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9 ----------------------------------------------
제로 그라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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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실패한다면,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플랫폼의 잔해가 알카트뢰즈 행성에 추락하게 될 것입니다. 그 여파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대폭발과 함께, 대지진이 알카트뢰즈 전체를 덮치겠지요. 아마 이 글을 쓰는 저도, 그리고 보고있는 당신들도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가 이 글을 올린 것은 두가지 이유에서 였다. 첫 번째, 만약 작전이 실패하게 되면 벌어지게 될 참사에 대해서 미리 알려두려는 의도였다. 그들이 설령 범죄를 저지른 수형자라 할지라도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위험에 빠졌고, 최악의 경우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려주고 싶었다.
그는 잠시의 텀을 두고, 다시 글을 올렸다. 그것이 그가 글을 올리기로 한 진정한 이유였다.
-그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화물선 이카루스에는 한 사람이 타고 있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인류최대의 미션을 수행 중인 그녀의 성공을, 그리고 무사귀환을 빌어주십시오.
제임스의 글은 그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았다. 조용하던 댓글란이 이윽고 무서운 속도로 리젠되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진짜인가?-농담이겠지? 녹화영상 두 개 겹쳐놓고 장난치는 거 아니야?
-야... 나 지금 관계자중 한명인데, 플랫폼에서 있던 화물선이 사라졌다. 이거 진짜인 거 같다.
-나 아직 여자 손도 못잡아봤는데...
-아직 확실한 건 아니잖아. 저게 성공할 수도 있고.
-그런데 저 안에 사람타고 있는 거 맞아? 누가 죽을려고 저 안에 들어가있는거야?
-몰라. 여자래잖아. 정부쪽 사람이겠지.
-씨발. 정부는 일을 대체 어떻게 하길래 이런 상황이 생기는거야?
-지금 정부탓할때냐? 일을 이렇게 만든 밴디트들을 욕해야지.
-애초에 관리를 못해서 이렇게 된 거 아냐?
-내 생각에는 정부 탓이 맞는 것 같음. 애초에 밴디트들이 이렇게 많아진 것도 관리소에서 관리를 소홀히 한 때문임.
-야. 그런데 저거 뭐냐?
-뭐가?
-저기 왕복선 영상에 보면 이상한게 하나 있다.
-어? 정말?
갑작스레 찾아 온 놀라온 소식에 패닉에 빠져있는 사람들 사이 누군가 영상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제임스도 그것을 발견했는지 영상이 갑자기 왕복선 쪽으로 클로즈업 되기 시작했다.
궤도왕복선 뒤편에서 꽤나 희미하지만 반짝이는 무언가가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영상이 왕복선의 뒤로 넘어가며 점점 확대되자, 그것의 형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
-사람?
-사람인데?
-미쳤냐? 왜 사람이 저기있어?
-니 눈깔은 썩었냐? 저게 안보여?
-날개같은게 달렸는데? 저게 사람인가?
이윽고, 영상은 우주공간속을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고 있는 한 사람의 얼굴을 잡아내는데 성공했다. 검은 머리를 한 20대 초반의 어린 청년이 등에 일곱 개의 뼈 날개를 달고, 우주공간을 날고 있었다.
-누구지?
-몰라. 처음보는 얼굴인데?
-어? 나 저 얼굴 알아. 주인장이다.
-뭐? 정말이냐?
-ㅇㅇ. 본 적 있음. 딱 저렇게 재수없게 생김.
-사람이 우주공간을 날고 있어...
-생긴것도 이상하고 외도아냐?
-몰라. 외도든 뭐든 무슨 상관이야? 저것만 해결해 주면 발가락이라도 빨아준다.
-이거 캡쳐해둠.
-주인장에게 밉보인 놈들 다 아닥하고 자살해라.
-이게 꿈이야 생시야...
-말도 안돼...
순식간에 댓글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상의 전투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 이야기를 듣고 전부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콰아아아!
