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31화 (23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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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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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위기의 중심에는 에피알게나스가 있었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었다.

결국 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번에 목적지에 도착하면 파란색 외도 사냥을 하게 될 텐데, 너도 같이 할거지?”

“델타의 주인에게 도움이 된다면.”

“참. 그러고보니 너도 펠로우쉽 계약을 맺을 수 있으려나?”

“펠로우쉽 계약?”

“아. 이런거야.”

준은 에피알게나스에게 펠로우쉽을 걸었다.

-펠로우쉽이 불가한 대상입니다.

“음? 뭔가 한 거야?”

“뭐, 안되는 모양이네. 아무래도 알파의 주인이라 그런 모양인데.”

“델타의 기능인 모양이지? 정확히는 뭔지 모르겠지만.”

“아아. 그냥 같은 편 만들기라고 생각하면 편해. 델타의 보조를 받아서 전투의 효율을 높이는 거지.”

“그런거라면 나는 이미 충분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어쩔 수 없지.”

아무래도 펠로우쉽 계약을 맺은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크다. 언제든지 서로 연락을 할 수 있고, 위치도 파악할 수 있으며, 결정적으로 체력을 수치화 해주기 해주기 때문에 죽음의 위험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하긴. 녀석의 능력은 치유쪽이니까 관계없으려나.’

에피알게나스가 가지고 있는 알파는 생명유지장치와 결합한 녀석이었다. 신체개조장치와 결합한 델타가 보이는 능력을 생각하면, 알파의 치유나 생존능력은 상당히 뛰어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음. 답답하네. 능력을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사실 펠로우쉽 계약을 맺으려 했던 이유 중에서는 그녀의 능력을 명확히 알아보기 위해서도 있었다.

“먼저 일어나지.”

지금까지 말없이 식사에 열중하던 장민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일어나게?”

“필요 열량은 모두 채웠으니까. 훈련을 해야지.”

“끙. 너도 참 정성이다.”

“너처럼 특별한 능력은 없으니까.”

남이 하면 질투심에 배알이 꼴려서 하는 말처럼 들릴 말도, 저녀석이 하면 정말 사심이 없이 들렸다. 그 진지함이 그를 신뢰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었다.

“너도 펠로우쉽이거든.”

“뭐, 덕분에 정체되었던 실력이 빠르게 오르는 것은 확실하지. 조만간 대련 어때?”

“괜찮겠어? 미안하지만 어쨌든 대련이 되면 안 봐준다고? 저번처럼 미쳐서 날뛰거나 하면 그냥 기절할때까지 패버릴 수도 있는데?”

“으음... 그때는 좀 미안했다.”

투기장을 설치하고 장민성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대련을 했다. 사실 알카트뢰즈 출신과 호랑이 길드 사이에는 약간의 거리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애초에 수형자와 일반인이었으니. 특히나 서은설은 약간 그들에게서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장민성이 적극적으로 그들과 함께 훈련을 하고 대련을 하면서 서로의 사이는 많이 가까워진 상태였다. 빨간줄이 그인 이들이지만 편견없이 대하는 그의 태도에 많은 이들이 친밀감을 표했다.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훈련에 매진하는 그의 모습에 감화된 이들로 많았다. 그로인해 훈련장의 분위기가 좋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고질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툭하면 터져나오는 다혈질 적인 성격이었다.

특히 대련에서 질 것 같은 순간이 되면 더욱 빛을 발하는데, 진지했던 태도는 어디갔는지 마치 물어뜯을 것처럼 개처럼 달려들기 일쑤였다. 지더라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체력이 회복되자마자 재차 대련을 신청하고는 결국 이길때까지 싸웠다. 그런 점 때문에 몇 번 당해본 이들은 그와의 대련을 회피하는 이들도 많았다.

준과 대련을 할때는 거의 압도적으로 패배를 하다보니 그 정도가 더욱 심해서 미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공격을 해왔다. 아니, 거의 귀가 물어 뜯길 뻔 했다. 준이 슬쩍 피하면서 녀석을 바닥에 때려눕히고는 결국 줄로 꽁꽁 묶어 발작을 진정시킬 수밖에 없었다.

