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77 ----------------------------------------------
세파트 점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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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디트와 펠로우쉽의 싸움은 마무리로 접어들고 있었다. 골렘 3호기와 검둥이의 활약에 힘입어 펠로우쉽부대가 거칠게 진격하며 몰아치자, 밴디트들은 물러서기에 급급했고 그에 맞추어 준이 적 외도를 하나둘씩 쓰러뜨리자 사기마저 떨어지며 후퇴를 시작했다.
막스가 보낸 예비대가 후퇴하는 이들의 뒤를 쫓으며 집요하게 공격을 하자 밴디트들의 피해는 누적되었고, 펠로우쉽은 마지막 남은 적 부대를 향해 화력을 집중하며 끝내기에 돌입했다. 포로같은 것은 없는 치열한 전장에서, 도망칠 곳 까지 잃은 적들은 필사적으로 총기를 난사했지만 탄환의 소모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하나둘씩 쓰러져갔다. 개중에는 니들건을 난사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펠로우쉽에게는 니들건이 먹히지 않는 다는 사실만을 재확인 할 뿐이었다.
“으음...”
바스라는 천천히 눈을 떴다. 폭발에 휘말려 목숨을 잃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운좋게 살아남은 모양이었다. 시야 왼쪽 상단의 체력바를 확인해 보니 대략 5퍼센트 정도의 체력이 남아 있었다.
정신을 잃고 있는 동안 체력회복이 되었을 것을 감안하면 정말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은 셈이다.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자 자신처럼 부상을 입고 후송되어 온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대부분은 말짱한 정신으로 다른 부상자들과 농담을 할 정도로 유쾌한 분위기였다. 팔다리가 하나씩 보이지 않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에게 조차도 어두운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어차피 체력이 회복되면 손실된 육체조차도 돌아오기 때문이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딱히 신기하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 손실된 육체를 회복하는 기술은 줄기세포를 통해 현대의학에서도 어느 정도 실용화 하고 있었다.
그래도 부상병동 답지 않은 이 광경이 낯선 것도 사실이었다.
바스라는 몸을 일으켜 자신과 함께 이곳까지 실려왔을 부대원들을 찾았다. 온몸에 상처가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았지만 움직이는 데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자신과 함께 적들의 옆을 쳤던 레이드 팀은 다행히도 대부분 살아 있었다. 물론 사망자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폭발에 휘말렸음에도 이정도 피해로 그쳤다는 것은 기적적이라고 말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전황은 거의 이쪽이 잡아가는 분위기였다. 밴디트들이 숨어있던 참호는 하나하나 점령되어 남아 있는 밴디트들은 물러서기에 급급했다. 결정체 폭탄도 거의 다 소모되었는지 간간이 들리던 폭발음도 지금은 거의 들려오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준과 외도들의 싸움 뿐이었다.
바스라는 전장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존재들의 대결을 지켜보며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면목이 없군.”
부대를 지휘해야 할 사람으로서 무리해서 적진으로 파고들다가 목숨을 잃을 뻔한 것은 중대한 실책이었다. 그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수가 부족한 1중대가 많은 고초를 겪었다. 그 와중에 죽지 않아도 될 이들의 목숨도 다수 잃게 되었을 것이다.
그는 주먹을 꽉 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의 자신에 대해서 분노했다. 애송이라고 생각했던 준 알스버그는 이미 자신의 손이 닿을 수없는 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기여도에 따라 경험치가 분배되는 시스템에 따르면 자신이 받은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아직 전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비록 자신이 직접 전장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아직 자신의 명령권은 남아 있었다.
그는 막스에게 통신을 넣었다.
-나다.
-아. 일어났나?
-그래. 1중대 쪽의 전투가 끝나가는 것 같은데, 밴디트들을 정리하고 바로 골렘을 돕기위해 움직일 생각이다.
-위험하지 않을까? 외도는 준에게 맡기는 편이...
적 외도는 온전히 준의 몫이었다. 기여도의 문제가 아니라, 준이 아니면 그들을 상대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원거리에서 지원사격만을 한다면 큰 피해없이 상대할 수 있다. 골렘들을 탱커로 생각하고 우리 1중대가 원거리 딜러 역할을 한다면 괜찮지 않을까?