준은 짙은 대기를 뚫으며 엄청난 속도로 솟아올랐다. 그는 이미 행성 탈출속도를 아득히 뛰어넘어 상승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아득히 멀어져 있는 왕복선을 따라잡기에는 한없이 느린속도였다. 준은 관성제어에 더해 전자기장 필드를 펼쳤다.
파즈즈즈!
준의 이미지에 따라 시스템이 계산을 마쳤고, 수직방향으로 전자기장 레일이 깔리기 시작했다.
우우웅!!
준은 레일건의 원리와 유사한 형태로 자신의 몸을 총알처럼 쏘아올렸다. 그러자 준의 몸에 가해지는 부하가 더해지며 동시에 순간속도가 아득하게 뛰어올랐다.
드드드득!
준의 몸은 순식간에 대기권을 뚫고 올라 산소농도가 극히 희박한 지역까지 솟아올랐다. 감마선은 그의 피부를 뚫고 세포벽을 때리기 시작했고, 뇌에 전달해야할 산소가 전무한 상태에서 이산화탄소만이 체내를 돌고 있었다. 대기압이 0에 가까워지자 신체내부의 압력이 높아져 고막이 부풀어 올랐다.
만약 일반적인 상태였다면 단 1분도 견디지 못했을 가혹한 환경. 하지만 준의 변이한 신체는 그러한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버텨내며 255라는 스탯이 단순 오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쓰아아아아아----!
준의 속도는 이미 왕복선의 속도를 뛰어넘었다. 그의 몸은 지상에서 32,000km떨어진 높이에 있었고, 발밑으로는 거대한 알카트뢰즈 행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맨몸으로 대기권을 탈출한 최초의 인간이 된 셈이었지만 준의 머리속에는 오로지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루나와, 그녀의 죽음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궤도왕복선으로 가득차 있었다.
-루나 미스틸테인과의 거리가 2698킬로미터 남았습니다. 왕복선과의 충돌시간은 앞으로 17초입니다. 현재의 가속도를 유지한다면 랑데뷰 지점에 도착하는 시간은 51초입니다.
‘젠장. 너무 늦어!’
지금도 초속 2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 어떤 인간도, 맨몸으로 이런 속도를 경험한 적이 없었지만 준에게 중요한 것은 시간내에 루나를 구출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올림픽도 아니고 그저 빠르기만 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준은 다시한번 온몸을 휘젓고 있는 엑조틱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그 힘은 무한한 것이 아니었다. 이곳까지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은 3분 남짓. 하지만 그 사이 그의 몸을 찢어버릴 기세로 휘몰아치던 엑조틱 에너지도 순한 양처럼 느껴질 정도로 기세가 줄어들어 있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준은 이곳이 산소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무중력상태라는 것을 잊고 있지 않았다. 만일 남아있는 힘을 모두 소진한다면, 설령 제시간에 루나에게 도착하더라도 돌아갈 길이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기껏 그녀를 구하더라도 우주공간에서 서서히 말라죽어갈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녀를 구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나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준은 마지막 남은 힘을 모두 방출하며,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전신을 통해 방출하기 시작했다. 효율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무식한 에너지 낭비였다.
-체내의 엑조틱에너지 소모량이 위험수치를 넘어섰습니다. 과도한 에너지 방출로 인해 육체가 붕괴할 위험이 있습니다.
시스템이 경고음을 반복했다. 실제 준의 변이한 육체는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현재 준의 육체는 초월상태에서 다시 한 번 진화를 거듭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기권을 뚫을 만큼 엄청난 속도로 몇 분이나 날아 간 데다가 그사이 소모한 엑조틱에너지의 양도 만만치 않았다. 5만톤급 전함 한 척이 한 달 동안이나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량이었다.
효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에너지의 낭비. 하지만 준은 그렇게 해서라도, 루나를 구하려 했다.
