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88화 (188/540)

0188 ----------------------------------------------

파멸

*

*

*

“뭐라고?”

야쿠츠 소장이 눈을 부릅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임시로 꾸려놓은 작전통제실의 대형 스크린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소장 이하 사람들도 지금의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콰앙!

이윽고 두 번째 헬기도 날아오는 창에 꿰뚫려 연기를 내며 추락했다. 고폭탄이 실린 대공화기로도 파괴되지 않는 것이 현세대의 공격헬기였다. 그런 것이 거대하다고는 하지만 창에 꿰뚫리는 모습은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 광경이었다.

“대체 어떤 녀석이야!”

쾅!

야쿠츠 소장이 소리를 지르며 탁자를 내리쳤다. 공격헬기는 무장과 지원을 포함해 대당 천억이 넘는 물건이다. 그런 것이 기껏 해봐야 얼마 하지도 않아 보이는 창에 관통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불합리 한 상황이었다.

“영상을 확대하겠습니다.”

전차들이 일으키는 먼지구름 때문에 깨끗한 화질은 아니었지만 수 킬로미터 바깥에서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있었다.

“저게 뭐지...?”

통제실 내의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수 킬로미터 바깥에서 레일건에 맞먹는 초장거리 투창을 성공시킨 그것은 사람의 형상을 한 괴물이었다.

물론 다만 그것이라면 이토록 놀랄 이유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들을 경악하게 했던 것은 단순히 그것의 ‘크기’가 일반적인 외도와는 궤를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수 킬로미터 바깥에서도 명확히 형태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큰 그것은 하나같이 등에 대여섯개의 창을 달고서 이쪽을 향해 창을 겨누고 있었다.

“적 외도, 크기는 대략... 15미터 정도로 추정됩니다.”

“말도 안 돼! 저렇게 큰 녀석이... 하나도 아니고 십여 마리나 있다는 말인가?”

야쿠츠 소장의 입에서 신음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의 말대로 거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적 외도의 숫자는 모두 합해 12마리. 흐릿한 먼지 가운데서도 명확한 적의를 내뿜으며, 녀석들은 창을 거세게 던졌다.

콰아아아!

대기를 찢어발기며 날아오는 거대한 창은 그대로 전차들의 머리위를 날아 펠로우쉽과 불릿타임의 연합군을 향해 날아왔다.

콰아아앙! 콰앙!

그 창은 단지 질량과 속도가 만들어 내는 운동에너지만으로 병사들이 숨어있는 건물들을 파괴했다.

“저게 뭐야...”

준이라고 황당하지 않을 리 없었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외도를 보아왔다. 개 중에는 버팔로와 같이 10미터가 넘는 외도도 있었다. 하지만 저렇게 많은 수의 거대한 외도가 완벽하게 통제된 상황에서 전술적인 움직임을 보인 예는 없었다.

“이것이 미래연구소의 결과물인가?”

저런 외도가 자연적으로 발생했을 리가 없다. 적어도 엄청난 인적, 물적자원이 투입된 결과물일 것이다.

“젠장.”

준은 예전에 미래연구소에서 다운받은 데이터를 떠올렸다. 그 방대한 데이터는 일개 개인이 분석할 수 없는 자료였다. 하지만 시스템이 눈을 뜬 지금이라면 아마도 가능할 것이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지금이라도 생각해 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데이터베이스에 다운 받은 미래연구소 자료를 분석할 수 있겠어? 저 놈들의 상세제원을 알고 싶은데.

-분석결과를 도출합니다. 적의 상세제원은 아래와 같습니다.

양산형 거인병기 프로젝트 이브 013

미래연구소에 의해 기획, 제작된 외도로서 속성이 다른 던전핵 두 개를 결합하여 완성한 장거리 타격용 변이외도입니다. 기존의 외도들에게 부족한 원거리 공격에 특화시켜 결정도에 비해 체력이 낮은 편입니다.

주 공격은 투창으로 1톤에 달하는 강철 무기를 시속 70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날려보낼 수 있습니다. 바람속성을 이용해 투창의 자세제어를 하며 그 정확도는 움직이지 않는 대상으로 한정했을 시 99퍼센트에 이릅니다.

준의 질문에 시스템은 약간의 딜레이도 없이 곧바로 결과를 내어놓았다. 그 기민한 대처에 준은 놀라며 메시지를 보냈다.

-분석이 끝난 자료인가? 내가 따로 지시한 적이 없는데.

