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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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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의 함선은 기본적으로 70미터 크기의 중소형 수송선이었다. 우주공간에서 무게를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지만, 굳이 따지자면 대략 1만톤급으로 제작기간만 거의 1개월을 사용했다. 거기에 들어간 경험치도 삼백이십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경험치 250만과 준비기간동안 끌어모은 경험치 70만을 모두 탈탈 털어 만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함선은 최신함정의 성능에 비하면 다소 떨어졌지만 동급의 함선에 비하면 그 속도도, 내구력도 상당히 뛰어난 편이었다. 거기에 혹여모를 상황을 대비해 무장도 충실히 실어, 장거리용 양전자 포 1문과 유도수폭미사일 10발, 근접용 무장인 15인치 포 5문이 실려있었다.
이 정도면 수송선이라기 보다는 준 전투함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의 전력이었다. 하지만 이정도 무장으로도 우주공간 곳곳에 들끓는 해적들의 공격에서 안전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강화를 못건게 아쉽군.’
준은 입맛을 다셨다. 만약 강화를 할 수 있었다면, 등급이 올라가면서 함선의 외부에 EX필드가 걸릴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강화를 시도하지 못한 것은 다름아닌 비용때문이었다. 한 번 시도에 200만이라는 경험치가 필요한 것이다. 아무리 간덩이가 부은 준이라고 해도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수치였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함선에 준은 ‘알바트로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새들 중 가장 장거리를 항해하는 새의 이름을 딴 것은 별다른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그저 알카트뢰즈 행성과 이름이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선원 구성원 대부분이 알카트뢰즈에서 만난 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함선 알바트로스의 인원구성은 전원이 펠로우쉽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준, 막스, 마스터, 밥, 루나, 시미, 검둥이, 제임스 그리고 호랑이 길드원 등 준과 가까운 인물들을 제외하고도 알카트뢰즈의 펠로우쉽이었던 인원들 중 최근에 출소한 이들을 그대로 델타스피릿에 영입했다. 그들의 숫자는 현재 총 30명 정도였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늘여나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약간은 의외의 인물도 하나 끼어 있었다.
“곧 도착하겠군. 저곳이 네가 말한 그 행성인가?”
볼칸이 입을 열었다. 그는 현시창에 손톱 크기 정도로 보이는 바쉬르 행성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는 준이 알카트뢰즈를 떠날 때 함께 불릿타임을 그만두었다. 말이 그만 둔 것이 사실상 해고당한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사유는 다름아닌 시어도어 대령의 부하 중 하나라는 이유였다. 그는 다행히도 레이크시티에서의 결정체 테러 사건때 부상으로 일선에서 물러나며 대령의 반란사건에 엮이지 않을 수 있었고, 그 덕에 적으로 만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국은 위에서 내려온 감사관의 눈길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볼칸이 아무리 항의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불릿타임에서는 시어도어 대령과 관계된 모든 이들을 회사의 명부에서 지워버리길 원했고, 권고사직 형태로 퇴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준은 그렇게 실업자가 된 볼칸을 냉큼 주웠다. 비록 루나와의 관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펠로우쉽에 속해 있었고, 능력도 좋은 군인이었다. 육상전에 한정이라고는 하지만 실전경험도 다수 있었고 헌터치고는 각종 병기를 다루는데에도 능숙했다. 현역 군인시절에 헌터로 각성했기 때문이었다. 헌터가 총화기를 다룰 수 없게 하는 법이 있긴 했지만, 이미 몸에 익히고 있는 기술을 없앨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 메탄 행성이라 강화수트가 필요하긴 하지만 표준중력과 비슷해서 움직임에 큰 문제는 없어.”
표준중력이란 인류의 발상지인 지구를 기준으로 잡은 것이다. 우주로 진출한지 150년이 된 인류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은 지구의 기준을 따르고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표준중력과 표준시였다. 중력은 지구의 중력을 1로 수치화 하여 그것을 기준으로 삼았고, 시간은 지구표준시를 기준으로 서력과 그레고리력을 기준으로 삼았다.
각 행성마다 시간과 날짜는 조금씩 달라질수밖에 없었지만 대부분 그를 맞추려고 애를 썼다. 하루는 가능한한 24시간에 맞추려고 했고, 한달, 1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어쩔 수 없이 오차를 낼 수밖에 없는 사정이 각 행성마다 존재한다. 그런 경우 남거나 모자란 시간은 추가하거나 삭제하는 형태로 해마다 1월 1일은 같은 날로 맞추는 것으로 해결했다.
무게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표준중력을 기준으로 무게를 달아서 사용했다. 예를 들면 중력이 1/6인 달에서의 무게도 표준중력의 보정을 가해서 같은 무게로 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헌데 이 곳에 외계인의 함선이 있단 말인가?”
