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49화 (24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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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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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의 사건이 생겼다. 브랜든 스타크가 수라드 플랫폼의 감옥에서 탈출했다는 소식이었다. 일단 한 번 들어가면 어지간해서는 몸성히 나오는 것이 힘든 곳이 바로 새크리파이스의 감옥이었다. 공권력 자체가 새크리파이스인 그 곳에서 일단 한번 범죄혐으로 잡혀들어가면 고문은 기본이고 형량도 높게 떨어진다. 정식재판이 아니기 때문에 항소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범죄자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탈옥뿐이기 때문에 새크리파이스의 감옥은 경비가 철저하기로 또 유명했다. 그런 곳에서 브랜든 스타크라는, 별 능력도 없는 일반인이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준은 그 이름을 델타포럼에서 보고 혀를 찼다. 그렇지 않아도 갑갑한 인생에서 이제는 탈옥수의 죄명을 뒤집어 쓰고 살아야 하는 브랜든을 보니 조금은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다. 결국은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렇다고 탈옥을 해? 그 자식 아직 정신 못차렸군.’

준은 그가 평생을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얼굴도 알려졌겠다, 설령 화물선에 몰래 숨어든다고 해도 그곳에서 들키지 않는 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최소 일주일에서 길면 수개월간을 항해하는 우주선에서 남의 눈에 띄지 않기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딱 하나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수라드 행성으로 내려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로 숨는 것이었다. 하지만 거주구를 벗어나면 곧바로 외도를 만날 수 있는 수라드 행성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로 간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브랜든의 미래는 잡혀죽던가, 외도에게 죽던가, 자살하던가 이 세 가지 중에 하나밖에는 없었다.

‘지가 알아서 하겠지.’

그에 대한 동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준이 탈옥을 부추긴것도 아니고 그런 상황까지 책임져야 할 의무는 없었다. 준은 녀석에게 관심을 끊기로 했다. 어차피 다시 만날 일이 없는 녀석이다. 그에 대한 원한은 이미 풀렸고 남은 인생은 그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다.  나쁜 선택을 했다고 해서 그것이 준의 탓이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루나가 곁에서 준을 향해 물었다.

두 사람은 현재 알파시티의 마을을 산책하고 있었다. 출산을 앞둔 루나의 휴식을 위해서 삭막한 플랫폼 보다는 자연환경이 좋은 지상이 더 나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확실히 이곳은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아이들이나 노인들의 표정도 밝았고, 헌터들도 다들 기대에 부풀어 있는 모습들이었다.

“풋. 준이 없어도 회사가 잘 돌아가니 서운해요?”

“뭐... 내가 없어져도 별 영향이 없구나 하는 생각은 드네.”

“그렇지 않아요. 다들 준을 의지하고 있다고요.”

“다들 내가 당분간 내려가 있는다니까 환호하면서 얼른 내려가라던데.”

“그거야. 준이 사라져야...”

루나는 핫, 하며 입을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하려던 거야?”

“음.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쨌든 그동안 힘들게 뛰어다녔으니 잠시 쉬라는 뜻이겠죠.”

그동안 부족한 인력을 뽑긴 했지만 여전히 플랫폼에는 사람이 부족했고, 여자들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젊은 사내놈들이 바글바글한 이 곳에서 그들을 달래주는 것은 오로지 구현화 기능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때문에 상당수의 직원들은 이미 한참 전부터 임자가 없는 서은설이나, 에피알게나스같은 여성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의외로 인기가 가장 많은 것은 서은설이었다. 에피알게나스보다 예쁘지는 않지만 붙임성이 좋고 잘 웃는 그녀에게 남자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에 반해 에피알게나스는 거의 말도 없고, 말을 걸기도 어려웠다. 때문에 그쪽의 팬들은 대부분 멀리서 몰래 훔쳐보며 마음만 불태울 뿐이었다. 거기다가 시미도 소수이긴 하지만 팬층이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준이 있다보니 그들도 눈치가 보여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녀들이 틈만 나면 준의 옆에 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준이 이스카야 행성으로 내려온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맹렬히 자기어필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때문에 현재 플랫폼은 근육자랑을 하려는 때아닌 남자들의 노출패션이 유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딱히 힘든 건 없었는데. 게다가 쉬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너잖아.”