-단순 능력치는 외도백과사전에 통합되어 있습니다. 이는 미래연구소가 제작한 외도 모두에 해당됩니다.

-그나저나 던전핵 두 개를 조합했다니... 그럼 결정도와 관계없이 그 힘이 두 배로 강력한 건가?

-외도의 힘은 결정도에 의해 좌우됩니다. 비슷한 결정도라면 비슷한 힘을 지니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럼 왜 굳이 2개를 조합하는 거야?

-빠른 시간에 강력한 외도를 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급조한 외도라는 뜻이군. 이것도 칼 레이건이 만든 건가?

-미래연구소의 대부분은 그의 착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 좋은 머리로 이런거나 만들 생각을 하다니...

준은 칼 레이건의 모습을 떠올렸다. 매드사이언티스트로서 최후를 맞이한 녀석의 유산이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준은 이를 악물었다. 망령의 유산에게 질 수는 없었다.

쾅! 콰앙!

와르르! 쿠웅!

“으악!”

“젠장! 살려줘!”

수 킬로미터를 격하고 날아드는 창이 계속해서 아군이 몸을 숨기고 있는 진영을 향해 날아왔다.

무너지는 건물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병사들이 콘크리트에 짓눌려 죽어갔다. 개중에는 펠로우쉽에 속한 자들도 있었다. 준은 그들의 이름이 회색으로 변하며 사라지는 것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전차부대 기동시켜!

그렇지 않아도 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던 막스가 그의 말을 받아 빠르게 명령을 하달했다. 준의 명령이 떨어지고 채 십여초가 지나지 않아, D2전차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들은 전차들이 한창 싸우고 있는 지역에서 크게 우회하여 적 외도들을 향해 포신을 돌리며 움직였다.

D2전차의 유효사거리는 약 1km. 기본 베이스가 T-34라는 구형 전차이다 보니 사거리 자체가 상당히 짧은 편이었다. 저런 장거리 사격이 가능한 것은 준의 레일건이나 불릿타임이 보유한 곡사화기정도 였지만, 일반무기가 듣지 않는 외도에게 그런 무기를 사용해봐야 탄약만 낭비할 뿐이었다.

“가자.”

“넹.”

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빠르게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린 준은 자신의 S급 전차를 인벤토리에서 꺼내들었다.

프로토타입 D1전차와 달리 D2전차는 두 명이 탑승하도록 되어 있었다. 아무리 자동화를 한다고 해도 운동성과 조작성을 한 사람이 모두 감당하기에 어려운 때문이었다.

덜컥!

전차가 큰 소리를 내며 시동이 꺼졌다.

“아. 이거 밀면 전진하는 거 아닌가요?”

“반대야. 당겨야 된다고. 벌써 까먹은 거냐?”

“이제 기억났어요. 그럼 출발해욧!”

성체화 한 시미가 기어를 당기고는 전차의 앞부분에 비스듬히 누워 페달을 밟았다.

쿠르르-

‘운전을 이 녀석에게 맡긴 게 잘한 걸까?’

처음에는 준 자신이 사용할 전차는 일 인승으로 만들 셈이었다. 하지만 굳이 2인승 전차를 다시 1인용을 개조하는 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인 일이었다. 게다가 준도 가능하면 사격쪽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아무래도 1인승은 기동사격이 가능한 D2전차의 장점을 상당히 죽이기 때문이었다.

운전병을 따로 둘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가능하면 자신과 항상 함께 있는 녀석이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찾은 사람이 다름아닌 시미였다. 처음에는 과연 이 녀석이 전차를 몰 수 있을까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곧 기우로 밝혀졌다. 그녀는 오히려 준보다도 훨씬 능숙하게 전차를 움직였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준의 운전실력이 형편없는 것이었지만, 그는 절대로 그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똑바로 운전해. 이상한데 처박지 말고.”

“말시키지 마요. 정신사나우니까.”

시미는 귀찮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 녀석도 운전대만 잡으면 성격이 변하는 부류인 모양이었다.

“끙. 어쨌든 어디로 가는 지는 알지?”

“저 커다란 녀석들에게 접근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래. 일단 위장이 좀 필요하지만.”

준은 제어패널의 오른쪽에 있는 노란색 버튼을 눌렀다. 다름아닌 카모플라쥬 장치로 전차에서 일어나는 광학정보와 음향정보를 왜곡해 적들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기술이었다.

