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33화 (23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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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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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의 목표가 되는 외도의 이름은 괴물새 가스토르니스였다. 본래 신생대에 현존했던 육상 조류의 이름을 따온 것으로 화석이 아직까지 출토 되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고대조류의 일종이었다. 생김새가 그다지 닮지 않았음에도 그 이름이 붙은 이유는 단 하나, 녀석의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크기 때문이었다.

파란색 외도인 만큼, 몸체의 길이만도 20여 미터에 달했고 날개를 펼치면 단숨에 50미터까지 그 크기가 커졌다. 그 정도 크기임에도 하늘을 날기 위해서 실제 몸체는 상당히 가벼운 편이었다.

공격은 주로 날개에서 뿜어내는 바람과 깃털이었다. 깃털은 칼날처럼 벼려져 있었고, 그 내구도는 탄소강을 가볍게 뛰어넘을 정도로 단단했다.

그 외에 강력한 음파공격을 사용해 다수의 적들을 무력화 시키는 방법도 사용했다. 다만 그것은 중하급 이하의 헌터들에게만 통할 뿐 어느정도 실력이 있는 헌터들에게는 큰 효과가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녀석의 공략법으로는 여러가지가 시도되었다. 원거리에서 공격을 집중하는 것. 폭탄을 터뜨려 대기의 흐름을 교란시킨 이후 지상에 있을 때 근접딜러들이 공격을 하는 것. 혹은 둘 다. 그 외에도 질긴 그물을 이용해 발을 묶는 법 등등 하나같이 어떻게든 녀석을 잡아볼까 하고 최대한 머리를 굴린 끝에 나온 방법들이었다.

하지만 전부 실패했다. 녀석의 깃털은 어설픈 원거리 공격에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고, 지상이라고 해도 녀석에게 접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녀석의 날개가 한번 펄럭일때마다 수십미터씩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상급 헌터까지 초빙해서 녀석을 잡으려고 했지만, 놈은 조금의 위험만 느껴져도 훌쩍 날아 도망쳐버렸다. 새 주제에 달리기도 빨라서 어지간해서는 잡을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때문에 준도 지금 당장 잡는다기 보다는 녀석의 전력을 몸으로 파악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것이었다.

쿠르르-

그리고 가는 길은 전차를 이용해서 움직였다. 어지간한 외도들은 D-2전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꽁지를 말고 도망치기 바빴고, 간혹 주황색외도가 나타나면 덤벼들기도 했지만 그런 녀석들은 기관총 세례를 얻어맞고는 결정체를 뱉어낼뿐이었다.

골렘들이 전차를 호위하면서 움직이고 세대의 전차를 움직이자 그럭저럭 큰 문제없이 진군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가스토르니스가 둥지를 틀고 있는 곳에서 약 8킬로미터 거리에 왔다 싶을때쯤 준은 전차에서 내렸다. 전차같이 시끄러운 물건을 가지고 움직이다가 녀석의 눈에 띄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녀석이 화를 내고 찾아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쪽에서 먼저 기습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했기 때문에 내린 판단이었다.

눈에 쉽게 띄는 대흉근과 골렘형제들까지 인벤토리에 넣자, 일행은 순식간에 규모가 작아졌다. 그러자 붉은색 외도들이 슬금슬금 근처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녀석들은 눈치만 볼뿐 좀처럼 일행을 습격하지 못하고 있었다.

“흠... 저 녀석들 왜 저렇게 구경만 하는거지?”

막스가 이상한 듯 입을 열었다. 짐작가는 바가 있었던 준이 대답했다.

“아마 저 녀석 때문인 것 같은데.”

이미 늑대인간으로 변이하여 거의 3미터 크기까지 자라난 검둥이가 주변을 둘러보자 붉은색 외도들이 흠칫 놀라면서 뒤로 물러섰다. 인간의 냄새를 맡고 온 것 까지는 좋았는데, 그곳에 자신들보다 훨씬 강력한 외도가 있다는 사실에 공격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구만. 편리한데?”

막스가 검둥이의 털을 쓰다듬자, 검둥이가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자 막스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코앞에 들이밀어진 검둥이의 날카로운 이빨에 겁을 먹은 것이다.

“저 녀석 저상태에서는 조금 흉폭해지니까 조심해.”

“조금이 아닌 것 같은데...? 날 알아보기는 하는건가?”

그의 말대로 검둥이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가 검둥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영락없는 일반 외도였다. 아마 보자마자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했을 것이다.

