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38화 (23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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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인더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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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하게 부탁하면 듣지 않을까요?”

“잘도 듣겠다.”

준은 한숨을 쉬었다. 상급헌터 정도쯤 되면 세상 돌아가는 일 정도는 제법 알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을 보니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열심히 일을 하면 언젠간 빚을 갚아 새크리파이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꿈을 꾸었던 과거의 자신을 보는 듯 했다.

“넌 아이샤가 옆에 없으면 안되겠다.”

“하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토르는 큰 소리로 웃었다. 방금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쳐 흘렀다.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신경인거야. 나같으면 PTSD라도 오겠다.’

긍정적인것은 다행이지만, 이래서야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그렇다고 토르까지 죽여가면서 그들의 입을 막기엔 위험부담이 너무컸다. 준 역시 그렇게 까지 하면서 그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틈을 봐서 처리할 수 있을까...?’

준은 잠시 가능성을 타진했다. 토르라면 속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샤를 속여넘길 수 있을까?

준은 고개를 저었다. 세상사에 어두운 토르에 비해서 아이샤는 제법 그런 쪽으로는 사리가 밝았다.

‘일단 그녀를 만나야겠군.’

그녀에게 있어 자신은 토르를 살려준 은인이었다. 그녀에게라면 양심의 가책없이 몰아붙일 수 있었다.

“강원삼씨를 말하는 거라면 이미 늦었어요.”

“뭐?”

아이샤는 고개를 저었다.

“강원삼 대리가 쓰고다니는 안경에는 라이브캠이 설치되어 있어요. 실시간으로 영상이 전송되고 있으니 이미 볼 사람들은 전부 봤을 거에요.”

“끄응... 그런가.”

라이브캠이라니,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미 전송된 영상을 다시 돌릴 수도 없었다. 준은 일이 참 공교롭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준이 보통의 레이드 팀을 이끌고 있었다면 이번 일은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누구인지 모를 후원사에게, 그것도 상급헌터를 후원할 정도로 돈많은 후원사의 눈에 띌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하지만 준은 달랐다. 그는 가능한 한 자신의 능력을 늦게 알리고 싶어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법적으로 금지된(것이라고 생각되는) 무기를 가지고 있었고, 상급힐러를 우습게 만들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힐러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 그녀의 후원자 측에서는 그 영상을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힐러는 절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하다. 어지간한 능력만 되어도 여기저기서 스카웃을 해가려고 난리인데, 그 와중에 알파의 절대적인 회복능력을 보였으니 그 후원사라는 녀석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이곳으로 날아오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준은 잠시 그냥 여기서 도망칠 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일에 쏟아부은 돈이 너무 많았다. 결정체 7만개는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금액이었다. 이번일만 성공하면 플랫폼을 제값받고 팔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몇 조나 되는 금액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도움이 못 되어 드려서.”

“뭐, 상관없어. 이왕 이렇게 된거 시원하게 보여줄까 싶기도 한데.”

“네? 능력을 감추고 싶어하시는 거 아니었나요?”

아이샤는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 역시 에피알게나스에게 욕심이 나는 상황이었다. 그녀 정도의 회복능력이면 즉사만 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다시 살릴 수 있었다. 그것은 상처를 많이 입을 수밖에 없는 레이드 팀에서는 절대적인 능력이었다.

자신도 그럴진데, 화면너머로 본 사람들은 오죽할까. 솔직히 말하면 전차의 충격마저도 날릴 정도로 그녀의 능력은 출중했다. 모니터 뒤의 사람들은 지금 쯤 그녀에 대한 신상정보를 캐고 있을 것이다. 사진 한 장이면 태어난 곳, 가족관계, 학교, 첫 직장, 친한 친구 등 그녀에 대한 모든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전방위적으로 에피알게나스에 대한 압박이 시작될 것이다. 그들은 그녀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마다하지 않을 것이고, 거기에는 불법적인 일들도 당연히 포함 되는 것이다. 과연 그녀가 거대기업을 상대로 들어오는 압박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

아이샤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자신들도 후원기업이라고는 하지만 여러부분에서 많은 제약을 당하고 있었다. 상급 레이드 팀인 자신들마저도 그럴 진데, 신생 PMC업체라면 두 말할 것도 없었다.