“아마도. 지금으로선 정확한 정체를 알 수 없어. 가서 제대로 분석을 해봐야지. 붉은색 외도들이 함선을 장악하고 있긴 하지만 이정도 전력이면 어렵지 않게 물리칠 수 있을거야.”
당시에야 중급헌터는 셀럼 하나 뿐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중급헌터에 속했다. 서른명의 신규 병사들도 거의 대부분 5레벨을 돌파한 상황이었고 일부는 8레벨까지 이른 경우도 있었다. 그들 모두 협동퀘스트에 참여했던 인물들이었고 능력도 어느정도 검증된 이들이었다.
설령 그들이 없다 하더라도 준 역시 예전의 준이 아니었다. 사실상 준 혼자만으로도 우주선 탐색이 가능할 정도였다. 붉은색 외도 정도는 수백마리가 몰려오더라도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골렘형제를 꺼내들고 방어진을 짜고 검둥이를 근접딜러로 해서 공격을 하면 굳이 준이 움직이지 않아도 되었고, 정 힘들어질 것 같으면 시미의 음파공격을 하거나 준이 매크로 어택 2번을 이용한 원거리 공격으로 도움을 주면 순식간에 정리할 수 있는 각이 나오는 것이다.
때문에 준은 이번 원정이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외계인의 함선이라... 과연 무언가 얻을게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그는 이번 원정에 꽤나 호기심을 보이고 있었다. 외계함선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라기 보다는,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일까를 궁금해 하는 것이다.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서 델타 하나밖에 건지지 못했지만, 또 다른 무언가 있을 확률도 있어. 설령 없다고 할지라도 함선 자체를 수거하는 것만 해도 좋은 수입이 될 거야. 모르긴 몰라도 그걸 고철로 팔아도 한몫잡을 수 있을걸. 겸사겸사 결정체 수집도 하고. 사실 당장 델타스피릿에 의뢰가 들어오거나 한 건 아니잖아. 굳이 용병으로 뛸 생각도 없고 말이지.”
현재 PMC의 이름을 달고 있긴 하지만, 쓸데없는 전투에 불려가서 목숨을 걸고 싶진 않았다. 어디까지나 준이 원하는 것은 자유로운 사냥과 경험치 습득이었고, 그를 위해서는 스스로 움직여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체득해야 했다.
물론 현재 준의 인벤토리 크기로 함선 전체를 통째로 가져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일부라고는 해도 가져다 분석할 가치는 충분했고, 그중 일부에서 고가로 팔 수 있을 만한 물건이 나올 수도 있었다.
그것이 첫 업무를 외계함선 수거로 선택한 이유였다. 어쨌거나 이번 일은 델타스피릿의 정식업무였고, 일을 나선 이상 손해를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상신호가 잡혀요. 바쉬르 행성의 궤도상에 다른 함선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때 루나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빠르게 콘솔을 조작하여 신호가 보이는 쪽의 영상을 디스플레이에 띄웠다.
직사각형 모양의 커다란 탐사선이었다. 거의 150미터는 되어보이는 크기로, 연합에서 폐 함선을 수거할 때 많이 사용하는 물건이었다.
“형태로 보아 페르미 급 탐사선이에요. 예상했던 대로네요.”
루나의 말에 준이 혀를 찼다.
“저쪽에서 우릴 발견했을까?”
“아니오. 우리야 지향성 전파를 보냈으니 볼 수 있는 거고, 저쪽은 우리 위치도 모를테니 이거리에서 확인하는 건 불가능해요.”
“그렇군. 카모플라쥬 모드로 전환.”
수송선, 알바트로스에는 한 가지 기능이 추가로 달려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D1전차에 달려있던 기술과 비슷한 것으로 은폐장을 생성해 적의 레이더로부터 그 모습을 감추는 것이다. 전차에 달려있던 기능과 다른 것은 그 모습을 감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하면 시계에 들어 발각될 우려가 있었다. 물론 넓은 우주공간에서 눈으로 적 우주선을 본다는 것은 그야말로 개그나 마찬가지였지만, 이쪽은 전부 초심자들이었다. 핵심적인 조종은 준이 하고 있지만 그 외의 조작은 다들 역할을 맡아서 하고 있었다.
서은설의 경우에는 아예 처음부터 옆에 스마트 패널을 펼쳐들고 그때그때 조작법을 보면서 작동하고 있었다.
준은 조종간을 당겨 우주선의 방향을 틀었다. 어차피 현재는 모든 엔진을 끄고 관성으로만 움직이고 있는 상태였다. 초속 20킬로미터로 움직이는 알바트로스가 천천히 바쉬르 행성의 궤도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궤도에 안착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미 궤도에 정상적으로 올라서기 위한 계산은 루나가 끝마친 상태였고, 준은 거기에 맞추어 궤도를 입력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고 나면 자동으로 계산을 마치고 알바트로스는 정해진 궤도에 따라서 움직인다.