어쩌면 쓸데없는 짓일 수도 있다. 누가봐도 불가능한 일이었고, 이미 상식을 초월한 준이라고 해도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이었다. 결국 실패하게 되면 그녀의 목숨뿐만 아니라 준의 목숨마저도 위태로워진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다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준은 델타의 모든 자원을 끌어다 씀으로서 단 한명의 목숨을 구할 뿐이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델타시스템을 단 한명의 목숨과 등가교환하려는 것이다.
누가보더라도 미친짓. 자신이 생각해도 미친짓이다.
쾅!
준의 몸속에서 무언가 폭발했다. 폭발적으로 엑조틱에너지를 뿜어내던 준의 육체가 혹사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나간 것이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방출된 막대한 에너지는 준의 몸을 더욱 루나에게로 끌어당겼다. 의식이 희미해지려는 것을 견디며 준은 의도적으로 몸안의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비정상적으로 가열된 신체의 내부는 이미 뭉그러지다 못해 녹아내리고 있었지만, 그에 비례해 준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었다.
어차피 손상된 육체는 시간이 지나면 복구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제 시간에 닿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있었다.
'제발...!'
멀리, 궤도왕복선의 꼬리가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그것은 너무 멀었다. 준이 그것을 따라잡기 전에 먼저 궤도왕복선이 화물선을 들이받을 것 같았다.
왕복선은 태양빛을 받아 은은한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선체를 흐르는 빛이 마치 물결처럼 파도쳤다.
‘응? 파도친다고?’
준은 궤도왕복선의 모습이 일렁이는 것을 깨닫고는 눈을 깜빡였다. 현재 이곳은 대기가 거의 존재 하지 않는 무중력 상태의 위성궤도였다. 아지랑이 현상은 대기가 없는 곳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헌데 궤도왕복선의 꼬리에서 일어나는 불길로 인해 빛이 이지러질 이유가 없었다.
‘공간이 흔들린다?’
준은 고개를 돌려 알카트뢰즈를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알카트뢰즈 역시 아주 조금씩이지만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체내의 엑조틱 에너지가 밀도높게 방출되면서 공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그 순간 준의 머리속에서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엑조틱에너지를 이용해, 자신의 몸을 하이젠베르크 드라이브의 구동계처럼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보다 워프엔진의 구동원리 자체는 간단했다.
하이젠베르크 모델 상에서 시공간의 팽창을 양의 값으로 잡을 경우, 즉, 본래의 재료가 되는 엑조틱 에너지를 후방으로 방사할 경우 시공간이 우주선 뒤에서 팽창하게 되고 이 경우, 결과적으로 그 팽창된 공간 자체가 우주선을 앞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아주 단순화 시켜서 말하자면 뒤의 공간을 늘임으로서 자연적으로 앞의 공간을 줄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접힌 공간 안에 있는 보통 우주가 각각 앞의 수축공간과 뒤의 팽창공간과의 거리를 벌려서 우주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 덕분에 우주선 내부에서는 관성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상태가 된다.
현실은 우주공간이지만, 이를 바다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해보면 좀 더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다. 바다위에 떠 있는 배의 앞부분의 수면을 내리고, 뒷부분의 수면을 올리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국지적으로 배를 바람이나 조류의 영향과 관계없이 엄청난 속도로 전진시킬 수 있었다.
‘가능할까?’
어차피 재료가 있다면, 기관자체를 흉내내지 못할 이유는 없다. 복잡한 계산은 시스템에 맡기고 준 자신은 에너지만 제공한다. 그것만으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생각은 길었지만, 행동은 빨랐다. 준은 멀리 보이는 궤도왕복선과 이카루스호의 랑베뷰 지점, 즉 루나가 위치하게 될 지점의 좌표를 지정하고 그곳으로 향해 워프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이젠베르크 드라이브의 구조는 자다가 일어나도 그 자리에서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외우고 있을 정도였으니 굳이 따로 시스템에 입력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억겁같은 몇초의 시간이 지나고, 준은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기술, 워프드라이브를 생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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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내내 컴터 앞에서 처잠...
주말 잘 보내세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