구들 좀 구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맨손으로 이것들을 처리하는 게 힘들것 같아.”
“몇개나 필요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잠깐만 기다려.”
준은 인벤토리에서 강철바를 꺼내었다. 거의 500킬로그람 정도 되는 강철과 근처의 건물에서 나온 잔해들을 끌어모으니 그럭저럭 재료들은 충분해졌다.
-제작 좀 부탁해. 이것들을 도끼와 삽으로 반반씩 만들어줘.
-알겠습니다.
AI가 깨어난 이후 준은 제작을 시스템에 맡기고 있었다. 한 달 간 수백 수천의 제작품들을 만들면서 알아낸 방법으로, 준이 일일이 설계도를 만들어 지정하지 않더라도 지시한번으로 알아서 해주니 대단히 편리한 방법이었다.
제작 등급이 중급으로 오른 이후, 이런 간단한 도구들은 제작의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 있지 않아도 생산가능했기에 제작에 문제는 없었다.
대량생산 된 삽(C급)
제작시스템에 의해 급하게 만들어진 삽입니다. 오로지 사용성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등급이 낮아 특수효과는 받을 수 없습니다.
대량생산 된 도끼(C급)
급한대로 만든 도끼입니다. 기존의 다른 도끼와 큰 차이는 없으나 내구성과 날카로움이 뛰어난 편입니다. 등급이 낮아 특수효과는 없습니다.
“이... 이게...”
“이정도면 충분한 양이겠지?”
약 10분 후, 인근의 작업자들은 산더미처럼 높게 쌓아올려진 도끼와 삽등을 보며 입을 쩍 벌렸다.
준이 만들어낸 도구들은 약 500개. 재료도 충분했고 무기로 사용할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많은 경험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이건 거의 일인 공장이로군... 델타폰과 발전기를 대체 어디서 어떻게 생산하는가 했더니 전부 이런식이었던 건가...?”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바스라도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한 사람이 이런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있는 도구의 양이 아니었다.
준은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네말대로 이정도야 공장에서도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잖아. 그리 대단한 능력은 아니야.”
“끙. 이게 대단하지 않으면 세상에 대단한 일은 아무것도 없을 거다.”
준은 그 의견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았지만 굳이 말을 하지는 않았다.
‘진짜 대단한 건 원거리제작 시스템이지.’
그거야 말로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준은 생각난 김에 삽과 도끼등 간단한 도구들을 스토어에 올렸다. 역시나 가격은 비교적 비싼 편이었으나, 엑조틱 에너지가 투자된 물건 답게 내구도가 뛰어났고, 그 위력도 평범한 도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퍽! 쩍!
“우오! 이거 뭐야? 한번만 내리쳤는데 통나무가 절반으로 갈라졌어!”
푹푹! 푹!
“땅이 두부처럼 패이잖아? 이거 장난 아닌데?”
준이 만들어준 도구를 사용하자 작업자들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거의 두배는 넘는 속도로 반파된 건물들이 철거되었고, 여기저기서 부상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단 부상자들은 병동으로 옮겨둬. 위급한 이들은 알아서 그쪽에서 해결할거야.”
“그래. 그 일은 나에게 맡겨다오.”
바스라는 준을 거의 경의로운 눈빛으로 보더니 재빨리 사람들을 지시하여 부상자들을 옮기는 일에 착수했다.
하지만 활기를 띠고 있는 작업자들의 모습과 달리 준의 모습은 점점 더 의기소침해지고 있었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에서 사망자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짝.
준은 양손으로 얼굴을 가볍게 찰싹 때렸다. 이런 일로 계속해서 우울해 있어도 누구도 살아나지 못한다. 차라리 그 시간에 조금이라도 일을 돕는 것이 나았다.
준은 염동력을 이용하여 삽과 도끼를 들었다.
“어어? 저거 뭐야?”
갑자기 삽과 도끼가 살아있는 것 처럼 허공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다 작업자들이 놀라며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귀, 귀신인가?”
“죽은 자들의 영혼일지도...”
“아닌 거 같은데? 저거 준이 조종하는 거 아니야?”
“뭐? 저 녀석 염동력자였어?”
“글쎄. 나도 처음듣는 이야기이긴 한데?”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갑작스레 벌어진 이상현상에 대해서 웅성거렸다. 준은 굳이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는 못했다.
대신 시스템에게 명령하여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치우도록 명령했다.
-염동력의 반경은 10미터 이내입니다. 작업의 위치를 지정해 주시길 바랍니다.
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단 가장 가까운 건물로 향했다. 작업자들이 가장 적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일하던 작업자들은 갑자기 수십개의 삽과 도끼와 함께 나타난 준을 보고는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휙- 휙-
삽과 도끼가 허공을 날면서 빠른 속도로 건물의 잔해를 치우기 시작했다. 준이 일일이 지정해줄 필요는 없었다. 그런 복잡한 계산은 시스템에서 알아서 해주기 때문이었다.
‘자연어 명령이라는게 참 대단하긴 하군.’
처음에는 그거 하나 처리하는데 무슨 레벨에 10씩이나 필요한가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 델타의 인공지능은 거의 사람 이상의 판단력을 지니고 있었다. 즉, 보통의 컴퓨터가 처리할 수 없는 간단한 명령을 내려도 시스템은 알아서 최적의 판단을 내리고는 명령을 시행하는 것이다.
마치 실력이 뛰어난 비서를 하나 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준의 생활패턴, 말버릇, 습관까지 모두 캐치하여 그를 통해 준의 명령을 추측하는 것이다.
제타바이트급의 빅데이터를 이용해 딥러닝(deep learning:복잡한 데이터 속에서 핵심적인 기능만을을 작업하는 기계학습 알고리즘)하는 현대의 AI도 이런 식의 짧은 명령만으로 원하는 수준의 결과를 이끌어 내기에는 아직 무리였다. 준은 새삼스럽게 델타의 데이터처리 능력에 감탄했다.
퍽, 쿵. 드르륵.
마치 중장비가 휩쓸고 간 것처럼 순식간에 건물 하나가 해체되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안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준은 그렇게 주변을 돌아다니며 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불에탄 건물들을 하나하나 해체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날 준이 해체한 건물들은 거의 십여 동에 달했다. 나머지 작업자들 모두 합해 겨우 스무 동의 건물을 해체한 것을 생각하면 혼자서 거의 20~30인분을 해치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사이 부상자들은 서른 명이 더 늘었고, 준은 나머지 펠로우쉽의 빈칸을 모두 채워넣을 수밖에 없었다.
-나하라는 좀 어때요?
-엉망이야. 죽은 사람도 많고. 그나마 다행인 건 부상자들은 거의 다 살려놨다는 것 정도.
-펠로우쉽을 통해서 부상자를 치료했다면서요?
-벌써 소문이 거기까지 난거야?
밤이 되자 쉘터를 꺼내든 준은 침대에 누워 루나와 메시지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델타포럼에 글이 올라오기 시작하던데요. 부상자 중에 한명인 것 같아요. 펠로우쉽에 대해서 아주 자세하게 설명을 해놔서 조금 걱정 될 정도였어요.
-뭐가 걱정되는 건데?
-너무 많은 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물론 준도 생각이 있겠지만, 굳이 그렇게 까지 한꺼번에 사람들에게 펠로우쉽을 걸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나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닌데. 일단 이 일에는 내 책임도 있고 그정도 리스크는 감안해야지. 애초에 펠로우쉽의 숫자를 늘릴 생각이기도 했고. 사람이 많아지면 오히려 루나가 생각하는 위험은 더 줄어들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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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