전투상황이 아닌 이상에야, 굳이 일일이 조종간을 잡고 미세조종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치익-
알바트로스의 함체가 방향을 살짝 틀며 관성으로 인해 잠시 흔들렸다. 준은 몸을 바로잡고는 입을 열었다.
“도착하기까지 얼마나 걸리지?”
“35시간 후에 도착입니다.”
“끙. 저렇게 코앞에 있는 것 같은데 엄청 오래 걸리는 군.”
“보기엔 저래도 250만 킬로미터 거리에 있어요. 임펄스 엔진을 가동할 수는 있지만 그랬다가는 저쪽에서 눈치챌 수도 있구요.”
“뭐, 천천히 가자고. 다들 식사나 하고 푹 쉬도록 해.”
“네. 함장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들 식당으로 향했다. 서은설은 잠시 남아 통신채널을 열어 함선내부에 현재 상황을 알리고 있었다.
준이 그녀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할만해?”
“끙... 어려운데... 나 정말 이거 해도 되는거야? 그냥 오빠랑 창만이랑 밑에서 대기하고 있어도 되는데.”
“뭐, 어차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이왕이면 여자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녀석들이 많아서 말이야. 아다시피 이 함선에 여자라고는 딱 두 명 뿐이잖아.”
“왜 시미는 빼는 거야?”
“아. 그 녀석까지 하면 셋인가. 일단 사람은 아니니까.”
“그 얘기 걔가 들으면 상처받을 텐데.”
서은설이 눈을 가늘게 떴다. 처음 다시 그와 재회했을 때, 그녀는 거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그녀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그를 다시 본 것이 너무나도 기뻤다. 하지만 그의 곁에서 나타난 루나라는 여성을 보자마자 그 기분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어느새 준의 곁에 바짝 붙어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던, 자신보다 몇 살은 더 어려보이는 여자아이를 보는 순간 서은설은 현기증 마저 느낄 정도였다.
‘대체 감옥엘 간거야, 아니면 여자를 꼬시러 간거야.’
남자밖에 없는 감옥에서 여자를 둘이나 업어온 것이다. 거기다가 그 중 한명은 임신까지 시켜버렸다. 준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그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뭐, 그녀석 그러는 거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어쨌든 수고 좀 해줘. 익숙해지면 할만할거야.”
“나도 그렇게 싫지는 않거든. 의외로 재미있기도 하고, 뭔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나쁘지 않아. 그리고 내 목소리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좋은 일이고.”
“의외네. 그런거 싫어할 줄 알았는데.”
“목소리 정도잖아. 닳는 것도 아니라고.”
“하긴, 그럼 적당히 하고 너도 쉬어. 어차피 도착할때까지는 별일이 없을테니까.”
준은 그렇게 말하고 루나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는 여전히 콘솔을 조작하며 궤도의 오차를 계산하고 있었다. 준이 보기에는 이미 다 끝난 일인데도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인지 처음부터 다시 재 검토를 하는 모양이었다.
“무리 하지마. 이제 슬슬 힘들 시기인데.”
“아, 괜찮아요. 그다지 힘들지도 않고, 이정도 일이야 덧셈보다도 쉬운 걸요.”
루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준이보기에는 상당히 복잡한 계산이었다. 물론 대부분은 양자컴퓨터에서 알아서 해주지만, 오류를 찾아내는 것은 결국 사람의 일이다. 보통의 오퍼레이터라면 골머리를 싸매야 할 일을 그녀는 마치 덧셈뺄셈을 하듯 간단히 해결해 버리고 있었다. 지능 79에 이른 그녀에게 어지간한 계산은 굳이 컴퓨터를 이용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쉬운 일이었다.
한참동안 홀로그램 영상을 주시하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준, 이번 탐사에 저도 함께 가면 안될까요?”
“안 돼. 말했잖아. 가능하면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임신 6개월이 넘었다. 그 상황에서는 어떤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일도 피해야 했다. 사실 지금도 오퍼레이터 일은 그만두고 숙소에서 쉬고 있으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도 고된 일이기에 내버려 두는 것 뿐이다.
“그냥 한 번 해본말이에요. 아무래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차피 내가 샘플을 가져오면 그걸로 분석해도 되잖아.”
알바트로스 안에는 그녀를 위한 연구실이 따로 있었다. 물론 알카트뢰즈에 있던 대형연구소의 시설만큼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의 실험은 진행할 수 있었다. 루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시선이 잠시 준의 뒤쪽에 있는 서은설을 향했다. 그녀의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얽히고 먼저 고개를 돌린 쪽은 서은설이었다.
루나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언젠가 이런 상황이 올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보다 그 시기가 빨리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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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십니다. 이제 자러가야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