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7 ----------------------------------------------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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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긴 놈 같으니... 직격으로 세 방이나 맞고서도 멀쩡하구만.”
따지고보면 버팔로우도 버텨냈던 포탄이니 파란색 외도인 녀석이 멀쩡한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준은 혀를 차며 전차에서 내려 검둥이를 향해 다가갔다. 그는 바닥을 구르면서도 토르의 몸은 꼭 안은 채 더 이상의 상처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었다.
“잘했다.”
준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토르의 상세를 살폈다. 그리고 그제서야 뒤늦게 아이샤와 일행들이 다가왔다.
“토, 토르...”
아이샤가 떨리는 눈동자로 토르의 모습을 보았다. 보이는 상처만으로도 이미 토르의 상세는 심각한 상태였다. 가슴은 함몰되어 뼈가 바깥까지 튀어나와 있었고, 부서진 뼈가 내장을 찔렀는지 엄청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가늘게 숨은 쉬고 있었지만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세였다.
“아우렐리오!”
아이샤가 절규하듯 외쳤다. 뒤늦게 숨을 헐떡이며 도착한 사내가 아이샤의 곁에 있던 토르의 모습을 보았다.
“신이시여...”
그는 가볍게 성호를 긋고는 빠르게 그의 몸위에 손을 올렸다. 그의 손에서 은은한 빛이 흐르자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던 피가 서서히 멎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부서진 뼈도, 거의 떨어져 나갈 정도로 덜렁거리는 어깨도 제대로 치유가 되지 않고 있었다.
“제발... 어떻게 좀 해봐.”
아이샤는 자신의 실수로 인해 토르가 이렇게 되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사실 마나가 온전하더라도 녀석을 끝까지 붙들고 있을 수 있었을런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의 실수가 사소한 것이라면, 사전에 가스토르니스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부족했던 것은 전체의 실수였다. 그들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녀석은 강했던 것이다.
팀 어벤져.
어딘가의 만화 주인공과 비슷한 이름을 지은 것은 어디까지나 토르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간 때문이다. 그들은 뛰어난 상급헌터들로, 전문적으로 상위의 외도들, 즉 초록색이나 파란색 외도들을 잡아왔다. 위기는 있었지만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레이드를 성공시켰고, 그 때문에 이번일도 그리 어렵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문제없이 후퇴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변수가 있었다면, 그들이 비행형 외도를 만나본적이 없다는 것. 슬랩스의 화살이 떨어졌다는 것. 그리고 아이샤의 마나가 부족했다는 것 정도였다.
그 사소한 문제들이 겹쳐서 이런 사단이 난 것이다.
하지만 결국 원인을 따지고 보면 아이샤의 고집이 일을 이렇게 만든 것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어이... 누가 죽었어? 왜 그렇게 울고 있는거야?”
그때 죽은 듯이 누워있던 토르가 입을 열었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도 놀랍게도 정신만은 또렷했던 모양이었다.
“미안해. 나 때문에...”
“이 녀석 좀 누가 진정시켜봐. 시끄러워서 죽지도 못하겠잖아.”
토르가 싱긋 웃으며 아이샤의 눈물을 닦아주려 했는지 어깨를 움직였다. 하지만 뜻대로 팔이 움직이지 않는지 가볍게 미간을 찡그렸다.
“이거... 치료가 안된건가?”
“상처가 너무 심합니다. 겨우 출혈만은 막았습니다만... 이 이상의 치료는 이곳에서는...”
아우렐리오는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곳은 깊은 숲속이다. 그들이 타고 온 셔틀은 이곳에서 십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고, 그곳까지 이런 상처를 안은 채 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니, 지금 당장이라도 쇼크로 인해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결국 이런 곳에서 죽게되는 건가. 기분 별로군.”
끄응, 하고 토르는 상체를 움직였다. 통증으로 이미 뇌기능이 정상이 아닐 텐데도 그는 거의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버티며 아이샤를 바라보고 있었다.
“야. 날 봐.”
“토르...”
그녀는 눈물을 쏟아내며 토르의 손을 잡았다. 그가 입을 열었다.
“자책하지마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네가 살아있으면 된거야. 난 그걸로 만족해.”
