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57화 (257/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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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위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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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엘 쿤은 생각에 잠겼다. 일단 이스카야 행성의 손해분은 어떻게든 벌충해야 했다. 그 문제를 해결한 다음에야 다음 논의를 이어갈 수 있었다.

“우리 문제를 위에서도 알고 있을까?”

“어디까지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모르진 않을 겁니다. 물론, 기름칠을 해둔 임원들이 있으니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잡은 줄이 썩은 동앗줄이 아니길 빌어야 겠군.”

플랫폼 관리자가 고속승진의 발판이 되는 이유는 다름아닌 결정체 공급을 손에 쥐고 있기 때문이었다. 결정체 가격은 고수익이 나는데다가, 숫자로 장난을 치기가 쉽다. 가격을 약간만 떨어뜨려도 초과이득분이 상당히 생기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현재 수라드 행성은 결정체 하나당 90만원을 받고 있었고, 거기서 나온 초과이득분으로 손해를 메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런 비리를 저지르기 위해서는 윗선의 묵인이 필요했다. 거기에 들어가는 돈만 해도 막대한 금액이었고 그 손해는 모두 헌터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나저나 아직 이렇다 할 문제가 생기진 않았나?”

가격을 후려쳤으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마리엘은 그것을 묻고 있는 것이다.

“제 놈들이 어쩌겠습니다. 다른 행성으로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여기서 더 가격을 더 낮출 수는 없어. 만약 헌터들의 엑소더스(대탈출)이 일어나면 우리 목은 그냥 떨어진다고 봐야하니까.”

“임시조치일 뿐이라고 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예상대로라면 몇개월이면 손해를 메우고도 남을 겁니다.”

“그렇다면 좋겠군.”

그렇지 않아도 최근 여러 문제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탐사선의 폭발, 브랜든의 탈옥, 그리고 이스카야 행성의 투자실패 등은 마리엘 쿤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 만큼 충분한 사건들이었다. 이미 그는 절벽 위에 서 있었다. 여기서 만약 한가지 사건만 더 터지게 되면 그는 정말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지도 몰랐다.

그나마 한가지 희소식이라면 최근 들어 결정체 수익이 조금이나마 늘고 있다는 점이었다. 조사한 바로는 델타폰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수상한 물건이기는 했지만 당장 자신에게 이득이 되고 있는 만큼 한동안은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만약 그것마저 없었다면 자신의 자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위태로웠을 것이다.

“이 동네 분위기가 원래 이랬던가?”

휘유, 하면서 가볍게 휘파람을 분 준이 수라드 행성의 세일럼 시티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준이 처음으로 외도사냥을 시작했던 최하급 헌터들의 사냥터였다. 일단 웜홀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익숙한 지형으로 해야 실패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해서 가장 오래 있었던 세일럼을 목적지로 잡은 것이다. 플랫폼도 하려면 못할 것은 없었지만, 비교적 인구밀도가 높은 플랫폼안에서 웜홀을 열었다가 사람들의 눈에 발각될까봐 일부러 이곳을 잡은 것이다.

그곳은 예전에 비해 다소 무거운 분위기였다.

그는 혹시나 해서 예전 딜러들이 모여서 팀을 구하던 광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나마 그곳은 예전 정도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사람들의 표정이 어둡다는 점은 동일했다.

준은 그 중에서 한숨을 푹푹 쉬며 앉아 있는 한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요즘 팀을 구하기가 어려운건가요?”

그는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오자 경계하는 듯 힐긋 바라보다고 생각보다 앳되어 보이는 준의 외모에 마음을 놓고는 입을 열었다.

“아직 이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모양이군.”

“네. 참. 저는 준 알스버그라고 합니다.”

“아. 나는 루시안이라고 하네. 원딜러지.”

“저도 원딜러입니다. 아직 초보라서 일단 이곳에 오면 된다고 해서 왔는데 생각보다 분위기가 어두운 편이네요.”

준은 그렇게 말하며 미리 꺼내두었던 맥주 한 병을 꺼내들었다. 막 냉장고에서 꺼낸 것 처럼 차가운 상태였기 때문에 루시안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맥주 뚜껑을 손가락으로 따고는 벌컥벌컥 들이켰다.

“하아. 좋군. 자네가 누구말을 듣고 여기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도 예전같지가 않아.”

“무슨 뜻이죠?”

“세일럼 근처의 외도들이 씨가 말랐다는 이야기네. 게다가 요즘에는 혼자서 돌아다니는 이들도 많아서 나 같은 녀석이 낄 자리도 없어.”

“혼자서요? 최하급 헌터들이 그렇게 사냥을 할 수 있나요?”

“원래라면 안되겠지만... 자넨 소문도 못들었나?”

“소문이요?”

“그 델타폰인가 뭔가 하는게 요즘 돌고 있다더군. 대체로 하급 헌터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데, 그걸 가진 놈들이 뜬금없이 이쪽으로 밀려들어와서 일반외도들을 때려잡기 시작했지.”