-흠...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혹시라도 녀석들이 1중대를 노린다면 위험할 수도 있어.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싸워야 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가 그의 펠로우쉽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그에게 의존해야 하는 건 아니다. 싸울 수 있는 힘이 있는데 구경만 한다면, 그건 직무유기나 다름없어. 준에게 모든 걸 맡기고 구경만 한다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펠로우쉽들도 납득하기 힘들거다.
-...네 생각도 일리가 있군. 그러면 밴디트들을 처리하는대로 1중대가 먼저 움직여줘. 나머지 녀석들은 후퇴하는 놈들을 정리하는데 투입할테니까.
-고맙군.
-고맙기는. 애들 지휘나 잘해. 죽는 애들이라도 나오면 책임지라는 소리가 나올테니까.
-걱정마라. 내 목숨을 걸고 책임 질테니까.
바스라는 통신을 마치고는 1중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체력이 워낙 낮았기 때문에 직접 전투에 참여할 생각은 없었지만 최대한 가까이에서 그들을 지휘할 생각이었다.
콰앙!
준은 버팔로를 향해 다시한번 포탄을 날렸다. 조준만 제대로 하면 녀석의 커다란 덩치탓에 빗나갈리가 없었다. 연이은 피격으로 인해 버팔로는 머리끝까지 화가 난 상태였다.
“네 놈부터 죽여주마!”
땅이 울릴 정도로 커다란 포효와 함께 버팔로가 대흉근을 내버려 두고 준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이크!”
그 속도가 얼마나 빨랐던지, 대흉근으로서도 도저히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쿠르르르-
준이 디젤엔진을 최대한 가속하여 탱크를 뒤로 물렸다. 하지만 최대속도 53킬로미터의 T34전차로는 버팔로의 돌진을 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준도 그다지 피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남은 마나를 최대한 끌어올리며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버팔로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콰앙!
티잉!
“도탄됐다고?”
준은 깜짝 놀라며 다가오는 버팔로의 모습을 보았다. 무슨 수를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버팔로의 머리에 맞은 날탄이 마치 경사장갑에 맞은 것처럼 튕겨나간 것이다.
“어디 한 번 더 버텨보라고.”
준은 다시한번 탄을 갈았다. 6초에 한 발 날릴 수 있는 T34의 특성을 감안해 봤을 때, 이것마저 튕겨낸다면 준은 전차를 버리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준은 날탄을 걸고, 방아쇠를 당겼다.
쾅!
펑!
“크아아!”
다행히도 이번에는 제대로 명중하며 접근하던 버팔로의 발을 묶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제자리에 서서 방아쇠를 당기는 것에 불과했지만 이미 준의 손아귀에는 땀이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녀석이 전차를 짓밟아 버리면 체력이 얼마 남아있지 않은 준으로서는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쿠르르- 쾅!
일차로 버팔로의 진격을 저지한 준은 계속해서 후진을 하며 기동사격을 감행했다. 움직이면서 쏘는 탄은 자동제어장치가 없으면 명중률이 떨어지게 마련이었지만, 버팔로의 크기가 크기인 만큼 생각보다 명중탄의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녀석의 맷집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지금까지 거의 열 발에 가까운 명중탄을 날렸음에도 그 녀석은 계속해서 준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하지만 겨우 따라잡은 대흉근이 다시 버팔로에게 달라붙자 그는 결국 준에게 달려드는 것을 포기하고 대흉근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 귀찮은 자식!”
“그 녀석 귀찮지. 나도 잘알아.”
대흉근은 원래 사람 키보다 작은 미니골렘에서 성장한 개체였다. 그리고 준은 그 녀석들이 얼마나 필사적으로 적의 발목을 잡는지 알고 있었다. 녀석은 어그로를 잡는데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타고난 탱커였다.
콰드득!
하지만 버팔로의 맷집과 힘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대흉근이 끊임없이 녀석의 몸 주위를 돌며 공격을 감행했지만 그 녀석은 그 모든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고는, 찰나의 틈을 이용해 그대로 대흉근의 몸뚱이를 머리를 받아쳤다.
투웅!
다시한번 대흉근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다른 것보다 저렇게 허공에서 떨어지는 것이 체중이 많이 나가는 대흉근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었다.