“이미 들켰다며. 이제와서 감출 필요는 없겠지.”

이렇게 된 이상 에피알게나스를 감추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그렇다고 도망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그냥 정면돌파를 강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이곳에서 파란색 외도를 잡고, 플랫폼을 판다.

당면한 1순위 목표였고, 그 다음은 누군가 접촉하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들의 목적이 에피알게나스를 영입하려는 것이라면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그녀를 납치하고자 한다면 어디든 찾아가 그녀를 구해내면 될 것이다. 준은 그럴만한 능력이 있었고, 그럴 자신도 있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그녀가 펠로우쉽 계약을 맺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만약 그것이 가능했다면 그녀가 어디에 있든 찾을 수 있을테니 신변 보호도 보다 수월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곳에서 엉뚱하게 엮일 줄이야.”

준은 입맛을 다시며 강원삼을 보았다. 그는 검정색 뿔테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그것 어딘가에 라이브캠이 숨겨져 있는 모양인지 여기저기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돌아보고 있었다. 주로 관찰하는 것은 역시 에피알게나스였다.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저 녀석에 대해서 설명해 줄 수 있어?”

“이름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강원삼이라고 하고요. 본래는 계약직 사원인데, 현장관리의 용이성을 위해서 대리 직급을 달고 있어요. 사실 별 의미없긴 하지만 그냥 우리끼리는 강대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강대리라. 갤럭시 인더스트리인가?”

“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요.”

“아아. 그래.”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툭 찔러 본 것뿐인데 아이샤가 살짝 윙크를 하며 대답해 온 것이다. 아마 그의 추측이 맞은 모양이었다.

“헌데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 그거 엑조틱 결정체를 이용한 거지?”

“네. 헌데 그것만으로 어떻게 특정한거죠?”

“그런게 있어.”

준은 미간을 잠시 찌푸렸다. 시어도어 대령의 얼굴이 떠올랐다. 알카트뢰즈에서 비밀리에 행해지던 실험, 그 원류를 타고 올라가면 결국 갤럭시 인더스트리와 맞닿아 있었다. 준이 자료를 폐기하기 전에 이미 상당수의 연구결과가 그쪽으로 흘러들어간 모양이었다. 생각해보면 연구소이니 만큼 정기적으로 보고가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저도 궁금했는데요. 그 전차. 대체 뭐죠? 어떻게 일반 화기로 가스토르니스를 공격할 수 있었던 거에요?”

“그보다 먼저 그 무기에 대해서 좀 알고 싶은데.”

“이건 기밀이에요.”

“싫으면 말고. 나도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지.”

준이 팔짱을 끼며 태평스레 말하자, 아이샤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뭐, 좋아요. 어차피 곧 시판될 물건이니 상관없겠죠. 간단하게 이야기 하면 엑조틱 웨폰이라고 하는거에요. 무기 자체가 엑조틱 에너지를 품고 있어서, 보통의 사람들도 외도를 사냥할 수 있게 만드는 무기에요. 물론 그 무기를 가진 사람이 강할수록 그 위력은 강해지겠죠.”

“그런 비슷한 무기들은 이미 있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 무기 자체가 엑조틱 에너지를 품고 있는 경우가 있다. 준의 제작품이 아니라, 연금술사나 마법사들이 개인 공방에서 만들어내는 커스텀 무기의 경우가 그러했다.

“지금까지는 효율이 낮았죠. 정말 몇몇 장인들만 만들 수 있었고, 그 가격도 어마어마하게 비싸서 일반 헌터들은 꿈도 꿀 수 없을 정도였어요. 정말 최상급 헌터들이나, 돈많은 재벌들이 아니라면 가질 수 없는 물건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이번 물건은 다르다 그건가?”