“뭐, 어차피 도착은 내일이니까. 그때까지 몸을 풀어두는 것도 나쁘진 않지.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 조금있다가 갈테니까.”

“기다리지.”

장민성은 식기를 개수대에 넣고 식당을 빠져나갔다.

“자. 우리도 슬슬 일어날까?”

식사를 마친 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에피알게나스도 따라서 일어났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준을 따라 움직였다. 준이 투기장으로 향하자, 그 뒤를 마치 오리떼처럼 줄줄이 따라오기 시작했다.

결국 준이 입을 열었다.

“다들 왜 날 따라오는 거야?”

“아니... 딱히 할 일도 없고. 나도 훈련이나 할까 해서.”

서은설이 입을 열었다.

“내일부터는 바빠질텐데 오늘 하루 정도는 준과 함께 있고 싶어서요.”

루나의 대답이었다.

“그냥.”

에피알게나스의 대답이었다. 홍창만은 말없이 에피알게나스의 뒤를 졸졸 따르고 있었다.

백조자리 91(Cygnus 91)

행성, 이스카야(Iskaya).

알바트로스가 워프를 마치고 임펄스엔진으로 전환했다. 약간의 관성력이 몸을 흔들었지만 크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일전의 전투에서 거의 피해가 없었기 때문에 엔진에도 문제는 전혀 없었다.

“후아. 저거 초록별이네요.”

시미가 현시창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조잘댔다. 오아시스에서 나고 자랐다고는 하지만 저렇게 생명력이 넘치는 행성은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 신기해하는 모양이었다.

“그래. 그리고 동시에 징그러울 정도로 외도가 많은 곳이지. 사실상 생태계의 상당수가 외도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

“외도는 생식이 안되지 않아?”

막스가 입을 열었다. 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맞아. 그만큼 외도가 많다는 이야기지. 놈들은 자기들끼리도 서로 잡아먹으니까.”

“아니. 외도도 번식을 해.”

가만히 듣고 있던 에피알게나스가 말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준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곳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살던 곳에서는 자기들끼리 번식을 했어. 외도들 사이에도 유사종들 끼리는 얼마든지 서로 교접을 하고 번식을 했지. 그렇게 종이 뒤섞이고 뒤섞이다 보니 변종도 많았고.”

“그런가. 어쩌면 이곳은 아직 엑조틱 에너지의 농도가 낮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군.”

“아마도 그럴거라고 생각해.”

그녀는 시미의 곁으로 다가가 마찬가지로 현시창을 통해 이스카야를 바라보았다. 뒷모습뿐이지만, 준은 그녀가 무언가를 그리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고향 생각을 하는 건가?”

“아니. 그곳은 이미 오랜 전쟁으로 폐허가 된 곳이야. 이렇게 깨끗한 행성을 본적이 없었어서.”

“그렇군. 뭐, 앞으로도 지겹게 볼 광경이니 그렇게 감탄할 건 없어.”

“그렇겠지.”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바트로스는 조용히 이스카야의 플랫폼을 향해 움직였다. 간단한 통신 끝에 플랫폼의 착륙장이 열렸다. 알바트로스는 비교적 소형함선이었고, 진입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가끔 300미터급 유류함이나 전함등이 나타날때면 플랫폼에서도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조작 미스로 충돌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플랫폼의 첫 인상은, 여느 뒷골목의 할렘가를 보는 기분이었다. 플랫폼마다 형태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곳은 지나치게 음울한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 원래 공장으로 사용했다고 하니 특유의 삭막한 분위기에다가 간간이 눈에 띄는 사람들의 모습이 지나치게 어두웠기 때문이었다.

플랫폼 관리자는 평범한 중간관리직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두꺼운 안경에 약간 살집이 있는 중년의 사내였고, 그는 연신 땀을 흘리며 준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애썼다. 클라이드와는 완전히 다른 그 모습에 준은 약간 위화감을 느꼈다.

제임스가 그런 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곳은 이미 거의 버려진 곳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입장에서도 일이 잘풀려 플랫폼을 팔아치울 수 있으면 나름의 실적이 되어서 더 나은 자리로 갈 수 있는 기회인 셈이죠.