“하급헌터가 일반외도를요? 그다지 돈이 안될텐데요?”

애초에 결정체가 나오지 않는 외도들은 큰 돈이 되지 않는다. 일반외도 10마리를 잡아도 결정체 하나를 얻는 것만 못한 돈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게 다 이상한 무기 때문이야. 총 처럼 생긴 무기를 들고 다니면서 일반외도를 때려잡는데... 그게 한놈이 하루에 백마리도 넘게 잡아들인다니까.”

그는 계속 말을 하면서 한숨을 푹푹 쉬었다. 준은 그가 말하는 무기가 니들건임을 깨달았다. 확실히 하급헌터가 니들건을 들면 붉은 색외도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었다. 준은 그로 인해 하급헌터들이 결정체 수익을 좀 더 쉽게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헌데 한편으로는 이런 부작용도 있었던 것이다.

루시안의 말대로 하급헌터 한 명이 니들건을 들고 일반외도를 사냥하러 다니면 만나는 족족 니들건으로 죽여버릴 수 있었다. 대형 트력을 한대 끌고 다니면서 그런식으로 사냥하면 하루에 100마리쯤 짭는 것은 우스웠다. 그야말로 평범한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몇몇 하급 헌터들이 시작한 싹쓸이가 알음알음 퍼지면서 세일럼의 일반외도들이 흔적을 감추게 된 것이다. 이제는 이곳에서 수십킬로미터는 떨어진 곳 까지 가야 겨우 몇마리 구경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되자 하급헌터들도 점점 자취를 감추었고, 남은 것은 일거리를 잃은 최하급 헌터들 뿐이었다.

준은 자신이 뿌린 델타폰으로 인해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준은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왜 다른 마을로 가지않고 여기에 계신거에요?”

“이곳에 산지 10년이 넘었어. 마누라도, 아이들도 다 여기에 있는데 어딜 가란 말이냐.”

“그렇군요.”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들의 도시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사람이 사는 곳이다. 그런 곳인 만큼 정착한 사람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대체로 나이가 많은 사람들만이 남아 있었다. 마치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던 시기의 농촌마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가장 젊은 사람도 삼십대 중후반 처럼 보였으니 대부분 이곳에 오래 살고 있던 사람들만 남은 것이다.

“외도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늘테니 조금씩 나아질테죠.”

“그래봐야 다시 그놈들이 몰려오겠지.”

루시안의 푸념은 점점 심해졌다. 처음에는 적당히 말하고 말 생각이었는데 이야기가 길어지자 그동안 쌓인 울화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요...?”

“그런 방법이 있으면 내가 먼저 했지. 자네도 얼른 이 도시에서 떠나게. 차라리 저 위에 가면 그놈의 하급헌터들이 만든 새 개척 도시가 있으니 그쪽으로 가는게 나을 거야. 물론 자리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여기보다는 낫겠지.”

“어쨌거나 감사합니다. 좋은 말씀 잘 들었어요. 그리고 이건 선물입니다.”

준은 그렇게 말하며 델타폰을 하나 꺼내 주었다. 니들건과 탄환을 살 수 있을 정도의 EP가 들어있는 물건이었다.

“이, 이건...?”

“말씀해주신데 대한 보답이에요. 이거라면 굶어죽지는 않을 거에요.”

“고......고맙네.”

루시안은 거의 울듯한 얼굴이 되어 준의 손을 붙잡았다. 지금껏 그렇게 원망하던 물건이었는데 자신의 손에 들어오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거의 준의 손등을 핥기 직전인 루시안에게서 손을 빼고는 광장을 떠났다.

후.

준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상가들도 한산했다. 자신의 이익때문에 만든 물건이 생각지도 못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에 약간 마음이 무거워졌다. 물론 그런 이들까지 전부 준이 책임질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머리로 생각하는것과, 실제로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을 눈앞에서 보는 것은 확연히 달랐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내가 이들을 전부 구제해 줄수는 없어.’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면 발빠르게 적응해서 이익을 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평균적으로 헌터들의 수익은 올랐을 것이다. 다만, 그런 사람들이 별볼일없는 세일럼을 떠나 다른 도시로 떠난 것뿐이다.

준은 수라드 행성을 구제하러 온 것도, 최하급 헌터들의 생계를 책임지러 온 것도 아니다. 그저 마리엘 쿤 소장을 절벽아래로 떨어뜨리기 전에 얼굴이라도 구경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일단 오늘은 이곳에서 쉬고가자.’

벌써 이곳은 해가 지고 있었다. 어차피 겸사겸사 수라드 행성의 상황을 알아보러 온 것이기 때문에 며칠 공을 들여 정보를 수집해 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근처의 숙소를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는 데, 그런 준의 뒤를 밟는 일군의 사람들이 있었다. 준이 그것을 깨달은 것은 예전에 묵었던 숙소로 향해는 골목길에서였다. 최하급헌터들의 도시라 별다른 경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앞뒤로 십여명의 사람들에게 포위가 된 상태였다.