“몇대 때려주면 기억할거야.”

준이 검둥이에게 다가가자 녀석이 고개를 숙였다. 준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기분좋다는 듯 끙끙거리는 모습에 막스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녀석. 사람 차별하기는...”

“크르르...”

“아, 아무말도 안했어. 나는.”

막스는 뒤로 한걸음 더 물러서며 손을 내저었다. 준이 가볍게 검둥이의 머리를 내리쳤다. 가볍게라고는 하지만, 준의 근력을 생각하면 결코 가벼운 타격이 아니었다.

“적당히 해. 임마. 장단 맞춰주니까 잡아먹을 기세로구만.”

“윽. 형님. 장난도 못칩니까?”

검둥이가 머리를 부여잡고는 투덜거렸다. 막스는 그제서야 자신이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오만상을 찡그렸다.

“내 참 더러워서 강해지던가 해야지. 이제 저 놈까지 날 우습게 보네.”

“흐흐. 그러니까 평소에 잘하셔야죠. 저를 개취급 할 수 있는 건 형님 뿐입니다.”

“알았다. 알았어. 다음번에 내가 예쁜 강아지 소개시켜줄게.”

“저는 다리가 짧은 쪽이 취향입니다.”

“알았다. 세상에서 제일 짧은 놈으로... 그 뭐냐. 닥스훈트인가? 그놈 엉덩이가 제법 튼실하더만.”

“생긴건 제 타입이 아니지만... 뭐, 막스님의 눈을 믿어보도록 하죠.”

“클클클. 이제는 부인하지도 않는구만. 아예 그 몸이 익숙해진거냐?”

“하루이틀도 아니고 일년도 넘었는 걸요. 언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전까지는 현재의 욕망에 충실해야지요.”

“긍정적인 녀석이로구만. 그런 놈이 그때는 왜 그랬대. 너 준 아니었으면 그냥 사형이었어. 임마.”

“그러니까 제가 형님을 형님으로 모시는 거 아닙니까. 생명의 은인이지요. 물론 감금당해서 조교당할때는 죽이고 싶었지만요.”

“감금? 조교?”

에피알게나스가 물음표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준은 당황하며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니야. 그냥 말을 안듣길래 좀 교육을 시킨거라고.”

“그러니까 감금해서 조교한거에요?”

시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왔다.

“그러니까 그게... 틀린말은 아니지만... 단어선택 똑바로 못해 임마?”

준은 애꿎은 검둥이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그러자 검둥이가 낑낑거리면서 준의 얼굴에 머리를 부볐다.

그때였다.

푸슈슛!

퍼퍼퍽!

“커허엉!”

돌연 어딘가에서 화살 세 대가 날아오더니 검둥이의 몸에 틀어박혔다. 준은 깜짝 놀라며 주변을 경계했다.

“누구냐!”

준은 식은 땀을 흘렸다. 방금의 공격은 준이 미처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웠다. 미래예지를 장착하고 있는 준이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은밀하고도 강력한 공격. 거기다가 날아온 화살은 강철보다도 단단한 검둥이의 가죽을 마치 두부처럼 파고 들었다.

“크르르...”

검둥이도 황망한 정신을 수습하고는 으르렁거리며 주변을 탐색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적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겠어?”

“네. 형님. 외도를 제외하고는 냄새가 전혀 없습니다.”

검둥이의 후각은 반경 수백미터 범위를 탐색할 수 있었다. 화살을 날린 범인이 그 안에 있다면 검둥이가 놓칠 리가 없었다.

“대체...”

쐐애액!

준이 입을 여는 순간 다시 한번 화살이 날아왔다. 준은 본능적으로 저걸 막아내기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화살은 준의 민첩성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가공할 힘과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퍼억!

“캐액!”

다시 한번 검둥이의 어깨에 화살이 틀어박혔다. 그나마도 심장을 노리고 날아오는 것을 마지막 순간에 몸을 틀어 어깨로 막은 것이다.

“너 당장 변이 풀어. 아무래도 적은 널 노리는 것 같다.”

“흑. 네. 형님.”

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둥이의 몸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몸이 축소되면서 몸에 박혔던 화살은 자연적으로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럼에도 상처가 깊어 에피알게나스의 손을 빌려야 했다. 검둥이의 체력바를 확인해보니 거의 오천에 가까운 체력이 날아간 상태였다.