“그러게요. 이제 막 연구가 결과를 보이고 있었는데 말이죠.”

말이나오자 마자 아쉬움을 토하는 루나였다. 하지만 그녀도 무리를 하면 안된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오랜만에 경치 구경이나 좀 할까?”

“외도가 나올텐데 위험하지 않을까요?”

“검둥이도 있고. 골렘들도 있으니까 괜찮아.”

하루 종일 도시 안에만 있는 것도 답답해하던 차였다.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 있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는 다름아닌 준의 곁이었다.

쿠르릉-

오랜만에 꺼내든 험비는 여전히 고장없이 잘 움직였다. 도심 한복판에 나타난 차량에 사람들의 시선이 잠시 모였다. 험비는 오프로드에서의 사용성 때문에 자주 볼 수 있는 기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싼 물건은 아니었다. 현재까지 이곳에 있는 레이드 팀들이 대부분 영세하다보니 준을 보는 시선에는 부러움과 질시가 뒤섞여 있었다.

“타시죠.”

“후훗. 오랜만이네요.”

안정감도 좋지 않고 그다지 예쁜 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 반가웠다. 그들은 험비를 타고 알파시티를 지나 미리 닦아놓은 도로를 통해 신나게 달렸다. 뒷좌석에는 검둥이가 몸을 말고는 자신의 뒷발을 할짝이고 있었다.

경호원겸 애완동물인 셈이었다.

길이 끝나가는 곳에서 부터 헌터들이 레이드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대부분은 10인 이하의 수로 구성되어 있었다. 간간이 열 명을 넘는 팀들도 있긴 했지만, 그들은 경험이 적은 헌터들을 교육삼아 데리고 다니는 것이었다. 당연히 그런이들에게는 배분율도 낮게 책정되었다.

“응?”

그때 멀리있던 레이드팀 하나가 허둥지둥 하더니 급작스럽게 와해되기 시작했다. 상대하던 탱커가 어그로를 놓치는 바람에 원거리 딜러가 공격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검둥아. 가서 좀 도와줘.”

-넵. 형님. 마침 심심했는데 잘 됐네요.

폴짝. 차량의 창문을 타고 넘어간 검둥이가 거대화되기 시작하더니 크기 2미터의 늑대 형태로 변해 달리기 시작했다. 맞은편에서 도망을 치던 헌터들이 갑자기 나타난 거대 늑대를 보며 다시 반대편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외, 외도다!”

“젠장. 어디서 또 나타난거야!”

“우린 이제 다 죽었어!”

“크와앙!”

검둥이가 큰 소리로 울부짖자 도망치던 이들의 다리가 풀리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딱히 기술이나 그런 것도 아니었고 순전히 검둥이의 기세에 겁을 먹은 것 뿐이었다.

“아아...”

휙!

하지만 자신들을 잡아먹을 거라고 생각했던 검둥이가 그들의 머리위를 스치고 지나가더니, 막 공격당하기 직전의 원거리 딜러의 목덜미를 물었다.

“아악! 나죽네!”

휘익!

검둥이가 고개를 틀어 녀석을 멀리 던져버리자 그는 바닥을 나뒹굴며 정신을 잃었다. 입에 개거품을 물고 있는 그를 향해 동료들이 황급히 달려가 상태를 살폈다.

“안 죽었어. 상처도 없는데?”

“뭐야. 저 외도가 우릴 구해준 건가?”

헌터들은 멍하니 거대늑대를 바라보았다.

우지직!

녀석은 자신들이 레이드를 하던 식물형 외도인 엔트리스의 가지를 이빨로 잡아뜯었다. 그 행동에 엔트리스는 어떤 반항도 하지못한 채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고 있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였다.

“나 저 녀석 알 것 같아.”

일행 중 한명이 입을 열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델타폰을 꺼내 포럼을 검색했다. 그 중에서 검은색 늑대에 대한 이야기를 찾았다.

