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6 ----------------------------------------------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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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던 속도가 빨랐던 데다가 단검이 되돌아올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탓에 반응이 늦었다.
퍽!
“아악!”
단검이 루벤의 오른쪽 눈에 정확하게 틀어박혔다. 루벤은 이번에야 말로 진짜라는 듯 바닥을 뒹굴며 고통을 호소했다. 존슨이 다가가 눈에 박힌 단검을 뽑자 단검과 함께 루벤의 안구가 함께 딸려나왔다.
“크아악! 너 이자식 날 죽일 생각이냐?”
“빨리 재생이나 하라고.”
존슨의 말에 루벤은 숨을 몰아쉬며 이를 갈았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원상태로 회복한 루벤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재생된 그의 오른쪽 안구는 노란색 빛을 뿌리고 있었다.
“흠. 노란색 외도인건가?”
준은 의외라는 듯 입을 열었다. 노란색 외도라면 대흉근이나 시미와 같은 레벨의 외도였다. 그런 녀석치고는 지나치게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크... 내가 외도라는 사실을 알고서도 놀라지 않다니. 아니, 애초에 그 사실을 알고 온거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곳까지 올리가 없지.”
준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팔짱을 풀었다. 정황상 저기서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다른 한 녀석도 외도일 것이다. 그러면 최소 외도화된 인간이 셋 이상이라는 뜻이니 준도 방심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누가 보낸 거지?”
크로울리가 입을 열었다. 그는 온몸의 털을 빳빳하게 곤두세우고 있었다. 처음에야 외모로 판단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준이 보이는 행동에 위기감을 느낀 때문이었다. 루벤은 노란색의 외도. 저 녀석은 그런 루벤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가지고 놀고 있었다.
아무리 바보라도 지금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누가 보냈을까?”
준은 대답대신 질문을 던졌다. 싱긋 웃는 그의 표정에 크로울리의 표정이 굳었다.
“차르봄바로군. 이 개자식.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쳐?”
“차르봄바라... 그게 그 폭탄범의 이름인가?”
“...그 자식이 보낸 것이 아닌가?”
“애초에 왜 누가 보낸거라고 생각한거야? 밴디트 주제에 적이 하나 뿐이라고 생각한거냐? 나 아니라도 너네들에게 원한을 가진 자들은 널리고 널렸다고.”
“큭. 도저히 살려둘 수 없는 놈이로군. 그 이름을 들은 이상 죽을 각오는 되어있겠지?”
“아니. 자꾸 멋대로 남의 인생을 결정내리지 말라고. 피곤하니까.”
준은 두 사람의 대화에서 벗어나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루벤과 존슨을 향해 손을 뻗었다. 준의 손에서 기이한 와류가 생성되었나 싶은 순간, 수십개의 마법들이 소나기처럼 퍼부어졌다.
매크로 어택의 2번 공격. 매크로 샤워였다.
쏴아아아!
“헉?”
“어엇?”
그 엄청난 마력의 폭풍 속에서 그대로 노출된 루벤과 존슨이 두 팔을 들어 그 마법의 세례를 몸으로 버티기 시작했다.
파파파앙!
“늑대인간이로군.”
준의 마법에 노출된 두사람의 몸이 점점 변화하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2미터에 달하는 커다란 늑대인간의 형상으로 변했다. 완전히 외도화 된 몸은 준의 마법을 튕겨내기 시작했다. 항력에 의한 현상이었다.
준의 매크로 공격이 강력하긴 하지만 노란색 외도의 항력을 완전히 벗겨낼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의, 아니 외도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어떻게 이럴수가...”
루벤이 그르릉 거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단 한 번의 공격에 실드가 절반 이상 날아가버린 것이다.
크로울리가 가슴을 부풀리며 입을 열었다.
“큰 소리 칠 정도는 되는 군. 하지만 겨우 그게 끝이라면 넌 오늘 여기서 틀림없이 죽게 될 것이다.”
말을 마친 크로울리의 몸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의 몸은 2미터를 넘어 3미터, 4미터를 넘기고 있었다.
뿌지직!
결국 크로울리의 거대한 육체는 천장을 뚫고 자라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콰직! 콰드득!
나무로 만들어진 건물이 크로울리의 움직임 한 번에 종잇장처럼 찢겨나가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준은 가볍게 눈살을 찌푸리며 몸 주위로 관성제어를 펼쳤다. 그러자 준을 향해 쏟아져내리던 목조들이 사방으로 튕겨나가기 시작했다.