“안 돼...”
아이샤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그 말만을 반복했다. 이런 상태에서는 기적이라도 있지 않은 이상 살아날 수 없음을 그녀의 머리는 또렷이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 나 이제 죽어도 될까?”
“이... 멍청아. 개자식아. 바보야. 죽지마. 죽으면 안된다고!”
“큭큭. 난 네 그런 점이 좋았어. 사랑했다. 처음만났을 때부터.”
토르는 그렇게 말하며 움직이지 않는 상체를 억지로 움직여 아이샤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아이샤는 일그러진 얼굴로 눈물을 쏟으며 토르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키스를 받아들였다.
“커헉.”
“토르!”
그리고 그가 피를 토하며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아이샤가 비명을 지르며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그와 그녀의 주위에 서 있던 다른 일행들이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훔쳤다.
그때 분위기를 깨는 막스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어우... 닭살 오지게 돋네.”
도발이나 다름없는 그의 말에 슬랩스가 죽일 듯이 그를 노려보았다.
“씁. 거참 애새끼가 눈알 하나는 더럽게 살벌하네. 누가 못할 말 했는가?”
“지금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오나?”
차마 무기를 꺼내지는 못했지만, 그는 당장이라도 막스를 찢어발길 기세였다. 아이샤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명의 상급헌터들의 시선을 한꺼번에 받은 막스는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야. 어떻게 좀 해봐.”
“왜 그러게 시비를 걸어.”
“어차피 재미있는 건 다 끝났잖냐.”
“그건 그렇지.”
짝, 하고 준이 손뼉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드라마는 여기까지. 에피알게나스. 부탁해.”
그러자 그의 뒤에 서 있던 에피알게나스가 쓰러져 있는 토르의 몸에 손을 올렸다.
“잠깐. 지금 무얼 하려는...”
정신없이 토르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머리를 끌어안고 있던 아이샤가 입을 열었다.
콰아아아-
그 순간 빛의 폭포가 토르의 몸위로 쏟아져 내렸다. 은하수를 통째로 쏟아 붓는듯한 그 엄청난 시각적 충격에 슬랩스를 비롯한 어벤져의 팀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오오. 신이시여...”
교황청 출신 성직자 아우렐리오는 황급히 성호를 그으며 기도를 올리고, 나머지는 그저 멍하니 기적의 강림을 두 눈을 뜨고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 이거 죽으니 천사가 다보이는 구만. 누님. 저랑 섹스할래요?”
토르가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입을 열었다. 아이샤가 안고 있던 토르의 머리를 놓았다.
쿵.
“윽. 뭐, 뭐지? 아이샤? 너도 죽었냐?”
“그래. 쪽팔려서 죽었다. 이 화상아.”
아이샤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샤는 에피알게나스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준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사실 늦은 감이 있는 사과였지만, 준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아이샤 정도면 그래도 보통사람의 경계안에 들어가는 정도였다. 게다가 토르에게 나름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사과를 받아주었다.
“헌데 두 사람이 연인이었나보지?”
“그것이...”
아이샤가 고개를 푹 숙이며 우물거리자, 토르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사실 오늘부터 1일입니다.”
“아니야!”
빠악!
아이샤가 토르의 뒤통수를 후려갈기고는 후다닥 도망쳤다. 방금전의 상황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뜨거운 장면을 연출했으니 이제는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본의아니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게 된 점 사과드립니다.”
“아니. 뭐. 나름 재미있었고.”
솔직히 말하면 일부러 에피알게나스를 말리고 있었다. 분위기가 요상해지기에 어디까지 가나 궁금했던 것이다. 어차피 죽지만 않으면 그녀가 살릴 수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뭐가?”
“제가 사실 부끄러움이 많은 편이라서...”
토르는 머리를 긁적이며 얼굴을 붉혔다. 뻔뻔한 얼굴로 시미쨩 다이스키를 외치는 인간치고는 상당히 순수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나중에 결혼하면 정장 한 벌 알지?”
“한 벌로 되겠습니까?”
“그만하라고 멍청아!”
빡!