S급 전차의 경우 B급에 비해 세 배 이상의 효율을 가지고 있었다. 시전시간도 상당히 길었기 때문에 지금부터 미리 사용해도 적 외도에게 접근하는 데는 별 이상이 없었다.

콰앙!

쾅!

D2전차들이 접근하자 전차를 향해 외도들이 창을 던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헬기와 달리 전차들의 이동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이었다. 빠르게 산개하며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전차를 맞추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콰앙!

쾅!

하지만 창이 바닥에 꽂힐 때마다 엄청난 폭발과 함께 땅이 뒤집어졌고, 사방으로 흩어지던 전차들 중 하나가 재수없게 뒤집어졌다.

-젠장. 빠져나와!

파티창에서 순간적으로 욕설이 뒤섞인 외침이 터져나왔다. 수십톤에 이르는 전차가 뒤집어 질 정도의 위력에 지켜보던 모두가 뒷골이 서늘해 지는 느낌을 받았다.

“크윽.”

D2전차의 운전석쪽 해치를 통해서 두 사람이 겨우 빠져나왔다.

쐐애액!

그리고 두 사람이 빠져나오자마자 그 뒤집어진 전차를 향해 창하나가 매섭게 꽂혔다.

콰앙!

엄청난 충격에 순간적으로 전차의 기름이 발화되며 2차 폭발까지 일어났다. 그 어마어마한 폭발력에 겨우 빠져나왔던 두 사람의 체력이 순식간에 날아가며 사망했다.

[그라트!]

[빌어먹을!]

파티창의 통신채널은 고함소리와 탄식으로 가득찼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멈추기엔 너무 늦은 상황. 조금이라도 움직임이 지체되면 한 번에 날아드는 열두개의 창 앞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웠다.

쿠르르-

그 와중에 준은 카모플라쥬를 한 상태로 녀석들에게 접근했다. 검둥이도 그런 전차의 위에 엎드린 채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끼익-

준은 적 외도, ‘013’이 사거리 안에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전차를 세웠다. 준은 완전 은폐한 상황에서 포신을 녀석들 중 가장 오른쪽에 있는 녀석에게 돌렸다.

‘그라트가 죽었나.’

그는 나하라에 밴디트들이 습격했을 때 큰 부상을 입고 죽어가던 녀석이었다. 팔다리가 썩어가며 고통을 호소하던 녀석을 준이 펠로우쉽을 이용해서 살려주었고, 그 뒤로 실력을 인정받아 전차장까지 맡을 수 있었다.

“죽어. 이 새끼야.”

철컥.

준은 녀석을 향해 포탄을 걸었다. 녀석들은 몸에 거의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였다. 저런 녀석에게는 날탄보다는 인마살상용 고폭탄을 사용하는 것이 나았다.

준은 HE탄을 걸고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쾅!

엑조틱 에너지의 의해 만들어진 제작무기는 적의 항력을 관통하고 피해를 입힌다. 그 위력은 무기 자체의 위력에 비례한다.

콰앙!

포탄이 정확히 외도의 가슴에 명중했다. 고폭탄은 완전히 녀석의 몸을 관통하지 못하고, 녀석의 가슴속에서 폭발했다. 녀석의 몸안에서 터진 폭약은 그대로 녀석의 상체를 날려버렸다.

쉬익- 쿠웅!

상체의 절반이 날아간 녀석은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더니 비틀거리다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15미터에 달하는 녀석의 덩치가 무너지자 엄청난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렸다.

갑자기 일어난 폭발에 거대 외도들이 모두 준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기계적으로 등에 매달린 창을 꼬나쥐고는 그대로 준에게 던질 자세를 취했다. 마치 컴퓨터로 제어하듯 완벽하게 일치된 동작이었다.

하지만 11마리의 시선이 모두 준에게 향한 순간 어느새 사거리 안쪽까지 접근한 D2전차들이 기동사격을 가했다.

쾅! 쾅! 콰앙!

[죽어라! 이것들아!]

[그라트의 복수다!]

그러자 거인들이 몸을 주춤거리며 다시 창의 방향을 틀었다. 그 잠깐 사이에 준은 두 번째 탄을 걸었고, 주저없이 발사했다.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하루 쉰 건 별 이유는 아니었고 단순한 컨디션 난조입니다. 머리가 멍하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더군요.

일단 늦게라도 한 편 올립니다. 오늘은 한 편 뿐입니다만,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쓰겠습니다.

기다리신 분들께 다시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