‘대체 어떤 놈들이지... 화살 몇방에 검둥이를 저렇게 만들다니...’

화살을 사용한 것으로 보아선 외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보통의 헌터가 노란색 정예외도인 검둥이를 이렇게 쉽게 공략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상급헌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었다.

‘대체 왜 그런 녀석들이 여기에 있는거지?’

검둥이가 개형태로 돌아가자, 더 이상 화살은 날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공격을 시작했으니 여기서 끝날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형님. 냄새가 납니다. 인간입니다. 수는 일곱입니다.

-거리는?

부스럭.

검둥이가 대답하기도 전에 수풀을 헤치고 낯선 인물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아. 다들 무사하십니까?”

가장 앞에 서 있던 거구의 인물이 한 손을 들며 입을 열었다. 몸에 달라붙는 강화수트를 입은 사내로 덩치가 큰 것이 탱커역할을 맡은 인물인 듯 했다. 키는 약 2미터, 보통 사람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고, 팔뚝크기가 준의 머리통 만해 보일 만큼 어마어마한 근육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뒤를 따르는 자들도 하나같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 장비도 지금까지 준이 보아왔던 허접한 이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어설프게 강철로 만든 검이나 갑옷이 아니라, 탄성수트라던가, 단분자 커터등으로 보이는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누구지?”

“경계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가 바로 그 화살을 날린 일행입니다.”

그는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준이 다시 물었다.

“그래. 그 화살. 대체 왜 쏜거지?”

“왜라니요. 그야 외도에 의해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 건 당연한 덕목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그나저나 정말 다치신데는 없습니까? 여기는 보통 사람이 함부로 돌아다닐 만한 곳이 아닌데요.”

“거참. 우리가 보통 사람으로 보이나 본데?”

막스가 툴툴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만 해도 허리에 검을 달고 있었다. 물론 주무장은 인벤토리에 있는 니들리스 스패너와 해머, 그리고 니들건이었지만 일단은 헌터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쿠르베의 모습은 완전무장을 한 전사 그 자체였다. 등에는 거대한 석궁을 매고 있었고 허리에는 묵직한 둔기, 그리고 왼팔에는 방패를 차고 있었다.

“우리걱정은 할 필요없어. 자기 앞가림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다시한번 묻지. 너희들은 누구지?”

“그러신가요? 하지만 방금은 분명히 커다란 외도에게 잡아먹힐뻔...”

“이녀석에게 말인가?”

준이 슬쩍 뒤를 가리켰다. 검둥이가 으르렁대며 새로 나타난 인물들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 사내는 잠시 턱을 괴고는 고개를 갸웃 거리더니 돌연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 쳤다.

“아. 그러면 아까 그 커다란 외도가 저 강아지란 말씀이신가요?”

“그래. 내 애완동물을 상처입힌 이유를 이제 들어볼까? 설마하니 상급헌터씩이나 되시는 분들께서 그걸 몰랐을 것 같진 않은데.”

“내가 그러니까 하지말자고 했잖아. 이 대가리에 똥만 들어찬 무식쟁이야!”

빠악!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여성 하나가 사내의 뒤통수에 몽둥이를 휘둘렀다. 온몸을 로브로 감싼 여성이었지만 드러난 부분만으로도 상당한 미인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사내는 간지럽다는 듯 머리를 잠시 긁적이더니 준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정말 몰랐습니다.”

“무슨...?”

준은 솔직히 당황했다. 검둥이의 몸에 상처를 낸 것으로 저들의 정체가 상급헌터임을 파악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정도 실력자가 착각을 하고 검둥이에게 화살을 날릴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반응으로 봐서는 정말로 몰랐던 모양이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그를 당황시킨 것은 사실을 깨닫자 마자 바로 정중하게 사과하는 저 자의 태도였다.

본래 헌터는 에고가 상당히 강하다. 중급헌터만 되어도 자신이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는 착각속에서 살아가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만해도 그럴 진대 자그마치 상급헌터씩이나 되는 녀석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자마자 사과를 해온 것이다.

‘물론 이게 정상적인 것이긴 하지만...’

문제는 그런 정상적인 인간을 거의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 작품 후기 ============================

슬슬 여름휴가를 가야할때가 온 것 같긴한데... 친구들이 죄다 직장인이라 일정맞추기가 힘드네요. 원래 이주전에 가기로 했는데 줄줄이 취소행ㅠㅠ

그냥 에어컨 바람밑에서 글이나 쓰는게 남는거려니 합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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