준은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좀 비켜주지.”

“네놈. 돈이 좀 있어보이더군.”

“돈이라... 꽤 많긴 하지.”

준은 한숨을 쉬었다. 광장에서 루시안에게 델타폰을 건네준 것때문에 이목을 끈 모양이었다. 그저 작은 호의라고 생각해서 했던 행동이 이런 결과로 돌아오니 준은 짜증이 울컥 일었다. 그정도 선의조차도 베풀지 못할 만큼 이도시가 막장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입맛이 더욱 썼다.

“그럼 순순히 내놓으시지. 보아하니 부잣집 도련님이 헌터 놀이라도 하고 싶으신 모양인데. 이 동네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거든.”

“뭐,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군.”

준이 고개를 비스듬하게 꺾으며 입을 열자, 건방진 태도에 발끈한 사내가 칼을 빼어들었다.

스릉.

“말로해서는 못알아 들을 녀석인 모양이군.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전부 네 선배님들이시다. 헌터 10명을 상대로 너 같은 애송이가 달아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하나 물어볼게.”

준은 검을 든 사내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갑작스런 준의 행동에 사내개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날붙이를 앞에 두고도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자, 오히려 그 기백에 밀려난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준은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물었다. 사내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만만해 보이는 건 사실이었다. 키도 큰 편은 아니었고, 자세히 살펴보면 근육질의 몸이긴 하지만 다소 슬림한 편이라 옷을 입고 있으면 눈치채지 못할 수 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어려보이는 얼굴이었다. 동양계의 얼굴이 그렇지 않아도 어려보이는데, 델타를 얻은 이후에는 신체의 불순물이 싹 사라져 몇살은 더 어려보였다. 솔직히 지금 그의 외모는 잘 봐줘야 10대 후반이었다.

“그렇군. 뭔가 대책을 강구해야겠는데.”

남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별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매번 이런 트러블을 겪는 것도 귀찮은 일이었기 때문에 무언가 방법을 생각해야했다.

“대, 대체 무슨 소리냐! 당장 돈과 델타폰을 내놓으라니까!”

“없어.”

“뭐?”

“봐.”

준은 자신의 주머니를 모두 까뒤집었다. 그의 말대로 그의 몸에는 돈도, 델타폰도 없었다. 심지어는 스마트패널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애초에 보통의 연락은 펠로우쉽 통신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손목에 차고 다니지 않기 때문이었다.

“정말인데?”

“저녀석 부자라며?”

“아까 내가 봤다니까? 그 놈한테 델타폰을 그냥 건네주는 걸.”

“젠장. 허탕이잖아.”

그를 둘러싼 장정들이 저마다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한 몫 건질 요량으로 참여했던 이들도 김이 샜는지 표정에 짜증이 어렸다.

그러자 검을 든 사내가 이를 뿌드득 갈며 준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장난치지마라. 우리는 네놈이 델타폰을 꺼내는 걸 봤단 말이다. 설마 네 놈 물건을 건네줬다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맞는데. 눈으로 보고 못믿겠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군.”

“네놈의 숙소까지 가자. 아마 그곳에 있겠지.”

“이런 멍청한 놈들을 봤나...”

“뭣이?”

준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길거리에서 강도질을 하다가 그 사람의 숙소까지 같이 가자는 건 무슨 머리에서 나오는 생각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많은 곳을 같이 가자고? 내가 소리지르면서 도망치면 어떻게 할 건데?”

“후후후. 걱정마라. 이 일대는 우리 구역이니까. 네놈이 아무리 도움을 요청해도 도와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음? 그 정도 실력으로 여길 장악했다고? 농담도 참.”

준은 진심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리 그래도 헌터들의 도시인데, 준이 보기에 그를 둘러싼 장정들은 별로 뛰어난 실력도 없었다. 마나를 조금은 다룰 줄 알테니 일반인 보다야 강하겠지만 그것이 끝이다. 최하급 중에서도 실력이 나은 편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놈이!”

“죽고싶냐!”

준의 태도에 장정들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검을 쥔 자가 손을 들어 그들을 진정시키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마지막이라는 듯 눈에 살기를 담는 것이 한두 번 해본 솜씨는 아니었다.

“자고로 쪽수에는 답이 없는 법이지. 그래서, 같이 갈테냐? 아니면 여기서 죽을테냐?”

“하아... 진짜 날 자꾸 궁지로 몰지말라고.”

준은 진심으로 눈앞의 사람들을 동정했다. 하지만 상대는 준의 그 말을 다른 쪽으로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크크. 이제야 조금 현실을 깨달은 건가? 그럼 어서 숙소까지 안내해.”

============================ 작품 후기 ============================

그럼 오늘 하루 잘 보내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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