“쾍! 사, 살려주세요!”
“아악!”
그 와중에 준을 안내했던 두 사람의 밴디트가 무너지는 건물의 잔해에 깔렸다. 녀석들은 마지막까지 준에게 희망을 걸고 있었던지 그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 억울해 하지는 마라.”
준의 말에 두 밴디트들이 분노에 찬 절규를 내질렀다.
“이 빌어먹을 자식!”
“배신자 새끼! 살려준다고 약속했잖아!”
“밴디트 상대로 하는 약속을 지키는 바보가 어디있냐?”
준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그들이 건물 잔해에 파묻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결국 건물이 완전히 무너지고 그 무덤 속에서 빠져나온 팔 하나가 힘을 잃고 툭 떨어지는 것을 본 준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다음 생에는 좀 사람답게 살아라.”
크르르!
준은 고개를 들어 맞은 편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거대한 늑대인간을 보았다. 크기가 거의 5미터에 이를 정도로 거대해진 녀석은 무시무시한 안광을 쏘아보내며 준을 노려보고 있었다. 녀석 역시 노란색 가운데 초록색의 빛이 뒤섞여 있는 것으로 보아 정예외도 급인 것 같았다.
“데드맨시티때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노란색 정예외도가 쏟아져 나오는군. 이래서야 군인들이 패배하는 건 당연하잖아.”
준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불릿타임에서는 아마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나서고 싶어도 나서지 못하고 있었을테고.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그나마 불릿타임 내에서 외도에 대한 것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시어도어 대령이었다. 그런 그가 사라지고 나니 불릿타임에서도 이렇다할 대책을 내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불쑥!
와르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준의 왼편에서 두 마리의 외도가 머리를 내밀며 잔해속을 빠져나왔다. 루벤과 존슨이었다.
준은 검둥이를 향해 턱짓을 했다.
-죽여.
-형님. 저 녀석들 노란색 외도인데요?
-그래서.
-저는 주황색급이라고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두마리나 상대합니까? 생각이라는 걸 좀 하고 명령을 내리셔야죠. 대흉근이라도 붙여주시던가요.
-너 요즘 너무 편하게 살려고 한다? 그냥 싸우라면 싸워. 보니까 너보다 약해.
-그러다 죽으면 누가 책임집니까?
-걱정마. 양지바른 곳에 묻어줄테니까.
-참. 위안이 되는 말씀이시네요.
검둥이는 투덜거리면서도 몸을 서서히 키웠다. 메타모포시스를 이용해 몸을 키운 그가 루벤과 존슨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아아!
크르르르!
쿠아아!
그렇게 세마리의 늑대인간이 서로 얽혔다. 검둥이는 발톱을 세워 자신보다 훨씬 작은 두 마리의 늑대인간을의 허리를 쓸어갔다. 그러자 루벤과 존슨이 헛바람을 들이삼키며 뒤로 물러섰다.
-어? 생각보다 약하네요.
-그 녀석들 야매야.
-야매요?
-아아. 던전핵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보아하니 본체는 저 녀석이고 놈들은 저 녀석에게 힘을 나눠받은 것에 불과해. 노란색 외도인 건 맞는데 백퍼센트 전력을 발휘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 제대로 싸울줄 모르는 것 같다.
-하핫. 그렇다면 이 녀석들은 내 법이죠!
검둥이는 크게 울부짖으며 루벤과 존슨을 향해 훌쩍 뛰어올라 발톱을 내질렀다. 허나 동작이 너무 컸던 걸까. 허공으로 뛰어오른 순간 검둥이의 착지지점은 정해져 있었고, 그 위치의 뒤로 이동한 루벤과 존슨이 그의 등을 후려갈겼다.
쿠웅!
크허엉!
두마리의 늑대인간이 동시에 공격을 성공시키자 검둥이가 엄청난 기세로 튕겨나갔다. 준은 한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고 그렇게 막 싸우면 어떻게 하냐.
끼이잉.
검둥이는 꿈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런 충격을 받고도 아직 싸울기력은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다 죽었어. 이 개같은 자식들 죄다 구어먹어 버릴거야!
준은 자아비판을 하고 있는 검둥이를 내버려두고 크로울리를 바라보았다.