-최근 알파시티에 검은색 늑대의 모습이 자주 출몰함. 위기에 빠진 레이드 팀을 구해주고는 홀연히 사라진다고 해서 다크세이버라고 불리고 있음. 나도 얼마전에 봤는 데 붉은색 외도를 그냥 순식간에 뭉개버림. 눈에서 노란색 빛이 흘러나오는데 보다가 지릴 뻔 했다.

-이름 누가지었냐. 개유치하네.

-저도 한 번 만난적이 있습니다. 덕분에 지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지요. 그렇게 불려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얘 누구냐? 졸라 정중하네.

-목숨을 살려줬는데 그럼 뭐라고 하냐? 시커멓다고 검둥이라고 부를까?

-헐. 그 이름 왠지 익숙함. 귀엽네.

-그래 검둥이라고 하자. 다크세이버는 중2병 돋음.

“헐. 그럼 저게 그 검둥이? 밤에만 나타난다고 하지 않았어?”

“그러게. 오늘은 낮에 나타났네. 어쨌든 덕분에 살았다... 누구야? 엔트리스 잡아보자고 한놈이.”

“잡을 수 있을 줄 알았지. 놈이 탱커를 무시하고 움직일 줄 알았나.”

그들이 잡담을 나누는 사이 검둥이는 식물형 외도 엔트리스를 죽이고는 떨어진 결정체를 낼름 삼켰다.

“어? 저거 먹네?”

“아깝다.”

그들은 입맛을 다시며 검둥이를 보았다. 그러자 검둥이가 다시 그들이 있는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하더니 훌쩍 그들의 머리 위를 뛰어넘어 사라졌다.

그리고 그쪽에는 커다란 차량 한 대와, 그곳을 달려가는 작은 개 한마리가 있었다. 레이드 팀들은 눈을 비비며 자신들이 무언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검둥이는?”

“몰라. 그런데 저 개는 뭐지?”

“설마 저 개가 아까 그 늑대라거나 한 건...”

하하하.

그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들이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먹었냐?”

“헥헥.”

“뭐, 네가 잡은거니까. 그나저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처음이 아니시라고?”

-드, 들으셨습니까?

“딱히 들으려 한건 아닌데. 들리더라고. 꽤 청력이 좋아졌나봐.”

15레벨 이후 준은 감각이 상당히 예민해 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의 백여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가 들릴 정도니 일반인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서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밤에 돌아다니다가 보면 위험한 상황에 처한 이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겸사겸사 그냥 몇번 구해줬더니 그런 모양입니다.

“애초에 밤에는 왜 돌아다니는 건데.”

-그건 개인사정이라...

“뭐, 알겠다.”

검둥이의 밤생활을 굳이 캐물을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준은 험비를 몰고 느긋하게 알파시티 근처의 지형을 돌아다니며 레이드를 하는 광경을 구경했다. 남들이 전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약간 답답하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이렇게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오랜만이라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루나도 창을 통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오랜만의 외출을 즐기고 있었다. 본래가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다 보니 오히려 이런 자연속에서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헌데 험비를 움직이는 준의 눈에 일렁이는 공간이 보였다.

“웜홀...?”

끼익.

준은 차량을 세우고 루나에게 차안에서 기다리라고 한 이후 천천히 웜홀쪽으로 다가갔다. 그가 알카트뢰즈에서 보던 것과는 그 형태가 사뭇 달랐다. 던전으로 이어지는 웜홀은 반대편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심한 왜곡을 보이는데, 이것은 크기도 작고 약간 상이 왜곡되었을 뿐 건너편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마치 공간이 찢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빛이 왜곡되는 것도 찢어진 공간이 접히면서 빛을 난반사하기 때문이었다.

준은 인벤토리에서 델타폰을 꺼내곤 줄을 묶어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델타폰이 전송하는 이미지는 델타OS를 통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안쪽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준은 그 안쪽에서 금속으로 만들어진 방을 보았다. 한 쪽 면이 철창으로 막힌 정사각형의 좁은 방.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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