아이샤가 던진 지팡이가 토르의 뒤통수를 정확하게 가격했다. 거의 십여미터에서 던진 지팡이가 정확히 명중하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마법사가 아니라 전사를 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 그나저나 저 놈이 도망갔으니 다음 계획을 짜야겠군.”
“생각보다 강한 놈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녀석을 좀 우습게 봤다고 말씀드려야 겠네요.”
“아니. 그 정도 능력이면 우습게 볼만도 하지.”
준은 가스토르니스를 혼자서 탱킹하는 토르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일단 탱킹이 된다는 건 레이드가 가능하다는 거고, 변수가 없었다면 레이드를 성공할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 동안 너무 운이 좋았던 거지요. 사전에 준비를 더 철저히 했어야 했는데.”
토르는 운이 좋았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죽음 직전에서 돌아온 녀석치고는 회복이 빨랐다. 준은 그에게 상당히 호감을 느꼈다. 엄청난 실력뿐만 아니라 인간성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녀석이었다. 죽음 직전에 사랑을 고백하는 모습은 솔직히 말해 약간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준은 충동적으로 입을 열었다.
“저기. 우리 회사에 들어오지 않겠어?”
“네?”
“내가 작은 PMC를 운영하고 있는데 말이지. 그쪽이 마음에 든다. 연봉은 넉넉하게 챙겨주지. 불만이면 그쪽에서 조건을 제시해도 좋아.”
“하하. 이거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네요. 하지만 죄송하게도 저희는 따로 후원받고 있는 곳이 있어서 힘들 것 같습니다.”
“계약기간이 얼마나 남은 거지?”
“따로 계약기간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사용하는 물건들이 전부 후원물품이라서요. 이 장비들이 없다면 솔직히 지금처럼 레이드를 하는 건 어려울 겁니다.”
토르는 자신의 등에 차고 있는 해머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흠. 그런가. 아쉽게 됐군.”
준은 진심으로 아쉬워 했다. 만약 이 팀을 그대로 자신의 회사로 끌어들일 수 있으면 그야말로 엄청난 전력이 될 것이다. 현재 델타스피릿의 무력이 준에게 집중된 비대칭적 구조라는 것을 감안해보면 이 정도 능력자를 영입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
솔직히 장민성이나 막스를 자신의 레벨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1,2년으로는 부족했던 것이다. 아쉬운 마음에 한 번 더 권해보았지만 토르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준은 더 이상 강권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역시도 생명의 은인의 청을 거절하는 것은 힘든 일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만큼 그에게는 준에게 말하지 않은 다른 중요한 일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헌데, 그 무기 말이지.”
“이거 말인가요?”
“그래. 대체 뭘로 만든 건지 알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엑조틱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역시 범상한 분이 아니란 건 알았지만 거기까지 눈치 채실줄은 몰랐습니다. 네. 맞습니다. 이 ‘토르의 해머’는 엑조틱에너지를 폭발시켜서 타격을 입히는 무기입니다.”
“그 무기를 어디서 후원받는다고 했지?”
“죄송합니다만, 그건 좀...”
“비밀유지계약이라도 맺은 건가?”
“네. 생명의 은인께 자꾸 거절만 하는 것 같아 죄송하지만 저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토르는 그러면서 자신의 일행 쪽으로 슬쩍 고개를 움직였다.
준은 목소리를 낮추어 입을 열었다.
“일행 중 한명이 그 후원기업의 인물인가?”
“네. 저기 머리가 짧은 사람입니다.”
“미안한데. 그 자를 넘겨 줄 수 있겠어?”
“안됩니다.”
“끙. 골치아프게 됐군.”
상황이 정리되고 보니, 여러 가지 문제될 점이 많았다. 일단 첫 번째 문제는 전차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에피알게나스의 존재였다. 아무래도 둘 다 눈에 띌 수 밖에 없고, 만약 연합정부에 이 이야기가 들어가게 되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 물론 전차는 잡아 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에피알게나스는? 그녀는 눈앞에서 죽음 직전의 사람을 살려내었다. 힐러는 어디나 부족하고, 그런 그녀를 두고 볼 연합이 아니었다.
결국 이 이야기가 퍼져나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제가 조용히 부탁하겠습니다.”
“과연 그 자가 말을 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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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유발 여캐는 루나 하나만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