“구경만 할 건가?”
후웅!
크로울리는 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먹을 내리쳤다. 엄청난 바람과 함께 거대한 주먹이 준의 머리위로 떨어져 내렸다.
휘잉!
준의 머리칼이 날리고, 크로울리의 주먹은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콰아앙!
콰지지직!
“으앗!”
“위, 위험해!”
바닥이 움푹 패이며 사방으로 잔해들이 흩날렸다. 건물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던 밴디트들이 그 충격파에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크르르르... 입만 산 놈이었군.”
크로울리는 준이 완전히 으깨졌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땅 속에서 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야... 이거 완전히 무력화 하지는 못하는 건가.”
“킁?”
크로울리는 깜짝 놀라며 주먹을 들었다. 그러자 그 아래 한 손을 들고 있는 애송이의 모습이 보였다. 가볍게 내리 친 것도 아니고 제대로 체중을 실은 공격이었다. 그것을 저 작은 몸으로, 그것도 한손으로 막아낸 준을 보며 크로울리는 헛바람을 들이 삼켰다.
상식을 너무나도 벗어난 모습이었다.
“대체 어떻게...”
“알것없어.”
준은 약간 아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관성제어의 힘이 어느정도인지 확인해 볼 겸해서 녀석의 주먹을 정면으로 마주쳤다. 결과는 완벽히 녀석의 힘을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위기를 느끼고 매크로 어택을 시전 해 충격파를 상쇄시켰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상당한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준은 이번에는 대흉근의 도움없이 적을 상대할 생각이었다. 그동안 너무 녀석들의 힘에 의지해왔다. 그러다 보니 본체의 실력은 그다지 상승하지 못했다. 그동안 경험치를 얻고 능력치를 올렸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실전을 겪고 그것을 통해서 전투 자체에 대한 감각을 키우지 않으면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그것은 저쪽에서 검둥이에게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는 루벤과 존슨의 모습에서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었다.
“크하하하하!”
검둥이는 처음의 수세는 어디로 갔는지 어느새 두 명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루벤과 존슨은 제대로 된 공격한번 하지 못하고 그저 그가 발톱을 휘두르는 대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육체 적인 힘의 차이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외도의 육체를 이용한 전투에 능숙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강력한 힘을 보유했다는 자만심에 그 힘을 사용할 방법을 익히지 않은 때문이었다.
“그럼 이제부터 진지하게 상대해주지.”
준이 크로울리를 노려보며 인벤토리에서 니들리스 스패너를 꺼내들었다.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준은 가볍게 땅을 박찼다.
팟!
그러자 준의 모습이 사라졌다. 크로울리의 고개가 순간적으로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마지막 순간 준의 모습이 오른쪽을 향하고 있던 것을 본 것이다. 엄청난 동체시력이었지만, 그것이 녀석의 패착이었다.
“이쪽인데.”
“읏?”
준의 모습이 크로울리의 왼쪽 어깨 높이에서 나타났다. 오른쪽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뒤이은 점멸을 통해 왼쪽으로 도약한 것이다. 그 페이크에 완전히 속은 크로울리는 황급히 몸을 틀었지만 이미 준의 공격을 피할 방법은 없었다.
“매크로어택!”
수십개의 근접기술이 융합된 공격이 크로울리의 어깨를 강타했다.
콰아앙!
5미터 크기의 늑대인간이,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간의 공격에 종잇장처럼 날아 반대편 건물의 벽을 들이받았다.
쿵!
와르르!
그 바람에 목조 건물이 처참하게 부서지며 무너져 내렸다. 크로울리는 자신의 신체로 전해지는 어마어마한 충격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항력을 무시하고 들어오는 공격에 순간적으로 정신이 나간 것이다.
그것이 니들리스 스패너의 스턴 효과라는 것을 그가 알 리 없었다.
‘이, 이건 대체? 헉?’
그리고 그 잠시의 시간동안 도약한 준은 이미 크로울리의 이마 위로 뛰어내리고 있었다. 반쯤 주저앉아 있는 크로울리 였지만 그렇다 해도 그의 머리는 3미터가 넘는 높이에 있었다.
하지만 준은 거기서도 훨씬 위, 그러니까 거의 하늘을 날 듯 허공을 밟고는 그대로 크로울리를 향해 떨어져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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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세시쯤 올릴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