쿵!
대흉근이 바닥을 구르자, 콧김을 뿜어내던 버팔로가 다시한번 준을 바라보았다. 준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는 녀석을 조준경의 한가운데에 맞추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제는 앞을 막아줄 대흉근고 없었기 때문에 더 이상 준도 도망치기 어려웠다.
“음?”
그때 빈 대흉근의 자리를 채우는 녀석들이 있었다. 다름아닌 밴디트에게 붙여두었던 골렘 3호와 검둥이였다.
-형님. 저 왔습니다.
-때마침 잘 왔다. 저녀석 좀 막아봐.
-와. 이 녀석 징그럽게 크네요. 이 녀석 한 마리면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를 배불리고도 남겠는데요?
-찝찝해서 먹을 맛 나겠냐? 그 녀석도 한때 인간이었는데.
-아쉽네요. 맛있게 생겼는데.
검둥이는 입맛을 다시며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거대한 버팔로에 비하면 검둥이의 육체는 한없이 작아, 마치 고양이에게 달려드는 쥐새끼 같아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 곁에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골렘 3호의 위용 때문인지 버팔로는 우왕좌왕 하며 검둥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걸 어떻게 한다...”
지금까지 맞춘 날탄의 데미지를 전부 합하면 거의 100만은 넘어갈 것이다. 그것을 몸으로 때우고도, 아직 기운이 남아 팔팔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지금 상태로 보아서는 어지간해서는 지쳐 쓰러지지도 않을 것 같았다. 상황을 보아하니 자체적으로 데미지를 줄일 수 있는 기술 같은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음파공격과 정신교란에 특화되어 있는 시미처럼, 녀석은 오로지 체력에 특화되어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나 왔다.
-나도.
그때 골렘 1호와 2호가 전열에 합류했다.
“벌써?”
녀석들은 일대일로 인간형 외도를 상대하고 있었다. 녀석들의 맷집이 버팔로에 비하면 거의 종잇장이라고 할 정도로 약했지만 전투 기술 만큼은 버팔로에 비해 뛰어났기에 골렘들도 고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보다 빨리 녀석들을 처리하고 나타난 것이다.
-아. 내가 보냈어.
-응?
준은 파티채널을 통해 들어오는 막스의 목소리에 전차에서 내려 전황을 살펴보았다. 좁은 시야각때문에 잘 보이지 않던 전장의 상황이 일목요연하게 눈에 들어왔다.
막스의 명령을 받은 1중대원들은 빠르게 밴디트들을 밀어내고, 골렘들과 인간형 변이외도가 싸우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현재 전투가 가능한 1중대원의 숫자는 약 200. 그들이 골렘들과 변이외도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초록색의 변이외도에게 공격을 가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간담을 가지고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이 얼마전까지 주황색 외도만 보아도 도망치기 바빴던 이들이라면 그것은 더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막스는 그들을 움직이도록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긴말도 필요없었다.
-녀석들을 잡으면 기여도가 엄청나게 올라갈 거다.
그 한마디에 1중대원들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변이외도들은 골렘들에게 가로막혀 니들건을 쏘아대는 1중대원들을 어찌할 수 없었고, 200명에 달하는 펠로우쉽들의 쉴새없는 연사에 결국 실드와 체력을 모두 소진하고 쓰러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변이외도들을 정리한 그들은 골렘과 함께 버팔로가 있는 곳까지 최대한 빨리 이동했다. 그 사이 검둥이와 골렘 3호도 합류하고, 늦지 않게 녀석의 앞을 가로막을 수 있었다.
곧이어 대흉근도 다시 합류했고, 골렘 형제들과 검둥이, 그리고 1중대가 혼연일체를 이루어 레이드를 시작했다.
“이거 그림 되는 군.”
준은 델타폰을 들어 그 모습을 촬영했다. 10미터가 넘는 거대한 외도를 상대로 골렘이 탱킹을 하고 검둥이가 근접딜러를 하고, 1중대 200명이 원거리 딜러를 맡아 움직이는 모습은 지금까지 한번도 본적이 없는 그림을 자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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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6시쯤 올라갑니다. 조금 더 늦을 수도 있어요.
마리텔 보고나서 쓸거거든요. 후후.... 재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