-그렇군. 그래도 이렇게 싼 가격인데, 오히려 저쪽에서 저자세로 나온다는게 신기하군.

-뭐, 여차하면 한푼도 건질 수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거래는 제임스에게 전담했다. 그는 장시간에 걸친 협상 끝에 현금이 아닌 결정체 제공을 조건으로 7만개의 결정체를 넘기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애초에 결정체 하나에 100만원 가량에 팔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었다.

“대단한데? 거의 30퍼센트나 깎은거 잖아.”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결정체 하나당 수익이 얼마나 나오는지 아시면 그런말씀은 못하실걸요?”

“흠. 그러고 보니 궁금했어. 대체 얼마나 차이가 나는 건데?”

“엑조틱에너지 탱크의 가격은 알스버그님도 잘 알고 계시죠?”

“대략 10~20억쯤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비싸보이지만 그거 하나면 중대형 컨테이너함 하나가 일주일 가까이 운행할 수 있었다. 어찌보면 싸다고도 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거기에 들어가는 결정체가 대략 100개 정도입니다.”

“도둑놈들. 원가의 열배를 후려치는거야?”

“사실 원가를 너무 낮게 잡은 거죠. 공급의 대다수를 쥐고 있는 연합이기 때문에 가능한겁니다.”

“그러니까, 사실 이녀석들은 현금보다는 결정체로 받는게 훨씬 더 이득이다 그거로군. 그렇게 생각하면 30퍼센트 밖에 못깎은 게 아쉬워지는데.”

“제 능력이 부족했던 때문입니다.”

제임스가 고개를 숙였다.

“아니, 꼭 너를 탓하려는게 아니야. 애초에 저쪽에서도 정해진 가격이라는게 있으니까. 30퍼센트도 잘한거지.”

“카르텔이라는 게 그래서 무서운 겁니다. 생산의 주체인 헌터들이 자기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철저하게 막아버리니까요. 목숨을 걸고 결정체를 수집하는 것은 헌터지만, 그것으로 배를 불리는 것은 일부 기업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이 불합리한 구조를 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시도하려는 순간, 철저하게 박살이 나니까요.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도, 무역연합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연방이나, 제국쪽에서 나서도 되잖아. 그쪽에서 적극적으로 헌터들에게 결정체를 사들여서 싸게 푸는 방법도 있고.”

“물론 그런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들 생각하는 건 비슷하니까요. 하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왜지? 충분히 성공가능한 것 같은데.”

“아까도 말했지만 결정체 공급의 절대다수가 연합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다른 국가에서 결정체를 싸게 풀려는 조짐이 보이면, 연합에서 결정체 공급을 줄여버립니다. 그것만으로도 그 국가의 경제는 흔들리게 되지요. 물론, 완전히 막는 것은 아닙니다. 그랬다가는 당장 대규모 전쟁으로 번질 우려가 있으니까요. 연합에서도 연방의 무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의 힘은 막강하니까요.”

“아아. 그 화력덕후들 말이지? 함선에다가 양전자포를 대여섯개씩 박아놓고 다니는.”

“연방의 주축국이자, 군사력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는 국가이지요. 아무리 연합이 돈이 많아도, 군사기술력에서는 아직 상대가 안됩니다. 그러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결론이 뭐야?”

“줄타기죠. 연방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는 범위내에서, 그리고 자신들이 최대한의 이득을 보는 그 절묘한 타협선이 바로 현재의 가격인 겁니다.”

“끙. 그래도 비싼 것 같은데.”

“유가에 비하면 양반이지요.”

“하긴... 그놈들은 원가도 공개를 안하니까.”

현재 파티마 제국에서 거의 독점이나 마찬가지로 생산하고 있는 석유는 그 원가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었다. 물론 장기간의 탐사에 따르는 비용, 채굴비용, 그리고 수송비까지 따지면 얼추 계산이 나오긴 했다. 그 수치가 결정체에서 나오는 수익에 비해 많으면 많았지 적다고는 할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좋은 하루 되십셔. 월요일에 출근하시는 직장인분들 홧팅! 학생여러분들도 힘내세용!

바쁜 꿀벌은... 아니 백수는 이만 자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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