“네. 갤럭시 인더스트리... 뭐, 이미 알고 계시지만 그 회사에서 양산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거든요. 저도 원리는 몰라요. 어디까지나 테스트 팀원이고, 그 일환으로 강한 외도들을 때려잡으면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중이거든요. 그런데 회사이름은 정말 비밀이에요. 물론 들킨다고 해도 저희는 잡아 뗄테지만.”

“뭐, 나도 여기저기 소문내고 다닐 이유는 없어. 그럼 이제 내 차례인가?”

“네. 그 전차. 솔직히 궁금하네요. 가스토르니스를 놀라게 할 수 있을 정도의 무기인데 탐이 나지 않을 수가 있나요?”

“내가 만들었어.”

“네? 그, 그런...? 그런 무기를 직접 만드셨다고요? 실은 군수업체 사장님이셨나요?”

“아니. 딱히 그런건 아닌데. 내 능력이 그런 쪽으로 발달되어 있어서 말이지. 이것도 비밀인거 알지?”

“네... 자, 잠깐만요. 저는 자세히 설명해드렸는데 그걸로 끝인가요?”

“더 이상 자세히 설명하기 힘든데. 너는 네 기술을 다 알려달라고 하면 알려주겠어?”

“그래도 좀 손해보는 느낌인데요.”

아이사갸 물고늘어지는 속뜻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혹시라도 전차를 얻을 수 있을까 떠보는 것이다. 그녀로서도 그 정도 병기가 있다면 레이드가 훨씬 쉬워진다는 것을 모를리 없기 때문이었다.

‘현명하달지 뻔뻔하달지.’

전차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나게 비싸다. 거기다가 엑조틱 에너지를 뿜어내는 전차라면 그 가치를 상상할 수조차 없다. 당장 여느 중견기업에 팔아도 수백억원은 그냥 받아낼 수 있었다. 제대로 경매를 붙인다면 수천억을 넘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준이라도 그런 물건을 넘겨줄 수는 없었다.

준은 대신 인벤토리에서 던전 핵 하나를 꺼내었다. 비교적 오염이 덜 된 백색의 던전핵이었다.

-외부의 신호가 시스템에 침입을 시도합니다. 방화벽을 가동합니다. 침입을 차단합니다.

이전처럼 던전핵은 준의 몸에 침입하지 못했다. 15레벨에 오른 이후 일어난 현상이었다.

“그게 뭐죠?”

“던전핵.”

“아... 그거 본적 있어요.”

“있어?”

“네. 상아탑에 전시되어 있었어요. 절대로 만지면 안된다고 하던데.”

“보통 사람은 만지면 정신이 오염되면서 외도로 변한다고 하지. 헌데 상급헌터 정도 되면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잠깐 줘보시겠어요?”

“자.”

준은 던전핵을 아이샤에게 건넸다. 그녀는 그 것을 손에 올리더니 눈을 감고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오염되거나 하는 기색은 없었다. 그래도 상급헌터 쯤 되니 내성이 생기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이거... 엄청나게 강력한 에너지가 잠들어 있는 것 같아요. 그 에너지가 무엇인지는 파악할 수 없지만요. 헌데 이걸 왜 제게 보여주시는 거죠?”

“분석 좀 해달라고. 마법사라면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까 하고. 우리쪽에서도 나름 연구하고 있는데 당최 정체를 알 수가 없더라고. 알고 있는 건 보통 사람이 닿으면 외도가 된다는 것 정도.”

“오히려 저에게 일을 맡기시는 건가요?”

“싫으면 말고. 내놔.”

준이 손을 내밀자 그녀는 재빨리 그것을 품속에 감추었다. 준은 픽, 하고 웃었다.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어디로 전화하면 되죠?”

“델타스피릿. 인터넷에 홈페이지 있으니까 가서 확인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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